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짝 심리학 2 -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병 한빛비즈 교양툰 9
이한나 지음 / 한빛비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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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짝 심리학 2 :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병>  이한나 / 한빛비즈 (2020)

[My Review MMXIX / 한빛비즈 169번째 리뷰] 우리는 '마음의 병'에 대해서 조금은 잘못 이해하고 있는 점들이 많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몸(신체)'이 아플 경우에 아무 거리낌없이 병원에 들러서 치료도 받고, 상담도 받고, 심지어 별로 아프지도 않는데 '건강관광(?)'이라도 다녀오듯 동네병원부터 큰 대형병원까지 아무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다녀온 것을 자랑하듯 떠벌린다. 그런데 유독 '정신병'에 대해서만큼은 쉬쉬하기 일쑤다. 자신의 정신질환을 감추는 것은 물론, 가족이나 친척 중에 '정신질환자'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고, 심지어 '가까운 지인' 중에 정신질환자가 있다는 사실조차 감추기 일쑤다. 왜 그런 것일까? 몸이 아프면 아무런 거리낌없이 다녀오는 병원인데, 정신(마음)이 아프면 감추기 급급하다.

그 까닭은 우리는 '정신질환'에 대해서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혈압 환자'가 평생 혈압약을 복용하며 혈압을 조절하듯 '정신질환자'도 가벼운 약물치료로 정상인과 다를 바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 사실에만 너무나 집중적인 관심과 뉴스가 이런 오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테면, 평소에 '우울증'을 심하게 앓던 환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자택에서 목을 메고 자살을 했다는 뉴스, 유명 연예인이 어느 날 갑자기 잘 나가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며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다면서 너무 힘들다는 소식을 울먹이며 전하는 뉴스, 조현병을 앓고 있던 환자가 어느 날 갑자기 옆집에 살고 있던 이웃을 식칼로 온몸을 서른여덟 번 찌르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경찰이 빨리 출동해서 범인을 제압하고 구급대의 재빠른 응급조치로 다행히 피해자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는 뉴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40대 남성 과외교사가 10대 여중생을 '가스라이팅'으로 꼬셔서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는데, 피해 여중생은 아직도 서로 사랑해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며, 가해자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가해자 남성을 체포한 경찰은 '미성년자 강제추행죄'를 적용해서 40대 가해자를 구속수사하고 있으며, 이 남성이 과거 '정신과 치료 경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기에 현재 ㅇㅇ병원에서 '항정신성 검사'를 진행중에 있다고 밝혔다는 뉴스 등등, 이런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시선이 고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죄다 '이상한 사람들'일까? 일례로 '사이코패스 질환자'는 생각보다 수가 많은데, 전체 인구 가운데 무려 1%가 사이코패스 질환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하단다. 80억 인구 가운데 8000만 명이 '사이코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더 피부에 와닿게 설명하자면, 한 반에 35명의 학생이 있다면, 세 개의 반 학생들 가운데 1명 꼴로 '사이코패스'가 속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보통의 학교에서 한 학년에 1명꼴로 '살인마'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흔하디 흔한 '고혈압 환자'라고 해서 모두 병원 침대에서 누워서 꼼짝말고 '집중치료'를 받아야하는 중증환자가 아닌 것처럼 실제로 '고혈압 증세'가 있더라도 약물치료도 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무리없이 해내는 것처럼 '사이코패스 증세'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 주변에 '평범한 1인'으로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게 더 무섭다고 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사이코패스' 증세를 자기도 모르게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엘리트 집단'에 속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교1등이 모두 '사이코패스'라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가 흔히 정신질환자들을 '천재, 아니면 바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 가운데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뭐, 그래서 '사회지도층'에 속한 엘리트들 가운데 패륜과 패악질을 일삼는 이들(?)이 참 많은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암튼 우리 주변에 '사이코패스'와 같은 정신질환자들이 엄청 흔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 뿐이다. 지금 당신의 Boss가 이상한 행동(?)을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있다면? 그가 '사이코패스'일 수도 아닐 수도 그럴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해는 하지 말자. 정신질환자가 우리 주변에 정말 흔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니까 말이다.

그런데 내 주변에는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한다면, 그 말도 맞다. 정신질환자라고 다 증상이 심각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정신질환자의 소견을 갖고 있더라도 '자가 증세'가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 또한 있더라도 매우 약해서 자신이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해마다 '건강검진'을 할 때에 아무 진단도 받지 못하고 건강하다고 판정을 받은 이들도 '정밀검사'를 받았을 때 여기저기 의심소견이 발견되었다며 더 자세한 검사를 진행하자는 '건강의 적신호'가 켜지듯이, 정신질환도 평소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듯 싶다가 특정하고 심각하며 열악한 '상황'에 처했을 때 느닷없이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정신질환' 소견을 갖고 있더라도 '정상'의 범주 안에 있는 사람이다. 증세가 더 심해지지 않게 조심하면 된다.

하지만 '증세'가 나타났고 점점 심해진다고 느껴진다면 반드시 '정신질환' 검사와 치료를 병행하면 된다. 요즘엔 약물요법도 효과가 좋고, 주사를 맞으면 일정기간 동안은 별문제 없이 지낼 수 있는 치료법이 많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 때문에 불필요한 행동으로 심한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마음의 병'은 약해 빠진 마음상태 때문에 일어나는 병이니 빡센 정신단련이 필요하다는 둥, 미친놈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면서 가뜩이나 '마음의 병'으로 아파하는 환자를 막무가내로 대하는 어리석은 짓은 제발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심장병'에 걸린 환자에게 심장을 단련시킨다며 매일매일 10킬로 런닝을 강제로 시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가뜩이나 심장기능이 약한 환자에게 무리한 운동을 시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말이다. 마찬가지다. '정신질환'은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신체기능(특히, 호르몬)'이 다르게 작용해서 벌어지는 이상증세다. 이런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 정신수련이니 신체단련이라는 빌미를 내세워서 몽둥이를 들이댄다면 증세는 더욱 악화될 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정신질환의 실체'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두어야만 한다. 먼저 '우울증'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이다. 왜냐면 원래 인간은 활발한 '신체활동'을 하도록 진화되었는데, 현대인들은 대부분의 일상을 '실내'에서 햇빛도 쬐지 못하고 보내지 않느냔 말이다. 정신병 걸리기 딱 좋은 환경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잠깐의 휴식시간이라도 좀 걷고 햇빛도 쬐고 대화도 나누면서 정신건강을 좋게 만들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공황장애는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동반한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공황장애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는데, 주변 사람이 보기에는 별 문제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본인은 죽을 것 같은 공포에 휩싸여버리니 문제다. 물론 약물치료법도 있지만,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스스로 별문제 아니야 라면서 다독이면 진정효과가 나타나는데, 제삼자가 보이게 별 것 아닌 것처럼 행동하지는 말자. 그게 공황장애를 더 심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조현병 환자가 100% '살인자'라는 오해부터 버리자. 조현병 환자의 주요 증상이 망상과 폭력이긴 하지만, 정작 조현병 환자를 심각한 망상과 끔찍한 폭력을 저지르게 만드는 원인은 주변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반응' 때문이다. 그래서 조현병 환자들은 자존감이 매우 낮다. 그래서 잘 치료가 되어서 퇴원을 했던 환자도 주변의 손가락질 때문에 다시 병원에 재입원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사이코패스는 너무 흔해서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상으로 우리는 정신질환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속담에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아는 게 힘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알아야 한다'가 정답이다. 몰라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대충 알고 있다가 잘못된 상식을 접할 경우에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정신병'에 걸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우리 사회에서는 특히 '엘리트 집단'은 필히 정신질환 검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 너무나도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그들인데, 사람으로서 할짓, 못할짓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비상계엄을 해놓고 계몽령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꼭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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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성공시대 1 히틀러의 성공시대 1
김태권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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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성공시대 1>  김태권 / 한겨레출판 (2012)

[My Review MMXVIII / 한겨레출판 9번째 리뷰]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경,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선포', 즉 '계엄령'이 떨어졌다. 전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손꼽히던 대한민국이 한순간에 군대를 동원한 비상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그렇다면 군을 동원할 정도로 심각하고 위태로운 국가위기 상황이 펼쳐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전혀 아니었다. 아니, 위기를 맞이한 이들이 있긴 있었다. 바로 '윤석열 정권의 쿠데타'가 성공하길 간절히 바라던 내란세력이 줄줄이 탄핵을 당하고, 국정운영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자, 결국 '계엄'이라는 사태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내란'으로 꽉 막힌 국정을 뚫어보려 했고, 필요하다면 '외환'까지 일으켜서, 나라야 망하든 말든 저들의 '정권유지'에만 성공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망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심보로, 그야말로 '최후의 발악'을 한 셈이다. 그러나 최후의 발악치고는 꽤나 공을 들여 '내란계획'을 짰고, 최고의 엘리트라고 불리는 집단들을 총동원해서 요소요소에 배치하는 등 아주 세심한 배려까지 했다. 그리고 최후에 실패했을 경우에도 '비장의 카드'라고 할 수 있는 '법조인 카드'를 총동원해서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절대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던 모양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파면' 선고를 했는데도, 이에 불복하고, '재집권'을 통한 정권연장을 끝없이 시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기가 찰 노릇이다. 정말이지 파도 파도 또 나오는 '내란동조세력'들은 끝까지 '정적 죽이기'를 통해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정말 바보들인지 천재들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재명 하나만 죽이면 대한민국을 '제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대단한 착각에 빠져 있다. 국민들이 정말 그렇게 바보들이고, 계속 속아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으니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바로 김태권의 <히틀러의 성공시대(전2권)>(2012)였다. 당시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정권교체'가 있던 시기였는데, 그 당시에 '극우세력'들이 가스통을 들고 나와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지만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런 극우들을 보면서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면서 '파시즘(나치즘)'에 대한 관심이 꽤나 높아졌던 적이 있었더랬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는 '극우세력'들이 정말 크게 불어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늘 '그 정도'였는데, 그런 극우들의 과격한 행동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많이 늘어난 요즘이 우려스러운 상황이 된 셈이다. 그런데 꼭 100여 년전 '독일사회'도 그랬다. 1920년대 독일사회는 정말이지 너무도 암울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을 하고 어마무시한 '전쟁배상금'을 물어야만 했던 독일인들은 경제적으로 그야말로 밑바닥을 전전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던 독일에 '미국발 경제대공황(1929)'이 덮치자 그야말로 경제, 민생 초토화가 되고 만다. 그러자 수많은 독일인들은 '강력한 지도자'를 꿈꿨고, 마침맞게 등장한 '히틀러'가 딱이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그는 독일사회를 더욱더 엉망으로 만들고야 말았다. 심지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 홀로코스트'까지 자행하면서 온갖 악질적인 행패를 부리고서 끝내 자결했던 것이다. 나라가 엉망진창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런 패악질을 일삼던 히틀러를 독일국민들의 손으로 직접 뽑았다는 죄책감까지 온통 독일국민들의 짊어져야 할 불명예였던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어리석은 전철을 직접 밟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히틀러'가 정당한 방식으로 집권을 한 것일까? 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다. 김태권은 이 책에서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이다. 왜냐면 독일사람들이 선거를 통해서 '나치당'을 뽑아준 것은 맞지만, 나치당이 '1위'를 한 것은 아니었다. 전체 득표수에서 18% 정도밖에 되지 않은 2위에 머물렀다. 오히려 독일인들은 '사회민주주의(사민당)' 정당을 더 선호했던 것이다. 왜냐면 당장 먹고 사는데 힘겨운 마당에 기득권들을 옹호하는 '보수정당'을 뽑아주기보다는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서 없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골고루 나눠주려는 '진보정당(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더 많은 표를 주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정당득표율 1위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이었고, 3위는 '공산주의 정당'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뜬금없이 들어본 적도 없는 새로운 '나치당(보수주의 정당??)'을 지지한 것이다. 그 전의 선거 때에는 고작 2.8%의 낮은 득표를 얻어서 이름조차 알려지지 못했던 '듣보잡' 정당이었었는데 말이다. 그야말로 '나치당'이 약진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반전이 일어난다. 아돌프 히틀러가 나치당의 전면에 나서서 인기몰이를 해나간 것이다. 그의 특기였던 '연설'을 거의 매일밤마다 전국순회공연하듯 했다고 한다. TV나 영화 같은 오락거리가 없다시피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밤마다 되풀이되는 '히틀러의 연설'은 꽤나 인기있는 공연을 대신하는 오락거리였던 것이다. 그 연설에서 히틀러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격정적인 연설을 이어간다. 그가 한 번 연설할 때마다 체중이 5킬로그램이나 빠졌고, 연설 도중에 마신 물도 20병이 넘을 정도라고 한다. 물론 그의 연설이 모든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들린 것은 아니었다. 그의 출신이 매우 낮아서 '귀족'들이나 '지식인'들의 눈높이로 보면 더러운 협잡꾼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예절이나 예법조차 몰라서 그야말로 '촌뜨기 행색'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수많은 군중들은 그의 연설에 환호를 보냈다. 만약 환호를 보내지 않거나 비판이나 비난을 한다면 '돌격대(SA)'로 불리는 사람들에 의해서 폭력을 당하기 일쑤였단다. 거기다 유명한 선전선동꾼 '괴벨스'의 도움으로 히틀러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 갔다.

이런 히틀러에게 접근한 세력이 바로 독일의 '보수진영'이다. 그들은 패전 이후 인기가 추락했다. 그도 그럴 것이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해도 '절대적인 기득권층'으로 군림하면서 온갖 이권을 다 챙기고 일반 국민들을 수탈해갔었는데, 그 결과가 패전이었지 않았느냔 말이다. 인기가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히틀러가 필요했던 것이다. 쉽게 말하면, '얼굴마담(간판)'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편 히틀러도 보수진영이 필요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듣보잡'이었던 히틀러가 독일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폭력적인 선동을 일으켜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감옥에 수감된 경력까지 있었다. 이런 위험인물을 정상적인 독일국민들이 지지할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보수진영에서 히틀러는 좋은 '도구'였다. 보수진영이 집권할 때까지만 내세웠다가 '허수아비'나 '바지 사장'으로 써먹다가 필요없으면 내버리면 될 어리숙한(?) 인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수진영의 기득권층의 눈높이에서 히틀러는 그저 '만만한 상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히틀러 본인은 '야심가'였다. 히틀러도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높은 사회적 지위'나 '부유한 경제적 계층'의 도움이 절실했던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돈이 꽤나 많이 드는 일이었기에 그랬다. 그래서 히틀러는 보수진영을 철저히 이용하려 했다. 자신의 부족한 '인지도'를 끌어올리 수 있도록 '보수진영(특히, 언론기관)'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들였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히틀러는 일약 '대스타'로 떠올랐고, 독일 전역에 '히틀러'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보수진영의 덕을 보면서 정권을 차지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반대하는 세력은 가차없이 두들겨 부수었다. 특히 '공산주의자'와 '유대인'은 죽여도 되는 대상으로 만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을 '(독일사회의)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흑색선전을 끊임없이 만들어 배포했다. 경제대공황으로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자 '돈 많은 유대인들'은 가장 공격 받기 좋은 대상이 되었다. 히틀러는 그들에게 그런 대우를 해도 괜찮다는 사상을 계속 주입시키고 널리 퍼뜨렸다. 가뜩이나 경제 혼란에 휩싸인 독일사회에서 '분풀이'를 할 수 있는 대상을 친절하게 정해주기까지 하는 '나치당'에 감사인사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독일사회는 병들어 갔다.

윤석열 내란세력이 '음모론'에 심취해서 거짓선동을 한 것을 두고서 '히틀러와 나치부역자들'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 심한 걸까? 하지만 헌재의 파면선고 이후에도 '윤석열 일당들'이 하는 행태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더구나 저들이 하는 행태는 모두 '정당한 행정적/사법적 절차'를 따르고 있어서 더욱 괘씸할 뿐이다. 절차상의 헛점을 파고들어서 저들에게만 유리하게 해석하고, 정적들 제거할 때에는 시시비비도 가리기 전에 신속하게 처리해버리는 꼼수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염치를 모르는 철면피들이다. 더욱 괘씸한 것은 이런 철면피 짓을 저지르는 일당들이 하나같이 대한민국 '엘리트'로 꼽힐 정도로 뛰어난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똑똑한 사람들이 저런 짓거리를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되려 자신들을 따르지 않으면 멍청한 거라면서, 자신들의 행위 일체를 '계몽의 일환'이라고 일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엇을 깨우치라는 것인가? 정작 깨우치고 나면 '윤석열 일당'이 파렴치한 족속들이라는 것을 낱낱이 알게 될텐데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이제 웬만한 국민들은 진짜 나쁜놈이 누구인지 다 안다. 그런데 그런 나쁜놈들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왜냐면 그런 나쁜놈들도 '민주주의 체제'에서 인권을 누리도록 해줘야만 하고, 자유를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저런 나쁜놈들이 아무리 '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했더라도 말이다. 그런 행위조차 관대하게(?) 포용해야 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물론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애초에 저런 똘끼 충만한 이들은 늘 있어왔고, 그들의 수가 10~20% 내외일 경우엔 크게 문제될 일도 없다. 그 옛날 여의도 한복판에 LPG 가스통을 어깨에 둘러매고 나왔을 때도 별문제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40~50%에 육박하니 크게 문제가 되고 만 것이다. 윤석열과 전광훈, 전한길 같은 애들이 선전선동을 하니 '서부지법 폭동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던가 말이다. 하마터면 '민주주의'가 완전히 궤멸될 뻔했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제 윤석열은 끌어내렸고, 사태는 점점 진정되고 있다. 그렇게 판을 치던 극우세력들의 난동도 조금씩 사그러들고 있다. 대선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안정세는 더욱더 높아지는 추세인 것이 정말 다행이다. 이제 마지막 발악을 하는 '대법원 파기환송'이라는 사법부의 만행만 저지 시키는데 힘을 모으면, 저들의 최후는 사필귀정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이 보여줘야 한다. 극우세력은 딱 10%가 적당하다. 그걸 어찌해보겠다고 '국민의힘 정당'에서는 끝까지 붙들고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에 불과하다. 제발 정신 못 차렸으면 좋겠다. 이참에 싹 쓸어버리게 말이다.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민주주의'를 지켜낼 마음만 있다면 대한민국은 끄떡 없다. 이제 다시 전세계의 모범이 되는 나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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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레벨업 3>  추공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2019)

[My Review MMXVII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3번째 리뷰] 서서히 드러나는 '시스템의 실체'와 더불어서 국내를 넘어선 '국외의 위협'이 점차 조여오고 있다. 성진우가 '레벨'을 서둘러서 올려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성진우, 본인은 이런 실체를 완전히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은 더 강해지고 싶다는 원초적인 본능에 충실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 성진우의 본능적 욕구를 '시스템'이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아직은 그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기에 짐작만 할 뿐이지만, 성진우의 아버지, 성일환이 생환한 것에 대한 이유가 밝혀지면서 본격적으로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 틀림없다. 다만, 당장은 성진우의 레벨업이 시급하다.

그렇지만 성진우의 현재 레벨이 그렇게 낮은 것도 아니다. 지난 '악마성'에서 쌓은 경험치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아직 76층까지밖에 클리어하지 못한 수준이지만, 성진우는 이미 'S급 헌터'의 능력을 넘어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호 길드의 백윤호보다, 헌터스 길드의 최종인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S급 헌터는 헌터스 부길드 마스터 차해인 정도일 것이다. 헌터 협회의 고건희 회장도 꼽을 수 있겠지만, 그는 이미 고령을 넘어섰기 때문에 지니고 있는 마력은 높더라도 그걸 제대로 활용할 체력이 못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감안한다면,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는 성진우일 것이다. 그런데도 성진우의 등급은 E급이다. 재심사가 절실하다.

등급 심사는 이미 경험해봤기에 절차상의 어려움은 없다. 다만, '각성 후 각성'을 하는 헌터가 매우 희귀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런데 성진우는 '끝없는 레벨업'이 가능한 헌터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케이스다. 이걸 세상 사람들에게 논란이 되지 않게 '등급 재조정'을 받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바로 이것이 큰 문제다. 아직까지 전세계에서도 '유일한 경우의 특수 각성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설명할 길이 없다.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마냥 환영받을 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끝없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대한민국의 자랑으로 인정받을 만한 일이지만, '절대 강자'가 되는 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공동의 적'이 된다는 것도 진실이기 때문이다. 어디 국내 뿐일까. 전세계적으로도 작게는 견제의 대상이 될 것이고, 크게는 '적대적 감시의 대상'이 되어 크고 작은 위기의 순간이 매순간 끊이질 않게 될 것이다. 절대 강자, No.1이 된다는 것은 그래서 힘들고 피곤한 일이다. 절대 강자는 절대적으로 가만 냅두질 않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성진우는 '등급 재심사'를 받아야만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레벨업' 때문이지만, 반드시 올려야만 '악마성 공략'을 마칠 수 있고, '공략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생명의 신수'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명의 신수'로는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익면증'으로 잠들어 있는 어머니를 고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다. 성진우는 그걸 구해서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마음이라서 '레벨업'은 꼭 해야만 할 일이다. 그래서 성진우는 자신의 능력치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성진우의 레벨업은 '다가올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포석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가장 큰 섬, 제주도에서의 위협이 점점 커져만 갔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열렸던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하지 못하는 바람에 '던전 브레이크'가 되어 버렸고, 그 던전에서 쏟아져 나온 '개미형 마수'에 의해 제주도가 초토화되고 대한민국 S급 헌터마저 희생을 당했고, 그 바람에 더는 제주도에서 주민들이 살 수 없는 마수들의 소굴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섬이라서 바다를 헤엄칠 수 없는 개미형 마수가 섬밖으로는 나올 수 없었으나, 최근에 진화에 성공한 개미형 마수들이 인근 섬에 출몰하며 마을에 상륙해서 주민들을 몰살시키는 일이 자주 벌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에 속한 섬마을까지 피해를 입게 되자, 일본에서도 '제주도 레이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한국의 헌터들이 '제주도 공략'에 실패했던 3차례의 레이드를 그동안 면밀히 관찰하고 상세한 분석까지 마쳤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주 몹쓸 계략까지 세우고 있었다. 한국의 헌터들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테니, 그걸 '미끼'로 삼아 일본의 헌터들에게 도움을 받게 만들고서,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려고 하는데, 그 요구라는 것이 한국으로서는 매우 치욕스런 일이 될 수도 있는 그런 몹쓸 계략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의 사건 경과는 다음 권에서 펼쳐지겠지만, 이제 성진우가 쌓아올린 레벨업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껏 감춰졌던 '시스템의 비밀'도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성진우가 '악마성 클리어'를 하는 도중에 만나게 된 라디르 가문의 악마 소녀 에실에 의해서 그 비밀이 조금씩 밝혀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아이스엘프, 바루카'나 '하이오크 마법사, 카르갈간'에게서도 조금 귀띔을 받긴 했다. 하지만 에실에게서 알게 된 '시스템의 비밀'은 이세계에서 온 존재들이 엄청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성진우가 네크로멘서의 능력'을 얻어 끝없는 레벨업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연 이것이 향후에 어떤 이야기로 전개될 것인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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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블루 컬렉션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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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 김남주 / 열린책들 (2017) [원제 : Les Catilinaire (1997년) ]

[My Review MMXVI / 열린책들 22번째 리뷰] 노통브의 소설의 시작은 대동소이하다. 그 시작은 늘 '장광설'이기 때문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의 나열', '대화의 연속'으로 독자들의 혼을 쏙 빼놓기 일쑤다. 그런데 그게 중반을 넘어가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직은 '전체'를 알 수 없지만 '부분'을 드러내놓고서는 독자들을 향해 '전체'를 짐작해보라는 일종의 '암시' 내지 '복선'을 대놓고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게 노통브 소설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그런데 이것도 '세기말'에나 통할 법한 방식이지 요즘 독자들에게는 도통 먹히질 않을 낡은 방식이라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요즘 트랜드는 '결말'부터 다 보여주고서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는 방식..이것도 조금은 철 지난 방식이라서, 쩝.. 암튼, 노통브의 소설이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을 받고 '있는중'이라는 점만 밝힌다.

<오후 네 시>는 노통브의 소설중에서도 초창기 소설이다. 내가 알고 있기로 '네 번째 소설'로 알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읽는맛'이 살아있는 소설들 중에 하나인데, 20여 년이 지나서 다시 읽으니, 조금은 식상한 패턴으로 전개되는 느낌만 받고 말았다. 처음 읽었을 땐, '공포소설'을 읽는 것 같은 서스펜스마저 생생하게 느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읽을 땐 '소설의 후반부'가 전혀 기억나질 않아서 '처음 읽는 느낌'이 날 정도였다. 그만큼 그 당시에도 인상적인 소설은 아니었다는 것이 언뜻 기억났을 정도였다. 요컨대 '반전'이 좀 약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줄거리도 좀 밋밋하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초반부는 '자장가'를 낭독하는 것처럼 잔잔하다. 65세 동갑의 노부부가 바쁜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남은 여생을 호젓한 시골에서 보내기로 한다. 그렇게 이사를 간 곳의 첫인상은 너무도 좋았으나, '매일 오후 네 시'가 되면 불쑥 찾아오는 이웃 때문에 점점 불쾌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노부부는 불쾌한 방문객을 피해서 일부러 '오후 네 시'에 집을 비우고 산책을 다녀오기도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 무리하게 바깥 활동을 한 뒤에 아내가 감기에 걸리자 꼼짝하지 못하고 침실에 눕고, 남편은 간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어김없이 오후 네 시가 되자 문짝이 떨어져나갈 듯이 심하게 쾅쾅 두들기는 소리가 나자 어쩔 수 없이 불쾌한 이웃의 방문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남편은 꾀를 내었다. 차라리 불쾌한 방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저녁 초대'를 하자고 말이다. 그래서 하루의 어정쩡한 시간인 '오후 4시~6시'가 아닌 '저녁 8시 이후'의 시간에 초대를 하고서 면박을 주면 '불쾌한 방문'이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걸게 된다. 물론 저녁초대에 걸맞게 '부부동반'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비이성적인 남편'과는 달리 '이성적인 아내'의 판단으로 더는 이웃을 불쾌하게 만드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도 있을 거라는 예상과 함께 말이다. 노부부는 불쾌한 이웃을 위해 정성껏 저녁 준비를 한다. '최후의 만찬'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노부부의 희망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불쾌한 방문을 일삼는 남자의 아내는 '혹'이라는 표현도 무색할 정도이고, '암덩어리'에 가까운 '낭종'같은 외모를 지녔기 때문이다. 겉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충격을 받은 노부부는 그럼에도 예의를 다해 저녁을 대접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초대해주셔서 고맙다'거나 '성찬을 준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렇게나 많이 쳐먹으면서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당신 부부가 퍽이나 대단하구려"라는 빈정거리는 말들 뿐이었다. 더구나 네 사람 분의 식사를 준비했는데, 저들 부부가 거의 다 쳐먹으면서도 '사치스런 생활이 부끄럽지 않냐'는 둥의 무례한 말도 서슴지 않고 말이다. 그나마 초대받은 부인이 말 한마디 없이 얌전했는데, 그토록 얌전했던 까닭은 살이 너무 쪄서 얼굴에서 눈코입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고, 그나마 할 수 있는 말이 "쿠웨엑~"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제 노부부는 더는 참을 수 없게 된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진 늙은 남편은 불면의 밤을 보내던 중, 어느 날 밤, 우연찮게 시끄럽고 불이 켜진 불쾌한 남자의 차고를 살펴보다가 매캐한 연기로 가득한데 그 남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신고를 하고 구조를 하게 된다. 다행히 그 남자의 생명은 지장이 없다는 소식을 접하지만, 문뜩 그 소식이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더구나 남편의 보살핌이 없으면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은 괴물(?) 같은 아내를 대신 돌봐야 하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부터 노통브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다시 말해, 노통브의 본색이 드러났다는 말이다.

이 소설의 원제를 뒤치면 '카틸리나리우스 음모(기원전 63년 로마 집정관 카틸리나의 쿠데타)' 정도가 될 것이다. 이를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음모론' 정도로 뒤칠 수 있겠지만, 무턱대로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는 음모론을 거론하는 것이 어색하기에 '오후 네 시'쯤으로 제목을 정했을 거라 짐작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핵심인 '음모'에 대한 예상을 한국의 독자 대부분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나조차도 그랬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음모'에 관한 배경지식이 소설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늙은 남편'이 보이는 말과 행동의 유일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과연 늙은 남편이 아무도 모르게 감춰둔 음모란 무엇일까? 원제를 보고도 알 수 없는 독자들도 소설의 후반부에 접어들면 늙은 남편의 말과 행동이 점점 바뀌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노통브는 이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비유하고 있는데, 이게 또 묘한 느낌을 준다.

그 까닭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노부부의 남편이 '이중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원인은 '불쾌한 이웃 남자' 때문이다. 그 남자의 존재만으로도 불쾌함을 넘어 '불면증'에 시달리고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이며, 점점 심해지는 신경쇠약 증세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을 유일하게 존경하는 '여제자의 방문'조차 완벽하게 망쳐놓아 다시는 방문하지 않을 지경에 이르러서 좌절했기 때문이다. 만나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사랑스런 손녀딸처럼 예뻐했던 제자였는데 말이다. 그래서 노부부의 남편은 기꺼이 '하이드 씨'로 변신하길 원했다. 물론 '지킬 박사'로 되돌아오면 자책할 정도로 양심은 남아 있었지만, '하이드 씨'가 되어 저질러지는 일까지 막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다시 말해, 죄책감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고도 쾌감에 전율하며 웃을 수 있는 하이드 씨가 되는 것을 살포시 방치했던 것이다. 물론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 노부부의 아내에게는 물론, 그 불쾌한 이웃의 아내에게까지도 말이다. 다시 지킬 박사로 되돌아왔을 때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을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과연 그런 방법이 있기는 한걸까?

이 소설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가해자'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또한 여실히 나열하고 있다. 그러면서 독자들까지도 '공범'으로 만들고 만다. 소설속의 등장인물은 아무도 모르지만 '독자'인 당신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말이다. 뭐, 이를 두고 노통브를 '천재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고 입방아를 떨곤 하지만, 나는 그런 '공범' 따윈 되고 싶지 않다. 왜 독자를 애꿎게 범죄자를 옹호하고 범죄에 동조하게 만드냔 말이다. 참으로 발칙하기 짝이 없다. 그런 발칙한 작가를 '천재' 운운하는 것도 웃기다.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분명히 밝힌다. 난 아니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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