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처음 읽은 이 단편이 잊히질 않았다. 나중에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았다. 몇 년 전에 조카 녀석에게 선물한 책인데 1쪽이라도 읽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위그든씨는 ‘부드럽게 한숨을 쉬면서‘ 마음을 정했던 거구나. 눈물이 핑 돌 만큼 따뜻한 방식으로.
이런 것이 연륜일진대. 연륜이라는게 나이 먹는다고 자동으로 생기는게 아니지. 우리가 늘 깨어있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진열대를 반쯤 지나자 이미 종이 봉지는 골라 담은 사탕으로 그득했다. 위그든 씨는 허리를 굽혀 진열대 너머로 나를 내려다 보면서 물었다.
"이것을 다 살 돈은 있니?"
나는 대답했다.
"그럼요, 돈 많아요."
나는 주먹을 펴서 위그든 씨의 손에 은박지로 잘 싼 체리씨 여섯 개를 올려놓았다.
위그든 씨는 자기의 손바닥을 바라보더니 한참 동안 조심스럽게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불안해서 여쭈었다.
모자라나요?"
할아버지는 부드러운 한숨을 쉬고는 대답하셨다.
" 아니다. 돈이 조금 남는구나. 거스름돈을 내주마."
할아버지는 계산대 뒤쪽에 있는 서랍을 열고 1센트짜리 동전 두 개를 꺼내 벌린 내 손에 올려놓은 후 사탕 봉지를 건네주면서 말씀하셨다.
" 한꺼번에 다 먹으면 안 된다. 배탈이 나고 이가 썩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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