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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단어를 떠올리면 같이 연상되는 이미지나 영화의 배경이나 추억 같은 것이 있다.
무인도를 떠올릴 때 난 브룩쉴즈의 'The Blue Lagoon' 의 배경과 함께 아멜리 노통브의 '머큐리' 를 같이 연상하게 된다.
무인도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을 수도 있지만, 밀폐된 공간이면서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금지된 공간이기도 한 그 죽음의 경계라 불리는 섬에서 추악한 늙은이와 실제론 아름다우면서도 자신이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양녀와의 묘하고도 복잡한 관계에 대한 소설이다.
찬사만큼 혹평도 많았던 이 소설이 내게 깊은 잔향을 남긴 이유가 뭔지는 딱 꼬집어 설명할 순 없다. 제목인 머큐리가 가지는 여러 중첩된 의미 때문일까?
외딴 섬, 밀폐된 공간. 이런 배경이 의미하는 건 아마도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환경의 제약과 불만족스런 현실을 옮겨놓은 것일 수도 있고,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망상의 세계일 수도 있다.
내가 나를 비춰볼 수 없는 상황이라 함은 개인적인 한계이거나 왜곡된 자아상의 빗댐이라고 볼 수 있을 테니.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다른 누구보다도 정도의 길을 가고 있으며 자신만이 옳다는 착각을 하며 산다.
반대로 나의 고통이 그 누구의 고통보다 크기만 해서 절망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소설로 비유하자면 전지적 작가의 시점을 자신이 보는 시점과 혼동하는 경우라 하겠다.
나 자신의 한계와 내가 쓰고 있을지도 모르는 눈가리개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무인 상태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은 두 갈래의 결말을 제시한다.
개인 입맛에 맞게 고르면 되는 결말을 가진 웃긴 소설.
하지만 보통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라는 소설에서 다른 갈래의 결말을 얻긴 어렵다.
왜?
생긴 대로 노는 게 인간이니까.
하지만 자신의 삶의 소설에서 전지적 작가 시점을 가지는 게 불가능하기만 한 것일까?

우리의 삶 모든 곳에 그때그때 자신의 언행과 생각을 비출 맑은 거울이 필요하다.
머큐리....
그대는 독인가 거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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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어 있은 지가 꽤 되었네.
반평생이라 말한다면 욕심일 테고.
서로에게 만족하고 살았는지는 묻지 않도록 하지.
자네 그 게으른 성정 때문에 이젠 내가 더 한심한 지경이니 내 탓만 하지 말게나.
문득문득 자네에게 신호를 보내곤 했다네.
무슨 꿍꿍인 건지 꿈적도 않고 자신하는 자네가 참 기가 막히더구먼. 
뻔한 것 아니겠나.
나에겐 습관의 관성이란 게 있으니 말이지. 
미래를 위해 지금 고된 것은 조금만 견디자고 날 채근했다면 기꺼이 응할 수 있었다는 걸 모르겠나.
기억을 더듬어 보게.
옆 친구가 앞서 나가는 꼴을 참지 못하는 자넬 위해 기꺼이 내달렸던 내가 아니던가.
이젠 윤활유도 소진되어 퍽퍽해진 뼈와 살에서 자꾸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네.
이제 다시 시작이야 하고 자네가 외친대도 솔직히 이젠 자신이 없어.
그래서 이렇게 자네에게 유언을 남기는 것이라네.
겁을 먹을 것까지는 없어.
세상 일 그 누구도 모르는 것 아닌가.
자네가 좋아 붙어 있는 건지 운명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붙어있는 동안은 온 힘을 다해 살아보겠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이별의 시간이 우릴 찾아오지 않겠나.
쓰다 보니 원망의 글이 되었지만, 자네와 내가 이별하는 그 순간까지는 우리 온 힘을 다해 살고, 그 뒤 찾아온 이별에 대해선 더는 미련을 갖지 않도록 하세.
나야 한 줌 먼지가 되어 날리겠지만, 자네에겐 다음 생이 또 열릴지도 모르지.
그렇게 된다면 희미한 기억 저편, 작은 추억의 조각 하나만 가져가 주게.
그래도 우리가 손발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맞지 않았는가.
돌이켜보니 자네라서 다행이었고, 자네라서 행복했다네.
솔직하고 의리있는 자네 덕에 같이 불끈 불끈해 봤고, 낭만 좋아하는 감수성에 나까지 콩닥거렸었지.
내 생애 최고의 짝꿍이었어.
다음 생에 다른 짝꿍을 만나더라도 자넨 최고가 될 것이네.

언제 어디서나 늘 행복하길 바라며,
몸이 마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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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된 일인지
난 네 품에서 더 외롭다
널 찾아 헤매일 때
그때는 까마득한 거리만큼 널 사랑한다 믿었는데

다가서면 증발하고 마는 물방울과
다가오면 식어버리는 열과 같이
끝닿도록 모를 진정이라면
헤매이는 그때가 차라리 행복하다고

외로움에서 도망치다가
드디어 안착한 곳이 더 큰 외로움

영원은 없다 믿을까
차라리 울면서 웃고 있는 외로움을 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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