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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7 - 1941-1945 밤이 길더니… 먼동이 튼다, 완결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ㅣ 35년 시리즈 7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박시백의 <35년>의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작가의 말'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작가는 말했다. "일제강점기 35년간은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부끄러운 시간을 개인의 영욕으로 채운 이들이 어찌 떵떵거리며 살아갈 수 있었느냐고 반문한다. 수많은 동포와 우리 민족이 줄기차게 요구한 '독립의 기치'는 온데간데 없고, 우리 민족이 '당면한 과제'를 풀고 목숨 바쳐 싸운 독립투사는 스러져 빛바래져만 가는데 '시대적 요구'를 외면한 매국노와 부역자인 친일적폐들만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임진왜란 때, 선조의 작태를 예로 들었고, 군사정권시절의 독재정부를 비꼬며 한마디 하였다. 왜놈을 물리친 것은 '명나라의 공'이오, 일본군을 몰아낸 것도 '미군의 공'이 크니, 조선의 백성이나 독립운동가 들은 뻘짓꺼리만 했을 뿐이다. 그러니 오직 '남의 나라의 힘'에 기대어서만 살아갈 수 있는 약소국의 냉험한 현실을 받아들일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대'와 '굴종' 뿐이니 이를 명심하고 앞으로도 자손만대 고개를 들 생각을 말지어다. 그런 뜻에서 우리 '친일파'들은 선각자들이 틀림없다. 일찍이 조선의 무능을 일본의 앞선 문물을 받아들여 유능으로 탈바꿈하는데 일조했으니 그렇고, 뒤쳐진 대한민국을 미국의 원조와 일본의 기술로 이만큼 성장발전시켰으니 그렇고, 또한 북괴의 공산야욕을 단칼에 무찔러 나라를 지켜냈으니 이만한 애국지사가 따로 없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한미일의 상호 협조와 화합에서만 밝게 빛날 수 있으니 '과거'는 묻지 캐지도 말고 앞만 보고 나아가자...는 '개소리'를 더는 듣기 싫다고 말하는 듯 했다.
우리가 해방한 지 77년인데 아직도 '친일청산'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정말이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말을 다시 곱씹어보면, 그동안 우리는 '친일청산'이라는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어째서 그랬을까? 두말 할 것도 없이 '친일적폐들'이 정권을 잡고 나라살림을 해왔기 때문에 국민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나라를 이끌겠다고 나오는 놈들이 하나 같이 '친일파'요, '친일부역자'들인데, 누굴 믿고 찍겠느냔 말이다. 어쨌든 뽑아놓으면 나라살림을 거덜내고 '저들만의 잔치'를 해오는 통에 서민들이 어딜 감히 '부의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없이 '민주주의'를 요구했고, '투쟁'을 해왔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 암울했던 시절에도 바르고 올곧은 목소리를 내었던 용감한 이들을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 103년'을 맞이한 우리는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했던 분들을, 독재정권시절에 민주투사였던 분들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더불어서 매국노와 친일파, 친일부역자, 그리고 변절자들도 잊어선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훼손하려 했던 독재자와 적폐세력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들을 잊는 순간, 뼈 아픈 역사는 다시금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마지막 권에 '친일파의 행적'을 더욱 소상히 밝혔다.
1940년대 일제는 발악을 한다. 대동아공영권이라는 허상을 쫓으며 '증명'이라고 하듯 거침없이 전쟁을 확대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한 조선의 운명은 더욱 가혹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병참기지화'를 넘어 총력전시체제로 돌아섰고, '민족말살기'를 실행하며 조선과 일본은 '하나'라는 것을 애써 강조했다. 그리고 이 땅에서 나는 모든 것을 '강제공출'했으며 징병과 징용, 심지어 학도병과 위안부를 모집한다며 젊다 못해 어리고 여린 우리의 새싹을 머나먼 이국땅에서 총알받이로 쓰고, 성노예로 부리다 필요 없어지면 쓰레기 버리듯 버렸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런 일제의 만행을 돕는 '친일파'들이 더욱 열심히 일제에 갖다 바쳤다는 것이다. 일제가 필요하다면 '제 것'을 갖다 바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옆집 것'을 제 것인냥 갖다 바쳤고, '이웃'이라는 핑계로, '웃어른'이니 믿으라고 꼬여내고, 설마 '같은 동포'끼리 속이기야 하겠냐며 선량하고 착한 이들을 넙죽넙죽 갖다 바쳤다. 그렇게 그들이 속아서 내몰린 곳이 '생지옥'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이런 놈들이 해방 뒤에는 '지식인'에, '선각자'에, '애국지사'로 돌변하고 미군정과 독재세력에 부합해 일신의 영달을 꾀하고 부를 착복하였더랬다. 진정 '그들만의 천국'을 맞이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35년>이라 쓰고, '친일인명사전'이라 읽으며 기억해야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들에게 자손만대 부끄러움을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또 있다. 바로 '독립운동가'와 일제에 저항했던 수많은 농민, 노동자, 그리고 학생들을 말이다. 일제의 부당한 처사에 일일이 저항했던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노라고 말이다. 독립운동에 남녀가 따로 없었고, 일제의 억압과 수탈에 저항한 이들도 그랬다. 그러니 우리는 '여성운동가'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친일파와 적폐세력이 가장 두려워하고 목숨 걸고 감추려했던 것도 바로 이분들이 갖고 있었던 '진실'이었다. 비록 '친일파 1세대'는 수명이 다해 죽었다해도 '그 후손'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정확한 셈'을 해야만 할 것이다. 해방 뒤에 그들이 빠르게 부를 축적하고 권력을 잡고 사회지배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실력'이 아니라 '도둑질한 것'을 되돌려주지 않고 꿀꺽한 덕분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니 그 후손들이 '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 사회발전을 위한 공헌 뿐이다. 비록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은 아니지만 '부끄러운 기반'으로 성장한 것이 틀림없으니 대한민국 공공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조차 하지 않고 '갑질'이나 할 요량이면 뻔뻔하다 하지 않을 수 없고, '친일적폐'라고 손가락질을 받는 불명예도 감당해야 할 것이다. 하긴 그정도로 뻔뻔하니 갑질이나 할 테지만 말이다.
암튼, 일제는 마지막 발악을 하다 패망의 길을 걸었고, 다시는 재건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냉전시대의 아이러니'로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한국전쟁의 특수를 톡톡히 누리면서 말이다. 반면에 우리는 '해방의 기쁨'도 잠시 잠깐이었고, 뒤이어 찾아온 대혼란 속에 '한국전쟁'이란 비극을 패망한 일본 대신 겪으며 운명의 불행을 비통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군사독재'는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기까지 오른 시간이 벌리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허나, 21세기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지금 우리는 질문에 답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고, 왜 살아가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말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련다. 우리는 올곧은 마음가짐으로 부당함에 저항하며 살아왔다. 이런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공정하고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으며, 선진국을 넘어 세계를 이끄는 선도국가가 되어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으뜸국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이다.
대한민국은 멋진 나라다. 역사상 전세계 어디에도 무력이 아닌 '문화'로 세계를 반하게 만든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 뿐이다. 그렇기에 전세계가 '한류열풍'에 환호하고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일테다. 이런 멋진 대한민국을 누가 만들었을까? 나라 팔아먹은 친일파와 독재정권을 옹호한 적폐들이었을까? 천만에 '독립운동가'가 꿈꾸던 나라이고, 민주주의를 외치던 '민주투사'들이 바라던 나라였다. 대한민국은 약소국이 아니다. 강대국들의 비위나 맞춰주며 목숨줄을 연명하는 나약한 나라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기에 전세계 어디에서도 당당한 '대한국인'으로 살기 위해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치욕스럽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올바로 새기고, '일제의 부당함'에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당당히 외치던 수많은 농민과 노동자, 그리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기억해야만 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