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벌거벗은 세계사 7 - 새로운 나라 미국의 탄생과 위기 극복 ㅣ 벌거벗은 세계사 7
최호정 그림, 김우람 글, 김봉중 감수,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기획 / 아울북 / 2023년 11월
평점 :
[My Review MCMLIII / 아울북 30번째 리뷰] 미국이 이상해지고 있다.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다들 이상하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상한 지도자들에게도 한결같은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자국이기주의'를 무한대로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세계화'를 외치며 전세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만들어 '자유무역'을 확대하자고 똘똘 뭉치더니, 어느 순간부터 '자유무역'에 대해서 손절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고 말이다. 더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을 하자마자 '관세카드'를 꺼내들고 연일 경제적 압박을 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는 구호를 내세우며 미국 안에 '공장'을 세우지 않으면 미국은 '무역적자'를 면치 못할테니,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서 미국인들을 부자로 만들든지, 아니면 '관세폭탄'을 받든지, 알아서 설설 기어라라는 고압적인 자세로 날마다 엄포를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미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무역이라는 것이 '서로 이익'을 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일방적인 이익'을 내는 쪽이라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뭐, 당장이야 초강대국 미국에게 어깃장을 대놓고 놓을 나라는 없을 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꼴랑 4년밖에 안 될 것인데, 막상 미국내 공장을 짓겠다고 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껏 공장을 지었더니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을 수 없거나, 경제정책 기조가 바뀌기라도 하면 '막대한 손실'을 볼 수도 있을테니 어쩔 수 없이 신중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예상도 되지 않는 인물인데, 막말처럼 내뱉은 말을 그저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으니,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들조차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연 미국의 이런 정책들이 향후 전세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궁금해진다.
미래가 궁금해지면 어쩔 수 없이 '과거'를 되돌이켜 보아야 한다. 현재시점이 '과거의 미래'로 가정한다면 과거시점은 '과거의 현재'일 수 있으니,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되돌이켜 보는 것으로 미래의 역사가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예측가능한 검증'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미래로 가정하고, 조금이나마 불확실성을 낮추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초강대국 미국'이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고, 미국의 앞날을 점쳐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점쳐본 미래가 꼭 맞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아주 틀리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네 역사가 완전 똑같지는 않지만 늘 '반복적인 모습'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공부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이 책 <벌거벗은 세계사 7>에서는 미국의 탄생과 경제 발전, 그리고 대공황의 극복까지 다루고 있다. '미국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미국의 독립전쟁 과정은 세계 최초의 '대통령제 국가'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받아 자유와 평등의 사상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던 새 나라를 건국했지만, 어렵사리 건국한 초창기의 미국은 가시밭길이 매우 험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명백한 운명'이라는 계시를 받은 듯이 영토를 넓혀가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가히 '신의 축복'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활한 대륙과 비옥한 토지를 바탕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프론티어 정신'을 심어주게 된다. 단순한 '도전정신'을 넘어선 미국인만의 자부심이 녹아 있는 사상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경제발전의 길목에서 '남북전쟁'이라는 위기를 맞이 한다. '노예제도 존폐 문제'로 촉발되었다고도 오해하지만, '노예 해방'이 주목적은 절대 아닌 '미국내 경제문제'로 인한 갈등이 심화된 탓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링컨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의 미국은 남북으로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미국의 남부는 전통적으로 '목화 농장'과 같은 농경을 주력산업으로 하고 있었기에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노예제도'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북부는 공장제 산업이 급속히 발달하여 날마다 '공산품'이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이렇게 물품이 많이 양산된 경제체제에서는 물건을 소비할 수 있는 '노동자 확보'가 절실했다. 그래서 무일푼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예를 없애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이렇게 미국내에서는 상반된 시선을 갖고 있을 즈음, 유럽에서는 '노예해방'을 주장하는 사상가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과거 제국주의시절의 폐해에 대한 일련의 반성적 분위기가 싹 튼 것인데, 문명을 전파하는 입장에서 비윤리적인 노예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식이 싹트고 있던 시절이었기에 미국내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남부의 농장주들은 반갑지 않은 분위기였다. 힘든 노역을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할 수 있는 '노예제도'를 반대한다면 애써 재배한 '생산물'을 유럽에 수출하는 것으로 경제적 부를 유지하던 남부 농장주들에겐 큰 타격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내에서 '노예제도 폐지'에 대한 여론이 점점 늘어나자 '남부 7개주'가 연방 탈퇴라는 강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미국의 분열'을 방관할 수 없었던 링컨 대통령은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전쟁 초기에는 '북부군'이 불리했다. 전쟁물자는 풍족했으나 전쟁을 지휘할 지휘관들이 대부분 '남부 출신'이라 남부군을 지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은 어파피 '물량공세'를 이길 수 없는 법이다. 전황은 다시 북부군에게 유리하게 돌아섰다. 그러자 남부군은 '유럽'에 군사지원요청을 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도움을 받는다면 '북부군'은 양쪽에서 협공을 받아 불리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링컨 대통령은 그 유명한 '노예해방선언'을 해버린다. 당시 유럽에선 '노예제도 폐지론'이 우세했는데, 미국내 전쟁에서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남부군을 돕게 된다면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링컨의 예상은 적중했고, 유럽은 '남북전쟁'에 불참하게 된다. 그렇게 '게티스버그 전투'를 승리하며 전쟁은 북부가 차지하게 된다. 이로써 '노예제도 폐지'는 명문화하게 된다.
그렇지만 진정한 노예해방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실현되지 못한다. 법률상으로는 '흑인노예'는 있을 수 없었지만, 법률의 빈틈을 노리고 '흑인노예'는 계속 존속했으며, '흑인'은 미국시민권이 없다는 법률 판결을 내세워서 흑인들의 인권은 오래도록 보장받지 못했다. 이런 암울한 현실속에서 미국내 '흑백갈등'은 점점 고조되었고, 지금까지도 미국은 '인종차별'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다. 프론티어 정신에 이은 '뉴프론티어 정신'으로 미국인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고 결국엔 우주정복까지 해낼 기세였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거두고서 새로운 '패권국가'로 거듭난 미국은 대영제국의 뒤를 이어 명실상부한 '세계제일 강대국'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리고 맞이한 경제호황은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 준다. 하지만 그런 호황은 오래가지 못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의 경제 사정'이 차츰차츰 나아지면서, 미국에서는 '과잉생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농업은 말할 것도 없고 공장 산업에서 쏟아지는 물품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는 기세가 점점 꺾여나갔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 붐이 일 때는 '사는 족족, 대박 행진'을 거듭했지만, 경기가 한풀 꺾이자 주식 시장에는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판매는 점점 감소하는데 투자는 계속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거품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꺼지기 시작하자 주가는 겉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을 쳤고, 급기야 '검은 목요일' 사태가 발생했다. 이튿날 떨어진 주가에 '사자 열풍'으로 반등을 하기도 했지만, 주말이 지나고 월욜이 되어 뒤늦게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의 투매현상이 일어나면서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수많은 공장들은 문을 닫았고, 은행은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해 파산해버렸다.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데다 저축한 돈마저 잃어버리고 투자한 주식은 휴짓조각이 되어 버리니 미국의 경제는 폭망해버렸다. 이를 '대공황'이라고 한다.
미국발 경제대공황은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그나마 식민지를 갖고 있던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신들이 받을 경제적 타격을 식민지인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어찌어찌 버텼지만, 그마저도 없었던 '신흥제국주의국가'들은 여지없이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되었다. 이때 의외로 경제대공황을 잘 버티던 국가가 바로 '소비에트 연방국가'였으니, 공산주의국가들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비웃으며 자신들의 우위를 자랑할 수 있는 호시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런 호시절도 오래 가지 못했다. 미국의 경제대공황은 '뉴딜 정책'으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뉴딜 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열쇠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물꼬를 마련하고, 경제회복의 신호탄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자본주의가 '회생할 수 있다'는 능력을 선보여 준 셈이다. 이에 반해 공산주의는 '제자리걸음'으로 더 큰 경제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빠져버렸고, 곧이어 터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전세계는 다시 재편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전쟁이 끝난 뒤에 이어진 '냉전'은 경제체제를 양극화시켰고, 그 양극단에 있는 '이데올로기(이념) 대결 양상'으로 20세기 내내 크고 작은 전쟁을 일삼더니, 1990년대 공산주의는 완전한 패배를 선언하고 말았다. 소련연방이 해체되었고, 독일은 통일되었다. 그리고 맞이한 21세기는 바야흐로 '미국의 패권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패권도 종종 흔들렸다. '팍스 아메리카나'로 영원할 것 같았지만 '9·11 테러', '금융위기사태', '아프가니스탄 패전' 등등 미국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일련의 사건들이 줄기차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트럼프 시대'가 도래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가장 예측불가한 '지도자'가 미국의 행정부를 장악해버린 셈이다. 이제 미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 그 대비에 따라서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만 하고 있을 것도 아니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 철저히 공부하고 대비한다면, '미국발 위기'가 위기만은 아닐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