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어 있은 지가 꽤 되었네.
반평생이라 말한다면 욕심일 테고.
서로에게 만족하고 살았는지는 묻지 않도록 하지.
자네 그 게으른 성정 때문에 이젠 내가 더 한심한 지경이니 내 탓만 하지 말게나.
문득문득 자네에게 신호를 보내곤 했다네.
무슨 꿍꿍인 건지 꿈적도 않고 자신하는 자네가 참 기가 막히더구먼. 
뻔한 것 아니겠나.
나에겐 습관의 관성이란 게 있으니 말이지. 
미래를 위해 지금 고된 것은 조금만 견디자고 날 채근했다면 기꺼이 응할 수 있었다는 걸 모르겠나.
기억을 더듬어 보게.
옆 친구가 앞서 나가는 꼴을 참지 못하는 자넬 위해 기꺼이 내달렸던 내가 아니던가.
이젠 윤활유도 소진되어 퍽퍽해진 뼈와 살에서 자꾸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네.
이제 다시 시작이야 하고 자네가 외친대도 솔직히 이젠 자신이 없어.
그래서 이렇게 자네에게 유언을 남기는 것이라네.
겁을 먹을 것까지는 없어.
세상 일 그 누구도 모르는 것 아닌가.
자네가 좋아 붙어 있는 건지 운명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붙어있는 동안은 온 힘을 다해 살아보겠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이별의 시간이 우릴 찾아오지 않겠나.
쓰다 보니 원망의 글이 되었지만, 자네와 내가 이별하는 그 순간까지는 우리 온 힘을 다해 살고, 그 뒤 찾아온 이별에 대해선 더는 미련을 갖지 않도록 하세.
나야 한 줌 먼지가 되어 날리겠지만, 자네에겐 다음 생이 또 열릴지도 모르지.
그렇게 된다면 희미한 기억 저편, 작은 추억의 조각 하나만 가져가 주게.
그래도 우리가 손발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맞지 않았는가.
돌이켜보니 자네라서 다행이었고, 자네라서 행복했다네.
솔직하고 의리있는 자네 덕에 같이 불끈 불끈해 봤고, 낭만 좋아하는 감수성에 나까지 콩닥거렸었지.
내 생애 최고의 짝꿍이었어.
다음 생에 다른 짝꿍을 만나더라도 자넨 최고가 될 것이네.

언제 어디서나 늘 행복하길 바라며,
몸이 마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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