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반을 일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 - <사이렌: 불의 섬> 출연진 제작진 인생 토크
이은경.채진아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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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사이렌 : 불의 섬>은 24명의 여성들이 출연해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나는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은 관계로 전편을 다 보지는 못하고 몇몇 짤만 보았을 뿐이다. 그동안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남성들이 다수 출연한 작품에서 여성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만족해야만 했는데, 오직 여성들만 출연을 했기 때문에 '피지컬 역할'까지 모두 도맡아서 보여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직업군별로 6개 팀'으로 나누어 경쟁을 벌였다고 하는데, 여자 경찰관팀, 여자 소방관팀, 여자 경호원팀, 여자 군인팀, 여자 스턴트팀, 그리고 여자 운동선수팀이 참가했다고 한다. 외딴섬에서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며 팀들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서바이벌로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박진감 넘치는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사이렌>에 참여한 출연진과 제작진 중 '여자 스태프'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짜깁기해서 만들어내었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을 본 독자라면 더한 감동과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뜻깊은 독서가 되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나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삶'을 엿보는 관점에서 책의 내용을 서술하면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위 말하는 '금녀의 직업' 말이다. 한마디로 '여성'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대표적인 직업군들이 바로 위에 열거한 것들이다. 솔직히 오늘날에는 '경찰계'에도 여성인력이 꼭 필요하다. 남녀평등시대에도 '남녀차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까닭에 '여성의 손길'뿐 아니라 '여성의 힘과 지혜'를 비롯해서 모든 면에서 '여성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단 경찰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이 다 그렇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차이'를 넘어 '차별'을 선호하는 것마냥 자연스럽게 '남녀차별'을 하곤 한다. 그리고선 거친 마초스타일의 문제를 슬쩍 떠넘기고서는 "너흰 '이런'거 해결 못하잖아. 그래서 '차별'은 당연한거야. 그러니까 '경찰(또는 모든 직업)' 따윈 집어치우고 시집가서 애낳고 살림이나 해. 좋은말로 할때 말야"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당차게 도전해서 '성공'이라도 해내면 마지 못해 "이번엔 운이 좋았네"라면서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한마디로 '인간'이 덜 되었다는 증거다.

 

  세상의 모든 직업에서 '남자따로 여자따로'로 구별한 순 없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남자끼리 여자끼리' 한데 묶어놓고 따로 구분 짓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므로 현대사회는 '남녀평등'이 기본적인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아쉬운 것은 '의식수준'이 이런 평범한 진리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리천장',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차별'이 당연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여실히 보여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차별의식은 도를 넘는 '젠더갈등'을 불러일으켜 첨예한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남과 녀, 서로를 향한 '혐오'만을 남기면서 말이다. 왜 서로가 가질 수밖에 없는 '차이'를 혐오하고, 서로가 가질 수밖에 없는 '단점'을 까발리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기도 하다. 상대를 비난하면 할수록 '자신의 결점'만 극대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단 말인가? 남성들은 여성을 싸잡아 비하하다가 결국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마저 욕할 지경이다. 여성들도 남자를 비난하다가 끝내는 '자기 아버지'마저 부정한 악마로 만들고 만다. 자기 부모를 더럽히고 욕하면 자기 자신조차 욕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젠더혐오'란 말인가.

 

  이제는 '여성'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편견을 버려야 할 때다. 물론 여성이기에 '사회적 보호'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말이다. 이를 테면, 산모에게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것 등은 우리 사회가 보편사회로서 반드시 배려해야 할 사안이지, '저출생 문제'를 여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이자, '상식'인 것이다. 아직도 이것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영원히 '사회격리'를 시켜도 무방하다 여긴다. 다시 말해, 아기를 품고 낳을 수 있는 여자만이 가진 '차이'를 놓고서, 왜 여자만 '사회적 약자'로 보호를 해야 하느냐는 둥, 왜 여자는 국가의무인 '병역의무'를 지지 않느냐는 둥, 왜 여자가 결혼한 뒤에도 살림에 전념하지 않고 직장에 욕심을 부리냐는 둥, 많이 봐줘서 결혼하는 것까지는 봐줄 수 있는데, 임신을 했으면, 출산에 전념하고, 출산을 했으면, 육아에 전념하고, 육아에 전념했으면 대학교 보낼 때까지 교육을 마쳐야 '엄마'로서의 도리를 다한 것 아니냐는 둥, 이런 부담을 지기 싫으니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책임지지 않는 여자들이 문제고, 여자만 사회생활을 포기하면 우리 나라 남자들이 직장 걱정할 필요도 없고, 돈도 더 많이 벌어서 여자들이 원하는 거 다 해주지 않겠냐는 둥, 그러니까 여자들이 문제고, '저출생 문제'도 결국은 여자들이 무책임하기 때문에 벌어진 사회문제라면서 헛소리를 빽빽 내지르기 바쁜 '멍청한 남자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 문제다. 정말로 전근대적인 방법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가 말이다.

 

  이따위 편견을 버려야만 한다. 사회문제는 '남녀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그 문제의 해결방법은 '남녀차별'에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대사회의 사회문제는 거의 대부분 '경제문제'에서 출발하고, 거의 모든 경제문제는 '중산층의 몰락'에서부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도 기본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도 않고, '젠더이슈'만 부풀려서 서로 남탓만 하는 혐오만 양산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문제는 남녀를 가릴 것이 없이 모두 힘을 모아야만 겨우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힘을 모으고 마음을 모으는데 집중하기는커녕 '서로의 탓'만 할 수 있느냔 말이다. 그딴 편견은 애저녁에 갖다 버려야 한다.

 

  이제는 '여자' 경찰', '여자' 군인 등과 같은 불필요한 명칭은 없애야 한다. 남자가 할 일과 여자가 할 일이 따로 나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또 그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면 '차별'을 부르는 명칭은 스스로 갖다 버리란 말이다. 물론 '차이'는 존재하고 바뀔 수 없다. 그러나 그 차이도 '상식'을 넘어서면 불필요할 뿐이다. 범죄자를 제압하는데 '여자 경찰'은 무능하니 '남자 경찰'만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건 '올바른 상식'이 아니다. 분명 '여자 경찰'보다 '남자 경찰'이 힘이 세고 현장대응능력이 뛰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남자 경찰이 여자 경찰보다 우수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뛰어난 경찰'과 '무능한 경찰'은 '실력차이'에서 오는 것이지 '남녀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상식'일 수밖에 없단 말이다. 이를 모든 직업군으로 확대해서 살펴보면 얼른 이해가 될 것이다. '올바른 상식'이 무엇이고, 올바르지 못한 상식을 떠벌리는 종자들이 거의 대부분 '비이성적인 인격자'이거나 '전근대적인 낡은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알 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하루의 반을 일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여자'라는 편견에 빠진 비상식적인 사고를 소유한 몰상식한 이들의 '말 한마디'로 기분을 잡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화재가 나서 불이 자기가 있는 곳으로 덮치는 찰나에 자기를 구해주러 온 소방관이 '여자'라는 이유로 "재수없다. 빨리 가서 '남자' 소방관을 불러오라"고 말할 셈인가? 이제는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이 우승컵을 거머쥐고 승리하면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는 당신이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편견은 하루 빨리 없애야 마땅하다. 당신의 엄마, 아내, 그리고 딸을 응원하듯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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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4 -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역사의 만남 벌거벗은 세계사 4
최호정 그림, 이현희 글, 김헌 감수,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기획 / 아울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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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로마 신화>는 방대한 내용만큼이나 수많은 신과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 사이에 얽혀있는 이야기도 아주 복잡하게 엮여있기 때문에 단숨에 읽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에는 '만화형식'으로도 재밌게 나와있는만큼 더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어렵게 읽을 까닭이 없다. 그럼에도 읽어야 할 분량이 녹록치 않기 때문에 <그리스로마 신화>를 대강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요약과 축약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 까닭에 <그리스로마 신화>를 세 가지 열쇠말(키워드)로 소개하자면, [티타노마키아(티탄족과 벌인 전쟁)], [기간토마키아(기간테스와 벌인 전쟁)], 그리고 [트로이아 전쟁(그리스연합 vs 트로이아연맹)]이다.

 

  '티타노마키마'는 그야말로 '신들의 전쟁'이었다. 태초의 신 가운데 하나인 '가이아(대지)'가 낳은 자식 중에 '우라노스(하늘)'를 남편으로 삼아 또 다른 신들을 낳았는데, 그 신들이 바로 '티탄족(타이탄) 12신'이다. 그리고 또 신들을 낳았는데 이번엔 생김새가 너무나도 기괴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우라노스가 강제로 가이아의 품속(땅속, 타르타노스)으로 감금하고 말았다. 가이아는 그래도 우라노스, 당신의 자식이니 인정해달라고 호소하지만, 그 못생긴 키클롭스(외눈박이) 삼형제, 헤카톤게이르(얼굴 반백 개, 손 백 개인) 삼형제 등을 절대 꺼내지 못하게 한다. 이에 앙심을 품은 가이아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일 용기 있는 '티탄'에게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아마다스'라는 금속으로 만든 낫을 선사한다. 그 낫을 든 이가 바로 '크로노스(시간)'다. 크로노스는 아버지가 잠든 틈을 타 거시기를 거세해버리고 그것을 바다로 던져 버리고 만다. 그 거시기가 바다로 날아가면서 뚝뚝 흘린 피가 어머니(대지의 신, 가이아)에게 튀고 난 뒤에 생겨난 거대한 신이 바로 '기간테스(자이언트의 어원)'이고, 바다로 풍덩 빠져서 생겨난 신이 '아프로디테(미의 여신)'다.

 

  암튼, 아버지 우라노스를 제거하고 새로운 신들의 왕이 된 크로노스는 우라노스와 '똑같은 운명'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해, 자기가 가진 권력을 자기가 낳은 자식에게 빼앗길 거라는 운명 말이다. 크로노스가 어쩌다 이런 운명을 맞게 되었냐하면, 바로 가이아가 원하는 요구를 우라노스와 마찬가지로 크로노스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타르타노스'에 갇힌 또 다른 자식들을 자유롭게 풀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라노스와 마찬가지로 크로노스도 그 흉칙하고 힘만 쎈 괴물들이 자신이 다스리는 세상에 나다니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로노스도 그의 자식들에게 권좌를 빼앗길 운명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자리'를 거저 내줄 멍청이는 없었기에 전쟁이 벌어졌는데, 그게 바로 '티타노마키아'다. 바로 '티탄족 12신'과 훗날 '올림포스 신'이 되는 제우스와 남매 신들, 그밖에 티탄족을 배신한 메티스, 프로메테우스, 니케 등등의 티탄족과 타르타노스에 감금되었던 힘쎈돌이 삼형제들이 합세하면서 끝내 제우스 쪽이 승리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렇게 '티타노마키아'에서 승리를 거둔 신들은 세상을 마음껏 다스리게 되었고, 그중 제우스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 '신 중의 최고신'에 등극하면서 올림포스산을 자신의 거처로 삼고 나머지 신들도 함께 올라 '권력'을 분배하게 되니, 이가 바로 '올림포스 12신'이다. 제우스는 왜 우라노스와 크로노스와는 달리 권력을 독점하지 않고 나누게 되었을까? 그건 바로 제우스도 '자신이 낳은 아들에게 권좌를 빼앗길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의 할아버지가 그랬고, 그의 아버지도 그랬으니, 제우스도 끝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제우스는 그 운명을 조금이나마 늦출 방법을 모색하다 '권력분배'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운명'만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했던 '기간테스'가 태어나자 무섭게 무럭무럭 자라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라다 기간테스의 키가 대지에서부터 올림포스 산꼭대기까지 자라자, 드디어 때가 되었고 기간테스는 올림포스 신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편, 제우스도 신탁을 듣게 된다. 기간테스가 공격해오면 '불멸의 존재'들은 결코 이길 수 없지만 '필멸의 도움'을 얻으면 이길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제우스는 열심히 '필멸의 존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필멸의 존재란 바로 '인간'을 말하고, 거대한 기간테스와 맞서기 위해선 평범한 인간은 싸울 수 없을 테니, '인간 영웅'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제우스는 여신은 말할 것도 없이, 요정들과 여자들과 끊임없이 불륜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녀들(?)이 낳은 자식들이 모두 한가닥 하는 꽃미남, 꽃미녀로 자라나는데, 그 가운데 으뜸은 다름 아닌 '헤라클레스(헤라의 영광)'이다. 비록 헤라가 낳은 아들이 아닌데도 그녀의 영광을 빛낸다고 이름지어진 까닭은 '필멸의 존재(영웅)'을 '불사의 존재(헤라의 젖을 먹으면 죽지 않는다고 함)'로 만들어 기간토마키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여자가 낳은 아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붙인 남편이 이뻐 보일리 없다. 그래서 헤라는 헤라클레스에게 '열두 가지 고난'을 겪게 한다. 헤라클레스는 이 고난들을 모두 성공하고 이름을 더욱 빛내고 만다.

 

  어쨌든, '기간토마키아'는 벌어졌고 예언대로 제우스를 비롯한 '불멸의 존재들'은 기간테스들에게 초주검이 되고 만다. 올림포스 신들이 모두 죽게 될 즈음 헤라클레스가 등장하며 상황은 역전이 된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기간테스와 맞서 싸울 헤라클레스에게 자신들의 무기와 갑옷을 빌려주며 기간테스와 당당히 맞설 수 있게 해주는데, 헤라클레스도 기대에 부족함 없이 기간테스를 번쩍 들어올려 허공으로 내던지고 히드라의 독이 묻은 화살을 명중시켜 기간테스를 말라죽게 만들었다. 이로써 '기간토마키아'도 제우스의 승리로 끝을 맺는다.

 

  정리하면, '티타노마키아'는 신들끼리 벌인 전쟁이었고 '기간토마키아'는 신과 인간이 힘을 모아서 승리를 거둔 전쟁이었다. 이는 '신화'가 허무맹랑한 상상의 산물이 아닌 인류의 지혜가 담긴 보고라는 증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속 이야기(티타노마키아)'가 '역사속 이야기(기간토마키아)'로 끌려들어오고 있는 것을 보는 셈이다. 이제 신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신과 인간이 함께 등장하는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신화는 자연스럽게 역사의 품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이젠 신이 주인공이 아니라 인간이 주인공인 전쟁인 '트로이아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그리스연합과 트로이아연맹이 싸움을 벌이는데, 양쪽의 편을 드는 신들도 참전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조연의 역할에 머물고 있으며, 전쟁의 주연은 '양쪽의 인간 영웅들'이 처절한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신화'는 허무맹랑한 상상의 결과가 아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역사'이며, 하인리히 슐리만에 의해 '트로이 유적'이 발굴되면서 역사적 사실로 증명이 되기도 하였다. 그저 신화로만 알려졌던 내용을 '진실'로 믿은 결과였다. 이는 우리의 '단군신화'도 역사기록만이 아니라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물과 유적으로 어딘가 묻혀 있을 거란 믿음이 그저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닐 거라는 희망을 선사하는 바다. 비록 현재는 우리가 발굴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곳이 아닌 북한과 중국에 '고조선의 유적과 유물'이 잠자고 있지만 말이다.

 

  결국 우리 어린이들이 <그리스로마 신화>를 공부해야 하는 까닭은 '서양문화의 원류'이고 '서양문화'를 이해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지만, 신화가 곧 역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크기가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세상을 크게 바라볼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상상력'이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까지 인류가 '세상을 이해하는 열쇠'로 신화를 이용한 이유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과학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한 방법이다. 왜냐면 아직도 '과학'이 해결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조차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과학원리'를 깨닫기 위해서 상상력을 마구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한다. 오늘의 어린이들이 펼칠 상상력은 고대인들이 펼쳐낸 상상력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으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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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후 2024-01-18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즐겨보는 프로고 좋은 책이군요.^^
한번 구입해야 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異之我_또다른나 2024-01-20 22:06   좋아요 0 | URL
어린이들에게 훌륭한 책은 어른에게도 좋은 책인 법이죠^^
방송 내용에 충실한 책이기도 하지만,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졌기 때문에 자녀가 있는 학부모가 ‘함께‘ 읽기에도 좋고, 다 읽은 뒤에는 방송처럼 ‘퀴즈‘도 풀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매우 유익한 책입니다.
 
히스토리 히어로즈 1 : 보스턴 차 사건 - 세계사 판타지 그래픽 노블 히스토리 히어로즈 1
정명섭 지음, 최활 그림, 김봉중 감수 / 아울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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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어린이책을 고르는 기준은 언제나 '이해'하기 쉽고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한다. 어느 장르를 고르던 이 두 가지만 명심하면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까닭은 독자인 어린이들이 책을 딱 한 번만 읽지 않기 때문이다. 다 읽은 뒤에 또 한 번 읽고 다시 꺼내 읽는 '어린이들의 독서 취향'을 고려할 때 반드시 고려해보아야 할 점이다. 여기에 또 하나 고려하면 좋은 기준은 바로 '유익함'이다. 물론 자신들이 읽을 책을 스스로 골라 읽는다면 정말 훌륭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풍부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럼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에겐 '어떻게' 책을 골라주어야 하는가? 그건 바로 '부모님'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요즘 '어린이책'을 가장 많이 읽는 연령대가 바로 30대, 40대 학부모들이다. 부모들이 먼저 읽고 '좋은책'을 선택해주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고등 청소년책을 골라주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초등 어린이책이라면 '전문가가 아니어도' 충분히 골라줄 수 있다는 점도 한몫 했을 것이다.

 

  이번 [아울북]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히스토리 히어로즈> 시리즈는 '세계사'이 중요성을 잘 아는 초등 학부모들에게 아주 좋은 책일 것이다. 초등 역사에서는 무엇보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위인)'을 중점으로 풀어나가야 어린이들이 '역사'라고 하는 거대한 바다를 마주하고도 겁먹지 않고, 거침없이 휘몰아치는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는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는 장장 반만 년의 시간을 다루며, 그 유구한 시간을 '역사사료'라는 단편적인 '기록'으로만 유추하고 추론해야 한다. 마치 고깔을 얼굴에 쓰고 조그만 구멍을 통해서 거대한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큼 막막한 공부인 것이다. 그렇기에 차근차근히 살펴보고 차곡차곡 지식을 쌓아나가지 않으면 절대로 역사를 다잡을 수 없는 법이다.

 

  이렇게나 어려운 공부가 '역사'인데도 어린 시절부터 역사를 가르치는 까닭은 그만큼 중요한 공부이기 때문이다. '어제'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내일'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게 된다. 하물며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조차 하지 않으면 다가올 미래도 '잘못'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잘한 점은 되살리고 바르지 못한 역사도 배워서 잘못한 점을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게 노력해야만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잘못된 역사를 또다시 '반복'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말 것이다. 또한 역사공부는 '자긍심'을 배우는 학문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의 빛나는 업적 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아낌없이 노력하는 위인들의 삶을 엿보면서 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히스토리 히어로즈>의 내용을 살펴보자. 책속의 배경은 2125년 미래이고,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지구가 황폐해지고 말았다. 전쟁이 일어난 배경은 머지 않은 미래에 자원이 고갈되고 강대국들이 '남은 자원'을 서로 차지하려다 결국은 지구를 파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만 것이다.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쟁을 벌인 어리석은 지구인과는 달리 평화를 사랑하고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에코시티'를 만들어 그 안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알파센타우리'로 이주 계획을 세우고 착착 진행중에 있다. 더는 지구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힘든 환경속에서 '인류의 기록'이 남아 있을 리 없다. 한마디로 '역사'가 모두 사라진 것이다. 이에 타임머신을 이용해서 '과거의 기록'을 직접 눈으로 보고 되살리는 '히스토리 히어로즈'가 활약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위대한 작업을 하는 일원 중에 삐딱선을 타는 인물이 등장하게 되었다. 바로 '타임X'라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역사기록을 복원하는 일에 실증을 내고 '역사를 제멋대로 바꾸려는 음모'를 꿈꾸게 된다. 이런 악당이 등장한다면 당연히 악당을 저지할 영웅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타임X'는 그런 것도 이미 예상이나 한 것처럼 타임머신을 폭파시켜 버리고 만다. 그런데 오래전에 만들어놓은 조잡한(?) 타임머신이 남아 있었다. 그 타임머신이 '선택'한 히어로즈(영웅들)는 다름 아닌 두 명의 어린이였다. 이제 인류의 역사가 뒤죽박죽 엉망이 되지 전에 '타임X'의 음모를 막을 사람은 두 어린이의 활약에 달린 것이다. 자, 과연 '히스토리 히어로즈'는 인류의 역사를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려는 음모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 첫번째 이야기는 '보스턴 차 사건'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과도한 영국의 세금정책에 불만을 터뜨리며 '독립운동'을 시발점 역할을 했던 중요한 사건이다. 여기에 사건을 주도한 인물들은 '자유의 아들들'이란 비밀조직을 이끌었던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 불리는 존 핸콕과 새뮤얼 아담스, 그리고 16살 어린 나이에 '보스턴 차 사건'에서 인디언으로 분장을 하고 참여한 조슈아 와이어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보스턴 차 사건'이 중요한 까닭은 "대표가 없으면 세금도 없다"는 자유를 위한 저항이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곳곳에서 벌인 전쟁으로 인해 돈이 궁해지고 말았는데, 이를 '세금'으로 충당하려 했던 것이다. 허나 영국시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할 경우, 가뜩이나 무리한 전쟁을 벌여 고달픈데 과세까지 하면 폭동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서,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사람들에게 '세금'을 매기는 정책을 통과시켰던 것이다. 미국사람들도 처음에는 영국에서 건너온 이주민이었던 탓에 '영국이 매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세금과 '생활 필수품'에까지 마구잡이로 세금을 부과하게 되자 점점 불만이 쌓였던 것이다. 더구나 과세정책을 결정한 '영국의회'에는 미국사람들을 대표하는 이도 없었기에 불만은 더욱더 커져만 갔던 것이다. 영국도 처음에는 미국사람들의 불만을 인정하고 '세금부과'를 없던 일로 되돌리기도 했지만, 영국정부는 돈이 궁해지면 언제든지 '식민지 백성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런 부당한 역할을 도맡아 했던 회사가 바로 '동인도회사'였고, 마침 보스턴 항구에 정박해 있던 '홍차'를 싣고 있던 배에 몰래 잠입해서 차를 바다에 던지는 일을 벌였던 것이다. 이 사건이 촉발이 되어 영국은 미국에 엄청난 군대를 보내 진압하려 했고, 미국은 '민병대(미니트맨)'를 조직해서 저항해 나갔다. 드디어 '독립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자유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 '내 몫의 자유'를 침해하려 들면 자연스레 부당함을 느끼게 되고, 억압하려 들면 저항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자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권리' 중 으뜸인 것이다. 미국사람들에게 '자유'는 영국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미국의 주요 수입원이 '해상무역'이던 시절에 막강한 영국해군은 미국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상선'을 보호해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였다. 그런데 그걸 빌미로 영국은 사사건건 '미국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해주며 '대가'를 바라게 되자, 더는 '영국의 보호'가 필요없다고 선언을 한 셈이다. 더 솔직하게는 '영국의 간섭' 따위는 필요없다는 선언이었을 것이다. 이런 미국사람들의 당연한 권리행사에 '실력행사(군사시위)'로 대답을 하니, 드디어 미국사람들도 자유를 위한 저항으로 대답을 한 것이다.

 

  이처럼 '자유를 위한 저항'은 인류 역사에서 계속 반복된다. 자유를 위해서 사람들이 벌였던 '역사적 사건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역사공부를 하는 것도 꽤나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역사공부는 결코 '달달 외우는 지식'에서 머물면 안 된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통해서 '얻은 지식'의 의의를 깊이 헤아려 '살아있는 지식'으로 만들고, 그 생생한 지식을 '내것'으로 만들 때 비로소 올바른 역사공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히스토리 히어로즈> 시리즈로 역사공부를 쉽고 재미나게 즐겨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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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킴의 세계사 완전 정복 - 패권전쟁으로 이해하는 역사의 흐름
썬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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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냉전시대'를 이끈 두 나라는 '미국과 소련'이었다. 오늘날 우리 나라가 남북으로 두 동강이 난 원인도 바로 이 두 나라 때문이었던걸 감안하면, 두 나라의 역사에 대해 빠삭하게 알아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단순히 '이분법적인 논리'대로 미국은 착한 우리 편, 소련(현 러시아)은 나쁜 북한 편이라고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볼 뿐이다. 이래서는 복잡하고 첨예한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하기 힘들다. 특히나 우리 나라는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외교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우리의 외교력은 형편 없는 지경이다. 우리 외교의 기본 방침은 '자국이익'이어야만 하는데,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미국진영'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거의 '의탁'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균형'을 잃어버리고 강대국들의 '대리전'을 치루는 전쟁터로 전락할 가능성만 높여줄 뿐이다.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었다. 그에 걸맞게 '대한민국의 목소리'에 무게감을 높이고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누구도 허투로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에게 '이로운 목소리'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사의 지혜에서 그 목소리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은 '미국과 소련'이 탄생하기까지 그 배경을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먼저 미국은 유럽의 이민자들이 북미대륙에 정착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북미대륙의 원주민'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했을 것인데, 이민자들은 그런 관계를 '대량학살'로 싹 정리해버리고 만다. 그런 와중에 '독립혁명의 바람'이 불며 영국의 식민지에서 탈피하고 드디어 '미국(아메리카합중국)'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서 미국은 정책적으로 '영토확장'을 우선적으로 삼는다. 이른바 '서부개척'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프랑스 나폴레옹으로부터 거대한 루이지애나를 사들이고, 원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강제로 빼앗고, 멕시코와 스페인과도 전쟁을 서슴지 않고 벌여서 '미국의 영토'로 넓혀 나갔다.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인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그 뒤로도 미국의 확장정책은 멈추지 않는다. 태평양을 넘어 동아시아 대륙까지 영토확장의 꿈을 펼쳐나갔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미국이, 조선은 일본이 차지한다는 '가쓰라 테프트 밀약'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한편, 러시아는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 덕분에 급부상하게 되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무적을 자랑하던 나폴레옹의 원정군을 보기 좋게 무찔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군대는 물리칠 수 있었지만 '프랑스의 혁명정신'은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 혁명정신은 러시아를 강타한 '굶주림'과 함께 널리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굶주림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그 원인을 적확하게 분석했다는 '마르크시즘'이 러시아에 휘몰아치게 되었다. 그래서 러시아 민중들은 '황제'를 몰아내고 혁명을 이끌던 '레닌'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제 러시아는 사라지고 '소비에트연방'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러시아혁명의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게 진행된다. 굶주림에서 시작된 민중봉기는 제정러시아의 탄압으로 번번이 실패하고, 볼세비키혁명 또한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성공하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피를 흘리고 난 뒤에야 겨우 '소련'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두 나라가 '강대국'이 되어 냉전을 이끌게 된 원인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바로 '균형과 견제'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천하통일이나 일당 독재는 모든 '권력자의 꿈'이겠지만, 하나로 뭉치면 반드시 쪼개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어차피 '분열'이 숙명이라면 서로 균형점을 찾아 평화와 안정을 꾀하는 것이 '국제관계'를 현명하게 끌어가는 최선일 것이다. 제1, 2차 세계대전으로 명실공히 최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으로서는 자신과 힘을 겨룰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이다. 비록 처음에는 '절대악'이 필요했을지언정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면서 점차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소련이 붕괴된 직후에 '새로운 파트너'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오늘날의 G2 경쟁은 과거의 '냉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21세기에 '낡은 이데올로기'가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미국과 소련이 등장하면서 우리에게 미친 영향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우리와 상관이 없는 건 좀 몰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우리와 따로 떨어져서 벌어지는 '사건'은 없다. 특히 근현대 한국사에서 벌어진 사건 가운데 미국과 소련(구 러시아, 현 러시아 포함)이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으니 말이다. 일제가 우리를 식민통치하게 된 것도 제국주의시절 전세계를 '땅따먹기'하던 서구열강들 때문이다. 그들이 암묵적으로 일제의 조선침략을 눈감아줬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우리 스스로 힘을 키워나갈 여력을 짓밟고 저들의 이익만을 추구한 덕분에 우리는 '해방이후'에도 오래도록 고통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전범국'인 일제가 패망하면서 우리는 온전한 독립을 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패전국인 일본을 '대신'해서 분단이라는 형벌을 받아야 했고, 냉전 갈등의 분출구로 전락해 미국과 소련을 대신해서 '전쟁'을 치뤄야했다. 그 대가로 '분단 70년'이 지난 지금도 좀처럼 해결법을 찾지 못하고 '핵전쟁의 위협'까지 치닫고 말았다. 이런 우리의 현실이 모두 일본, 미국,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자국이기주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면 무리한 해석일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냉엄한 국제관계속에서 '자국이기주의'는 무엇보다 앞설 수밖에 없는 '옮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도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일본의 이익을 챙겨줄 것이며 미국의 노예로 살 것이냔 말이다. 우리의 첫번째 이익은 '통일'에 있다. 단순히 북한과의 통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압록강과 두만강 너머에 있는 만주의 조선족과 연해주의 동포, 그리고 '고려인'이라고 차별받는 모든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한민족대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화교와 이스라엘의 유대인 들이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저들은 세계 곳곳에서 살면서도 '조국의 부름'에 언제든 '응'하는 무한이기주의를 표방한다. 우리는 왜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끼리' 분열하고 싸워야만 하는가 말이다. 이제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 뭉쳐야 하는 이유를 내세워야 할 때다.

 

  두번째 이익은 '중립'에 있다. 괜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어리석음을 범할 필요는 없단 얘기다. 미국과 중국이 싸운다면 우리는 '어느 편'도 들지 말고 두 나라에 꼭 필요한 나라가 되어 양쪽을 이용해먹을 수 있어야 한다. '한쪽 편'을 드는 순간 균형은 깨지고 강대국의 속국이 되어 '강한 상대의 먹잇감'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 편이라 믿었던 강대국 또한 우리를 자신들의 '총알받이, 그 잡채'로 이용해먹을 것이 뻔한 이치 아니냔 말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이란 것도 결국엔 '저들의 전쟁'을 대신 치루는 전장터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귀결될 뿐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강해져야만 한다. 강대국의 힘을 빌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오직 독자적인 힘으로 얻은 '중립'이어야만 한다.

 

  마지막 이익은 '활용'에 있다. 현실적으로 통일과 중립은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없는 궁극적인 목표다. 그 전단계로써 강대국들을 충분히 활용해서 우리의 이익을 챙겨야만 한다. 한마디로 '뽕'을 뽑으란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한다면 저들이 우리의 이익을 함부로 빼앗아갈 수 없도록 치밀한 계획을 짜야한다. 여차하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는 카드도 만지작거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시작전권'도 하루 빨리 회수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위해 외교력을 충실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동안에는 우리보다 기술이 앞선 나라들을 '눈가린 경주마'처럼 무작정 따라하기만해도 충분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허나 이제는 다르다. 우리의 기술을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는 '세계대회'에서 1등을 따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젠 우리 스스로 '세계대회'를 개최하고, 우리만의 '기준'으로 세계시장을 포맷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한류열풍'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전세계가 '한국표준(코리아스텐다드)'에 맞추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실함을 심어주어야 한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춰야' 대흥행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한국인들의 기준에 '따라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부심을 내비춰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이익을 추구하는 최선의 활용은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닌 '개최'에 방범을 찍어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세계사 완전 정복>이라서 몇 자 찌끄려보았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전세계가 '한류'에 미치듯이 새로운 '한국표준'을 내세우면 이 또한 미친듯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의 1020세대들이 반드시 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푸른 꿈을 활짝 펼칠 수 있도록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저들이 고민하는 '내집마련 걱정', '사교육비 부담' 등과 같은 어려움을 완벽히 해결해줘야 한다. 늙은이들의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시시각각 급변하는 '시사'와 오랜 시간을 두고 고민하는 '역사'에 관심을 모아야 할 때다. 역사공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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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5 - 마리 앙투아네트와 나폴레옹의 대격변 시대 벌거벗은 세계사 5
최호정 그림, 김우람 글, 조한욱.김대보 감수,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기획 / 아울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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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와 '나폴레옹'을 집중조명 해본다. 이 두 인물이 했다고 알려진 유명한 말이 있는데,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드세요"와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말이다. 사실 두 말은 모두 '가짜'에 가깝다. 다시 말해 두 인물이 직접적으로 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들이 전해지는 것일까? 그건 바로 '군중'이 두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했는지 진위여부와는 상관없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자연스런 흐름이 두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한편, 프랑스 혁명은 기존의 계급사회(봉건질서)가 무너지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지닌 권리'를 인정받게 되는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혁명을 이끌었던 주역들은 혁명정신으로 '자유, 평등, 박애(형제애)'라는 세 가지를 내세우며 국가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질서체계인 '공화제'에 대한 민중의 열의를 잘 드러내주었다. 그 과도기적인 혁명 와중에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나갔으며, '나폴레옹'은 제3신분(평민)으로 왕이 사라진 혼란한 정국의 안정시키는 영웅으로 등장했다가 황제의 자리에서 몰락하고 만다. 그런 까닭에 두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프랑스 혁명'을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어린이책'이다.

 

  그렇다면 어린이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달달 암기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또한 '미래 예측'을 위해서 과거를 분석하는 것도 어린이들에게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어린이들이 '역사적 사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딱 두 가지다. 바로 '역사적 사실'이 지닌 의미를 알고, '역사적 인물'의 삶을 통해 꿈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인류의 발자취를 통해 인간이 저지른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게 되면 어른들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이치를 깨닫게 되고, 그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명한 인물의 생애를 살펴보면서 '삶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고, 어떤 삶이 가치가 있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 역사책은 '사건'과 '인물'을 적절히 조율하면서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어떻게 조명하면 좋을 것인가? 역사에서 다루는 '여성'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역사가 '남성중심'적이라는 그릇된 편견으로 오래도록 써왔다는 비판으로 시작해서,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여성'에 관한 올바른 시선까지 자세하게 풀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여성편향적인 관점'은 또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게 되므로 지양해야 하며, 늘 '양성평등적인 관점'에서 남성과 여성을 가르지 않는 똑같은 '인간중심적인 관점'에서 조명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당시 프랑스 사회가 얼마나 '잘못된 시선'으로 평가를 받았는지 살펴보고,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속에서도 단지 '여성',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편, 나폴레옹은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한 영웅인지, 아니면 탐욕스런 권력욕만 가득한 잔혹한 독재자인지 조명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사실은 프랑스 혁명 이후 혼란스런 정치국면을 빠르게 안정시킨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리더)였으며, 외국의 침공을 무수히 막아낸 구국의 영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총제, 집정관, 그리고 황제의 자리를 장기간 차지하면서 저지른 끔찍한 학살과 반대파를 향한 무자비한 공포정치를 자행한 독재자였다는 것이다. 물론 한 인물을 평가함에 있어 '일부분'만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너무 극단적인 '두 가지 얼굴'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폴레옹 같은 인물을 평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기준점'을 정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 프랑스 혁명의 정신은 '자유, 평등, 박애'였고, 이를 내세워 주변국 민중들에게 널리 전파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던 점에서 평가를 내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나폴레옹이 혁명군의 수장이 되어 주변국의 민중을 해방시키는 목적을 내세워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런 영웅조차 '권력의 맛'을 본 뒤의 행동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만행들이었다. 황제가 되고 싶다는 욕심에 '가짜뉴스'를 퍼뜨려 민중의 인기를 끌어모으는데만 신경 쓴 탓에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무자비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숙청해버리는 모습이나, 프랑스가 식민통치하고 있는 나라에서 끔찍한 학살을 자행하고, 자신의 군대를 앞세워 다른 나라의 왕위를 빼앗아놓고도 저항을 하면 어김없이 탄압하고 목숨을 빼앗는 짓거리를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신나간 독재자가 분명하다. 이런 독재자에게서 '자유, 평등, 박애'라는 혁명정신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나폴레옹은 애초부터 '혁명정신의 수호자'라기보다는 그저 '신분상승'에 눈 멀어 오직 '권력욕'만을 탐한 독재자였다는 평가가 정당할 것이다.

 

  이렇듯 역사적 인물을 집중조명할 때에는 '명백한 기준'을 정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단지 부자가 되어 풍요롭고 안락한 생을 꿈꾸는 것이 아닌 '진짜 인생'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한다. 역사의 수많은 전쟁영웅들은 '전쟁'이라는 끔찍한 시대를 겪었기에 나타났을 뿐이다. 그런 혼란스런 시대에도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모두를 위한 고귀한 희생'을 선택한 인물들이 바로 영웅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그런 영웅들은 평화로운 시대에서도 정의롭고 도덕적으로 살아갔을 것이라고 말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그런 영웅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게 '역사'를 잘 가르쳐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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