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성인의 부자 지침서
존 보글 지음, 이건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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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펀드>를 만든 월스트리트의 양심 '존 보글', 주식시장에 일갈하다!

 

  존 보글John C. Bogle은 말했다. “충분함을 알아라.” 우연한 성공에 도취되어 너무 규모를 키웠다가 말 그대로 ‘거지’가 된 사업가, 상자 하나에 가득 담긴 현금뭉치에 현혹되어 평생을 일궈놓은 명성을 날리고 쇠고랑을 찬 정치인, 선무당 즉, ‘초심자의 행운‘인 것을 모르고 마치 행운의 여신 운운하며 가산을 도박으로 탕진한 사람들. 이들에게 닥친 모든 화禍의 근원은 ’충분함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 보글을 이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금융인들이 엮어낸 금융 시스템과 기업세계에 대해 일갈을 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충분함을 모르는 민주자본주의를 살고 있기 때문에 작금과 같은 슬픈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훌륭한 화두를 던진 존 보글John C. Bogle이 누굴까?

  존 보글은 뱅가드그룹을 설립하여 1975년 세계 최초로 인덱스펀드를 개발한 세계 투자계의 거장이다. 그는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철학으로 투자를 해오면서 ‘월스트리트의 성인St. John’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0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를 지켜보면서 금융인과 투자자에게 돈과 비즈니스 그리고 인생에 있어 추구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올해 책을 폈다. 원제목은 Enough: True Measures of Money, Business, and Life. 한국판 제목은 <월스트리트 성인의 부자지침서>이다. 



 

 그의 목소리를 빌려 ‘충분함’에 대해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충분한 줄 모르면 직업적 가치가 타락한다. 투자를 위임받은 수탁자들이 세일즈맨으로 전락하고 만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시스템이 계산을 바탕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된다. 더욱 나쁜 일은, 충분한 줄 모르면 우리는 인생 전반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는 점이다.” 12쪽

  존 보글은 이 책에서 충분함enough을 모르면 부에 대한 숭배와 직업윤리의 타락, 나아가 인격과 가치의 파괴까지 경고했다. 의 이러한 경고는 금융 산업에 종사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이봐, 금융인으로서 이건 아니잖아?”라고 반문하고, 투자자에게는 “당신은 돈을 벌려고 투자하는지 모르지만 투자회사에 돈을 맡기는 순간부터 돈을 잃고 있는 겁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 전반에 걸친 내용들은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금융시스템의 문제점과 주식시장은 급속하게 팽창되었음에도 정작 큰 이익을 본 투자자가 없는 이유(없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월스트리트의 산증인이자 원로로서 금융계에 던지는 경고이자 은퇴자의 양심선언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펀드매니저들이 어떤 분야의 귀재라고 굳이 표현하자면, 이들은 투자자의 돈을 빼내는 데 귀재라고 할 수 있다. 2007년에 뮤추얼펀드 시스템에서 발생한 직접 비용(주로 운용보수와 마케팅 비용)이 모두 1천억 달러가 넘었다. 여기 더해서 펀드는 증권회사에 거래수수료 수백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으며, 변호사와 기타 관련 회사들에도 간접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펀드 투자자들은 투자상담사에게도 매년 약 100억 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략)

 이런 비용이 매년 거듭해서 발생한다는 점을 잊지 마라.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면(내 생각에는 증가할 것 같지만), 전체 중개비용이 10년 뒤에는 무려 6조 달러에 이를 것이다. 이 금액을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15조 달러이고, 채권시장의 시가총액이 30조 달러인 점과 비교해보라.” (53-54 쪽)

  현재 우리나라의 펀드상품 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수신고가 많은 펀드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에는 펀드매니저들이 수시로 바뀌고 있고, 자기자본으로 투자해 본 경험도 없을 것 같은 나이의 펀드매니저들도 참여해 투자자의 돈을 굴리고 있다. 투자자에게 좋은 펀드상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먼저 필요하다는 말은 차라리 그런 안목으로 ‘직접투자에 나서라’고 이야기하는 편이 더 빠르다. 평생 동안 모은 투자자의 종자돈은 투자수익은커녕 이해할 수 없는 갖가지 명목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펀드주식투자 시스템의 실상이다. 높은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이 투자자들이 보상을 받는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존 보글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금융 시스템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문제는 이런 가치를 얻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 가치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답은 명백하다. 금융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부문일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스스로 지불한 비용 수준과 비슷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유일한 산업이다. 실제로 간단한 산수의 잔인한 법칙에 따르면, 투자자들 전체로 보면 이들은 자신이 지불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역설적으로 말해서, 투자자들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보상을 모두 받을 것이다!).” 55쪽 

  그는 또한 금융산업 종사자들의 직업적 윤리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류 펀드매니저들은 수억 원의 연봉을 챙기고, 실패해서 쫓겨나는 CEO들을 포함한 상장회사의 CEO들은 외설적인(존 보글의 표현에 의하자면) 수준의 보상을 받고 있다. 상품취급에 앞서 자세하게 이해도 하지 못한 채 투자자를 유치해 키코와 파생상품의 투자에 따른 손해를 입히고, 대마불사 운운하며 아직도 ‘투자자의 자금을 소중하게 키우겠다’고 연일 선전하고 있다. 존 보글은 금융산업 종사자들의 모럴 헤저드 즉, 도덕적 해이를 꼬집었다. 쉬운 예로 매년 금융산업으로 몰려드는 구직자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의 동기가 업業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려는 쪽일까, 아니면 사회로부터 얻어가려는 쪽에 비중을 더 두고 있을까? 땅짚고 헤엄치듯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정리해보자. 존 보글의 충고를 따르자면 투자자는 우선 ‘충분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주위의 잭팟에 귀 기울이지 말라는 충고일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의 금융 투자시스템으로는 절대로 돈을 벌 수 없다는 조언이다. 번듯한 회사와 다양한 상품, 친절한 서비스와 혜택 운운하는 매체의 광고들은 투자자들을 수익원으로 보는 투자회사들의 상술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디에 투자해야 한단 말인가?

  존 보글은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인덱스 펀드가 무엇일까? 인덱스 펀드는 증권시장의 장기적 성장 추세를 전제로 하여 주가지표의 움직임에 연동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운용함으로써 시장의 평균 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포트폴리오 운용기법을 말한다. 인덱스 펀드는 최소의 인원과 비용으로 투자위험을 효율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하여 가능한 한 적은 종목으로도 주가지표의 움직임을 근접하게 추적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자산운용의 핵심이다.

 인덱스 펀드의 장점은 효율적인 분산화 실현, 증권매매에 따르는 비용 절감, 저렴한 운용비용, 투자자 스스로에 의한 운용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단점으로는 목표 인덱스보다 낮은 투자성과, 구성종목 교체의 곤란성, 비편입종목에의 악영향, 증권업계의 침체 등이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서 발표되고 있는 주요 인덱스에는 코스피지수(KOSPI: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와 코스피200지수, 한경지수, 매경지수 등이 있다.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익히 아는 운영기법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좀처럼 들은 바가 없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해서 은행의 예금 등으로 투자금이 빠져나가려고 하면 그때서야 매체에 등장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인덱스펀드는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과 증권매매에 따르는 비용이 절감되고, 운용비용이 절감되는 점, 마지막으로 투자자 스스로에 의한 운용한다는 점들은 투자회사의 입장에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 운영기법이기 때문에 되도록 언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있어서는 인플레이션을 보전하는 효과가 있는 이 상품이 제격이다. 개미투자자들의 친구인 ‘시골의사’ 박경철도 지난 해 낸 책 <주식투자란 무엇인가>에서“주식시장에 대해 충분한 공부를 하지 않고는 주식투자를 하지 마라. 그래도 해야겠다면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자기가 만든 인덱스펀드에 투자를 종용하기 위해 일부러 책까지 쓰며 금융시스템을 폄하하는 것 아닌가?’ 하고 반문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금융시스템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존 보글은 실제 시장과 기대 시장을 비교해 투자와 투기를 구분 지었다. 그리고 숫자에 근거한 투자(인덱스펀드)와 기대치가 부여된 투자(일반펀드)중 무엇이 투기인지를 독자 스스로 알 수 있도록 이렇게 물었다.  

  “어느 쪽이 이기는 게임이고 어느 족이 지는 게임인가? 실제 숫자와 실제 수익에 돈을 걸고, 주식을 매입하여 장기 보유하는 쪽인가?(이것이 투자다). 아니면 예상하는 숫자와 만들어낸 수익률에 돈을 걸고,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대신 잠시 빌리는 쪽인가?(이것이 투기다). 복권에서든, 라스베이거스에서든, 경마장에서든, 월스트리트에서든, 도박은 하면 할수록 승산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당신은 투기를 할지 투자를 할지 결정하는 일은 고민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 63-64 쪽

  결정적으로 존 보글은 시점선택의 동기가 탐욕이든 공포든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이든, 필연적인 사실은 투자자 전체를 놓고 보면 시점선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존경하는 워런 버핏의 내기를 예로 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2008년 중반, 워런 버핏은 헤지펀드를 선택해서 투자하는 히사인 프로테제 파트너스Protege Partners와의 내기에 21만 달러를 걸었다. 2017년까지 10년 동안 뱅가드의 대표상품인 S&P 500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이, 프로테제의 자칭 전문가들이 선정한 5대 헤지펀드(필연적으로 투기적이고, 자유분방하며, 마구 거래를 일으키고, 시점선택을 시도한다)의 수익률보다 높다는 쪽에 돈을 걸었다.”

  또한 그는 상장지수 펀드ETF 나 펀더멘털 인덱스투자, 상품펀드, 브릭스 펀드와 국제펀드 등을 대부분 쓸모없는 혁신상품이라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까지 강조한 상품은 가장 기본적인 투자수단인 인덱스펀드였다. 그 이유는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철학으로 월스트리트에서 평생을 몸바쳐온 그가 만든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시 이 상품에 투자해 차고도 넘치는 많은 부를 이룩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 책을 일독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인덱스펀드를 만들어낸 장본인에게서 2009년 현재의 시점에 인덱스펀드를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와 함께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투자금융시스템이 누구를 위한 혁신을 이루고 있으며, 누구의 수익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지 현주소를 알게 될 것이다. 

  지난달에 읽은 워런 버핏의 <스노볼>이 “직접투자하려면 어느 정도는 공부하고 덤벼야 해. 그리고 복리효과를 잊지 말라고!”라고 조언했다면, 이 책에서 존 보글은 “넉넉한 생활과 행복한 투자를 원한다면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미 죽어서 삼 대에게 물려줘도 남을 만큼 부를 축적한 이들이 굳이 ‘책을 낸 이유’는 죽기 전에 투자자들에게 ‘현명하게 투자하는 법’을 알리기 위함일 것이다. 아니면 찌라시나 유언비어에 번번이 속고 있는 개미투자자들이 답답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존 보글이 투자자들에게 던진 화두는 ‘충분함을 알라’는 것이다. 그러면 투자는 물론 사업과 인생에서도 행복함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 그릇을 알고, 제 깜량을 안다면 대박이나 잭팟이 삶의 유일한 해답이 아님도 알게 될 것이다. 투자자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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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1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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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나면 워런 버핏의 어깨너머로 주식시장을 보게 될 것이다! 

오늘 찌라시엔 얼마나 많은 테마주 소식이 떴고, 얼마나 많은 소문과 ‘카더라 통신’이 떴는지...그리고 이를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돈을 새로운 투자처로 옮겼는지 궁금해진다.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죽어서 천국에 간 어떤 석유 시굴자가 있다. 성 베드로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네 기록을 다 살펴보았는데, 너는 천국에 갈 수 있는 모든 자격을 갖추었더구나.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여기 천국에서는 석유 시굴자는 무조건 천국으로 보내기로 원칙을 정해놓는 바람에 너도 저기 대기소를 보면 알겠지만,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서 네가 들어갈 자리가 나지 않겠어.” 그러자 석유 시굴자는 “제가 고함 한마디만 질러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성 베드로는 벼롤 어려운 부탁도 아니어서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석유 시굴자는 두 손으로 손나팔을 만들어 큰 소리로 외쳤다. “지옥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

그러자 대기실 안에 있던 석유 시굴자들이 번개같이 바깥으로 뒤어나와서 곧바로 지옥으로 달려나갔다. 이를 지켜본 성 베드로는 “머리를 제법 잘 쓰는구나. 그럼 이제 대기실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천국갈 준비나 하고 있거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석유 시굴자가 잠시 망설이면서 아무 말 하지 않더니 “잠깐만요, 나도 그 친구들 따라서 지옥으로 가봐야겠습니다. 소문이 그렇게 나고 사람들이 모두 간 걸 보면 아무래도 진짜로 뭐가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주식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이렇게 느끼고 행동합니다.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진짜로 뭐가 있을 거라고 너무 쉽게 믿어 버린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한 사람은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다. 그는 IT혁명이라 불리는 1999 년, 세계적인 거부들과 IT업체의 CEO 들이 모인 선 밸리의 앨런 앤드 컴퍼니 컨퍼런스의 연설에서 ‘나쁜 생각보다는 좋은 생각 때문에 더 많이 곤란을 당할 수 있다’는 벤 그레이엄의 말을 빌려 인터넷주를 포함한 기술주 경기들이 너무 높아졌다며 지나간 몇 년 동안 주가가 치솟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섣불리 미래를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워런 버핏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을 예측한 내용이었다. 참가한 귀빈들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주가가 하락한 버크셔 해서웨이가 경기를 놓친 것을 합리화한다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샴쌍동이(워런 버핏는 그가 가장 친애하는 친구들을 일러 이렇게 말했는데, 그중에는 찰스 멍거와 아들과 같이 여겼던 친구 빌 게이츠가 포함된다) 같이 여기는 빌 게이츠가 기술주의 특혜자인데 어떻게 막차까지 놓쳤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이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면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인터넷은 브릿지 게임을 위한 도구일 뿐 투자대상이 될 수 없다. 난 그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책 <스노볼THE SNOWBALL>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워런 버핏을 파헤친 평전일 것이다. 저자인 앨리스 슈뢰더Alice Schroeder는 워런 버핏의 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에 대한 보고서를 썼던 계기로 알게 되었다. 버핏은 자신에 대한 글을 써줄 만한 사람은 그녀뿐이라 판단하고 직접 그녀에게 자신의 '전기'를 써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만약, 나의 진술과 주위 사람들의 진술이 다르거든, 주위 사람들의 진술을 써 주시오." 버핏의 겸손함에 저자는 글을 쓸 것을 수락했다. 그리고 무려 6년에 걸쳐 무차별적인 인터뷰와 주위의 증언을 모아 쓴 책은 국내판으로는 무려 2,000여 페이지다. 

나는 먼저 버핏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생각해 봤다. 우선 시기적으로 앨리스 슈뢰더에게 책을 써줄 것을 요청한 때를 생각해 보면 사실 헤어졌지만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했던 전 아내 수지 버핏이 죽음을 앞둔 시기와 엇비슷해진다. 버핏에게 있어 수지의 죽음은 큰 변화의 전환점이 된다. 게이츠 앤드 멜린다 재단에 거의 전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때도 이 즈음이고, 증여는커녕 돈을 빌려달라는 딸의 요청에도 “돈을 빌리려면 은행을 가야지?”라고 말했던 버핏이 5년 마다 100만 달러의 용돈을 주기로 한 시점도 거의 일치한다. 아마도 버핏은 몇 해전 그의 연인처럼 절친했던 친구 케이 그레이엄의 죽음을 경험했던 터라 전 아내 수지 버핏의 죽음까지 경험하게 된다면...하는 두려움으로 살아있을 때 평전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녀의 죽음 이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그림자같은 연인 애스트리드와 결혼도 했고, 지금까지 살아있음을 미리 예측했더라면 아마도 그는 자신의 평전을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억측도 해본다. 왜냐하면 독자인 내가 봐도 이것이 과연 ‘생존의 인물에 대한 평전일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신랄하고 객관적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이 나온 이후 저자와 버핏은 서로 소원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후문이 있다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는 지금도 20 년 동안 진절머리나도록 골치를 썩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산 후 후회했던 것 만큼 이 책을 낸 것에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예상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스노볼> 덕분인데, 이 책을 읽고 나면 ‘난 워런 버핏에 대해 조금은 알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버핏에 대한 의문 중에 두 가지는 그는 어떻게 ‘투자를 시작했는가?’하는 것과 <스노볼>의 소개에서 언급했던 ‘절도 행각을 벌인 버핏’이었다. 이 부분은 투자의 시작이라는 점과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의 버핏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따로 구분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워런 버핏은 어려서부터 돈을 밝혔다?

워런 버핏은 호승심好勝心이 강했다. 어린 워런이 좋아했던 놀이들은 대부분 승패를 겨루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상대가 없을 경우에는 자기 자신을 상대로 해서도 승부를 겨룰 정도였다. 그리고 세상에 있는 병뚜껑은 모두 모으고 싶을 만큼 수집욕收集慾이 강했다. 이런 취미와 관심은 숫자로 변했다. 여섯 살이 되면서 시간을 초 단위로 정확하게 측정하는 스톱워치에 깊이 매료 되었고, 이후 무슨 놀이든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는 재미에 빠진다. 이러한 놀이와 행동들은 그에서 무언가 소중한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을 가르쳤는데, 그것은 바로 확률이었다. 

워런 버핏의 첫 비즈니스는 껌 한 통을 낱개로 나누어 팔면서 생긴 2 센트의 돈이었다. 이 작은 돈의 수입은 그가 가졌던 취미와 관심의 총합이었다. 상대에게 물건을 팔면서 설득시켰다는 승리감과 가치가 있는 돈을 모은다는 수집욕, 그리고 보다 더 잘 팔 수 있는 확률과 방법을 궁리하게 했다. 이렇게 모인 이 작은 돈들은 장차 커다랗게 될 스노볼 속의 최초 몇 개 눈송이인 셈이었다. 열 살짜리 어린 워런의 인생을 바꾼 것은 벤슨 도서관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백동전처럼 반짝이는 <천 달러를 버는 천 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그 책 속으로 빨려들고 만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복리複利의 마술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어린 워런은 친구인 스튜 에릭슨은 집 현관 앞 계단에 앉아서 자기는 서른다섯 살에 백만장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 년 뒤인, 1942년 11살이 된 워런은 그의 전 재산인 120 달러와 누나인 도리스를 동업자로 삼아 ‘시티즈 서비스Cities Service'의 우선주 여섯 주를 샀다 각자 세 주씩 소유하고 여기에 들어간 돈은 각자 114.75달러였다.” 133쪽

이 때 워런은 자신이 선택한 주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누나인 도리스를 왜 끌여들였을까 궁금해진다. 어차피 세 주씩 나누어 가질 거면 굳이 누나와 동업자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이 때부터 펀드매니저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추천한 주식을 샀으니까 나중에 주식가격이 높아지면 팔 때 이익의 15%을 줘야 해. 알았지?” 이들이 사들인 여섯 주의 주가가 요동을 치자 그 부담감에서 벗어나려고 40 달러의 시점에서 5 달러의 이긱을 남기고 팔았다. 그 후 시티즈 서비스의 주가는 계속 치솟아 나중에는 한 주에 202 달러까지 올랐다. 이 투자에서 워런은 세 가지 교훈을 얻는다. 그리고 자신의 첫투자를 자기가 인생을 살면서 경험한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세 가지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교훈은 주식을 사면서 투자한 돈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교훈은 별생각 없이 작은 이익만 덥석 물고 물러나 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교훈은 다른 사람의 돈을 가지고 투자할 때와 관련된 교훈이었다. 만일 자기가 실수할 경우, 돈을 맡긴 사람은 자신에게 화를 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말 성공을 확신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돈을 맡아서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134-135 쪽

워런 버핏은 범죄자였다? 

어린 워런은 할아버지 집의 차고에서 누나 도리스의 파란색 자전거를 발견했다. 할아버지가 도리스에게 선물한 것인데, 이사를 하면서 가져가지 않고 맡겨 둔 것이었다. 워런은 누나의 이니셜이 새겨진 자전거를 제 것처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이 자전거에 웃돈을 얹어서 남자 자전거로 바꾸었다. 워런이 누나의 자전거를 훔친 행위는 시작에 불과했다. 중학교 시절 나쁜 성적, 세금 포탈, 그리고 가출은 물론 친구들과 어울려 시어스 백화점 지하의 스포츠용품점에서 골프 가방과 골프채, 골프공 등을 훔쳤다. 그들은 자신들의 절도행위를 ‘낚기’라고 불렀다. 고등학생인 워런의 이러한 일탈행동을 돌려놓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버지 하워드는 워런에게 돈을 버는 신문 배달을 못하게 하겠다고 겁을 줬다. 그 때에 대해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반사회적인 학생이었습니다. 8학년 그리고 9학년 때요. 나쁜 아이들과 어울렸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했습니다. 반역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불행했습니다.” 177 쪽

그의 일탈은 그를 외계에서 온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지극히 평범한 사람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난 네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안다. 그리고 나는 네가 100 % 완벽하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신문배달을 못하게 한다는 아버지 하워드의 협박은 어린 버핏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 지를 이미 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 후 버핏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돈벌이는 계속되었다. 골프장 근처 호수에 빠진 골프공을 잠수해서 건져내어 파는가 하면 낡은 핀볼 기계를 사서 위탁하는 이른 바 ‘자판기 사업’을 통해 어린 시절 읽었던 책 <천 달러를 버는 천 가지 방법>에서 배운 방법을 실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버핏은 50만 부 이상의 신문을 배달했고,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해 5천 달러의 눈덩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350명 가운데 16등이라는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워런 버핏의 투자 방식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은 벤저민 그레이엄이다. 하버드 대학에 입학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해 상심해 있던 버핏은 컬럼비아 대학교의 리플릿에서 벤저민 그레이엄과 데이비드 도도의 이름을 발견한다. 1949년에 출간된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마치 신을 찾아낸 것 같았다’고 말할 만큼 매료되어 그의 이름으로 나온 책은 모두 읽은 버핏은 컬럼비아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가 벤 그레이엄을 따르며 배운 것은 ‘담배꽁초 줍는 법’이었다. 길거리를 걷듯 주식 종목을 연구하다 보면 담배꽁초같은 종목을 발견하게 된다. 필터에 이빨 자국이 나 있을 수도 있고, 축축하기도 해서, 그걸 주워서 내 입에 넣기가 어쩐지 꺼림칙한 담배꽁초, 하지만 거의 공짜와 다름없다. 어쩌면 연기를 한 모금 잘 빨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담배꽁초 같은 기업을 사들였다. 그리고 예상했던 이익을 추구하면 바로 팔아버렸다. 그 기법이란, 회사의 주식가격이 장부 가격 아래에서 형성되는 동안 계속해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어떤 이유로 주가가 오르면 팔아서 매매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주식을 계속 더 사들여 회사를 장악한 다음 회사의 자산을 팔아 치워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워런은 초기 투자 시기에는 벤 그레이엄의 이러한 여러 원칙들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힘들기는 하지만 절대로 투자액을 손해볼 일이 없는 게임만을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찰리 멍거를 만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찰스 멍거는 잃을 가능성보다 벌 가능성이 높으면 기꺼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라고 버핏에게 끊임없이 말했다. 샴 쌍둥이라고 불릴 만큼 친해진 둘은 이윽고 버크셔 해서웨이를 투자하는 시점에서는 동업을 하게 되고 버핏의 투자 방식은 지금처럼 더욱 크고 과감한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그 방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든 ‘두려움을 아는 투자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었다. 실제로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에 두려움이 많았지만, 호승심好勝心이 강했던 그는 ‘지는 것’과 ‘타인으로부터의 비난’을 죽을 만큼 싫어했다. 그래서 자신이 투자한 주식종목이 항상 이기기를 바라는 만큼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했다. 그의 삶은 ‘연구와 공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열정은 버핏을 수천 개나 되는 주식의 세상을 공부하도록 이끌었다. 이런 열정이 있었기에 버핏은 다른 사람은 아무도 찾지 않는 자료를 찾아서 도서관과 기록보관소를 드나들었다. 그리고 수십만 개의 숫자들과 씨름하면서 밤늦게까지 연구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눈이 핑핑 돌아서 집어던지고 말았을 것이다. 버핏은 또한 아침마다 여러 신문을 단어 하나 빼놓지 않고 읽었다. 아침마다 마시던 코카콜라처럼 월스트리트 저널을 그대로 삼키고 소화했다.

직접 회사들을 방문해서 그리프 브로스 코퍼리지의 전진기지를 운영하던 여자를 상대로 배가 불룩한 통에 대해서 몇 시간씩 이야기하고, 보험에 대해서 로리머 데이비드슨과도 몇 시간씩 이야기했다. 또 육류 물품을 구비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프로그레시브 그로서>와 같은 잡지들을 읽었다. 자동차에 <무디스 매뉴얼>을 늘 가지고 다녔으며 심지어 신혼여행을 갈 때도 이 책을 가지고 갔다. 사업의 경기순환을 읽히고 월스트리트의 역사와 자본주의의 역사, 그리고 현대 기업의 역사를 공부하려고 백 년 전 신문을 몇 달에 걸쳐서 읽었다. 정치판에도 부지런히 다니면서 정치가 사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다. 경제 관련 통계를 분석해서 통계 수치가 의미하는 내용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다.

어린 시절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전기는 배놓지 않고 읽으면서 그 사람들의 삶에서 교훈을 찾고 또 배웠다.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접근해서 친해졌고, 똑똑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기꺼이 도움을 주었다. 미술, 문화, 과학, 여행 등 사업 이외의 일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아 오히려 자기 열정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자기 능력의 한계를 분명하게 규정했다. 단 한 번도 남에게 큰 빚을 지지 않음으로써 최대한 위험을 줄이려고 했다. 그리고 사업과 회사에 대한 생각을 한 순간도 머리에서 지우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쁜 회사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경쟁할까?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심어줄 수 있을까? 버핏은 또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걸 머릿속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정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684-685 쪽

이 책에서 그가 주식을 투자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2004년도에 ‘한국 주식시장’을 연구한 부분이다. 70이 넘은 나이에 그는 환율은 물론 금융용어까지 다른 한국 주식시장을 투자하기 위해 하나에서 열까지 공부했다. 마침내 25 개 정도의 종목을 구분했을 때 비로소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 또한 첫 거래에 100 주를 사들일 만큼 신중을 기했다.

그는 또한 ‘기다릴 줄 아는 투자’를 하는 사람이었다. 주식투자를 함에 있어 어쩌면 가장 어려운 덕목이 바로 ‘기다림’인지 모른다. ‘성질 급한 놈이 낚시를 하면 결국 투망을 들고 물 속으로 뛰어든다’는 말처럼 시시각각 바뀌는 시황, 넘쳐나는 소문과 호재와 악재들 속에서 항상심恒常心을 갖기란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버핏의 인내에는 ‘공부와 연구’라는 베이스가 깔려 있다.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때가 언제인지는 나도 모른다.’는 확신이 있기에 그는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지는 것’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투자자의 비난’이었다. 버핏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불행해하는 것을 보기 싫었다. 이는 역시 기업 인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업을 인수하면서 한 번의 크나큰 실수를 하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공식적인 투자 원칙을 세웠다. 

1. 내가 알지 못하는 기술이 투자 결정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반도체니 집적 회로니 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거의 아는 게 없다. 

2. 아무리 예상 수익률이 눈부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삶의 주요한 문제들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 행위나 활동에는 투자하지 않는다.(‘인간 삶의 주요한 문제들‘ 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가 의미한 내용은 실업이나 공장 폐쇄와 같은 것들이었다) 573 

그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워런 버핏의 투자가로서의 소신이다. 투자가란 이러한 소신을 갖추어야 한다. 투자종목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생각한 바를 토대로 투자한다면 이는 더 이상 ‘투기’가 아니라 투자가 된다. 이렇게 투자한다면 잃을 가능성은 적어지고, 설령 잃는다고 해도 또 다른 투자를 위한 공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확신 없는 투자 즉, 투기가 넘쳐난다. 이러한 투기는 구제해줄 방법도 없거니와 구제할 이유도 찾기 어렵다. 

버핏을 높이 평가하는 두 번째는 ‘펀드 매니저’로서의 소신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일종의 사모펀드이자 동업이다. 버핏의 투자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투자금이 함께 투자되기 때문이다. 버핏은 자신의 투자금과 그의 가족(그는 투자자를 이렇게 불렀다)의 투자금을 합해 투자했다. 그리고 그 이익에 대해 일정부분 수수료를 떼었고, 인출하지 않은 채 다시 재투자해서 지분을 높였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그에게는 금융인으로서 투자자들의 자산을 지키려고 하는 ‘직업적 윤리의식’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버핏의 투자시스템에는 공생共生이 숨어있다. 말 그대로 한 배를 탄 것이다. 그렇기에 투자자들도 버핏을 믿을 수 있다. 버핏은 매년 투자자들을 위한 신년 보고서를 제출했을 뿐 이들에게 어느 종목을 얼마나 샀는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아직도 그를 믿고 따르고 있다.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은 2009년 4월 11일(현재시각) 뉴욕 증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주당 15만달러를 돌파해 버크셔 A 주식은 이날 오후 주당 15만8000달러에 거래됐다. 1957년에 버핏에게 1천 달러를 투자한 뒤에 그대로 묻어 두었던 사람은 이 돈이 6,000만 달러로 바뀌어 있는 기적과 같은 주인공이 된 셈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워런 버핏은 ‘스노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만일 제대로 된 눈 위에 서 있다면 눈덩이 굴리기는 이미 시작된 겁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이건 돈을 불리는 이야기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친구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입니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이 호감을 가지고서 제가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본인 스스로 촉촉한 눈이 되어야 합니다. 잘 뭉쳐지게 말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눈을 계속 붙여야 합니다. 갔던 길을 물리고 뒤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언덕 위까지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인생이 그런 겁니다.“ 689 쪽

이를 투자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펀드 매니저(금융인)의 입장에서 해석해 보자. ‘직업적 윤리의식을 갖춘 펀드 매니저(금융인)’이라면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투자종목’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수익률이 높게 일어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서 ‘광고’를 하지 않아도 투자자들이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펀드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자주 갈아타게 해서 수수료를 늘려 회사에 이익을 주는 펀드 매니저가 아니라, 투자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펀드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 펀드 매니저란 그런 것이다. 대충 이렇지 않을까?

이 책은 워런 버핏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 이유는 지금껏 워런 버핏에 대해 이야기한 책들은 차고도 넘치지만, 단지 세상에 흩어져 있는 비늘에 불과할 뿐, 그를 설명하는 뼈대가 되는 책은 이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즐겨 마시는 체리코크이 그가 투자한 회사의 제품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세계 제일의 부자가 3만 달러를 주고 산 집에서 아직도 사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가 입은 남루한 양복이 실은 수천 달러 짜리 제냐라는 것도, 소니 회장의 만찬장에서 베푼 초호화 일식 코스 요리에는 입에도 대지 않은 채 홀로 호텔로 돌아와 햄버거와 프렌치 후라이를 먹은 이유도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투자법을 대표하는 ‘복리의 마술’을 뼈속 깊이 배우게 될 것이다. 그가 3만 달러 짜리 집을 처음 산 이후 ‘투자후 복리로 키우면 10년 후면 백만 달러가 될텐데’라는 아쉬움으로 그 집 가격을 늘 ‘백만 달러를 주고 샀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책에는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수십 차례 언급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투자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를 배울 수 있고, 투자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인들은 ‘존경받는 금융인의 길이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워런 버핏’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이다. 나는 매일 인터넷을 켜면 ‘워런 버핏’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과 그가 굴리는 스노볼의 크기를 지켜보고 싶어서다. 워런 버핏은 그가 죽은 후 30년이 지나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굴러갈 수 있도록 대비를 해 놓았다고 말했다. 그를 지켜봄은 독자로서, 개인투자자로서 큰 즐거움이 되었다. 스노볼은 지금 이시간도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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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희망, 미래>를 리뷰해주세요.
꿈, 희망, 미래 - 아시아의 빌 게이츠 스티브 김의 성공신화
스티브 김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스티브 김의 두 번째 성공신화는 이제부터다! 

  스티브 김의 성공스토리는 TV나 다큐멘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성공스토리다. 어린 시절 가난한 가정환경을 딛고 대학까지 마친 청년이 낯선 이역 미국 땅에서 시급 2달러 50 센트짜리를 받으며 일을 시작했다. 어학과 학업, 그리고 고된 일을 병행하며 생활하면서 겪는 고초는 ‘눈물 젖은 빵’으로 대표되지 않던가. 마침내 인정을 받은 청년은 대기업에 취직에 성공하고, 회사생활을 통해 자신의 미래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창업에 성공 두 번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미국 내에서 억만장자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비즈니스맨들이 꿈꾸는 어른 동화의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스티브 김의 진짜 이야기는 후반부부터 시작된다

  성공한 사업가로 은퇴를 선언하고 누구보다 편안한 미국생활을 하던 그는 고국인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다. 그 후 꿈.희망.미래 재단을 설립하여 장학사업과 사회복지 사업을 하며 연간 2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내가 스티브 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목한 대목은 여기다. 그는 부자로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일환으로 단지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그 행위만으로도 칭송받을 일이지만)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그에 대한 소신을 이렇게 밝혔다.  

  “사람들은 일이라고 하면 그저 ‘돈 버는 일’만 생각하는 것 같다. 돈 버는 일은 열심히 치열히 일하면서도 다른 일은 대충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돈 쓰는 일 역시 돈 버는 일과 마찬가지로 계획성 있고 치열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돈 버는 일은 힘들다. 이왕 힘들여 번 돈을 쓸 바에야 보람 있고 효율성 있게 써야 하지 않을까. 같은 돈을 써도 더욱 효과적으로, 효율을 극대화해서 쓸 수 있도록 계획도 세우고 연구도 해야 한다. 그리고 돈을 쓸 때도 돈을 벌 때와 마찬가지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있어야 한다.“ (234 쪽)

  그래서 스티브 김은 사회복지사업도 영리기업을 경영해야 할 때의 원칙을 적용했다. ‘기부 마인드’가 아니라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것이다. 마치 사업을 키워나가는 것처럼 재단의 사회복지사업을 직접 챙기며 이끌어가고 있다. 이 대목을 보면서 책 <리치스탄>에서 말했던 21세기 부자들의 ‘성과적 박애주의’를 목격하는 것 같았다. 1990년대 온라인 주식거래시스템인 ‘사이버코프’를 개발한 필립 버버는 2000년에 찰스 스왑에 4억 5천만 달러를 받고 팔은 후 전체 자산의 절반가량인 1억 달러를 들여 ‘글리머오브호프’라는 개인 자선단체를 설립했다.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기업가형 자선모델’이 되었다. 글리머오브호프는 2001년부터 에티오피아에 1천 600만 달러이상을 투자해 1,657개의 우물을 만들어 88만 6천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190개의 학교를 지어 11만 2천 명 이상의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버버가 이룬 성과에는 어마어마한 사업내용 외에도 주목할만한 점이 있다. 그것은 큰 규모의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비슷한 프로젝트의 절반 수준으로 이룩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깨끗한 물은 한 사람당 5.74달러의 비용, 의료 서비스는 한 사람당 4.01달러의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리치스탄 부자들(21세기형 억대부자)은 자신들의 부로 선행 행위를 하기 위해 반드시 큰 비영리단체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에 대해 버버는 이렇게 말했다.   

  “NGO들이 만약 기업이었다면, 아마 대부분 파산했을 겁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변화의 물결이 일어날 겁니다. 기부자들도 자신들이 기분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하고 감독해야 합니다. 이런 자선단체 중 상당수가 기부받은 돈 1달러당 단지 19센트만을 사람들을 돕는데 쓰고 있습니다. 기부자들이 이런 사실을 안다면 분명 충격을 받겠죠.” (리치스탄, 더난출판, 226 쪽)

  이 부분에서 ‘기업가형 자선모델’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21세기의 부자들은 기부 면에서 20세기의 그들과는 차이점이 있다. 그들은 뛰어난 학력과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된 부자들이다. 그래서 기부역시 ‘선심’보다는 ‘효율’을 따진다. 그들이 고생해서 이룩한 부인 만큼 올바르게 쓰이는 것을 바라기 때문에 가능한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기부문화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티브 김 역시 이 책에서 비슷한 말을 한다.   


 “사업을 키우는 것처럼 나는 재단의 사회복지사업을 키워나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돈을 벌기 위해 고민했지만 이제는 돈을 제대로 쓰기 위해 고민한다는 점이다. 나는 배경이 사업가여서 그런지 모든 일을 사업 방식으로 진행하게 된다. 물론 이것이 항상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기관이나 NGO 같은 단체에서 좀 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면 좋겠다. 그런 분야일수록 귀하고 소중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246 쪽) 

  버버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빌 게이츠가 아내 멀린다와 함께 빌&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자 워렌 버핏이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면서 “그 재단이라면 내 돈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버버의 ‘기업가형 자선모델’ 방식이 주효하자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이 50만 달러를 기부했다.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역시 “우리는 지속적인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기업의 경영 원리를 사회문제에 접목시킨 그의 독특한 경험을 활용하고 싶다”며 버버의 재단 운영방식에 깊은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사업 중에서 가장 힘들면서도 위대한 사업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사업 즉, ‘비영리사업’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기브 앤 테이크Give&Take의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면 돌아오는 것reward이 있어야 하는데, ‘비영리사업’은 일방적으로 주기만Give만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한 사마리아인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진정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 역시 무거운 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자선사업(구호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스티브 김은 국내에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스티브 김을 보고 있으면 필립 버버를 생각나게 하고 책 <히말라야 도서관>의 저자인 Room to Read의 존 우드를 떠오르게 한다. 미국에서의 비즈니스 성공은 ‘아메리카 드림‘이었다면, 한국에서의 자선사업은 ’코리아 신드롬‘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어쩌면 ’아시아의 빌 게이츠‘라는 수식어는 이제부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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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섀퍼의 돈
보도 섀퍼 지음, 이병서 옮김 / 에포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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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는 자수성가의 비밀을 밝힌 부자학의 대표작! 

  IMF가 있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富와 부자富者라는 단어는 그리 자랑스럽지 않은 단어였다. 그 때만 해도 은행에 저축하기만 하면 매년 10% 이상의 이자를 덧붙여주던 세상인지라 일만 열심히 하면 그럭저럭 먹고 살아갈 만한 세상이어서 큰 관심도 없었을 뿐 더러, 유교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우리들에게 ‘청렴결백’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저축하지 않고 부동산사고 주식하는 사람들은 복부인, 투기꾼 운운하며 천대하기도 했다. 일부 부자들은 사람들이 저축만 하고, 투자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 시절이 돈 모으기에는 참 좋았던 시절이었다고 말하기까지 하니 무관심한 정도가 어디쯤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7년은 한국인의 부자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바로 아시아발 외환위기였다. 

  평생고용을 보장하던 회사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가 문을 닫으면서 수 천 수 만 명의 직장인들이 거리로 쫓겨났다. ‘친구 좋다는 게 뭐냐?’는 한마디에 인지상정상 어쩔 수 없이 들어준 연대보증으로 집이 압류를 당하고, 연일 높아지는 대출 금리에 살던 집을 내놔야 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경제난을 비관하며 자살을 하고, 돈 걱정 없이 살던 아내와 자녀들이 아버지를 대신해 일자리를 구하는 신세가 되었다. 반면 외환위기는있어도 없는 듯 남의 이목이 두려워 조용히 살던 부자들에게는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아준 시기'였다. 아파트 값은 예전 가격의 반토막이 나버렸고, 정부는 집을 사면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정책을 쏟아내며 부자들을 유혹했다. 은행이자는 몇 달 만에 두 배로 뛰어올라 20%에 육박했고, 혹시 몰라 남몰래 사놓은 달러 값 역시 두 배로 뛰었다. 부자들에게 IMF는 ‘땅짚고 헤엄치듯 재테크할 수 있었던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IMF 한파가 한차례 훑고 지나가자 국민 정서는 온통 '돈'에 가 있었다. 그 이유는 평화롭던 가정을 파탄나게 한 것이 ‘돈 때문’이었, 반면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어느 은행의 TV광고는 ‘부자되세요’라며 새로운 새해 덕담을 만들어냈고, ‘돈 벌어야 산다. 돈 없으면 사람구실도 못한다.’는 말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공통으로 하던 말이 되었다. 이러한 ‘부자 열풍’에 휘발유를 부은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시리즈였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아버지를 어떻게 양분해서 볼 수 있느냐’며 제목과 내용을 놓고 딴죽을 거는 독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책 내용은 아마존에서 3년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부자아빠 신드롬’이 일어날 만큼 ‘부와 부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기에 충분할 만큼 파격적이고 도발적이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시리즈’는 이후 국내에서 많은 비판을 만나게 된다. 바로 레버리지 효과를 십분 활용한 주택구입 방법 때문이었다. 저자가 부자가 된 방법은 주택을 구입한 후 대출을 받아 또 다시 주택을 구입하는 식의 반복된 대출로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함으로써 그에 대한 임대소득과 매도 후 양도차익으로 돈을 챙기는 방법이었는데, 이는 국내에서는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한 채 라도 대출상환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부실이 도미노 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한 투자방법이기도 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 시리즈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박한 책은 세이노Sayno 라는 필명의 국내 부자가 쓴 ‘부자아빠의 진실’이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투자방식이 얼마나 허술하고 위험한지를 설명하고, 국내에 적용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낱낱이 밝힘으로써 ‘부자 아빠 신드롬’을 잠재우는데 일조했다.

  이후 재테크 관련서는 가히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수히 많은 책들이 쏟아졌다. 그만큼 많은 독자들의 수요가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한데, 특히 ‘부자아빠 신드롬’에 이어 ‘10억 부자 신드롬’이 가세하면서 부자 열풍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보도 섀퍼의 책 『돈』은 바로 그때인 2003 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은 ‘몇 억 원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거나 ‘투자법’을 설명한 재테크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오히려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이 책은 ‘부자’가 아닌 자체로서의 ‘돈’에 집중한 책이다. 그리고 목표를 ‘10억 원 부자‘이라는 만인의 공통관심이 아닌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 길’에 초점을 맞춰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책이다.  



 

  
보도 섀퍼는 26 세 때에만 하더라도 빚에서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다양한 경력을 쌓으면서 부와 명성을 소유한 많은 거부들을 만나게 되면서 부가 쌓이고 돈이 늘어나는 원리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7 년 후 그가 목표로 정한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게 되었다. 미국에 ‘로버트 기요사키’가 부자신드롬을 일으켰다면, 유럽에서는 보도 섀퍼가 ‘머니 트레이너’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누구나 부를 쌓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이 전 유럽에 인기를 몰았. 그가 말하는 7억 원의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은 일정한 비율의 돈을 저축하고, 저축한 돈을 투자한 후 수입이 늘어나게 되면 그렇게 늘어난 수입의 일정 비율을 저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15년에서 20년만 지속하면 약 7억 원의 재산을 손에 쥘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7억 원 보다는 7억 원을 가졌을 때 내가 어떤 마음과 모습으로 살고 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 시일(7 년 내)에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마음가짐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그 근거를 토마스 스텐리 교수에서 찾았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의 토마스 스텐리 교수(백만장자 마인드의 저자)는 장장 12 년에 걸쳐 부자들의 삶을 연구했는데, 그 결과 그는 부자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들은 자신의 꿈과 목표와 가치와 전략을 서로 잘 조화시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꿈, 목표, 가치, 전략 이렇게 네 가지 기둥 위에 기본 행동양식이 다져지고, 그 바탕 위에 당신은 자신의 부를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행동은 기본적으로, 엄격한 규율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꿈, 목표, 가치, 전략, 이 네 가지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을 알아냈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에 대해 각각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구하고 그에 매진해야 한다. 
 

꿈 - 당신에게 무한정 시간과 돈이 있다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가치 -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왜 그렇게 중요한가?

목표 - 무엇이 되고 싶은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갖고 싶은가?

전략 - 당신은 원하는 것을 성취할 지식과 능력과 계획을 갖고 있는가?

    저자는 돈을 벌기에 앞서 우선 ‘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아이러니, 즉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면서도, 은연중에 돈을 세상을 망치는 주범이고, 추하고, 더러운 것이라고 여기는 생각들을 바로 잡아야 돈을 모을 수 있고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가 세미나를 열 때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20만 원 이상은 가지고 다니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잃어버릴까 두려워서, 다 써 버릴까 염려스러워서, 소매치기를 당할까봐, 그냥 마음이 불안해서 등 큰돈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큰돈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믿지 못하면서’ 그저 많은 돈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돈이 아름답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싶어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껏 돈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인 믿음을 바꾸는 방법은 나의 소망을 내가 절대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그에 합당한 이유도 제시되어야 한다. 즉, 1억 원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면, 어떻게 ?라고 묻지 말고 왜? 라고 물어 그에 대한 이유를 밝힘으로써 ‘모으지 않으면 안 될 의무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껏 어떻게? 가 90 퍼센트였고, 왜? 가 10 퍼센트였다면 그와 정반대의 비율로 두고 자신의 목표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전반부는 이제껏 가졌던 생각들을 버리고 부자와 부에 대한 새로운 신념을 가져야만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알아보고, 부자가 되는 것은 쉽다는데 실제로 부자가 되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살펴봤다. 그리고 부와 행복을 쌓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 요건을 짚어봤다. 후반부는 지금 빚을 지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어떻게 하면 자시의 수입을 크게 늘릴 수 있는지, 당신이 벌어들인 돈을 관리하고 돈을 증식하는 방법과 세부적인 경제 목표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등 돈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투자와 투기에 대한 보도 섀퍼의 생각이다. 그는 돈을 확실하게 불리는 방법은 투자에서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즉 투자는 투자한 곳으로부터 고정적으로 돈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자기가 산 것을 되팔면서 비로소 돈을 손에 쥐는 사람은 투자자가 아니라 투기자이다. 그러므로 투기를 통해서 고정적으로 돈을 ‘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투자자는 돈을 벌지만, 투기자는 돈을 따는 것이다. 그렇다고 투기가 모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투기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투자를 하고 있는지는 확실하게 구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투기를 할 때 고정적인 수입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제일 좋은 방법은 투자자이면서 투기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예가 무엇이 있을까? 아파트를 사서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상가형 주택을 매입해 주거와 동시에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가능한 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도 섀퍼는 경제적 자유로 가는 투자 방법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첫째, 경제적 에어백(쌈지돈)을 위한 ‘절대 안전’ 투자방법으로 현금과 저축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안전성이 높은 투자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안전한 투자로는 정기예금, 생명보험 등이 있다. 이 단계에서는 안전이 제일 우선 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경제적 안정을 위한‘40-40-20’ 투자방법이다. 비교적 안전한 투자로 목표수익률을 12%로 잡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40%는 안전한 곳에, 40%는 약간의 위험이 있는 곳에, 그리고 나머지 20%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중요한 점은 투자하는 돈은 투기성 상품이나 너무 위험부담이 큰 곳에 모험적으로 투자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자유를 위한 ‘50-50’ 투자방법이다. 진정한 부를 이루는 단계라 볼 수 이다. 이 단계는 경제적 안정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제 그 돈의 일부를 떼어내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데 사용한다. 좀 더 큰 모험을 감해해 최소 20%에서 30%의 수익을 제공하는 투자상품을 찾는다. 비록 한두 군데에서 실패를 본다고 해도 또 다른 투자에서 고수익을 올리면 쉽게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이미 확보한 경제적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투자해야 한다.

  저자는 단계별로 투자방법을 달리 하는 것을 높이가 다른 세 개의 양동이에 물을 담는 순서로 비유했다. 즉 양동이에 물을 채울 때에는 항상 처음 것부터 채워 첫 번째 양동이에 물이 가득해 지고 넘치는 부분을 두 번째 양동이에 채우고, 마찬가지로 이것이 가득차면 세 번째 양동이로 옮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확보한 경제적 안전장치는 절대 위협을 받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투자 자금도 넉넉하지 못한 상태에서 담보대출을 받거나, 깡통계좌로 고수익을 추구하다가 한 순간의 실패를 볼 경우 투자 손실은 물론 가계 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3단계 투자방법은 수익률 보다는 안전을 우선시한 투자방법이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이란 비단 ‘고수익에 따른 위험률‘과 더불어 ’금융지식의 축적‘도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자별로 세 단계를 거치면서 다양한 금융지식을 쌓게 되고, 또한 금융투자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을 때 비로소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에 참여하라는 뜻일 것이다. 처음부터 고수익을 쫓다가 ’실패‘를 보는 대다수 사람들은 투자 전문가들의 말을 믿고 덤비는 소위 ’묻지마 투자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3단계 투자방법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저자는 진정한 부자란 ’무조건 일확천금을 쫓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경제적 자유‘를 위해 한 발 한 발 움직이는 투자자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노하우Know-how를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노우와이Konw-why 즉, 부자가 되기 위한 삶의 철학과 부유한 삶에 대한 자세를 알려준 책이다. 저자는 부자되는 방법에 앞서 돈과 투자 그리고 부자에 대한 재인식을 먼저 요구했다. 왜냐하면 ‘경제적 자유’란 순식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 7년 많게는 15 년 동안 지식을 쌓고, 인내하며 자기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부자가 되기 이전에 가졌던 신념을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부자는 ‘오래도록(가능하다면 죽을 때까지)’ 부자로 사는 것이다. 부자를 한없이 원하면서도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혹은 우연한 기회나 횡재를 만나 부자가 되었지만 오랫동안 지켜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수많은 유혹에 휘둘리고, 끝없는 탐욕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부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꾸준히 키워내는 것임을 배울 수 있었다. 가장 세속적이고 원색적인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친다면,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나 느낄 수 있는 철학적 무게에 사로잡혀 책을 덮을 수 없을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대표적인 富者學 관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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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10년 동안 써먹을 부동산 비타민
아기곰 지음 / 중앙일보조인스랜드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주식투자에 시골의사가 있다면, 부동산투자에는 아기곰이 있다!

  부동산 재테크를 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아기곰’이라는 필명을 들어봤을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로 통하는 아기곰은 처음 온라인에 ‘원숭이 나라 이야기’를 실어 알려지기 시작했다. ‘원숭이 나라 이야기’라는 글은 DJ 정부의 경기 부양정책으로 집값이 폭등하며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한 창 일 때, 경제 원리에 따른 집값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쉽도록 명확하게 설명해준 글이었다. 

원숭이 나라에서 한정된 수량의 망고 값이 오른 이유에 비유해 아무리 정부가 주택 보급률을 높이고, 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확대 시킨다고 해도,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아기곰은 말했다. 그 이유는 주택 보급률은 농어촌을 포함한 전국을 대상으로 하고, 재건축을 활성화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반면 망고라 할 수 있는 ‘인기 지역의 아파트’는 특정 지역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희소성’에 의해 수요는 꾸준해서 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은 정부의 정책 조율에 달린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이렇듯 쉽고 명쾌한 논리로 밝혀 온라인에서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아기곰’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날에 발표된 ‘새 정부하에서의 부동산 시장 전망과 대응 전략’이라는 제목의 글은 참여정부의 향후 5년 간 부동산시장에 대해 ‘부동산 보유세의 강화’, ‘1가구 다주택자에 불리한 정책의 출현’, ‘한강 이북 지역에 불리한 참여정책의 정책 방향’등을 손금 보듯 훤하게 전망하여 네티즌 사이에서 또 한 번 ‘아기곰’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주식 재테크에 있어 개미투자가를 위한 조언자가 ‘시골의사’라면, 부동산 재테크에는 아기곰이 있다. 아기곰의 글들이 이렇듯 인기가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그의 글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타주의 때문일 것이다. 아기곰은 ‘전망을 팔아먹지 않는다’. 그의 글은 처음 자신이 시삽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인스랜드 ‘아기곰동호회’를 통해서 게재되었다. 하지만 그의 글이 인터넷 공간에 뜨기만 하면 수천, 수만 건의 조회수와 스크랩수를 기록하며 네티즌들의 인구에 회자될 만큼 인기를 누리게 되자, 현재는 온라인 뿐 아니라 일간지의 재테크 칼럼 및 여러 재테크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여 보다 많은 독자들이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아기곰은 법률적인 내용이 많고 어려워 ‘소수만의 갖고 있는 헤게모니‘로 알려져 왔던 ’부동산투자지식’을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써 ‘부동산투자의 대중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을 떠나 현재 미국에 있는 컨설팅 회사에서 재무담당이사로 재직 중인 그가 굳이 필명을 써가면서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점 등은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네티즌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이타주의’를 실감하게 된다. 

  아기곰의 글이 인기가 있는 두 번째는 단순히 "언제 어디를 사라" 혹은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 오라”는 식의 ‘혜안을 지닌 듯한 예언자적 전망’(그렇게 말하는 전문가들이 의외로 많다)이 아니라, 자신의 전망을 경제 원리와 정부의 정책기조에 입각한 논리를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줌으로써 ‘투자 결정’에 있어 의심하거나 두려워하는 투자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준다는데 있다. 그리고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저자의 글은 마치 자기 집 현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이웃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쉽고 친근한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가급적 어려운 용어를 피하고, 동화나 우화 등의 사례들을 통해 재테크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초보자들도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있다. 



 

    『아기곰의 10년 동안 써먹을 부동산 비타민』은 아기곰이 지난 2007년 12월에 펴낸 두 번째 책이다. 2003년 7월에 낸 책 『How to make big money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전망하면서 성공적인 재테크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이론들을 재테크 기초부터 시작하여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명쾌하게 제시한 책이었다면, 이 책은 이명박 정부의 집권에 앞서 극심하게 차별화 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 오를 만한 곳은 어디이며, 그런 곳을 고르는 기준은 어디인지를 고민해 본 책이다. 이 책의 독자는 꿈에 그리던 나의 첫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한 번 내 집을 마련하게 되면 갈아타기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 되도록 투자가치가 있는 곳으로 정해야 한다고 이 책에서 거듭 강조했다. 

  이 책은 크게 집(아파트)값이 차별화되는 원인과 그 방향에 대해 설명한 ‘투자가치가 있는 곳을 선점하라’와 내집마련을 위해 투자 가치가 있는 집을 고르는 전략을 알려주는 ‘투자 가치 있는 내집마련에 실패하지 않는 40가지 전략’,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집권에 따른 영향과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분석한 ‘세상이 변할 때를 주목하라’로 나누고 있다. 다시 말해, 집값이 왜 오르는지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집값이 오를 만한 곳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한 지를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전망하면서 앞으로 수혜지가 될 만한 후보지가 어디인지에 대해 짚어보았다.

  투자 가치가 있는 집을 고른다는 것은 다른 말로 수요가 몰릴 수 있는 곳에 내집마련을 하라는 의미이다. 사람들이 고향 산천을 버리고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수도권에는 직장이 많기에 일자리를 구하기 쉽고, 사람들이 많기에 장사를 하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은 정치적, 사회적문제를 낳고 있긴 하지만, 경제적인 면을 본다면 어쩌면 당연하다. 이렇게 수요가 몰리면 집값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집을 위해 돈을 많이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집을 차지하게 된다. 이것이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집값이 올라가는 이유가 된다. 

  특정 지역에 수요가 몰리고, 그래서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보다 더 좋은 곳(환경)에서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그런 수요가 있는 곳에 가격 상승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수요가 몰리는 곳은 어디일까?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집값이 올라간다(제 1법칙) - 어떤 지역에 인구가 1%가 늘어났다는 것은 매수 세력이 최소한 10%에서 많게는 몇십 %가 늘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인구가 증가하는 곳을 주목하라. 유효 수요의 연령에 따라 집값 상승의 여부가 달라진다(제 2법칙) - 단순히 수요(지역내 인구증가)가 느는 것 뿐만 아니라, 학력이 높은 고임금의 수요자가 늘어난다면 지역 내 집값은 오르게 된다. 

  유효 수요의 소득에 따라 집값 상승 여부가 달라진다(제 3법칙) -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어떤 직장들이 잇고, 그 직장의 연봉 수준이 얼마인가에 따라 그 지역의 집값 수준이 결정된다. 그 지역 노동 안정성에 따라 집값 상승 여부가 달라진다(제 4법칙) -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주요 직종이 무엇인지는 그 지 역의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삼성그룹이 새로운 사옥이 있는 강남역 근처로 이전을 했는데, 이러한 이전만으로 하루 약 20만 명의 유동인구가 유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러한 인구 유입은 장단기적으로 이 지역의 집값에 영향을 준다. 

  이 책에는 저자만의 독특한 혜안이 많이 숨겨져 있다. 그 중에서 저평가된 부동산을 찾아내는 방법을 제시한 대목은 아기곰다운 분석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주식 시장에서 저평가 주식을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PER(주가수익률)인데,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주가의 적정 수준을 나타내는 투자지표이다. 주식 시장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기준도 있어 투자에 있어 ‘저평가 혹은 고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가늠이 가능하지만 부동산은 1물物 1가價 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주식과 같이 일관된 평가 방법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저자는 감정평가나 공시지가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아파트 단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일종의 부동산 감정평가의 기초가 되는 ‘비교방식’에 의한 방법인데, 특정 지역의 새 아파트와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투자 가치 차이에 대해 가늠하는데 유용한 방법이다. 즉 새 아파트의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재건축되는 대상 아파트의 내재가치를 찾아내어 얼마나 저평가 되었는가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건물잔존가와 대지가치, 그리고 프리미엄을 대조해 찾는 방법이다. 새 아파트 간의 비교에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평가 시 주의해야 할 점 등 다소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 단지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땅의 지분으로 환산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마나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저자는 최근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간의 현격한 가격차이가 두드러지는데, 이들의 집값을 예측하는 변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첫 째는 유동성 증가이다. 이것은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저가 상품보다 고가 상품의 판매 비율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면,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인기 지역의 집값이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동성의 증가여부는 유기농 야채와 일반 야채의 판매 비율, 고급 자동차와 저가 자동차의 판매비율 등으로 알 수 있다. 집값의 차이를 가속화시키는 두 번째 원인은 인터넷으로 보았다. 과거에는 몇몇 사람만이 알고 있었던 노하우나 정보가 인터넷의 일반화로 이젠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어 이제는 정보의 입수 시기보다는 그 정보를 기초로 실제로 투자하는 시기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동질성을 추구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문화와 관련이 있다. 각자 개성에 맞는 다양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남과 비슷한 것을 선택함으로써 심리적 편안함을 추구하게 되므로, 너도 나도 아파트를 선호하면서 아파트값의 상승률이 다른 주택의 상승률보다 높은 것이고, 어떤 지역이 좋다고 하면 그 지역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투자 행태 때문에 종종 실질 가치의 차이보다 시장가격이 더 벌어지게 되는 오버슈팅과 저평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보았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내집마련에 실패하지 않는 40가지 전략’이다. 이 부분은 경제학 원론을 바탕으로 부동산학 개론과 부동산 투자론, 부동산 감정평가론, 부동산 입지선정론, 부동산 금융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론적 배경에 근거해 가장 쉬운 사례를 들어 투자자들의 ‘내집마련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장기 수요와 단기 호자가 있는 곳을 노려라’, ‘파는 사람은 내 머리 꼭대기에 있다’, ‘거래량이 많은 곳을 찾아라’, ‘경제흐름을 알면 집값이 보인다’등 간단히 소제목만 읽어봐도 시장에서 ‘고수’들이 흔히 말하는 부동산 투자 금언들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이런 금언들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투자자는 현실에서 이들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소제목의 말미에 있는 ‘아기곰 Tip'는 독자가 투자시 꼭 유념해야 할 아기곰의 당부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이 변할 때를 주목하라’에서는 아기곰이 생각하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그에 대한 향후 시장 전망을 분석했다. 시장주의자적 성향이 짙은 저자는 현 정부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저자는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한 마디로 ‘햇볕정책’으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즉 시장을 알고 시장을 이용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저자는 현 정부가 앞으로 펼칠 부유층, 중산층, 서민층, 영세민층에 대한 부동산 정책 전망과 재건축 규제 완화 방향, 그리고 부동산 세제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투자수단 중에서 투자액수의 단위가 가장 거액이고, 소중한 가정이 살아야 하는 내집을 마련하는 것이어서 ‘부동산 투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투자에 앞서 오랫동안 많은 부동산 지식을 공부하고, 꾸준히 임장활동(현장에 나가 매물을 살피는 일종의 현장학습)을 쌓아야만 한다. 아기곰의 말대로 부동산의 특성상 ‘한 번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디어나 대부분의 부동산 투자 관련서들은 부동산 투자를 너무 쉬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특히 소수의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전지전능한 양 자신에게 믿고 맡기면 성공시켜주겠다는 식으로 투자설명을 빙자한 영업을 하는 경우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아기곰의 글은 부동산 투자에 관련한 지식은 쉽게 알려주기도 하지만, 부동산 투자의 실전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고, 외로운 여행인지를 함께 알려준다. 가치투자의 전설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인 워런 버핏의 투자 신조는 단 두 가지다. 첫째, 투자를 해서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 둘째, 첫 번째 신조를 절대 잊지 않는다. 짧은 유머같은 이 말에는 워런 버핏의 ‘투자관’이 숨어 있다. 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는 법인데, 수익률을 추구하여 투자하기 보다는 위험률을 최소로 하여 투자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이다. 투자는 단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률을 줄이는 투자를 무시했다가는 몇 번의 투자에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율을 낮추는 방법이라고 해서 Low Risk Low Return의 보수적인 투자를 생각해서는 안된다. 투자한 뒤 수익을 낼 것인가 손해를 낼 것인가의 ‘위험’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가 투자할 대상이 과연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 위험도를 줄이는 가장 우선적인 방법은 바로 ‘투자대상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이다. 단순히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공부, 즉 평생을 써먹어야 할 ‘돈버는 방법을 배우는 공부’임을 명심한다면 투자 관련서를 만나는 마음가짐을 달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과 더불어 아기곰의 글들은 ‘부동산 투자 공부’에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다. 그가 시삽으로 있는 아기곰 동호회(http://club.joinsland.com/아기곰)에서 회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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