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 - 남겨진 것과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기억록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
김시덕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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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산업화 과정에서 사라지고 있는 다양한 일상을 포착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범주를 바꾸어 직업, 지역 등의 변화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회고주의자적 관점을 지니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기 격인 ‘헐린 자리와 덮인 기억들‘에서 그러한 관점을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 및 파훼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강력하게 - 표현은 완곡하게 - 드러내고 있습니다. 조선총독부로 20여년 지냈지만, 현대 대한민국의 상징물로 50여년을 지낸 시간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같은 논리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니,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산업화와 개발의 파고 아래에서 구성되고 형성되어 왔던 일상이 조금씩 혹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추억의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을 넘어서서 이런 방식으로 삶의 모습을 흩트러뜨리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 의식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1부보다는 2부에서 더 강력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개 독자는 소시민인지라, 그렇게 거대한 담론 아래에서 논쟁할 자신은 없지만, 개발인가 보존인가에 대한 해묵은 논쟁에 굳이 의견을 덧대자면, 흑묘백묘라 말한 등소평의 경구를 꺼내어들고 싶습니다. 실용주의자는 아닌 터라 그러한 관점에서의 의견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에게 그러한 담론의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담긴 것입니다. 개발지상주의적인 방향으로 사회가 흘러간다면 반대편에 서서 지킬 것은 지키자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고, 환경보호론적 방향이 도그마로 사회를 움켜쥔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개발과 발전 덕택임을 되새겨 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조선총독부 건물이 비록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한 역사적 건물이며 6·25 당시 서울 수복의 상징적 장소이지만, 혼재된 역사적 흔적 앞에서 무엇을 더 우선하여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역시 무로 돌리는 것이 맞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서는,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저작의 서술과 함께 일개독자의 인생 속에서 바뀌고 변화한 것을 오버랩하며 따뜻한 추억 속에 공감하는 것으로 흘러가다가, 현재 독자를 둘러싸고 있는 (이전 것에 대해) 변화한 일상에 대한 차가운 시선 앞에서 도대체 어떻게 지금을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기대를 하고 2권도, 또한 전작도 구매해 두었는데, 지금 봐서는 기꺼운 마음으로 이를 펼쳐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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