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탐정 엘리자베트 3 - 마지막 수수께끼를 풀다 공주 탐정 엘리자베트 3
아니 제 지음, 아리안느 델리외 그림, 김영신 옮김 / 그린애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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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L / 그린애플 3번째 리뷰] 1774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중심 배경으로 '세 개의 뮤직박스에 담긴 수수께끼'를 공주 탐정 엘리자베트와 그녀의 친구들이 풀어나가는 모험담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탐정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지만 '추리소설'이라기엔 너무 초보적이고, 그렇다고 소녀들이 좋아하는 '애정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천방지축이다. 엘리자베트 공주가 말이다. 물론 소녀 독자들이 좋아하는 왕실의 비밀 가득한 이야기들이 호화로운 드레스와 아름다운 장식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기에 '모험'이라는 단어와는 사뭇 어울리지 않지만, 이 책의 주인공 '엘리자베트 공주'는 여느 소녀스런 공주와는 완전 다르다. 이 공주는 말을 타고서도 달리길 좋아하니까 말이다.

말을 타면 '달려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싶겠지만, 여성의 말타기는 남성의 방법과는 다르다. 양다리를 벌리고 말안장 위로 올라타는 남자들과는 달리, 양다리를 모으고 한쪽 방향으로 걸터 앉아서 말을 타는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면 말안장에 올라타서 양 발을 '등자'안으로 끼어넣어야 말이 달릴 때 말등에서 떨어지지 않고 착 붙을 수 있는데 반해, 여성용 말안장은 양 발을 '한쪽'으로 모으고 '등자'도 한쪽으로 모아져 있기에 말이 달리게 되면 그 반동으로 인해 낙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남성은 '바지'를 입고, 여성은 '치마'를 입기에 그렇다. 아무리 '속바지'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다리를 벌리고 말을 타는 방식은 '숙녀답지' 못하다는 지적 때문에 귀족여성은 말을 타더라도 엉덩이만 살짝 걸쳐서 사뿐사뿐 걷는 속도로밖에 말을 탈 수 없으며, 여성은 말을 타지 않고 '마차'를 타는 것이 기본이었던 시절이다. 그런데 엘리자베트는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고서 양다리를 벌리고 말을 타는 '야만스런(?)' 장면까지는 연출하지 않더라도 '여성스러운 승마자세'로도 말고삐를 바투 잡고 다그닥다그닥 달리는 말타기를 즐길 정도였다. 이 정도면 '모험소설'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암튼, 엘리자베트와 친구들은 '세 번째 뮤직박스'를 찾아냈고, '플루티스트 뮤직박스' 속에서 마지막 비밀암호를 찾아냈고 마침내 그 비밀문구를 풀어냈다. 그것은 바로 '천사를 따라가라'였다. 그 천사가 있는 곳에 테오의 할아버지가 감춰둔 보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테오의 집에 있는 천사는 모두 찾아보았는데... 추리에 관한 내용은 여기까지다. 이 다음에는 바로 추리의 결말이 나오고 만다. 추리소설로는 영 꽝인 셈이다. 그럼에도 '간단한 추리'를 통해서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 심지어 그런 추리적 사고력이 '공부'가 된다는 사실을 아주 간결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소녀 독자들도 '수학공부의 매력'을 알아채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사실, 여학생이 '수학'을 잘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어릴 적부터 그런 '잘못된 편견'에 노출된 탓에 여학생은 '수학'을 못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도 된다는 잘못된 선입견마저 갖게 되어 전체 여학생들의 수학 평균점수가 형편없게 나온다는 과학자들의 분석결과도 이미 나왔다. 그러니 여학생이 '수학공부'를 못할 것이라는 편견은 그냥 깨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주인공 엘리자베트도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수학은 덧셈도, 곱셈도 하지 못하는 허당이었는데, '비밀암호문'을 척척 풀어내는 놀라운 일을 해냈다. '암호문 해독'은 세계 최초의 컴퓨터 창조자 '엘런 튜링'의 수학적 사고력으로 풀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수학문제는 '간단한 규칙'만 알면 누구라도 쉽게 풀 수 있다. 흔히 '수학공식'을 대입하면 쉽게 문제가 풀리는 것도 바로 그런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어떤 '공식'을 어떤 '문제유형'에 알맞게 대입해야 쉽게 풀릴 것인지 알아채는 것이다. 그것만 이해하면 누구나 수학천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수학적 사고력'에 '원리이해'를 더하면 된다. 수학공부는 그게 전부다. 구구단도 외우지 못하는 엘리자베트 공주가 '비밀암호문'을 풀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이런 원리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자, 이쯤 되면 수학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가? 수학문제가 풀리지 않아 답답하다면 '원리'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면 된다. 한 번 풀어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두 번을. 그래도 풀리지 않으면 '한 번 더' 시도를 하면 결국 어렵던 수학문제도 풀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차곡차곡 '원리이해'를 쌓게 되면 어렵던 '미적분 공식'도 결국 쉽게 풀 수 있게 된다. 프랑스 왕실의 바보라고 소문난 엘리자베트 공주도 해낸 일 아니던가 말이다.

이 책은 '수학공식'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공부'도 할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에선 '천연두'가 대유행을 했다. 그래서 프랑스 왕실도 베르사유 궁전을 떠나 시골귀족들의 저택을 전전하며 피신을 할 정도였는데, 안타깝게도 '루이15세(엘리자베트 공주의 할아버지)'가 그만 천연두에 걸려서 사망하기에 이른다. 이에 그치지 않고 파리 시민들에게도 천연두가 급속도로 전파가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루이16세'는 자신이 먼저 '우두접종(천연두백신)'을 하면서 천연두를 극복해보자는 의지를 엿보인다. 이는 '왕실이 먼저' 모범을 보여서 프랑스 국민들 모두를 '천연두의 위협'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렇게 왕실이 모범을 보인 덕분에 '천연두 백신 접종'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다행히 루이16세를 비롯해서 왕실 사람 대부분이 '접종'을 받아서 천연두를 극복했기에 백성들도 안심하고 '접종'을 했고, 천연두 대유행도 한풀 꺾이게 되었다.

당시의 '접종 실시'는 지금처럼 '주사 한 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연두균'을 대량 배양할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에 '천연두에 걸린 환자의 고름'을 실에 묻혀서, 그 실을 접종대상자의 팔뚝에 두세 번 바늘로 꿰어 통과시키는 방법으로 실시하였다. 이를 대규모로 실시할 경우 '소독방법'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에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실시된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당시에는 '천연두(마마)'에 걸리면 거의 대부분 사망에 이르는 끔찍한 질병이었기에 그 정도의 비위생적인 방식이었다해도 '살 사람'은 대부분 살아남는 기염을 보여준 셈이다. 어떤가? 재밌는 동화책속에서 '역사적 사실'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꽤나 유익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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