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민주주의, 미국은 왜 위태로운가 - 미국의 기원, 발전, 그리고 위기까지, 지도+인포그래픽과 함께 읽는 미국 민주주의의 모든 것
토마 스네가로프.로맹 위레 지음, 권지현 옮김, 델핀 파팽.플로리안 피카르 지도 / 서해문집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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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X / 서해문집 13번째 리뷰] 미국인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건 두 가지를 꼽으라면 '9·11사태(2001)'와 '미 의사당 점령(2021)'을 꼽겠다. 물론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 등의 '대통령 암살'을 비롯해서 엄청난 사상자를 낸 내전 '남북전쟁'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그리고 '경제대공황', '워터게이트 사건', 마틴 루터 킹을 비롯한 흑인인권운동가와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며 벌였던 수많은 시위와 폭동 등등 수없이 꼽을 만한 것들이 넘쳐나겠지만, 다른 사건들은 미국의 기조가 흔들리지 않았음에도,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사건은 미국을 완전히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거나 실종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독립을 선포하면서 국왕이 다스리는 왕정을 포기하고 '공화정'을 선택했다. 그리고 유럽의 다른 왕조국가들과는 달리 '민주주의'를 선택해서 국민이 직접 국민을 위한 국가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자신들이 구축한 '민주주의'에 대해서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전세계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을 자랑거리로 삼을 정도였다. 이런 기조는 미국이 '농업국가'에서 탈피해서 '산업국가'로 발돋움하고 나아가 '제국주의'로 세력팽창을 해나갈 때에도 여전했다. 그리고 명실상부한 '초강대국'의 지위를 갖춘 뒤에는 자신들이 만든 '민주주의'를 다른 나라에도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전쟁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였다.

그런데 미국의 민주주의가 정말 완벽하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먼저 미국만의 독특한 '선거제도'를 꼽을 수 있는데, '선거인단'을 구성해서 각 주마다 표를 더 많이 차지한 정당이 그 주의 선거인단을 싹쓸이하는 '승자독식' 방식을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체 득표수에서 승리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선거인단 수에서 뒤쳐지는 바람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시 말해, 미국 국민의 다수가 힐러리를 지지했는데도,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이것이 과연 '민주적인 방법'이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도전했다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정권을 이양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트럼프는 미국의 전통이었던 '패배 선언'을 하지 않았다. 앞서 더 많은 미국 국민의 선택을 받은 힐러리도 군소리 없이 '패배 선언'을 함으로써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라는 미국 정치의 안정과 국론 통합을 위한 대의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 것은 '정치 공작' 때문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을 하려던 미 의사당을 점령하라고 자신의 지지자를 부추기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과거의 역대 대통령들은 감히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될 일을 트럼프는 저질렀던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또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고 말았다. 그것도 압도적인 표차이로 말이다. 아무리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헛발질'을 하는 듯한 엉망진창의 정책을 했더라도 미국 대통령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는 망나니가 또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다니, 미국 국민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느냔 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만 보아도 미국의 정치는 깨끗하다고 보였다. 닉슨 대통령은 정치적 능력이 높다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그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 벌인 '도청사건'과 '거짓말'을 한 것으로 미 국민들은 닉슨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였고, 닉슨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거짓말 뿐만 아니라 연이은 스캔들에 법정 소송까지 받을 정도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상태였다. 그 범죄가 다름 아닌 '미 의사당 점거 사태'이지 않느냔 말이다. 이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명백한 시그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른 나라도 아닌 '초강대국' 미국의 민주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을 전혀 존중하고 있지 않다.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무시하고 '패배 선언'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대통령에 당선된 후보자를 축하해주기는커녕 자신들의 열성지지자를 선동해서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기까지 했다. 이런 대통령이 '미국의 헌법'은 제대로 지키려고 할까? 혹시 2번의 임기로도 부족해서 '3선, 4선'에 도전하지는 않을까? 하긴 트럼프와 푸틴, 그리고 김정은은 정말 친해보이기까지 하다. 실제로 자신의 입으로 '그들'과 친하다는 말도 했고 말이다.

무엇보다 미국 국민들의 '선택'이 결국 트럼프였다는 말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헌법조차 무색하게 만들지 모를 위태로운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국민이었다. 정말로 '민주주의 시민'이 고른 자신들의 대통령이 맞느냔 말이다. 지금 미국은 혼돈의 도가니 속에 빠진듯이 보인다. 아무리 선거전이 치열하게 공방을 거듭했더라도 '대선의 결과'가 나오면 오직 미국을 위해 '한 목소리'로 대통령을 지지하고 국론을 통일시켜 왔던 미국의 민주주의 였는데,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지금의 미국은 한 목소리가 아닌 '두 목소리'를 내며 정적을 죽이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트럼프가 늘상 외치던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가 이번에도 잘 통할지 의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의 그동안 추구해왔던 '세계화 물결'부터 거둬들이고 '자국 이기주의 우선'을 내세워 '강 대 강'의 대결만 부추길텐데 말이다. 더구나 지금의 미국은 '초강대국의 지위'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로 빈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과연 어느 나라가 미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더냐는 말인가? 그런데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다면, 미국의 말을 안 듣는 나라들에겐 어떠한 행보를 보여줄텐가? 협박? 전쟁?

그런 전쟁에 나서는 미국민들이 자랑스럽고 떳떳한 전쟁이라고 하겠는가? 부당하게 치룬 '베트남 전쟁'이후 미국은 '모병제'로 기존 체제를 완전히 바꿀 수밖에 없었다. 미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전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벌인 정책들에는 미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또한 그 반응은 정책에 적절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반영이 되기는 할까? 만약 트럼프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정책이 진행된다면 미국에도 '또 다른 형태의 독재자'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 될 것이다. 우려스럽지 않은가? 그래서 수많은 미국민들이 혼돈에 빠진 것이다.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이 말이다. 그리고 그의 예측불가함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병들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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