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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My Review MMXIII / 예담 5번째 리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감이지만, 마스다 미리의 '만화'보다는 '(만화 형식을 가미한) 에세이'가 더 맘에 든다. 그냥 만화만 읽었을 때에는 '이해'하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여자들만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라든지, 일본인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라든지, 뭐 그런 것들을 얼마 되지 않은 '만화 컷'으로만 읽었을 때에는 공감할 수 없었는데, '에세이 형식'으로 작가가 그렇게 표현한 까닭을 구구절절 설명해주니 조금쯤 더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그제서야 '아하~ 그런 뜻으로 한 말(또는 행동)이었어'라며 무릎을 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스다 작가의 표현이 '딱 좋다'는 느낌은 아니다. 왜냐면 뭔가 이상하리만치 '이기적인 심보'에서 비롯된 일화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뭐, 한두 번 정도라면, '사람인데, 그럴 수 있지'하며 넘어가겠지만, 이건 뭐...시종일관 처음부터 끝까지 주야장천 '그러고' 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이 책이 '(수 년에 걸쳐) 연재된 내용'을 짜깁기해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는 대목을 접하고서야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했지만, 그럼에도 너무 많았다. 과연 무엇이 많았다는 것일까?
이 책의 원제는 [청춘, 때늦음]이란다. 이것을 뒤침책(번역본)에서는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으로 뒤쳐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작가 본인인 '마스다 미리'의 청춘시절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그 일화들은 한결같이 '그때 해보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나열을 했다. 그리고 대부분 '연애의 부재'로 인한 못해본 것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것인지, 남들은 대수롭지 않게 하는 것들인데 자신은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서러움인지, 아니면 10대, 20대, 30대 초반에는 못했지만 '30대 후반'내지 '40대'에 진입한 지금은 꼭 해보고 싶다는 간절함인지, 그도 아니면 그저 부러움으로 인한 '이불킥'을 하고픔인지 도통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일관적이지 않은 흔들림이 가득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이 '청춘(이니 어울릴 법한 일들을 해보지 못한 억울하고 울적한 마음에 이제라도 해보고 싶지만 나이값 못한다는 소리나 들을 것이 뻔하니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 번만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때늦음'이라고 지은 것 같다. 그 덕분에 뒤친책의 제목도 <(다 늙었지만 그 시절만 떠올리면) 여전히 두근거리 중>이라고 깔끔하게 뒤쳐놓았다.
과연 무엇이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그 가운데에 나도 해보고 싶은 것은 놀이공원 대관람차 안에서 하는 둘 만의 키스다. 작가는 10대에는 연애경험이 전무하단다. 20대가 남친이 생겼지만 '대관람차'를 타본 적은 없었고, 그렇게 30대에 접어들었지만, 이제와서 남친이 생기는 것도 우습고, 생긴다한들 30대에 놀이공원에 들어가서 논다는 것 자체가 어색할 것 같단다. 그런 까닭에 '대관람차 키스' 같은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어서 아숩다는...뭐, 그런 에피소드다. 나도 해본 적이 없다. 뭐, 연애 경험이 태부족하기도 하지만, 함께 '놀이공원'에 갈 정도로 진척된 적이 없는 것이 핵심이었다.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글쎄...번번히 다음 기회에, 라고 미루다가 어느새 옆구리가 허전해졌다. 그러다 30대 이후로는 거의 연애를 해본 적이 없으니 '대관람차'는커녕 놀이공원도 별로 가본 적이 없다. 그런 까닭에 난 '롯데월드'와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을 구경해본 적이 없다. 애인이 생기면 꼭 가야지 했는데, 그럴 애인이 없었던 탓이다. 가난한 연인이던 젊은 시절에는 '돈'이 없어서 제대로 데이트를 못했다면, 돈 좀 만지는 지금은 '애인'이 없어서 데이트를 못 한다. 마스다 미리는 '연애감각'이 없어서 예나 지금이나 남들처럼 찐한 연애를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뭐, 이런 식이다. 학창시절 '가사실습 시간'에 만든 사과구이를 포장했다가 남친에게 건내주는 에피소드도 있었고, 졸업시즌 때 좋아하는 선배에게 '두 번째 교복단추'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에피소드도 종종 나온다. 일본에서는 '남자교복의 두 번째 단추'를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선물하는 전통(?)이 있단다. 마스다 미리는 자신의 작품들에 이런 에피소드를 참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정작 작가 본인은 '그 단추'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속상하고 서러운 마음도 있지만, 그런 '선물'을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는 '능력녀'를 만날 때면 부러움도 느끼지만 잘난 척 하는 것 같아서 지청구를 해주고 싶다는, 뭐 그런 이야기를 종종 하고 있다. 또 학창시절의 단골 메뉴인 '발렌타인데이 초콜릿'도 실려 있는데, 역시나 마스다 미리는 줘 본 적이 없던 모양이다. 그래서 살짝 빈정거리는 투로 "어차피 '수제초콜릿'이란 게 시중에 파는 초코릿을 녹였다가 틀에 넣어 굳힌 것에 불과하다"는 문구를 넣은 것을 읽을 때,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내 경우에는 '그 흔한 초콜릿도 못 받아봤다'는 쪽이지만 말이다. 왜냐고? 초콜릿을 못 받을 정도로 못 생기고 인기가 없었던 거야? 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난 '남중', '남고', '공대', '군대'를 나와 취직을 하니, 부서에 여직원이 꼴랑 한 명(경리, 40대 노처녀)이라 아예 줄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이렇게 열악한 주변 환경 덕분에 발렌타인 초콜릿은 받을래야 받을 수 없었다. 그나마 초등시절이 유일한 기회였는데, 그 시절엔 이상하리만치 선생님들이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선물'은 근본도 없는 일본 백화점 상술에 불과하니,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맙시다'라는 캠페인이 벌어지는 바람에 2월에 초콜릿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더구나 여자아이들도 3월이 되면 응당 받아야 할 '화이트데이'때가 되면 학년이 올라가고 반이 갈라져서 '받을 수 없겠다'는 계산이 서자, 초콜릿 선물은 정말 '인기남' 몇 명에게만 몰래 주는 비밀스런 일이 되고 말았다. 한 반에 6~70명이었고, 보통 남학생 34명, 여학생 32명으로 짜여져 있었는데, 그 가운데 나는 단 한 번도 초콜릿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다 남중에 올라가니 '여학생 동창'은 씨가 말랐고, 남고에 오르니 여학생은 등굣길 버스안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나마 대학에 오르니 함께 캠퍼스를 오가며 만나는 폭은 넓혔지만, 정작 '강의실'에 들어서면 또다시 '남탕'에 들어간 듯 했으니, 내 인생에 여자는 씨가 마른 것 같았다.
그런 탓에 난 어릴 적부터 '순정만화'나 '로맨스소설', '로코드라마', '로맨틱영화' 따위를 정말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MBC 드라마 <질투>를 시작으로 달달한 러브라인이 주된 줄거리를 가진 드라마/영화는 거의 섭렵하다시피 했다. 정말 녹화까지 떠놓고 '보고 또 보는' 연애박사였다. 그렇게 난 '이론'에 빠삭하고 '실전'에는 약한 청춘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납득(!)'이 가지 않지만 말이다. 참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사랑의 블랙홀>이다. 참사랑에 눈을 뜰 때까지 계속 되풀이 되는 '시간의 굴레'속에 빠져서 정말이지 제대로 된 '나'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영화속에선 '여자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나는 그 반대가 되고 싶었다. 내 사랑의 깊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무한 타임슬립'에 빠진 여자가 주인공이 되는...그런 연출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나..내 사랑은 너무 하이레벨인가? 아님 최종보스인가? 나를 '클리어'하는 여자 플레이어가 당췌 없어서 탈이다. 알고보면 참 쉬운 남자인데 말이다. 인썰트 코인~(feat. 비트 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