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평이한 문장,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들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검소하기로 유명한 일본인의 집이라 그런지 월간 여성지처럼 유별나게 화려하거나 위화감을 주는
브랜드 일색의 인테리어 등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지 않아서 읽기 편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꼬마들의 방을 다룬 대목이다. 일본의 주택들이 서양식 주택 구조를
빌렸지만 실제로 라이프스타일은 그들을 따르지 않고 있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대목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바였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근사한 방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사생활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 맞게 각자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군’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많은 미국 가정에서는 부부와 아이들이 각자 침실을 갖는다. 하지만 미국인에게 침실은 ‘정말로 잘
때만 들어가는 방’이다. 깨어 있을 때는 모두 거실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 또 식사를 한 뒤 각자 방에 틀어박히는 일도 없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거실이나 주방, 또는 식구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공부를 하고 숙제를 한다.
설령 자기 방에서 공부를 하더라도 방문을
닫은 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다. 잠을 자는 것도 아닌데 혼자 침실로 들어가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하고 걱정할 정도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이들에게 방을 따로 내어주는 문화 본래 미국에서 전파되었지만, 사용 방법이나 의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처럼 방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아무리 넓은 집이라도 가족이 불행해지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집을 넓은 공간에 짓는다면 방을 많이
만드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