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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어릴 때,「가시나무새」의 여주인공처럼

잔뜩 망가져버릴테다 하고서

가장 비참한 자신을 상상한 적이 있다.

이름 모를 폐광촌의,

일자리를 잃은 옛날 광부들 사이에서 서글픈 노래를 불러대는 늙고 한물 간 창부(娼婦).

 

사랑하는 사람과 원하는 삶을 함께 할 수 없다면

자신을 끝까지 저 지옥불로 쳐넣어버리는 게 나을 거라고

철없이 극단을 고집했다.

사랑하는 너를 만나 다행이다.

 

"걱정 마. 엄마가 평생 몸을 팔아서라도 네 다리 고쳐줄게."

에서 울음이 왈칵 쏟아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와, 우와 하면서 읽었다.

삶의 냄새가 물씬 나는 이런 이야기가  좋다.

너무나 강하고, 한없이 마음약한 가련한 여자가

안쓰럽다.

그것이 나의 삶인 양 깊이 공감했다.

 

더이상 나빠질 수가 없는 순간에

최악을 상상하는 여자.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에 나도 놀란다.

그럼에도 질긴 목숨 살아내는 것에 더 놀란다.

어쨌든 살아가야하니까.

 

엄마의 모자란 점, 도무지 이해가지 않을 삶 따위

난 닮지 않을테야 하고 큰소리 치지만

어느덧 닮아버린 엄마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하는 것은

씁쓸하다.

어쩌면 그 적대적 외침이 더 강하게 엄마와 닮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절실하고 슬프고 지독한 죽일 놈의 삶이다.

솔찮히 글 잘쓰는 작가다.  

오랜만에 참 좋은 이야기다.  

언제든 저 나락으로 떨어져버릴지 모를 우리들의 삶이니.

밝게, 더 씩씩하게 진지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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