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여, 안녕
김종광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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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막걸리 좀 자셨나보다.

이야기 속에서 막걸리 맛이 진하게 난다.

책 제목이 지금 내 처지(?)와 비슷하여 보지도 않고 골랐다.

단편집인 줄 알았다면 다시 내려놓았을 거다.

시간이 갈수록 게으름이 더해가서 그러는지 단편은 잘 안읽히고

장편만 읽고 싶다.

천명관,『고래』같은, 세헤라자드가 들려주는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끝없는 이야기가

끌린다. 천생 가난뱅이로 살 팔자인가 보다.

 

 

이 책 제목인 「경찰서여 안녕」은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느낌이었다. 그보다 더 노숙하고 뻔뻔한 열 두살 짜리의 얘기이긴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단편들이 모두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 단편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나도 모르게 그 뺀질한 꼬맹이를 응원하고 싶은건 내 안에 그녀석처럼 언제든 저 담장을 뛰어넘고 싶은 욕구 때문일까.

 

 

「분필교향곡」은 등장인물들 이름이 죄다 전직 대통령이거나 대통령 후보 또는 좀 날렸던 정재계 인물들이었는데 도대체 무엇을 의도하고 그렇게 한 건지 이해가 안간다. 이 책에 실린 11편의 단편중 가장 마음에 안들었다.

 

 

「전당포를 찾아서」는 남 이야기 같지가 않다. 예전 한총련 범민족대회에선가 선배들이 연세대에 갇혀서 초코파이 하나로 열사람이 나눠먹었다던가, 라면스프를 페트병에 녹여서 음료처럼 마셨다는 얘기도 생각나고 범민족대회고 뭐고 배고파 죽겠었을, 아직 10대 티를 못벗은 20대 초반 아해들이 짠했다.

 

 

「모종하는 사람들」, 「짚가리, 비릊다」는 작가의 진한 농촌경험이 녹아있다. 농촌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그 속에서 살아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하다. 작가의 풍부한 경험치와 넉살에 혀를 내둘렀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몰입이 힘들다. 모두가 그냥 평민. 이 시대의 인간군상을 그린다. 뭐 이런 취지인지. 작가는 그 인물들을 다 기억할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각 인물들의 개성이 드러나기도 전에 또다른 인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시대에 특히 이런 소설을 읽을 리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어줘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너무 간편하고 빠르게 지나가고 가치가 뒤바뀌는 세상에 잠시 멈춰 들여다 보아야 하는, 우리가 잊고 있던 바로 우리 엄니 아부지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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