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1 : 말세편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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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XI / 엘릭시르 13번째 리뷰] 드디어 '말세편'의 서막이다. <퇴마록> 시리즈 가운데 가장 스케일이 크고 가장 복잡한 스토리로 전개될 것이다. 그 서막의 시작은 '치우천왕'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에겐 '고조선'이란 이름이 더 익숙하겠지만, 사실 '조선(朝鮮)'이란 명칭은 오늘날의 한자 발음일 뿐, 반만년 전에는 '우리식'으로 어떻게 읽혔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단지 '한자'로만 전해져 왔을 뿐, 그 당시에 적혔을 우리글 '신시문자(또는 신지문자)'를 오늘날에 읽고 쓸 줄 모르니 답답할 노릇이다. 다만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옛 조선의 이름은 '쥬신'이라 불렀다고 전해지는 까닭에 '고조선'을 '쥬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쥬신'은 오늘날의 한반도 북부와 만주, 요동만을 일컸는 영토가 아닌 더 많은 '연맹체'를 합쳐서 아울렀기에 '크다'는 뜻을 써서 '대쥬신(大朝鮮)'이라 불렀고, 그 연맹체의 우두머리를 '환웅'이라 불렀단다. <삼국유사>에도 단군왕검이 1500살을 살다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여러 임금이 '단군왕검'이란 하나의 호칭으로 불렸다는 증거일 수 있으므로, 환웅도 대를 이어 죽 이어져오다가 '자오지환웅(치우천왕)' 때 대제국 조선을 완성했다고 한다. 중국 기록에는 삼황오제 가운데 한 명인 '황제'와 '치우'가 탁록전투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고 하니 '대제국 조선'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시대에 뛰어난 예언자 '우사 맥달'이 있었으니, 그녀가 남긴 '예언서'가 바로 <해동감결>과 이 책의 비밀을 풀어낼 열쇠에 해당하는 <우사경>이었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그 당시로부터 반만 년 뒤에 세상이 멸망에 이르게 되는 '말세'가 도래하니, 이를 막고 인류를 구원할 4명의 인물이 나타날 것이며, 그 4명은 '한민족의 핏줄'을 이어받았고, 온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내놓을 선인(善人)이니, 그들이 말세의 도래를 막기 위한 방법을 알 수 있게 두 권의 책을 전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두 권의 책을 5000여 년이란 세월을 견디고 온전하게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종이를 발명한 채륜이란 사람도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인 한(漢)나라 때 사람이니, 그보다 3000년 전엔 나뭇조각이나 대나무조각에 글을 써서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아놓은 '목간'이나 '죽간'이었다. 그러나 '목간'도, '죽간'도, 심지어 '종이'라도 5000년의 세월을 견디기란 대단히 힘들 것이다. 그래서 두 권의 책을 지켜야 할 사명을 띤 사람이 필요했고, 그 사람의 후손이나, 모임의 수장이 두 권의 내용을 손으로 직접 옮겨 적으며 소중히 간직하는 방법을 띠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옮겨 적는 방법도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오래된 옛글자로 전해져 오는 내용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후대의 사람들이 무한정 '베껴쓰기'를 할 것이라는 보장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예언자 우사 맥달은 한가지 묘안을 마련했는데, 예언에 해당하는 중요한 내용은 쉽사리 알지 못하도록 '암호화'했지만, '불사(不死)'라는 단어만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적어놓은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보관중인 사람이거나,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한 사람일지라도 '불사'라는 단어만 보아도 이 책을 소중히 간직해서 전해줄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두 권의 예언서가 반만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도 후대에 꼭 전해져야 할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안배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권의 예언서를 '누가' 발견하고 '어디에' 보관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그렇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서복'이다. 그는 진(秦)나라 시황제의 명을 받아 '불로장생의 약'을 구하러 동방으로 떠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가 죽지 않는 영약이 난다는 동방의 영산을 찾아헤맸고, 그렇게 찾아헤맨 산이 바로 '백두산, 금강산, 한라산'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또 다른 일설에는 그가 진시황의 명을 받기도 전에 스스로 자청을 하여 천 명의 어린 선남선녀를 직접 뽑아 배에 태우고 '제주도'로 가서 불로초를 찾았다고도 전해진다. <퇴마록>에서는 이를 기틀로 삼아 서복이 찾은 것이 '불로초'가 아니라 '불사의 기록'이 적혀 있는 <해동감결>과 <우사경>을 발견했고, 이를 해석했으나 원했던 '불로불사'의 내용이 아닌 것을 알자 두 권의 책을 바다 건너 왜(일본)로 가져갔다가 <해동감결>은 일본의 명왕교가 소유하고 있었고, <우사경>은 더 기가막힌 곡절을 겪은 뒤에 개항기 시절 막부의 창고에 묵혀있던 것을 미국이 수탈해서 가져갔으나 아무도 그 내용을 알지 못해 방치 되었다가 '차이나타운'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는 스토리를 전개시켰다.

1권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이 두 권의 책 내용을 해석하거나 행방을 찾아 퇴마사 일행들이 떠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여기에 '말세'와 관련되어 전세계 종교와 종파, 비밀결사단체 등등이 자신들에게 전해져내려오는 비밀이 속속 밝혀지는 등 전반적인 이야기의 스케일이 너무나도 방대해져서 독자들을 어리벙벙하게 만들 정도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뒤이어 나올 이야기는 더욱더 놀라운 충격의 연속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퇴마사들의 능력은 '말세'를 대비하여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예정이니 기대하셔도 좋다. 박 신부의 '기도력', 이현암의 '기공술', 장준후의 '주문술', 그리고 현승희의 '염력(사이코키네시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져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펼칠 활약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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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민주주의, 미국은 왜 위태로운가 - 미국의 기원, 발전, 그리고 위기까지, 지도+인포그래픽과 함께 읽는 미국 민주주의의 모든 것
토마 스네가로프.로맹 위레 지음, 권지현 옮김, 델핀 파팽.플로리안 피카르 지도 / 서해문집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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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X / 서해문집 13번째 리뷰] 미국인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건 두 가지를 꼽으라면 '9·11사태(2001)'와 '미 의사당 점령(2021)'을 꼽겠다. 물론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 등의 '대통령 암살'을 비롯해서 엄청난 사상자를 낸 내전 '남북전쟁'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그리고 '경제대공황', '워터게이트 사건', 마틴 루터 킹을 비롯한 흑인인권운동가와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며 벌였던 수많은 시위와 폭동 등등 수없이 꼽을 만한 것들이 넘쳐나겠지만, 다른 사건들은 미국의 기조가 흔들리지 않았음에도,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사건은 미국을 완전히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거나 실종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독립을 선포하면서 국왕이 다스리는 왕정을 포기하고 '공화정'을 선택했다. 그리고 유럽의 다른 왕조국가들과는 달리 '민주주의'를 선택해서 국민이 직접 국민을 위한 국가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자신들이 구축한 '민주주의'에 대해서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전세계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을 자랑거리로 삼을 정도였다. 이런 기조는 미국이 '농업국가'에서 탈피해서 '산업국가'로 발돋움하고 나아가 '제국주의'로 세력팽창을 해나갈 때에도 여전했다. 그리고 명실상부한 '초강대국'의 지위를 갖춘 뒤에는 자신들이 만든 '민주주의'를 다른 나라에도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전쟁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였다.

그런데 미국의 민주주의가 정말 완벽하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먼저 미국만의 독특한 '선거제도'를 꼽을 수 있는데, '선거인단'을 구성해서 각 주마다 표를 더 많이 차지한 정당이 그 주의 선거인단을 싹쓸이하는 '승자독식' 방식을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체 득표수에서 승리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선거인단 수에서 뒤쳐지는 바람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시 말해, 미국 국민의 다수가 힐러리를 지지했는데도,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이것이 과연 '민주적인 방법'이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도전했다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정권을 이양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트럼프는 미국의 전통이었던 '패배 선언'을 하지 않았다. 앞서 더 많은 미국 국민의 선택을 받은 힐러리도 군소리 없이 '패배 선언'을 함으로써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라는 미국 정치의 안정과 국론 통합을 위한 대의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 것은 '정치 공작' 때문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을 하려던 미 의사당을 점령하라고 자신의 지지자를 부추기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과거의 역대 대통령들은 감히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될 일을 트럼프는 저질렀던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또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고 말았다. 그것도 압도적인 표차이로 말이다. 아무리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헛발질'을 하는 듯한 엉망진창의 정책을 했더라도 미국 대통령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는 망나니가 또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다니, 미국 국민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느냔 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만 보아도 미국의 정치는 깨끗하다고 보였다. 닉슨 대통령은 정치적 능력이 높다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그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 벌인 '도청사건'과 '거짓말'을 한 것으로 미 국민들은 닉슨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였고, 닉슨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거짓말 뿐만 아니라 연이은 스캔들에 법정 소송까지 받을 정도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상태였다. 그 범죄가 다름 아닌 '미 의사당 점거 사태'이지 않느냔 말이다. 이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명백한 시그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른 나라도 아닌 '초강대국' 미국의 민주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을 전혀 존중하고 있지 않다.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무시하고 '패배 선언'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대통령에 당선된 후보자를 축하해주기는커녕 자신들의 열성지지자를 선동해서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기까지 했다. 이런 대통령이 '미국의 헌법'은 제대로 지키려고 할까? 혹시 2번의 임기로도 부족해서 '3선, 4선'에 도전하지는 않을까? 하긴 트럼프와 푸틴, 그리고 김정은은 정말 친해보이기까지 하다. 실제로 자신의 입으로 '그들'과 친하다는 말도 했고 말이다.

무엇보다 미국 국민들의 '선택'이 결국 트럼프였다는 말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헌법조차 무색하게 만들지 모를 위태로운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국민이었다. 정말로 '민주주의 시민'이 고른 자신들의 대통령이 맞느냔 말이다. 지금 미국은 혼돈의 도가니 속에 빠진듯이 보인다. 아무리 선거전이 치열하게 공방을 거듭했더라도 '대선의 결과'가 나오면 오직 미국을 위해 '한 목소리'로 대통령을 지지하고 국론을 통일시켜 왔던 미국의 민주주의 였는데,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지금의 미국은 한 목소리가 아닌 '두 목소리'를 내며 정적을 죽이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트럼프가 늘상 외치던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가 이번에도 잘 통할지 의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의 그동안 추구해왔던 '세계화 물결'부터 거둬들이고 '자국 이기주의 우선'을 내세워 '강 대 강'의 대결만 부추길텐데 말이다. 더구나 지금의 미국은 '초강대국의 지위'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로 빈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과연 어느 나라가 미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더냐는 말인가? 그런데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다면, 미국의 말을 안 듣는 나라들에겐 어떠한 행보를 보여줄텐가? 협박? 전쟁?

그런 전쟁에 나서는 미국민들이 자랑스럽고 떳떳한 전쟁이라고 하겠는가? 부당하게 치룬 '베트남 전쟁'이후 미국은 '모병제'로 기존 체제를 완전히 바꿀 수밖에 없었다. 미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전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벌인 정책들에는 미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또한 그 반응은 정책에 적절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반영이 되기는 할까? 만약 트럼프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정책이 진행된다면 미국에도 '또 다른 형태의 독재자'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 될 것이다. 우려스럽지 않은가? 그래서 수많은 미국민들이 혼돈에 빠진 것이다.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이 말이다. 그리고 그의 예측불가함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병들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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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 마음의 칼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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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IX / 엘릭시르 12번째 리뷰] 두 번째 '외전'에는 모두 4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차례대로 <대성인의 죽음>, <마음의 칼>, <죽었다고 지옥을 아는가>, 그리고 <1997년 12월 25일>이다. 이 작품들은 각각 '세계편'과 '혼세편'의 후속작들로 이어지지만, '외전'의 성격상 굳이 읽지 않아도 스토리 전개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도 하다. 사실 <퇴마록>이 한창 출간되던 시절에 동네서점에서 나오는 족족 사모으던 나조차도 <외전>은 구하기 힘든 책이었다. 제법 큰 서점을 돌아다녀도 구매하기 힘들었는데, '온라인 서점'이 등장하면서 겨우 구했던 책이기도 하다. 24년인 지금에는 온라인 서점마저 '절판'이어서, 현재는 '이북(eBook)'으로만 구매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퇴마록>의 오랜 팬들은 지금도 '외전'이 나오길 기다린다. 아직 '말세편'에 해당하는 뒷이야기들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국내편'도 있고, '세계편', '혼세편'까지 외전을 내놓고서 왜 '말세편'은 쏙 빼놓느냔 말이다. 아무리 '말세편'으로 퇴마행의 모든 이야기를 종결지었다고 하더라도 독자들은 아직도 '말세편의 외전'을 기다리고 있으니 꼭 출간되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먼저, <대성인의 죽음>편이다. 여기서는 '혼세편-홍수이야기'에서 등장했던 바바지와 '세계편'의 대미를 장식했던 마스터가 등장해서 악행을 일삼던 '블랙서클'이 어찌하여 탄생하게 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일종의 '세계편-프리퀄'에 해당하는데, 저 세상의 악마를 불러내어서 모든 인간을 말살하려 했던 악당답게 아주 악랄한 마스터의 진면목이 잘 드러난다. 더구나 그런 마스터의 스승으로 등장하는 '바바지의 비밀'이 폭로되면서 이야기가 한층 깊어졌다. 혼세편에서는 '홍수이야기'에 잠깐 등장하고 말지만, 그렇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바로 이 에피소드에 모두 담겨 있다.

다음은 <마음의 칼>편이다. 여기서는 여검사 현정이 속세를 떠나 비구니가 되는 사연이 담겨 있는데, 이미 '혼세편-와불이 일어나면'에서 현정이 비구니가 된 모습을 볼 수 있으나, 그녀가 아끼던 '청홍검'을 현암에게 준 까닭을 이 에피소드에서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정이 칼을 내려놓고 비구니가 될 작정을 품은 까닭일 것이다. 칼을 쓰는 무인에게 '칼'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나 소중한 칼은 다른 이에게 건내줄 정도로 큰 계기가 된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이 책의 제목이 '마음의 칼'인 것을 보면 이 에피소드가 가장 핵심적인 것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짐작할 수 있다.

이야기를 좀 더 풀어보자. 살다보면 '죽이고 싶을 정도' 미운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검을 다룰 정도로 수련을 쌓다보면 몸(육체)만 단련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정신)까지도 수양을 닦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미운 사람이 있더라도 함부로 칼부림을 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날 리 없다. 그런데 현정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일명 '마음의 칼'이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현정이 사랑했던 남자가 현정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딴 여자에게 가겠다는 통보를 받자 차갑게 마음이 식어버린 현정은 그 사랑했던 남자에게 콕 하고 손가락으로 찌르는 시늉만 한다. 물론 마음속으론 시퍼렇게 날이 선 청홍검을 들고서 단칼에 내리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어서, 그저 손가락으로 그 사랑했던 남자의 이마를 살짝 두드렸다.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지만 지금 내 앞에서 이별을 통보하는 무정한 남자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차가운 마음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 순간 그 남자가 그자리에서 단발마 같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더니 일어날 줄은 모른다. 급하게 병원에도 옮겼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도 못한 채 '식물인간'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분명 현정은 손가락만 찔렀을 뿐인데 말이다.

놀란 것은 도리어 현정이었다. 물론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그 남자도 한없이 불쌍하지만, 그 남자의 무정함 때문에 받은 천벌이라고 여기면 말이 안 될 것도 없겠다. 하지만 현정은 그저 손가락만 찔렀을 뿐인데 '살해자'라는 혐의로 경찰조사까지 받게 된다. 목격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목격자들조차 현정이 한 짓은 '손가락질'뿐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뿐이었다. 이에 경찰은 의사의 '전문지식'까지 총동원을 해서 손가락으로 '식물인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혐의를 의심하고 수사했지만, 결론은 '무혐의'였다. 현대의학적으로 손가락으로 이마를 아무리 쎄게 찔러도 사람이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현정은 알고 있다. 그때의 마음속으로 그 남자를 죽이고 싶었던 것을 말이다. 그로 인한 '죄책감'에 현정은 손가락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공이나 주술에 대해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하지만 그런 무공도, 주술도 전무했다. 그래서 현정은 비구니 차림으로 현암을 만났을 때 '검기'로 사람을 식물인간을 만들 수 있는지 물었던 것이다. '혼세편-와불이 일어나면'에 나오는 장면인데, 이 질문과 함께 현정은 현암과 '국내편-초치검의 비밀' 이후 치루지 못했던 대결을 해보고 싶었으나, 그마저도 속세를 떠난 비구니가 할 도리가 아님을 깨닫고 청홍검을 현암에게 맡긴 채 유유히 떠나버리고 만다. 그 남자가 현정의 손가락 하나로 식물인간이 되어 버린 것은 '무정하게 변심한 남자'가 받아야 할 마땅한 벌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말이다.

<죽었다고 지옥을 아는가?>편에선 다시 '세계편'으로 되돌아간다. 마스터가 소멸한 직후에 퇴마사들도 대부분 병원신세를 지고 있던 그 사이에 '사이코메트리(사물을 만지면 그 소유자의 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초능력)' 능력을 갖고 있던 더글러스 형사(세계편에선 '탐정'이었지만 윈딩고 사건 해결 이후 복직했다)에 관한 에피소드다. 미국 형사가 갱단의 두목이 저지른 범죄를 수사하는 에피소드지만, 그 이면에는 '단테의 <신곡-지옥편>'에 버금가는 철학적 질문이 담겨 있다. 과연 '죽은자'에겐 죄를 물을 수 없는 것일까? 살아서 지은 죄 때문에 지옥행을 가는 것이 '상식'이라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영혼'이 죄를 지으면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이를 테면, 자신을 죽인 악당에게 죄를 쌓게 해서 '완벽한 지옥행'을 선사했다면 아주 속이 시원할 것이다. 허나 '죽은자'도 죄를 짓긴 마찬가지가 아니냔 말이다. 물론 '억울하게' 죽은 것은 불쌍한 일이다. 그렇게 죽은 것이 억울해서 자신을 죽인 살인자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죽어서까지 범죄를 저질렀다면, 죽은자가 저지른 범죄에는 '어떤 벌'을 주는 것이 마땅한 것일까?

우리는 '사적(개인적) 복수'를 죄로 묻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는 '복수'를 개인적으로 금지하면서 '공공의 권력(사법체계)'으로 죄를 묻는 것만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옛날에는 부모를 죽인 원수는 '철천지 원수'로 삼아 개인적인 복수를 아름다운 미덕으로 권장(?)하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렇듯 '같은 하늘 아래'서 숨을 쉬는 것조차 허락치 못할 정도로 부도덕한 짓을 일삼은 악당에게 복수는 '충'이거나 '효'이거나 '암튼'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었다. 그런데 왜 현대에 와서는 '사적인 복수'를 허용치 않는 것일까? 그건 그렇고 '공적인 처벌'은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처벌을 도맡아서 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내 가족을 해코지한 범죄자가 '무죄 판결'을 받고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보았을 때, 과연 '공적인 처벌'에 수긍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런데도 우리는 '사법 체계'가 꽤나 공정하다(?)고 여기고 높은 신뢰를 보내는 사회에 살고 있다. 정말 그런가?

이 에피소드에서는 바로 이런 질문들을 똑같이 던질 수 있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천국은 못갈지언정 적어도 '지옥'은 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억울한 영혼이 저 혼자 죽기 아까워서 자신을 죽인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서 확실한 지옥행 티켓을 끊어(?) 주었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지옥에 가지 않을까? 이 가엾은 영혼에게 현암은 단연코 '지옥행'이라고 선언을 해버린다. 과연 '영혼계'에서도 사적인 복수를 허용치 않고 단죄를 내리며, '영혼계의 공정한 판결'은 어디서 누가 내리는 것이란 말인가? 그런 공정한 체계가 있어야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도 덜 억울할 것이고, 선량한 영혼들도 맘놓고 천국행을 갈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직접 한 번 읽어보고 판단해보길 바란다.

마지막 에피소드 <1997년 12월 25일>은 '혼세편-홍수이야기'편 이후에 벌어진 사건들이다. 사건이라고는 하나 그리 심각한 사건은 아니고, 세상을 홍수로부터 구한 퇴마사들이 모두 '사망처리'된 사건을 둘러싸고, 그간 '인연'이 있던 등장인물들이 퇴마사들을 떠올리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에피소드가 담긴 '외전'이 출간되었을 즈음에는 아직 <말세편>이 나오기 전이었을테니, 이 '외전'을 읽은 독자들은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에피소드를 실제로는 2014년 이후에나 읽을 수 있었던 독자들은 억울할 듯도 싶다. 세기말 현상이 한창이던 1999년에 읽었어야 제 맛이었을테니 말이다. 실제로 1999년에 <말세편 1권>이 나왔을 때의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그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독자들의 흥분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아무튼 이 <외전>은 참 헛다리를 제대로 짚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엘릭시르'에서 <퇴마록> 전권과 <외전> 두 편을 온전히 '재출간'해준 덕분에 늦었지만 감회를 새롭게 할 수 있어서 참 고맙다. 모쪼록 이우혁 작가를 들들 볶아서라도 '말세편-외전'을 꼭 좀 출간해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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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와 함께 떠나는 부자 여행 1 : 주식이 뭐예요? 존리와 함께 떠나는 부자 여행 1
존 리.주성윤 지음, 동방광석 그림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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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VIII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1번째 리뷰] 각설하고, 존리가 말하는 '부자가 되는 법'은 돈이 알아서 돈을 벌어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가장 기본적인 '금융지식'이며, 이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 '조기 금융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존리가 펴낸 모든 책에서 똑같이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존리는 왜 하루라도 빨리 '금융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이는 은행 저축만 보아도 금방 터득할 수 있다. 바로 '단기이자'와 '복리이자'의 차이점에서 극명하게 나는 차이가 핵심 포인트다.

이를 테면, 똑같이 100만 원을 입금했을 때, 연 3.0%의 이자를 매년 준다고 했을 때, 단기이자는 해마다 100만 원의 3%에 해당하는 3만 원의 이득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복리이자는 첫 해에는 원금 100만 원의 3%인 3만 원의 이자만 받지만, 다음 해에는 '원금'과 '이자'를 합한 '103만 원'의 3%를 받고, 그 다음 해엔 또 이자를 합한 원금인 '106만 원'의 3%를 이자를 받아 10년 뒤에는 단기이자는 원금과 이자를 합한 130만 원을 받지만, 복리이자는 해마다 원금에 이자를 더하기 때문에 첫 해엔 1,030,000원이지만, 2년차 1,060,900원을, 3년차 1,092,727원, 4년차 1,125,509원, 5년차 1,159,274원, 1,194,052원, 6년차 1,229,874원, 7년차 1,266,770원, 8년차 1,304,773원, 9년차 1,343,916원, 그리고 마지막 10년차엔 1,384,233원을 받게 된다.

여기서 깨달을 수 있는 금융지식이 무엇일까? 바로 '돈이 저절로 알아서 돈을 벌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자녀에게 저축의 중요성을 가르칠 때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으는 방법이 아니라 당장 은행으로 달려가서 '통장개설'을 해서 단돈 10원이라도 저축을 하고, 그 돈이 '이자'를 벌게 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기이자'와 '복리이자'의 차이점이 보이는 것처럼 은행에서도 다양한 금융상품이 있으니, 자신이 가진 '원금'을 활용해서 '이자'를 불릴 수 있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금융교육이란 말이다. 더구나 '조기 금융교육'을 하면 좋은 점이 있다. 바로 '돈이 스스로 돈을 벌어오는 기간'이 훨씬 길어진다는 것이다. 10살 생일에 개설한 적금통장을 매달 꼬박꼬박 10만 원씩 부어서 10년 뒤인 20살 생일에 만기적금을 탄다고 가정한다면, 원금만 무려 1200만 원이 된다. 연 4%의 확정금리로 이자를 받는다면 1248만 원이다.

물론, 매우 적은 금액이다. 10년이면 물가도 엄청나게 오를 텐데 고작 저 정도의 금액을 벌어오게 하기 위해서 10년 간의 공을 들여야 한다니 허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존리는 '금융교육의 이치'를 깨달았으면, 안정적인 저축 말고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똑같이 월 10만 원씩 주식에 투자한 경우, 적게는 20%의 수익을, 많게는 500%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냐면 장기적인 주식투자의 경우 대체로 '우상향'하는 성장그래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주가변동'은 하루에도 오르락내리락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때로는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이 되어 내가 산 주가종목이 곤두박질 친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실망하지 않고, 불안해하지도 않고 '장기투자'를 하며 차곡차곡 투자금을 묻어두고 있으면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요동을 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서서히 올라가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주식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고수익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버핏은 "내가 산 주식을 10년 동안 보유할 생각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소유하지 마라"고 말했다. 투자의 기본은 '장기투자'임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주식투자를 하고서 투자금을 묻어둔다고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장기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선 적어도 '10년 동안 망하지 않는 회사'에 내 투자금을 묻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그럴려면 적어도 투자를 하기 전에 '장기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인지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면 내가 산 주식은 '그 회사의 주인'이라는 표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 회사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 인류공영을 위해 바람직한 일을 하는 회사인지 확인하는 습관은 '금융교육의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렇지 않고 단기간에 주가가 급상승할 종목만 골라서 몰빵을 하듯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결코 '투자'가 아닌 '투기'에 불과하다고 존리는 강조한다. 대부분 주식투자를 하다가 큰 낭패를 본 사람들의 유형이 바로 이런 '투기방식'으로 주식을 접한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아무리 '훌륭한 기업'일지라도 주가하락은 일상다반사다. 그렇기에 단 한 종목에만 몰아서 투자를 하기보다는 다양한 종목에 나누어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과 일맥상통한데, 비슷한 종목에 몰아서 투자했을 때에도 그 종목이 하한가를 치달리게 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의 고수들은 "성공한 투자자는 이익과 손해를 본 비율이 51 : 49"라고 말한다.

이렇게나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 까닭은 소중한 내 자산을 함부로 다루다간 쫄딱 망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면 변변치 못한 이익으로 인해서 풍족하고 여유로운 경제생활을 하지 못하고 쪼들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오래도록 일을 할 수가 없다. 20살에 취직해서 월급을 번다고 쳐도 60세까지 건강이 허락한다고 쳐도 고작 40년 밖에 일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남은 40년의 노후생활은 무엇으로 경제생활을 영위하려 할 것인가? 정답은 '자산운용'뿐이다. 그 가운데 존리는 '주식투자'가 매우 유효하다고 강조하고 있고 말이다. 그리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금융정보'에 밝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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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4 : 혼세편 - 완결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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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VII / 엘릭시르 11번째 리뷰] 마침내 '혼세편'이 대미를 장식했다. 앞서 소개한 '홍수이야기'로 다시 깨어난 블랙서클의 우두머리 마스터는 소멸하고 인류 모두를 멸망시킬 거대한 홍수도 막아냈다. 묵묵히 자신들이 가는 길을 갈 뿐인 '퇴마사'들이 이번에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막아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죽었다. 아니 죽어야만 했다. 왜냐면 다시 깨어난 마스터의 음모 가운데 하나가 바로 '퇴마사'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퇴마사'들의 능력을 공개해버렸고, 그 까닭에 각국 정부는 그들의 능력을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독점하고픈 욕심에 눈이 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각국 정부들이 '퇴마사'들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수배령이 떨어졌고, 뒤에서는 '마스터'가 전세계를 대홍수에 빠뜨려 인류를 멸망시키려 드는데도, 퇴마사들은 묵묵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덤덤히 수행할 따름이다.

남들과 다른 '초능력'을 소유한다는 것은 좋은 일일까? 적어도 <퇴마록>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왜냐면 '힘'에는 그만한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만약 '힘'이 생겼는데도 모두를 위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을 위한다면 '악당'과 다를 바가 없고, 그런 악당이 지닌 힘은 끝내 거두어져야만 하는 운명을 지녔다. 그러나 가졌던 힘을 거둘 때에는 순순하지 않다. 그건 악당들의 최후를 보면 알 수 있다. 저들이 가진 힘에 도취되어 순리를 거스르고 요상한 논리를 앞세워서 '해서는 안 될 일'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다 '퇴마사'들에 의해 제거(?)되고 말지 않느냔 말이다. 결국에는 '조화'를 이루게 된다. 갖고 있는 힘을 자신만이 아닌 '모두'를 위해 쓰게 되면 무탈하지만, 그 힘에 취해서 제 이익만을 위해 한껏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나게 된다. 그러니 이처럼 조화로운 세상에선 애초에 아무런 능력도 없이 평범하게 사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게 보일 정도다.

딴에는 퇴마사들의 능력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그래서 <퇴마록>을 읽어나갈 때마다 퇴마사들의 새로운 능력에 감탄하며, 그 능력이 펼쳐질 때마다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까 자못 흥미롭지만, 퇴마사들의 증진된 능력을 초월하는 '악당'이 등장할 때면 진저리가 쳐질 정도다. 결국엔 세상이 망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물론 퇴마사들이 구해내는 결말로 끝맺겠지만 읽을 때마다 악당들의 끔찍한 만행(?) 때문에 조마조마해진다. 그런 재미로 이 책을 읽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다시 '홍수이야기'로 돌아가서, 치밀하고 교활한 마스터는 온 세상을 물에 잠기게 만들기 위해서 운명의 수레바퀴인 '수다르사나'와 그 수레바퀴를 작동시킬 수 있는 비밀이 담겨 있는 '에메랄드 테블릿(녹비)'를 이용해서 퇴마사들을 티벳으로 파키스탄으로 유인해낸다. 그렇게 퇴마사 일행을 티벳과 파키스탄으로 끌어들인 까닭은 그곳이 '대홍수'에서 유일하게 피신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산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역사인 고조선의 임금 '치우천왕'이 티벳으로 가서 고대 국가를 건설했다는 기록(녹비에 적혀 있다는)이 전해져 내려오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치우천왕기>에 담겨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길 권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살짝 소개하자면, 고대 중국을 다스리던 '황제'에겐 고민거리가 있었단다. 바로 자신들 '한족'이 살고 있는 동쪽에 '전쟁의 신'이라 불릴 정도로 싸움을 잘하는 '치우'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황제는 중원에서 발흥해서 사방의 육지와 사해(四海)로 뻗어나가 천하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오직 치우한테만은 이겨 본 적이 없이 매번 지기만 했단다. 그리 망신살이 뻗치던 차에 신선의 도움으로 묘한 수를 터득했고, 그 묘수로 치우를 곤경에 빠뜨린 뒤에 비로소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단 한 번의 승리로 치우를 죽이고 천하를 통일한 기쁨을 매년 동쪽 바다 근처로 친히 찾아가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는 '중국측' 기록일 뿐이고, '우리측' 기록을 보면 정반대로 이야기한다. 황제가 군대를 몰고 치우천왕이 다스리는 나라를 번번히 쳐들어오지만 치우천왕은 가볍게 이기고서 매번 황제를 꾸짖고는 돌려보냈단다. 이에 약이 오른 황제는 계속 쳐들어왔으니 치우천왕은 매번 막아냈고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단다. 그러다 한 번은 아주 모질게 혼쭐을 내주었더니 황제는 결국 승복하였고, 치우천왕이 쳐들어오지 않는다는 약조를 한다면 자신도 더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했단다. 이에 치우천왕은 해마다 황제가 직접 동해바다로 찾아와 크게 제사를 올린다면 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알고 쳐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단다. 그래서 황제가 매년 제사를 지내와 두 나라는 평화롭게 지냈다는 이야기다.

어느 쪽의 기록이 더 신빙성이 높아 보이는가? 천하를 다스린다는 황제가 제사를 지낸다면 자신이 머무는 궁궐에서 가까운 곳에서 지내면 그뿐이지, 강력한 나라의 임금이 직접 그 먼 곳으로 행차해서 제사를 지내야만 했던 까닭을 짐작한다면 어느 쪽이 더 객관적인지 자명할 것이다. 여기에 '우 임금'이 물을 다스리는 법(오행치수법)을 배운 뒤에야 치수에 성공했다는 기록까지 더해지면, 당시 '고조선'이 갖고 있는 역량이 상당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고조선조차 막을 수 없는 대홍수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언으로 말미암아 '치우천왕'은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땅으로 백성들을 이주시키는 대책을 세우려 한다. 이런 연유로 '퇴마사 일행들'도 티벳과 파키스탄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최후의 정적인 '마스터'와 한 판 승부가 벌어졌던 것이다.

결국 최후의 승리는 '퇴마사'들의 몫이었다. 마스터가 꾸몄던 계략은 실패로 끝났고, 대홍수의 위험도 퇴마사들이 끝내 막아냈다. 하지만 악령의 힘은 막아내는데 성공했지만, 퇴마사들의 초능력을 두려워하는 각국 정부의 수장들은 한국정부를 압박하며 '퇴마사'들을 죽여야 한다고 결정을 내린다. 이에 한국정부는 '퇴마사'들의 생사와 자신들은 무관한 일이라며 정 원한다면 당신들의 손으로 직접 해결하라는 메시지만 보낼 뿐이다. 각국 정부는 왜 퇴마사들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리고 퇴마사 가운데 누굴 가장 두려워할까? 그건 다름 아닌 현승희와 이현암이다. 물론 박 신부와 장준후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이들의 힘의 원천은 '종교적'이고 '주술적'인 것이어서 애초에 믿고 싶은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승희의 '독심술(?)'과 이현암의 '총알도 막아내는 신기한 힘' 따위는 그 자체만으로 두려운 것이다. 특히, 승희의 능력인 '남의 생각을 읽어내는 힘'은 가장 껄끄러운 능력이자, 국가의 존망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있어선 안 될 힘'인 셈이다. 예를 들어, 미국 대통령의 '생각'을 읽어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계를 주름잡는 초강대국이 갖고 있는 '기밀'이 만천하에 까발려지거나, 그렇게 알아낸 '기밀'을 이용해서 협박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렇기에 퇴마사들은 생존해 있으면 안 될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물론 퇴마사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그런 하찮은(?) 스파이짓에 써먹을 일은 절대 없겠지만, 지난 번에 '일본정부'의 협조 부탁(?)으로 일을 처리한 것이 사달이 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곤란한 지경에 처해서 도움을 받을 땐 좋았지만, 그 고마운 분들이 갑자기 돌변해서 '일본의 안보'를 해치게 된다면 어쩐단 말인가?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지난 번 '세계편'에서 순회(?) 퇴마를 시행한 퇴마사들이 알게 모르게 각국 등지에서 벌인 일로 인해 결국엔 '위험인물'로 낙인이 찍히고 만 것이다. 물에 빠진 놈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 아니겠는가.

암튼, 퇴마사들은 공식적으로 모두 사망으로 처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말세편'을 위한 사전준비일 뿐이다. 이어지는 '말세편'에선 어떤 일들이 퇴마사들에게 펼쳐질까? 정말 세상은 '말세의 도래'로 인해 멸망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 이 책이 쓰이던 당시가 '세기말(1997)'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당시에 벌어졌던 불안감이 이 책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도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새 천년 이후에 태어나신 분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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