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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보다 더 재미있었다. 책표지도 인상적이고 무척 재미있을 줄 알아보았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관이 내 세계관과 닿아서 마음에 쏙 들었다.
유쾌하고 발랄한 문장들, 섬세한 구성력, 그리고 퇴고에 무척 공들인 표현들 (이도우,『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의 지나친 정확함과 달리 자연스러운 확실함이었다. 물론 순전히 내 마음대로 판단한 거지만 글이 좋으니 뭐든 마음에 드는 것이겠지.)
그리고 허술하지 않은 공식처럼 잘 들어맞는 마무리
작가가 20대에 썼다는 것이 무척 충격이다. 흐억.
노력도 노력이지만 아무리 글을 잘써도 30대 이전의 문학작품들은 어딘가 미숙한 티가 많이 나서 문학상 수상작이든 괜찮다는 소문이 나든, 어린(?) 작가가 쓴 글은 신뢰하지도 않고 어지간해서는 잘 읽지 않는다. 늘 실망했었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꽤 완성미가 높다. 글쓰는 수준도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고. 재능의 차이일까? 그동안 노력도 무척 많이 했겠지만 이건 타고나야 할 것 같다. 별 신통찮아 보여도 그 사람 속에 꽁꽁 숨어있다가 어느 날 봇물처럼 터지는 것. 그게 재능인 것 같다. 부럽게스리. 질투난다. 이 모지란 마음같으니.
20대 특유의 발랄함과 신선함이 톡톡 터진다. 뭐가 현실이고 뭐가 환각인지 오락가락하며 작가가 하는 말이면 그냥 다 믿어버리고 싶어지기도 하고 전혀 다른 나만의 상상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게도 된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몹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