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X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유가영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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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좋아하는 소설로 기리노 나쓰오, 『아웃』을 꼽는다. 그 책을 읽은 뒤로 기리노 나쓰오를 전작주의 작가로 정했는데 그렇다고 이 작가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이 소설은 한 마디로 발암, 혈압, 해로움, 울컥 등 화를 불러서 가슴을 꽉 조인다. 시쳇말로 고구마를 동치미나 우유 없이 마구 욱여넣은 느낌이다. '어리니까, 그래 어려서 그럴 수도 있지.' 라고 하기엔 막장에 가깝다. 범죄의식이나 도덕성 같은 것에 조금도 관심없는 거리 위 사람들.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 누구도 문제를 해결하려들지 않는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가끔 길거리 청소년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보곤 하지만 나와 먼 얘기인 것으로 넘기게 되는데 막상 내가 그 처지라면 어떨까. 나 또한 인간성이나 양심 같은 것들을 거들떠보지 않을테지. 살아남는 것만이 전부인 세상은 지옥일까. 늘 있어왔던 평범한 일상일까.    


몰입도는 아주 높은 소설이다. 순식간에 읽어내려가게 되니까. 가까운 나라 얘기라서 우리와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지금도 어느 거리에서 이런 아이들이 갈 곳을 잃고 떠돌며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겠지. 암울하다. 작가가 이렇게 쉽게 써내려간 것 같은 책을 내어놓은 건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자 한 거겠다. 기리노 나쓰오는 사회 현실을 낱낱이 드러내는 사회부기자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 서슬퍼런 시선이 좋다. 김모씨 딸 모 거니 여사-유쾌한 정숙씨에게는 여사라는 호칭을 붙여주기 꺼려하던- 스타일이 쩌네, 옷가지가 우아하네 하는 한심한 기사를 써대는 기레기들만 보다가 이렇게 뼈를 발라버리는 글을 보니 간극이 너무 크다.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게 실감나고 사연이 조금 긴 기사같은 글. 


60대 작가가 그려내는 10대 이야기가 새롭다. 그 나이 쯤 되면 10대 마음을 알기가 쉽지 않을텐데 타고나기를 작가로 나서 그런가 오롯이 10대 감성 그대로다. 작가가 그 아이들 세계로 들어가보려고 수십 번 수백 번 검토하고 공감하려고 애쓴 흔적이 드러난다. 나와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단순히 그 사람 생각을 몰라서이기도 하고 나와 다르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좁은 속마음이 꽉 붙들고 같이 못 가게 잡아당긴다. 그 마음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데 그걸 느끼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일상을 나타내는 묘사가 뛰어난 작가인데 『아웃』에 비하면 조금 싱겁고 순한 맛이다. 이놈, 저놈 도대체 정상이 하나도 없다. 미쳐돌아가는 세상에서 '정상' 이라는 게 정상이 '아닌'건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게 영 껄쩍지근(꺼림칙)하다. '세상이란 게 다 그렇게 돌아가는거지' 하고 무심코 수긍해야 할 것 같다. 희망가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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