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경영하라
구본기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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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가짜 재테크에 휘둘리지 않는 법!


   지금은 재테크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한국경제는 쪼그라들었다. 돈을 벌 꺼리가 없고,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투자할 돈이 없다. 가계대출이 1000조원을 넘은지 이미 오래, 그 옛날의 투자방법으로 접근했다가는 쪽박차기 십상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경제 전체가 점점 북극의 빙하처럼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 만나는 경제신문 1면을 보고 있노라면 18년 전 외환위기 직전의 신문들을 생각나게 한다. 벌었다는 이야기는 하나 없고, 생산라인과 규모는 절반으로 줄이고, 일하던 인력은 두부 끊듯 자르고 있다. 앞으로 엄청 벌거라고 그러니까 규제를 풀고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는 청사진만 그득하다.


그럴진대 무슨 재테크관련서란 말인가. 하던 일 계속하면 다행이고, 밥 굶지 않고 돈 빌리지 않으면 황공할 따름이다. ‘부동산 임대? 복리 효과? 레버리지 투자?’ 등 불과 몇 년 전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투자 방법들은 이젠 신기루이고 소설 속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10여 년 전, 재테크는 노동 없는 미래를 약속했다. 우리는 그 매력에 이끌려 벌 떼처럼 투자처를 찾아 이리저리 헤맸다. 하지만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대박은커녕, 중박도 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름하야 재테크의 배신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에 본격화되었다. 주가는 박스권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명백한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가계부채 1,000조 원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제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는 투자가 아닌, 빚 상환이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가계부채 1,000조 원 시대의 해법은 금융(재테크)에 있지 않다. 오직 노동, 즉 월급에 있다. 까닭은 단순하다. 빚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빚을 갚고 싶은가? 그럼 어딘가에서 일을 해 돈을 벌어야만 한다.“ (63~64)

 

<월급을 경영하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재테크 책이다. ‘저축, 보험, 소비습관부터 부동산, 노후까지 월급이 전 재산인 당신을 위한 돈 굴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출판사가 설명할 만큼 객관적으로 서술했고, 현실에 대한 냉정한 서술을 읽고 있노라면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다. 읽어 나가면서 그러게.”를 연발하게 하는 이 책을 좀 더 들여다보자.

 

놀랍게도 사람들은 대출이자를 ()이 아닌 것으로 취급한다. 사람들에게 빚이 얼마냐?“하고 질문을 해보면 안다. 백이면 백, 대출 원금만을 답한다. 하지만 이자도 명백히 지불해야 하는 이고 이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내게 연 10%의 이자로 1,000만 원을 빌렸다. 당신은 1년 뒤에 이자와 원금을 일시에 상환할 예정이다. 당신의 빚은 얼마일까? 그렇다. 1,100만 원이다. 이렇게까지 예를 들었음에도 가끔씩 이자도 빚이라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자와 원금을 합쳐서 생각하기가 그만큼 힘든 것이다.

나는 그럼 사람들을 만날 때면 빚의 사전적 정의가 남에게 갚아야 할 돈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당신이 갚아야 할 돈은 1,000만 원인가요? 1,100만 원인가요?” (128)

 

빚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남의 돈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들을 경계한 말인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거다. 대표적인 예가 주택담보대출이다. 사람들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 1, 2억 씩 빌리면서 그로 인한 이자를 월세 대신 내는 돈정도로 여긴다.

물론, 은행이 돈을 빌려준다며 꺼낸 이야기였고, 일견 지금까지는 통하는 말이었다. 은행이 지금까지 매년 대출계약을 경신하면서 원금 상환 유예를 해줬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그렇게 대출을 받아 집(아파트)를 사면 집값이 매년 올랐으니 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일부를 제외하고 아파트 가격이 보합세이거나 약세로 돌아선 지 이미 오래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도 앞으로는 원금 + 이자를 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돈을 버는 족족 부채를 줄여야 한다.

 

복리적금은 고작 해보아야 연 2~3% 대의 이자를 주지만, 마이너스 통장은 그 몇 곱절의 이자까지도 받아간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통한 돌려막기또한 월 복리다. 당신이 A카드에서 연 이자 24%의 조건으로 100만원 현금서비스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되면 당신이 다음 달에 갚아야 할 이자는 24%1/12에 해당하는 2%, 2만 원이다. 당신은 그것을 원금에 더해 102만 원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신은 102만 원이 없다. 그래서 B카드에서 102만원을 현금서비스 받는다. 드디어 돌려막기가 시작된 것이다.” (130)

 

지금의 경기와 경제상황에서 빚이 있다면 투자도 저축도 다 미련한 행위다. 돈을 모으기도 힘들지만 만약 모았다면 저금리에 묶인 통장에 넣을 것이 아니라 금리 몇 배에 해당하는 이자율의 대출금 상환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럴 돈은 어떻게 모아야 할까?

 

당신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동시에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람은 그리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의 태반은 감성이다. 누군가를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로 이끄는 것은 전쟁에 참여함으로 인해서 얻게 될 각종 이득이 아니다. 이성 바깥에 존재하는 감성인 것이다.

소비도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당신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 이유, 내가 이마트에서 옷을 사는 이유는 모두 감성 때문이다. 매일, 매분, 매초에 감성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지독한 짠돌이도 어떤 때는 감성에 취해서 낭비를 한다. 이왕 빚을 갚기로 마음먹었다면 어쩌다 하는 낭비의 가능성을 아예 차단해버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차단의 방법 중 가장 손쉽고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용카드를 자르는 것이다.“ (152 )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를 자르라고 말하면 신용카드 혜택을 포기할 수 없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신용카드로 한 달을 앞당겨서 살고 있기 때문에 자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저자는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이른바 돈맥경화를 해결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저축과 보험 등을 깨서 다음 달에 돌아올 빚을 갚는다.

둘째, 조금씩 현금흐름을 개선해서 다음 달 또는 다다음 달에라도 신용카드를 자른다.

셋째, 당장에 신용카드를 자르고 한 달을 거의 무일푼으로 살아간다. 나는 보통 세 번째 방법을 권한다.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151 )

 


2000년대 초반 친한 선배는 사업을 하다 부도를 맞은 후 대부업체의 빚독촉에 심하게 시달렸다. 어느 날 새벽 온 몸에 흙이 잔뜩 뭍은 채 퍼런 입술로 내게 온 적이 있다. 남한산성에 끌려가 목만 내놓고 묻혔었다고...한 달 후까지 갚지 않으면 정말 묻힐지도 모른다고 했다. 제대로 빚독촉을 받아본 사람은 안다. 벌거벗고 두문불출할망정 독촉 없는 세상을 선택한다. 우리는 이콘 즉 경제적 원칙에 완벽하게 부응하며 사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은 때로는 나도 모르는 새 지갑을 꺼내게 만든다.

 

이 밖에도 분양 아파트 매입을 피해야 하는 이유, 무주택자의 전세 활용법, 절대 손해 보지 않는 보험 가입법 등 얇아지는 지갑을 지키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금쪽같은 조언이 그득하다.


독자마다 입장과 처지가 다르니 100% 공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가 던지는 재테크에 대관한 현실감 있는 문제제기는 독자로 하여금 나는 이대로라면 과연 돈을 모을 수 있을까?’ 하는 화두를 던진다.

가지기도 힘들지만, 지키기는 더 힘들어진 오늘, 이 책을 읽고 그간 고민했던 투자처 모색보다는 부채상환을 제 1목표로 해야겠다고 재설정했다. 여러분도 이 화두에 천착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간다면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끝으로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면서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이유이기도 한 대목을 소개한다. 읽어서 구미가 당긴다면 꼭 구입해서’(재테크서는 혼자 읽을 것이 아니라 가족과 공유해야 빛을 발한다) 읽으시길.

 

누군가가 이 책의 핵심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해달라고 주문한다면, 나는 전력을 다해 빚부터 갚아라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주장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다시 묻는다면, ‘상식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 책 어디에도 대단한 이론은 없다. 300페이지 가까이 펼쳐지는 수십 개의 주장과 논리는 지극히 상식적이다. 3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1. 대출이자율이 예금 이자율보다 높기 때문에(대출이자율 > 예금 이자율) 저축을 깨서 대출 먼저 갚아야 한다.

2. 대출이자는 확실한 반면, 투자수익은 불확실하니, 빚을 내 투자를 하려는 시도는 무모하다.

3. 보험사가 보험금 지금약속을 자꾸 저버리니, 덮어놓고 믿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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