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분석 - 제3판
벤저민 그레이엄.데이비드 도드 지음, 이건 옮김 / 리딩리더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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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고전으로 읽는 ‘투자 성공법’ 

  아무리 원저가 훌륭해도 번역본이 형편없으면 무능하기 짝이 없는 책이 되고 만다. 번역은 원래 외국어 능력이 출중하고 관련 분야에 능통한 사람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독자는 문맥은커녕 단어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해 책읽기가 훌륭한 책과 저자를 만나는 경험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최악의 순간이 된다.

  현대 가치투자의 고전으로 알려진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리딩리더)도 그런 오명을 얻은 책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오명은 이제 지워져야 한다. 최근 경영학 석사이자 전 펀드매니저로 ‘가치투자서’ 번역 전문가로 알려진 이건에 의해 이 책이 새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원래 이 책은 그레이엄이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쳤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주 독자가 상당한 기본기를 갖춘 대학원생이다 보니 일반 독자에게는 가독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1951년 발간되어 고어(古語)와 폐어(廢語)가 곳곳에 섞여 있고, 문장도 길고 복잡해서 오늘날의 미국인이 읽어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역자는 독자를 중급 이상의 투자자로 놓고, 이들이 무난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번역하는 데 중점을 둔 것 같다. 한 문장에 원문 내용을 모두 담는 대신, 가독성을 고려해 중요하지 않은 어구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미국식 표현도 우리 실정에 맞게 고쳤다.

  평소 “투자는 단순해야 한다. 투자설명을 들었을 때 복잡하고 헷갈린다면, 그 투자는 좋은 투자가 아니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 누군가가 헷갈리게 만들어서 돈을 뜯어내려는 수법”이라고 주장해온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도 저자보다 독자의 편에 섰다. 한마디로 훨씬 쉬워졌다는 말이다. 그는 번역에서 ‘문화적 방법론’, 즉 독자의 문화까지 고려해서 이해하기 쉽게 옮기는 실용적인 방법을 취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증권(채권·우선주·보통주)의 선택, 투자와 투기의 구분, 선순위 증권(채권·우선주)과 보통주 투자에 따르는 권리와 진정한 이익, 리스크 관리에 관한 일반 원리, 실용적인 안전성 점검, 저평가 종목 발굴 기법, 주주와 경영진의 관계 등 가치투자에 필요한 개념과 기법을 비판적 관점을 갖고 논리적으로 추론해내는 내용이어서 읽기가 결코 쉽지 않다.

 

  미리 경고한다면 이 책은 투자와 회계 분야의 기본 용어와 개념 정도를 알고 있는 중급 이상의 투자자에게 어울린다. 초급 투자자는 이해하기 어렵고, 단편적인 투자 아이디어를 얻고자 한다면 얼마 되지 않아 크게 실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주식 투자의 정석과 증권 분석의 원칙을 배우고 싶다면 일독하길 권한다. 다소 더디겠지만 투자의 정공법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는 책은 몇 없기 때문이다.

  연인뿐 아니라 책과 독자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오랜만에 최고의 경제 고전서가 훌륭한 역자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종합주가지수 2000을 돌파해 숨고르기가 필요한 요즘, 그레이엄의 투자 기법과 원리를 보다 더 쉽게 접하는 기회를 잡는 독자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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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음모 - 부자 아빠 기요사키가 말하는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윤영삼 옮김 / 흐름출판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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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이여 돈 아끼는 법보다 쓰는 법을 배워라  

 

 IMF 외환위기가 한창인 2000년 초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황금가지)를 펴내 대한민국에 ‘부자 아빠 신드롬’을 일으켰던 로버트 기요사키가 10년이 지난 지금, ‘뉴욕발 금융위기’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은행·정부·금융시장을 통해 세계경제를 비밀스럽게 지배하는 부자들의 음모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비관론적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역시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검은 백조’가 아니라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흰 백조’였다고 말한 바 있다. 

 



 

  <부자들의 음모>(흐름출판)는 이론만을 살피는 경제학자의 책이 아니라 투자전문가인 기요사키가 살펴본 ‘뉴욕발 금융위기의 전모’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저자는 우선 보통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정부가 만들어 낸 세금·부채·인플레이션·퇴직연금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 네 가지 요소들은 부자들이 우리의 돈을 빼앗아가는 통로가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부자란 도대체 누구인가? 한 나라의 정권도 쥐락펴락한다는 로스차일드와 같은 세계적인 금융 카르텔(혹자는 이들을 그림자 정부라 불렀다)과 같은 거대 갑부들이다. 기요사키는 부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달러 공급량을 조절하여 미국의 정치 시스템을 통제하고 세계경제를 주무르고 있음을 밝혀낸다.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부자들의 음모 속에서 우리 돈을 지키는 방법을 언급한 제2부이다. 기요사키가 말하는 부자가 되는 게임의 법칙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도 강조했던 ‘현금흐름 게임’을 하는 것, 즉 꾸준히 돈이 들어오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는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의 투자가치가 증가하는 ‘자본이득’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저자는 2007년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90%의 사람들이 돈을 잃게 된 이유는 그들이 현금흐름이라는 게임을 하지 않고 자본이득이라는 게임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하루아침에 집을 잃게 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나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대출을 받아 아파트에 입주했다가 가격하락에 대출금상환에 허덕이는 국내 부동산 시장 모두 자본이득을 기대했다가 실패한 전형적인 예가 될 것이다.

  기요사키는 자본이득을 노리는 투자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부자들이 달러를 좌지우지하는 현재의 세계금융시스템 아래에서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는 언제든 부자들의 음모에 의해 하루아침에 ‘제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현금흐름을 위한 부동산 투자는 과연 어떤 것일까? 아마도 사람이 많이 몰리고 있는 수도권의 신흥도시에 연립주택이나 상가를 경매로 낙찰받아 리모델링을 한 후 임대해서 꾸준히 임대수익을 올리는 방법일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현금흐름을 얻을 수 있는 자산을 찾기 위해서는 잠재적인 수입과 비용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러한 변수에 기초한 투자 성과를 계획할 수 있으려면 금융지식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은 버는 한도 내에서 아끼고 저축하라’ ‘주식·채권·뮤추얼펀드에 골고루 분산해서 장기투자하라’는 말은 이제 버려라. ‘돈을 아끼는 법보다 쓰는 법을 배워라’, ‘분산하지 말고 집중하라’. 이것이 자신이 꿈꾸는 경제적 미래를 만들고 싶다면 익혀야 할 기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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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도 대박나는 전문 식당 외식경영 전문가 백종원의 창업 레시피 2
백종원 지음 / 서울문화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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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도 대박나는 전문식당 - 맛집의 성패는 인내심에 달렸다!

 

  “에이, 다니는 직장 때려치우고 장사나 해야겠다!” 요즘 지인들을 만나 술자리를 갖게 되면 꼭 한 번은 듣게 되는 말이다. 직장인의 소원이 내 가게를 창업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디 세상이 장사나 해야겠다는 가벼운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호락호락 돈을 벌게 해줄까?

  장사를 결코 우습게 볼 게 아니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처음 장사꾼이었다. 익히 알겠지만 삼성의 이병철 회장도 현대의 정주영 회장도 처음엔 장사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장사는 사업의 작은 개념이다. 사장이 직접 금고와 계산기를 챙기고 있으면 장사꾼이 되고, 금고를 직원에게 맡기고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한다면 사업가가 된다. 다시 말해서 ‘저절로 장사가 되는 시스템을 갖추었는가’의 여부에 따라 장사와 사업은 구분된다.

  가게(창업)는 아무나 차릴 수 있다. 하지만 돈 되는 장사(비즈니스)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요즘 개업한지 채 몇 달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점포들을 보면 가게를 열기만 하면 손님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찾아올 것이라는 막연하고 허황된 꿈을 꿨다가 몰락한 자영업자들이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미디어와 언론이 말하는 이른바 ‘대박집’과 ‘뜨는 아이템’에 현혹되고 프랜차이즈의 거짓광고에 눈이 먼 사람들이다.

  장사는 ‘아이템’이 돈이 벌어주는 것이 아니라, ‘마인드’가 돈을 벌어준다. 장사 이전에 무슨 일이든 장사를 하려고 한다면 먼저 철저한 장사꾼이 되어야 한다. 백종원의 <초짜도 대박나는 전문식당>(서울문화사)은 장사꾼이란 어떤 생각으로 장사에 임하고 손님을 대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내가 이 책에 주목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저자가 요즘 프랜차이즈 업계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내며 체인점을 내는 곳마다 소위 대박을 치고 있는 회사의 대표라는 점이다. 그가 운영하는 업체들은 <한신포차>,<새마을 식당> 등 음식을 좋아하고,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제목들이 10여 개나 된다. 이렇게 '잘 나가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장사꾼이라면 맛의 비밀이나 영업노하우가 노출될까봐 인터뷰조차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거나, 창업하려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앞으로의 식당은 전문식당이어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알려주고자 올 해 이 책을 비롯해 <무조건 성공하는 작은 식당> <백종원의 식당 조리비책>(서울외식정보) 등을 연이어 펴냈다.

 

 



 



 

 

  이 책은 기업가의 파란만장한 경영담을 담은 성공스토리와는 다르다. 전문 식당을 10여 개를 운영하는 장사꾼으로서 ‘자신의 아이템’을 장사가 성공하는 1년에서 길게는 1년 6개월 동안 버티는 비결을 알려준다. 또한 메뉴 개발에 있어서도 ‘뜨는 아이템’이 아닌 전문점을 위한 메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우선 음식점을 하기 위해, 또는 아이템을 개발하거나 공부하기 위해 이른바 맛집을 순례하게 되는데 이 때 가장 주의할 사항은 창업을 할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지 말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고 느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식당은 영화와 마찬가지다. 식당 주인 또는 예비 창업자로서 잘되는 식당의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보려 한다면 그 식당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우선은 손님으로서, 순수한 손님의 마음가짐으로 식당을 즐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일반 식당과 다른 점이 보이게 된다.

소위 말하는 대박 식당들은 단순히 유명세 때문에 사람이 넘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손님 입장에서 그 식당의 음식과 서비스(심지어 불친절한 서비스까지도)를 즐기다 보면 유명세라는 제일 큰 무기 뒤에 숨겨져 있는 그 집만의 노하우가 보인다.“ 본문 22 쪽

 

  한편 저자는 식당이 영화라면 식당 주인은 영화감독이라고 보았다. 그는 맛집의 조건이 다양하지만 사람들이 순수하게 입으로만 느끼는 맛은 전체 맛의 30% 정도에 불과할 뿐, 나머지 70%는 점포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나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심지어 옆 테이블에서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맛을 더한다는 것이다.

 

 



 

 

  기업에는 경영이념이 있듯 장사꾼에게도 ‘념念’이 있다. ‘내가 무엇을 만들어야 손님을 행복하게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내가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자신의 깜냥을 생각해봐야 한다. 저자 역시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그리고 색다른 메뉴가 손님들의 호응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그는 장사꾼으로 가장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바로 ’인내심‘이라고 알려주는 듯 했다.

  한편 책을 읽다 보면 백종원이 장사에 성공할 수밖에 없는 비결을 자연히 알게 된다. 사람들은 그에게 ‘언제 쉬느냐?’고 묻지만, 그에게 식당은 직장이자 놀이터다. 그는 신메뉴를 만들고, 새로운 식당을 창업하는 일이 즐겁고 행복한 놀이다. 그래서 그의 식당들은 하나같이 활기가 넘친다. 

 

  마츠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서비스란 곧 사람이 지켜야 할 올바른 예의”라고 했다. 손님은 직원들의 예의에 돈을 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되는 가게는 생기生氣 즉, 생생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직원들의 생기는 가장 훌륭한 서비스다. 활기찬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큰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 외쳐주는 것, 그것이 서비스의 처음이다. 손님이 더 필요한 것이 없나 먼저 살펴 챙겨주고,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손님의 등에 대고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를 외치며 큰 인사를 하는 것은 서비스의 마지막이다. 장사는 서비스에서 시작하고, 서비스로 마무리한다.

  ‘내 집에 온 손님을 대하듯 하라. 그러면 장사는 필히 성공한다.’ 말이 있다. ‘장사’의 기본은 손님들에게 질 좋은 물건을, 팔릴 만한 자리에서 팔리는 방법으로 파는 것이다. 여기에 친절한 서비스와 믿음을 모두 갖추었을 때, 성공하는 ‘장사’할 조건을 갖추게 된다.

 

  글을 읽으면서 뛰어난 맛과 품질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백종원의 모습에서 집에 놀러온 자녀의 친구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사랑방에 군불을 피우고, 장롱에 꼭꼭 숨겨둔 새 이불을 꺼내는 어머니의 마음을 느꼈다. 이러한 진심어린 마음으로 아낌없이 손님을 대접한다면 손님은 필히 정감情感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사의 핵심이고, 비즈니스의 핵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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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펀드매니저와 거래하라 - 냉혹한 투자 게임에서 내 돈을 지키려면
찰스 D. 엘리스 지음, 이건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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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장 수익률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인덱스 투자 뿐이다!

 

  “부자가 되고 싶거든 버는 것보다 덜 쓰면 된다”고 부자들은 말한다. 명쾌하고 당연한 말,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말이다. 보통사람들은 돈을 벌기도 어렵지만 지키기가 훨씬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벌어들인 족족 장롱 깊숙한 곳에 숨겨놓으면 되지 뭐가 어렵냐고 묻는다면 필경 재테크의 초짜의 답변일 것이다. ‘번 돈을 지킨다’는 말은 곧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돈의 가치로부터 지킨다’는 뜻이다.

  ‘돌고 돌아야 한다는 뜻으로 ‘돈’이란 이름이 생겼다‘는 우스개 소리처럼 돈은 오래 지니고 있으면 있을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저축을 하든, 남에게 이자를 받고 빌려주든, 돈을 돌려야 한다. 그래야 매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떨어지는 돈의 가치로부터 내 돈을 지킬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바로 투자다. 하지만 이 투자란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자칫 잘못 판단해서 투자했다가는 피땀 흘려 모은 금쪽같은 내 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송두리째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나는 증권사에 근무하는 친구의 솔깃한 말에 혹해 3년 동안 모았던 종잣돈으로 난생 처음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책 몇 권 읽고 나니 조금은 알 것도 같고,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자문도 얻어 재고 또 재서 몇 종목을 골라 매수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살 때만 해도 전도유망하던 주식은 연일 하한가를 치더니 멀쩡했던 가가멜(사람)이 스머프(키작은 요정)가 되어버린 것처럼 이내 투자금이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상승장에는 내가 투자한 종목만 빼고 다 올라가는 듯해서 매일매일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했다. 말 그대로 장차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위해 현재 자금資 을 던지는投 행위인 투자投資가 수익은커녕 손실만 계속되고 있으니 더 이상 ‘투자’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도 무안할 지경이었다.

 

  다소 급한 성격인 데다, 한곳에 몰입하면 세상을 잊을 정도로 덤벼드는 편이어서 그 후 주식투자만큼은 절대로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건만, 몇 해 전 저금리시대가 되자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또 다시 주식시장에 발을 담가버렸다. 투자의 시작 때 먹은 마음은 주식을 매입한 사실조차 잊을 만큼 오랜 기간 동안 가지고 있기로 한 ‘가치투자’였지만, 날로 흉흉해지는 주식시장의 경색장을 잊고 지내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매일같이 장이 마감되는 오후 세 시만 되면 종가를 따져보고, 퇴근 후에는 집에 돌아와 내일 시장분위기를 점치며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만 갔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투자내역을 몇 번을 들여다봐도 수익은 없고, 손해만 보이니 답답함도 더해갔다. ‘나도 별 수 없는 허리 끊어진 개미가 된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더해졌다. 결국 투자금은 반토막이 되어버렸고, 약 8개월 동안 맘고생에 건강도 생활도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러던 지난 해 말 선배로부터 ‘행복한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매일 널뛰듯 등락하는 주가지수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투자인생은 결코 행복할 수 없고, 바람직한 투자라 볼 수 없다는 것이 '불행한 투자'에 대한 선배의 지론이다. 선배의 말인즉 투자를 해서 ‘얼마나 많은 수익률을 올리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수익을 얻는가’ 하는 문제는 더욱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투자는 ‘투자를 하는 순간 잊어버릴 수 있는 투자’이며, 이 때 비로소 ‘가치투자와 장기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투자한 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일에 열중하며 현재 5-6 년째 꾸준히 ‘행복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선배의 말을 귓등으로 흘렸다. 선배가 이렇다 할 큰 부자가 되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이젠 틈만 나면 그 선배를 만나 귀를 기울여야겠다. 세계적인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가 “투자전략과 운용에 대한 역대 최고의 책”이라 평하는 이 책에서도 ‘행복한 투자’야말로 가장 현명한 투자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찰스 엘리스Charles D. Ellis의 <나쁜 펀드매니저와 거래하라>(중앙북스)를 읽었다. 원제목은 패자의 게임에서의 승리Winning the Loser's Game이다.

 

 



 

 

  저자인 찰스 엘리스는 전 세계 주요 기관들이 투자스승으로 모실 만큼 뛰어난 투자 컨설팅 전문가이다. 그는 주식투자를 아마추어들이 벌이는 테니스 게임, 즉 실수를 더 적게 하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으로 보았다.

 


  “투자 게임은 아마추어 테니스 게임과 같다. 나의 실력이 아니라, 상대의 실수 때문에 점수를 얻는다. 그래서 투자는 이기는 선수를 뽑는 게임이 아니라 지는 선수를 걸러내는 냉혹한 ‘패자 게임’이다. 높은 수익을 얻고 싶은가? 시장을 이기고 싶은가? 당장 성과를 확인하고 싶은가? 당신의 이러한 요구사항에 펀드매니저가 흔쾌히 Yes라 답한다면, 절대 그를 믿지 마라. 패자 게임에서 살아남는 건 아무 보장도 하지 않고 무리해서 수익률을 높이려 들지도 않는 ‘나쁜 펀드매니저’들이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에게는 두 가지 투자원칙이 있다. 첫째는 투자한 돈을 절대로 잃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첫 번 째 원칙을 절대로 잊지 않는 것이다. 잃을 것을 생각하고 투자하겠냐마는 투자직전까지 망설이다가도 매수를 하기만 하면 나는 꼭 이길 수 있을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투자를 망치게 한다. 워런 버핏의 투자원칙은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체계를 구축하라’는 가르침이다.

  저자는 투자자로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건전한 정책을 수립하고, 자제력과 인내심, 그리고 투지를 동원해서 끈기있게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로서 저자의 조언을 따르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역자의 말대로 인간은 투자분야에 있어서는 ‘아주 드물게 합리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나쁜 펀드매니저‘다. 저자가 말하는 나쁜 펀드매니저란 먼 미래의 큰 이익을 위해 당장의 손해는 감수하라고 말하고, 고객의 충동적 결정에 반대를 하며, 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결정하지 않는 지금 당장 고객에게는 불편한 펀드매니저다. 하지만 나중에는 좋은 선택을 해준 현명한 펀드매니저를 말한다. 그렇다면 현실 세계에 ’나쁜 펀드매니저‘가 있을까? 찾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찰스 엘리스는 독자들에게 나쁜 펀드매니저 대신 ’투자 드림팀‘은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워런 버핏, 찰리 멍거, 피터 린치, 조지 소로스 등 세계적인 투자자와 부자들 그리고 세계 일류 분석가와 펀드 매니저들의 생각이 모인 것이 바로 인덱스 펀드index fund다. 저자는 나쁜 펀드매니저 대신 ’인덱스 투자'를 하라고 권한다.

 


  “인덱스펀드는 시장을 복제하는 것이므로 오늘 날의 주식시장에 최선을 다해 투자하는 부지런한 전문가들의 결집된 역량이 모두 담겨 있다. 지식이 늘어남에 따라 전문가들은 시시각각 자유롭게 투자판단을 바꾸고, 시장에는 항상 최근에 형성된 전문가들의 합의가 반영된다. 인덱스투자를 하면 우리는 투자의 드림팀을 거느리는 혜택뿐 아니라 다른 중요한 혜택도 자동적으로 얻게 된다. 마음의 평화가 바로 그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투자를 하는 순간부터 후회와 근심에 시달린다. 둘 다 불필요하다.” 본문 57쪽



 

  인덱스 투자는 수수료와 세금, 운영비용 등이 적게 들어 다른 투자수단보다 강력한 경쟁우위를 확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펀드매니저들과 대부분의 고객들에게는 ‘평균에 안주하는 새가슴들이나 하는 투자’로 불리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수수료와 운영비용이 적고, 무엇보다 자주 갈아탈 수 없기 때문에 인덱스 투자에 무관심하고, 개인투자자들은 수익률도 낮고, 너무 장기적이어서 ‘스릴’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찾지 않는다.

  하지만 워런 버핏조차 기관과 개인을 통틀어 대다수 투자자에게 가장 좋은 주식투자 방법은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덱스펀드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저자의 말을 마저 들어보자.

 


  “인덱스펀드는 놀랄만한 선택의 자유를 선사한다. 인덱스펀드를 선택하면 투자자는 사실상 아무런 노력도 들이지 않고 항상 시장을 따라갈 수 있다.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시점, 장소, 기간을 선택해 투자하면 그만이다. 언제든 폭넓은 투자범위에서 한 부분을 신중하게 선택해 길든 짧든 원하는 기간만큼 투자할 수 있다.” 본문 59-60 쪽



 

  저자는 장기투자 프로그램은 적어도 10년쯤의 시간지평을 고려해야 최적화된다고 보았다. 또한 인덱스 투자는 높은 수익, 낮은 보수, 낮은 운용비용, 낮은 세금, 낮은 실수 위험의 장점 이외에도 중목군 위험과 개별종목 위험을 분산해서 없어주고 궁극적으로 전체 시장을 복제하는 포트폴리오여서 시장수익률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게임에서 내 돈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지식하고 소심해서, 결국은 ‘나쁜 펀드매니저’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나쁜 펀드매니저는 곧 인내심이 강하고, 꿋꿋한 펀드매니저인 ‘인덱스 펀드’임을 더불어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덱스 투자는 ‘적은 고뇌’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투자 이외의 인생을 만끽할 수 있는 ‘행복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배웠다. 저자 역시 이 책을 통해 투자실적을 최대한 올리려고 발버둥치기보다는 재정적인 안정과 자유를 확보하고 안락한 인생을 즐기는 편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나만의 투자법을 스스로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일독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1985년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수학 교재로 치자면 ‘정석 수학’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시중에 쌓여있는 ‘얕은 지식으로 무장된 방법론’들은 제 아무리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듣기 좋다고 한들 한 달 지나면 쓸모없는 정보가 되는 ‘선데이 서울’을 가지고 공부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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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에 속지 마라 - 기대하지 마라, 예측하지 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이건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워런 버핏은 단지 운이 좋은 바보일 뿐”


김은섭 |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의 저자경향신문   

오마하의 현인, 가치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한동안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에도 올랐던 명실공히 이 시대 최고의 투자자다. 하지만 ‘그는 단지 운이 좋은 바보일 뿐’이라고 말하는 바보 같은 사나이가 있다. 바로 <블랙 스완>을 쓴 나심 니콜라스 탈렙이다. 그는 워런 버핏이 실력이나 기술로 주가동향을 산술적으로 정밀하게 분석해서 매년 수익을 안겨준 것이 아니라 온전히 연속된 ‘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탈렙은 <행운에 속지마라>(원제 Fooled by Randomness)(중앙북스)에서 “인간에게는 시장의 앞날을 예측하는 능력이 없고, 우리가 시장의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과거에 결코 발생한 적 없는 사건이 미래의 어느 순간엔가 반드시 벌어진다는 사실”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의 “나중에 다시 보니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는 식의 후견지명(後見之命)적 분석을 경계했다. 나아가 버핏과 같은 사람에 대해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단지 운이 좋은 바보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탈렙은 우선 사람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있어 한계와 결함을 갖고 있다고 믿는 비관론자다. 그래서 인간은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행운에 속지 않는 두뇌와, 행운에 완전히 속아 넘어가는 감정 사이에서 평생 싸움을 벌이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간이 종교나 개인적 행동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지성적이 되는 반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지극히 비합리적으로 대응한다고 설파한다. 그 때문에 늘 엉뚱하고 바보 같은 판단을 내리고 있음을 현대 행동과학의 사례들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계량 트레이더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투자관은 무엇이고, 성적은 어떨까? 탈렙의 투자관의 핵심은 “하얀 백조를 아무리 많이 보아도 모든 백조가 하얗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검은 백조가 한 마리만 나타나도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는 ‘블랙 스완’에 있다.

즉 그는 검은 백조가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 투자 철학을 세우고 옵션을 매도하지 않고 매수만 했다. 또한 그는 시장의 단기 움직임에 돈을 걸지 않고, 양방향 매수로 시장이 오르고 내릴 가능성 모두에 돈을 걸었다. 매일 조금씩 늘어나는 손실의 고통을 감내했던 그에게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뜻밖의 사건(블랙 스완)이 되었고 수십억달러나 되는 엄청난 돈을 벌어 들였다. 야성적 충동을 억누르고 만약의 사건을 대비하며 고통스러운 과정을 참아온 그의 투자방식은 새가슴 투자가 아닌 용기 있고 소신 있는 투자였던 것이다.   
 
탈렙이 자신의 주장을 더욱 쉽게 설명하기 위해 동원하는 과학·철학·사회·고전역사·고전문화 등은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지게 한다. 유명한 경제학자와 투자전문가들에 대한 비판과 독설 또한 가득하다.  


이런저런 재미가 곳곳에 숨어 있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자칫 길을 잃고 헤맬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럽고 어려움을 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운에 속지마라>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진정한 투자의 왕도, 즉 ‘백전불태(百戰不殆)의 투자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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