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주의보 - 제2회 한솔수북 선생님동화공모전 대상 수상작 초등 읽기대장
이경아 지음, 김연제 그림 / 한솔수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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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주의보> 이경아 / 한솔수북 (2025)

[My Review MMCCCXXIII / 한솔수북 2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쉰두 번째 리뷰는 마음속에 불쑥불쑥 가시가 돋아나는 거짓말에 대한 깊은 생각을 여는 <거짓말주의보>다. 어릴 적 거짓말을 해본 경험 있는가? 이 질문이 무색하게 모든 사람은 살면서 엄청나게 많은 거짓말을 해댄다. 그런데도 거짓말은 나쁘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그렇게 나쁜 줄 알면서 거짓말을 많이 하는 심보는 뭐란 말인가? 그러니 우리는 이 잘못된 정보를 바꿔야 한다. 모든 거짓말이 나쁜 건 아니라고 말이다. 그럼 '좋은 거짓말'도 있다는 말일까?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거짓말주의보> 관점 포인트 : 한유리는 수영장에 다닌다. 하지만 아는 친구는 없다. 유리는 친구 사귀는 일을 조심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친하게 지낼 친구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 유리에게 서지원이란 친구가 생긴다. 덜렁거리는 성격인지 수영장에 오는 첫날 수모를 챙기지 않아 허둥거렸기 때문이다. 마침 수모를 두 개 준비해왔던 유리는 지원에게 수모를 빌려준 것이 계기가 되어서 둘은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수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가 내리자 지원은 자신의 엄마가 몰고 온 차에 같이 타고 가자며 끌고 간다. 얼떨결에 차를 얻어 탄 유리는 지원 엄마와 함께 지원이 남동생도 소개 받게 된다. 이 일이 있은 뒤에 지원이는 남동생 때문에 속상한 일에 대해서 유리에게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했고, 마침 유리에게도 남동생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 그러자 유리는 남동생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비록 의도한 것은 아니고 갑작스레 물어오니 얼결에 대답한 것이긴 했지만, 유리는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로 자책을 하며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유리는 남동생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 예전의 친구도 유리에게 '장애'를 가진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 때문에 유리는 자신의 집에 친구들이 놀러오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왜냐면 장애를 가진 남동생이 '그런 심한 말'을 듣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유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리의 엄마는 오늘도 동생 '유준'에게만 신경을 더 썼다. 수영 실력이 좋아 대회에 참가하라는 감독님의 권유가 있는데도 엄마는 유리에게 대회에 불참하라고 칼같이 말하면서 말이다. 대회날이 유준이가 병원에 가는 날과 겹치기 때문이다. 유리도 잘 안다. 엄마의 몸이 둘이 아닌 이상 유리와 유준이에게 '동시에'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유리는 서운하고 속상하다. 자신은 남동생을 위해서 친구와 서먹서먹하게 지내는 것도 감수하는데, 그런 자신에게 엄마는 조금도 신경 써주지 않고 오직 남동생을 위해서 유리에게 '양보'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젠 유리도 더 참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한편, 친하게 지내는 지원이는 자꾸 같이 놀자며 유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한다. 반가운 초대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그러다 지원이가 '유리네 집'으로 놀러가면 안 되냐고 묻는 것이 두려워서 자꾸 피하게 된다. 어렵사리 사귄 친구를 잃고 싶지 않은 유리는 '거짓말'까지 해대며 거절을 하기 시작하는데, 핸드폰이 울리며 '거짓말주의보'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솔직해질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변명하듯 '거짓말'을 늘어놓게 되는데, 그때마다 '재난 문자'가 오듯 핸드폰에서 '거짓말주의보'가 뜨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유리는 엄마와 유준이가 옆에 있는 자리에서 우연히 지원이를 만났고, 지원이가 옆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자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만다. 그러자 핸드폰에서는 '거짓말 경보' 메시지가 뜨게 되는데...

나가는 글 :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누구나 '거짓말'을 나쁜 것이고 하면 안 되는 거라고 배운다.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으며, 학교 선생님들도 거짓말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가르친다. 심지어 시험문제에도 '거짓말하는 경우'는 엄청 나쁜 짓을 하는 거라며, 거짓말하면 '틀린 보기'라면서 틀렸다고 정답을 체크하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나쁜 행동을 우리는 왜 하는 것일까? 심지어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면서 어린이 친구들만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꾸중하곤 한다. 어른들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인걸까?

그건 아니다. 때로는 '좋은 거짓말'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위한 거짓말은 '나쁜 거짓말'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남을 속이는 행위이며,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서 꾸며대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위해서 남을 속이는 행위는 거의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대체로 '좋은 거짓말'에 해당한다. 자신의 상황이 좋지 않고 어렵고 힘든데도 그런 자신을 '걱정'할 부모님을 위해서 하나도 힘든 것이 없다고 거짓을 알리는 경우가 그렇다. 또한 진실을 밝히고 사실대로 말하면 '현 상태'보다 더 안 좋아질 경우에 의사선생님이 환자에게 '가짜약'이지만 이걸 먹으면 완치가 가능하다고 환자에게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는 행동도 '좋은 거짓말'에 해당한다.

이렇게 거짓말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서' 남을 속이려드는 것인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비법을 깨우친 사람이라면 거짓말을 능숙하게 사용하여 자신의 이익이 아닌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적절하게 사용해도 좋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 <거짓말주의보>의 주인공 한유리는 남을 위하는 거짓말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거짓말을 했다. 아니, 오히려 '거짓말'을 하면 엄마와 남동생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자기합리화'까지 하는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 '자기합리화'라는 것은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은 어떤 경우라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자기 잘못을 감추는 행동이다. 한유리는 자기 잘못까지 감추고, 덮으며, 남에게 미루는 정말 비겁한 행동까지 저지른 것이다. 그것도 사랑하는 가족에게 말이다.

정말 가슴 한켠이 따끔따끔해지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했다고 곧바로 감옥으로 철컹철컹하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물론 법정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감옥에 수감되는 중범죄가 맞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딱 한 가지만 선행된다면 선처해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바로 '자기반성'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인정하며, 두 번 다시 남을 속이는 짓을 하지 않겠다는 진심 어린 반성을 한다면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물론 '거짓말주의보'에 해당하는 경우다.

하지만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거짓말'을 하면 주의보가 아니라 '경보'를 받은 경우다. 이럴 경우에는 진심 어린 사과와 철저한 반성을 한다고 해도 늦었다. 슬픔은 지울 수가 있지만 상처는 아무리 지우려 해도 '흔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비록 상처가 아물고 고통도 사라진다해도 말이다. 그럴 경우에는 심하면 '평생 죄인'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남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거짓말은 나쁜 것이고, 해서도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거짓말'이라도 아주 약간의 '자기합리화'가 들어가고 조금이라도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보이면 결코 좋은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럴 경우에는 결국 '나쁜 거짓말'이 되고 만다. 그러니 거짓말을 즐겨 쓰면 될까? 안 될까? 결코 농담이라 할지라도 '거짓말'을 쉽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좋은 거짓말로 판정받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거짓말을 해도 괜찮지만, 좋은 거짓말일 경우만 허락되고, 좋은 거짓말로 판정받기 매우 힘들기 때문에, 농담으로도 거짓말을 즐겨 쓰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성품이 나쁜 사람으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늘 '진실'을 말하고 '진심'으로 행동하며 '진정'으로 마음을 다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만이 '좋은 거짓말'을 할 자격을 갖춘 사람인 것이다. 한마디로 거짓말 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말이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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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삼국지 2 - 저마다 천하를 품다 이희재 삼국지 2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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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삼국지 2 : 저마다 천하를 품다>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6)

[My Review MMCCCXXII / 휴머니스트 5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쉰한 번째 리뷰는 읽을수록 새로운 고전 '삼국지'를 쉽고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희재 삼국지 2>다. 무려 넉 달만에 다시 리뷰하게 되었다. 연초에 세운 계획이 건강으로 한 번 어그러지고, 계획에 없던 이벤트로 또 한 번 어그러지고,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이래저래 핑계만 늘어놓다가 이제서야 칼을 빼들었다. 혹시라도 그런 분은 없겠지만 <이희재 삼국지> 리뷰를 애타게 기다리셨던 분들에겐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2권의 줄거리는 반동탁연합군이 결성된 것으로 시작해서 유비가 서주를 얻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아시다시피 한 황실이 쇠퇴하고 천하에는 영웅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저마다 세력을 만들고 경쟁하는 '군웅할거 시대'로 접어든 대목이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황제를 볼모로 잡고 득세를 한 영웅이 바로 '동탁'이었다. 허나 동탁은 천하를 움켜쥐고도 가지지 못하는 위인이었다. 아니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바로 '인심'을 얻지 못하는 비열한 족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인심을 얻지 못한 동탁의 최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이희재 삼국지 2> 관점 포인트 : 동탁은 황제마저 갈아치우며 오직 '자신의 영달'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권세를 누렸다. 그러자 천하의 영웅들은 동탁을 '타도의 대상'으로 지정하고 반동탁연합군을 결성했다. 십상시가 국정을 어그러뜨리고 황건적이 천하를 혼란스럽게 하더니 한 황실은 결국 기울어져 동탁처럼 '역적의 무리'가 득세하는 어지러운 세상이 된 셈이다. 이렇게 나라 전체가 어지러워지면 반드시 등장하는 위인이 있었으니 바로 '영웅'이다. 동탁조차 한 황실의 혼란을 바로 잡겠다고 나타났던 영웅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너도나도 다 영웅이라 부를 순 없고, 너무 많은 영웅이 등장해서 저마다 '무력'으로 권세를 잡겠다고 나서니 이들을 '군웅'이라 싸잡아서 불렀다. 한마디로 중앙집권체제가 무너지자 각 지방에서 군벌들이 등장해서 서로 힘겨루기를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지방세력 가운데 한 명이었던 '동탁'이 하진의 명을 빌미로 중앙정계에 입성하더니 내시들의 반란에 의해 하진이 죽은 틈을 타서 '권력의 빈자리'를 차지해버렸다. 그리고는 어린 황제 '소제'를 내쫓고 '헌제'로 황제를 갈아치우니 조정신하들은 동탁의 위세가 무서워서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이런 동탁의 무도한 전횡을 참지 못하고 여러 제후들이 '반동탁연합군'을 결성하고 낙양으로 집결하게 된다. 이에 동탁은 여포를 앞세워서 연합군을 상대하려 들지만 '손견의 활약'으로 동탁은 낙양을 지키지 못하고, 헌제를 앞세워서 낙양을 불태우고 장안으로 천도를 강행한다. 소설에서는 관우가 화웅을 베고 장비가 여포를 혼쭐 내는 등 유관장 삼형제가 대활약하는 장면을 연출하지만, '정사'에는 없는 기록들이다.

동탁이 장안으로 내빼고 난 뒤에야 연합군은 낙양을 탈환하지만 이미 낙양이 모두 불타서 잿더미가 된 뒤였다. 여러 제후들은 동탁의 뒤를 쫓아 장안으로 공격할 생각은 하지 않고 되돌아갈 궁리만 하고 있었고, 손견은 그 와중에 '전국옥새'를 발견하고 본거지인 장사로 떠나려 했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원술과 원소가 손견을 붙잡고 옥새를 내놓으라고 하지만, 손견은 모르는 일이라며 딱 잡아떼고 험악한 분위기로 연합군은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허나 조조는 동탁을 토벌하려던 애초의 목표를 잊었냐며 여러 제후들에게 일갈하며 혼자서라도 동탁을 추격하겠다고 나서지만, 동탁이 감춰둔 매복에 걸려서 조조는 군사를 모두 잃고 겨우 목숨만 건져서 연주로 퇴각한다.

한편, 장안에 도착한 동탁은 권세를 더욱 강화하며 자신을 따르지 않는 신하들을 온갖 트집을 잡아 숙청을 일삼자 사도 왕윤이 이런 전횡을 참지 못하고 '연환계'를 쓰려 한다. 그 유명한 '초선'을 이용해서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하는 '미인계'를 썼던 것이다. 사실 초선도 정사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물론 동탁과 여포 사이를 갈라지게 만든 '여인'이 있긴 했지만, 그 여인은 사도 왕윤이 기른 여식이 아니라 '동탁을 시중들던 궁녀'였다고 한다. 나관중은 이런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미인계'를 연출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여포가 동탁을 죽이는 일이 벌어지자 '동탁의 부하'였던 곽사와 이각은 책사 가후의 조언에 따라 장안성을 공격해서 사도 왕윤을 자결케 하고 헌제를 볼모로 삼고 권력을 차지한다. 그러나 하나의 권력을 둘이 사이좋게 나눠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곽사와 이각은 서로 헌제를 볼모로 삼으려 경쟁을 하다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게 되니, 그 틈을 타서 헌제는 장안을 탈출해서 낙양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이때 낙양에서 헌제를 맞이한 군웅은 다름 아닌 조조였다. 사실 원소의 책사 저수가 조조보다 먼저 천자를 옹립하라고 권했지만, 원소는 천자 옹립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왜냐면 동탁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헌제보다 유주에 머물고 있던 황족 유우에게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제를 폐위하고 유우를 새로운 황제로 삼으려는 속셈이었으나, 이를 먼저 눈치 챈 유우가 자결을 하는 것으로 '역모(?)'는 일단락이 되었다.

그렇게 천자인 헌제는 조조의 호위를 받으며 조조의 근거지인 허창(훗날 허도)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조조는 한 황실의 충직한 신하가 될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헌제를 위해서 조조는 전재산을 아끼지 않고 쏟아붓지만 애초에 가진 것이 넉넉하지 못했던 조조는 '세력확장'에 더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제마저도 '세력확장'에 도움이 된다면 아낌없이 부려먹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헌제의 명이라면서 주변 군웅들에게 새삼 '조조의 위치'를 드높이곤 했기 때문이다. 결국 조조는 스스로 '승상'이란 지위에까지 오르게 된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스스로 오른 셈이다. 물론 단 한 사람의 아랫자리였지만 조조는 그 한 사람에게마저 절대적인 충성을 다짐하지 않았다. 이것이 조조를 '역적의 대명사'로 만들게 된 이유다.

한편, 조조가 이리 득세를 하자 주변 군웅들은 조조에게 잘 보이려 무던히도 애쓴다. 서주 태수였던 도겸도 마찬가지다. 조조는 출세를 하자 아버지인 조숭을 성대하게 모시려 했다. 그래서 조숭이 조조가 있는 연주로 가기 위해 마침 '서주 지역'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이 소식을 접한 도겸이 조조의 아버지 조숭을 정성껏 접대하고 화려한 선물까지 주어서 직접 휘하 장수를 시켜서 호위하도록 했다. 근데 이것이 패착이었다. 하필 호위를 맡긴 '장개'라는 장수가 황건적 출신이었던 것이다. 장개는 조숭이 갖고 있는 보물이 탐이 나서 죽이고 빼앗아 달아나버렸다. 그러자 조조는 아버지의 원수는 도겸이라면서 '서주 공략'을 명한다.

이때 도겸을 도와 조조군과 싸운 장수가 바로 유비이고, 도겸은 이 고마움을 유비에게 서주를 넘겨주는 것으로 대신하려 했다. 허나 유비는 한사코 사양했고, 도겸은 어쩔 수 없이 서주 앞에 있는 작은 성 '소패'에 유비가 머물도록 안배한다. 애초에 근거지가 없던 유비는 이마저 거절할 수가 없어 소패에 잠시 머문다. 한편, 서주 공략에 나섰다가 유비의 방해를 받고, 여포의 복병을 맞아 군사를 되돌릴 수밖에 없었는데, 치열한 공방전 끝에 조조는 연주를 되찾고 여포를 쫓아내버린다. 장안에서 이각과 곽사에게 쫓겨 연주를 빼앗았던 여포가 연주마저 잃고서 몸을 맡긴 곳은 다름 아닌 유비가 막 도겸에게서 서주를 인계받았을 때였다. 그리고 유비는 여포를 환영하며 서주를 가지라고 하는데...

나가는 글 :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는 단연 조조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나관중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유교적 관점'을 내세워서 조조를 무도한 인물인 역적으로 만들고 새로운 주인공으로 '유비'를 앞세운다. 그래서 역사책은 읽지 않지만 소설책은 읽는 독자들의 심리를 잘 살려서 수천 년의 역사 가운데 가장 유명한 '100년 간의 기록'(180~280)을 탄생시켰다. 이것이 바로 '고전 삼국지'의 진정한 매력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독자들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역사기록'을 만들긴 했는데, 그것이 온전한 '팩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선 조조를 역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 가장 큰 패착이다.

사실 조조는 진정한 영웅이다. 난세에 태어나 천하를 통일하는데 기틀을 세운 위대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조는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고, 조조가 세운 위나라는 그 기틀 위에서 촉한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위나라도 어린 황제가 뒤를 이으며 사마의의 후손인 사마염에 의해 진(晉)나라를 세우게 되고, 280년에 동오를 멸망시키며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결국 한 황실이 무너지는 걸 막는 것보다 새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만백성에게 더 이득이 된다는 생각으로 개혁을 밀어붙였고, 경쟁하던 여러 군웅들을 하나하나 정복하며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위인도 조조였고, 다른 경쟁자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늘 압도적인 세력으로 성장시킨 것도 오로지 조조 덕분이었다. 그러니 조조는 '창업 군주'로 손색이 없는 영웅 중의 영웅이었다.

그런데 나관중 덕분에 조조는 한순간에 '역적'으로 매도 되었고, 촉한을 세웠으나 실패했던 군주인 '유비'가 만고의 충신으로 되살아나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는 실력자를 억누르고 실패자에게 권위를 준 셈이다. 천만 다행으로 근래 들어서 '조조'를 다르게 보는 시각이 부쩍 많아졌고, '유비의 무능력'이 새삼 조명되면서 새삼 '소설 삼국지연의'를 다시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왜냐면 혼란한 시절일수록 소설 속의 '유비의 도덕적 우월감'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리 실력 좋은 '능력자'라고 하더라도 애초에 자긱 것이 아닌 것을 빼앗은 사람에 대한 반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조는 오늘날에도 '역적의 대명사'가 되어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 삼국지연의'는 조조를 중심으로 읽어나가야 줄거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유비가 추구하는 '선한 이미지'를 교훈으로 삼고 주제를 이해하려 들어야 제맛이다. 이 책 <이희재 삼국지>는 이런 두 주인공을 적절히 교차시키며 '소설 삼국지연의'의 줄거리를 쫓으면서도 '소설 삼국지연의'가 담고 있는 주제를 놓치지 않고 있는 수작이다. 더구나 만화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내용 이해'가 훨씬 쉽다. 다만 소설의 줄거리는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기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여러 군웅들이 다툼의 귀결이 '명분'을 따르기보다는 '실리'를 따르고, 핵심적으로는 '힘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적자생존, 약육강식이 밑바탕에 더욱 진하게 깔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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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진 날 초등 읽기대장
고정욱 지음, 이수현 그림 / 한솔수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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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수북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꿀벌이 사라진 날> 고정욱 / 한솔수북 (2026)

[My Review MMCCCXXI / 한솔수북 2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쉰 번째 리뷰는 '사라진 날'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꿀벌이 사라진 날>이다. 고정욱 작가는 그동안 이 시리즈에서 '꿈', '돈', '학교', '책', '엄마'를 사라지게 만들더니 이번엔 '꿀벌'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 여섯 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늘 우리 주위에 '있지'만, 있을 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사라진' 다음에야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그럼 '꿀벌'이 사라지면 지구에 어떤 일이 생기는 걸까? 놀랍게도 지구의 생태계가 멸종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20세기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말 '꿀벌'이 사라지면 생태계가 파괴되는 걸까? 놀랍게도 그럴 수 있다는 과학자들이 참 많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꿀벌이 사라진 날> 관점 포인트 : 고정욱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는 '외계인'이 나타나서 지구의 꿀벌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었다. 외계인들은 이 사실을 감추고, 꿀벌이 사라지자 점차 파괴되는 지구 환경 때문에 지구인들은 외계인들의 도움을 받아 사이좋게 지내게 된다. 그렇지만 '속임수'였다. 외계인들은 이 속임수로 '지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끝내 지구를 자기가 살던 행성처럼 바꿀 목적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야기는 '해피 엔딩'을 끝나고, 주인공 상진이와 친구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외계인들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는 결론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꿀벌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것이다. 더불어서 '지구 환경'을 깨끗이하고 오염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깨닫는다면 금상첨화다. 그렇지만 이걸로 끝내서는 안 된다. 꿀벌이 어떻게 지구 환경을 지키고 생태계 전체를 먹여 살리는지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식물은 거의 대부분 (90% 이상) '꽃'을 피운다. 그리고 식물이 번성하기 위해서는 '꽃가루 수분'이 이루어져서 온전하게 '씨앗'을 맺어야 식물의 종을 번식시킬 수 있고, 생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꽃가루 수분'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 곤충이 '꿀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머나먼 옛날 '꿀벌'이 아직 생기기 이전의 지구의 숲에서는 '꽃'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속씨식물처럼 화려하게 아름답게 피운 '꽃'을 말하는 것이다. 겉씨식물의 꽃은 상대적으로 미적 센스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 꿀벌이 없었던 시절에는 식물의 '꽃가루 받이'는 어떤 방식으로 했을까? 대부분 '바람'에 꽃가루를 뿌리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봄이나 여름철에 엄청난 '꽃가루'를 대기중에 뿌려대는 식물들이 바로 '바람'에 꽃가루를 실어 날리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바람'을 이용해서 꽃가루 받이에 성공하려면 '정확하게' 수꽃에서 암꽃으로 날아가야 한다. 꽃가루가 정확하게 '방향성'을 갖추고 날아갈 수 있을까? 그래서 그 당시의 겉씨식물들은 '꽃가루 수분'에 성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엄청난 양의 '꽃가루'를 뿌려 댔다고 한다. 그럼 이런 '바람'을 이용한 방식이 성공률이 높았을까? 쉽게 상상해도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방법이다. 더구나 엄청난 꽃가루를 만들어야 하는 식물로서도 부담을 느끼고 방대한 에너지 낭비로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꿀벌'이 등장하자 식물은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화려하고 예쁜 '꽃'으로 꿀벌들을 꼬시기 시작한 것이다. 꽃의 가장 안쪽 구석에 꿀벌을 유혹할 수 있는 '꽃꿀'을 다량 발생시켰고, 꿀벌은 그 꽃꿀을 모을 욕심에 꽃잎을 헤치고 안쪽 깊숙이 들어갔다 나오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이런 방법에는 장점이 있다. 바로 꽃가루를 아주 소량만 준비해도 된다는 것이다. 꿀벌이 꽃잎 속으로 들어갔다가 꽃꿀을 다 마시고 나면 꽃 밖으로 나가려 몸부림을 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꽃에 가득했던 '꽃가루'를 꿀벌의 몸통에 착 붙이기만 하면 방법이었다. 그래서 식물들은 점점 화려하고 예쁜 꽃을 피우는데 열을 올리기 시작했고, 꿀벌들은 벌꿀을 많이 모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지구 곳곳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식물들로 가득 차게 된 것이다.

나가는 글 :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21세기에 접어 들면서 전세계 꿀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가장 먼저 '전자파'를 의심했다. 꿀벌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시점과 전 세계에 핸드폰과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한편 토종꿀벌들이 사라지게 된 원인으로 꿀벌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응애'라는 기생충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응애가 벌통에 침입하게 되면 꿀벌 집단 전체에 삽시간에 전파되어 죽어버렸고, 이를 박멸하기 위해서 '살충제'를 뿌리면 꿀벌까지 함께 죽어버리기 때문에 양봉업자가 일일이 손에 핀셋을 들고 응애를 잡아내는 방법 뿐이었는데, 응애가 꿀벌 몸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습성이 있어서 응애를 잡다가 꿀벌까지 죽어버리는 통에 한동안 애를 먹기도 했다. 최근에는 '응애 퇴치제'라는 농약이 보급되었다고 하지만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도 언급했듯이 살충제(농약)를 쓰면 결국 우리 몸에도 살충제 성분이 쌓이게 되고, 그로 인해 '생태계 파괴'가 전반적으로 일어나게 될 것이다.

결국 지구 환경을 망가뜨리는 근원부터 바로 잡는 방법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 또한 결국 '인간'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첨단기술 발달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원시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그 중간으로 '절충'했던 방법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었는데, 요즘에는 불가능한 방법이라는 사실만 깨우쳤을 뿐이다. 울창한 숲속에 나무를 벌채하는 건 '순식간'이지만, 그 벌거숭이 산을 다시 울창한 숲으로 만들기는 '수백 년'이 걸린다는 사실이었고, 인간이 '복원'한 숲은 천연적으로 발생한 숲과는 차원이 다른 '인공적인 숲'이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울창할지는 몰라도 인공적인 숲속에 '원래 주인'이었던 숲속 동물들이 다시 찾아와 살아야 진정한 '생태계 복원'이 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 곁에 있던 '꿀벌'이 사라진 까닭은 인간이 무분별한 환경 파괴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망가진 환경을 복원한답시고 이리저리 공을 드리기도 했지만, 그냥 '겉모습'만 흉내냈을 뿐 '완전한 복원'은 결코 성공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공한 사례가 있다. 바로 '철새 도래지' 복원과 '수달' 복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성공한 방법은 간단했다. 인공적인 방법으로 '생태 공원'을 조성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에 핵심적인 '조건'이 더 충족해야 했던 것이다. 그 조건은 바로 '인간'을 빼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방법이었다. 철새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에 '인간의 출입'을 제한하고, 수달이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된 '서식지'를 발견하면 인간들이 발길을 옮겨 '원래 주인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줬던 것이다. 그러자 자연은 되돌아 왔다. 꿀벌에게도 이 방법을 사용하면 어떨까?

물론 이런 방법만으로 꿀벌이 사라지게 만드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곤충에게는 '기후변화'라는 또 다른 위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 봄에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의 '개화시기'가 겹쳤다. 꽃이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활짝 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꿀벌이 꽃꿀을 모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결국 꿀벌들이 굶주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올해에는 '헛개나무 꽃'이 꿀벌들이 굶주릴 시기에 만개를 해줘서 다행이었다. 그렇다고 내년에도 꿀벌이 사라지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 안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꿀벌은 '인간 없이'도 잘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할 것이다. 인류의 먹거리는 온전히 꿀벌에게 달려 있다. 그렇다면 꿀벌이 잘 살 수 있는 자연 환경을 잘 가꾸고 보존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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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톡! 톡! 사대 천왕
이억주.송은영 지음, 박우희 그림 / 한솔수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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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수북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

<의학 톡! 톡! 사대 천왕> 이억주, 송은영 / 한솔수북 (2026)

[My Review MMCCCXX / 한솔수북 20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마흔아홉 번째 리뷰는 우리 몸과 건강, 의학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지식 토크쇼 <의학 톡! 톡! 사대 천왕>이다. 지식 토크쇼답게 4명의 위대한 의사가 등장한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동물 해부학의 권위자 '갈레노스', 혈액형을 발견한 '란트슈타이너',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이다. 의학의 역사에서 이 네 명을 빼놓을 수는 없다.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을 종교에서 분리해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의학을 발전할 수 있게 했고, 갈레노스는 동물 해부를 통해서 인체 내의 '여러 장기가 갖고 있는 기능'을 밝혀서 우리 몸속의 고통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밝혀냈으며, 란트슈타이너는 무분별한 수혈로 인해 애꿎은 목숨을 잃게 만든 원인이 '혈액형의 차이'에 있었음을 밝혀 잘못된 수혈로 인한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피할 수 있게 했으며, 플레밍은 '위대한 발견'으로 1차 세계대전에서 군인들이 싸우다 죽는 것보다 불결한 참호에서 생활하다 감염으로 죽는 일이 더 많았는데 2차 세계대전에서는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큰 공을 세웠다. 어린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일상 생활속에서 꼭 필요한 '의학지식'을 얻고, '의학의 역사'도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의학 톡! 톡! 사대 천왕> 관점 포인트 : 현재 대한민국 천재나 영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직업은 단연 '의사'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다.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훌륭한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사명감에 투철해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의사가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이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평생 의사로 남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의사들도 '하는 일'에 비해서 박봉에 시달리고 하루에 잠을 1~2시간 자는 등 엄청 고된 일이라는 것을 안다면 하려고 드는 사람이 정말 드물 것이다. 실제로 '의대'에 엄청나게 공부하고 어렵게 합격한 뒤에 '첫 실습'을 나간 뒤에 바로 '자퇴'를 하는 학생들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공부해야 할 양도 엄청나기 때문에 거의 매일 '시험'을 보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면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기에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의대생들은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 해야 하고, 엄청 고된 업무에 시달려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학생이어야 한다.

여기에 두 가지가 더 필요하다. 바로 한 번 맡은 일은 반드시 해내려는 '사명감'과 자신을 낮추고 남을 드높일 줄 아는 '인성'이 곁들여야 한다. 간혹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과정을 겪으면서 '사명감'이 부족한 친구들은 환자들을 '돈'으로만 생각하고, 어떤 전공을 해야 쉽게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만 생각하며, 기회가 된다면 대한민국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외국으로 나가려 든다. 한편 '인성'이 부족한 친구들은 환자를 대할 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은 존경받는 사회적 위치에 올랐으니 그만큼의 '대우'를 받아야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의사를 하는 친구들도 있다.

물론 사명감과 인성이 없어서 환자를 치료하고 생명을 살리는 '의학기술'을 습득하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먼저 '인간'이 되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환자를 대하는 사람이 의사가 되면 아픈 사람들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의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그런 의사에게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믿고'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의사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사가 '실수'를 하면 환자는 목숨을 잃거나 되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명감도, 인성도 없는데, '실력'만 좋아서 의사가 된 사람에게 사랑하는 내 가족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 비단 의사뿐 아니라 '모든 직업'이 다 그렇다.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사람에게 딱 어울릴 '직업'이 있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나가는 글 : 그렇기에 의사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훌륭한 의사'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 나온 히포크라테스, 갈레노스, 란트슈타이너, 플레밍 같은 경우에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의사가 해야할 '사명감'에 투철한 의학계의 위인이었다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그들이 인류의 생명을 살리고 아픈 환자를 치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의사들이 많기에 우리는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분들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아프면 병원으로 달려가 '의사'에게 모든 것을 믿고 맡기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니 의사가 되고자 한다면 자신이 맡은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막중한 사명감과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을 사랑하고 아픈 환자를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인성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난 뒤에 '의학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우리 몸의 건강과 질병, 의학에 관한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관심''호기심'이 먼저 작용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막상 학문에 깊어지고 더 방대한 지식을 파고들게 되면 점점 더 필요해지는 것이 사명감과 인성이다. 모든 직업이 그렇다. 경찰도, 군인도, 소방관도, 축구선수도, 야구선수도, 피겨선수도, 선생님도, 법관도, 종교인도, 정치인도, 기업인도, 기타둥둥 모든 직업에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좋은 실력으로' 사람을 살리기보다 해치는데 앞장 서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는 이유를 들면서, 자신보다 강자에게 굽신거리고, 약자 앞에선 군림하려 드는 못난 인성으로 선량한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어린이책으로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 바로 '인성'이다. 그래서 '지식'을 다루는 책 말미에는 늘 '인성'을 강조하는 대목을 넣어줬으면 싶다. 어쩌면 우리가 '도덕교육'을 너무 등한시 했기 때문에 지금 전세계적으로 혼란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기본적이어서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살짝 되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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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감각 - 읽지 않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책을 사랑하는가
정도성 지음 / 투래빗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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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감각 : 읽지 않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책을 사랑하는가> 정도성 / 투래빗 (2026)

[My Review MMCCCXIX / 투래빗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마흔여덟 번째 리뷰는 '몇 권 읽었는가', '끝까지 읽었는가'라는 기준이 아닌 '책과 어떤 인연과 관계를 맺었는가'라는 새 기준을 제시한 <읽는 감각>이다. 저자는 독립서점 '서사, 당신의 서재'를 운영하고 있단다. 기업에서는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위에 '로마숫자 2319'만큼이나 책을 많이 읽고 사랑하는 독서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이 책 <읽는 감각>을 다 읽고 책을 덮으니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디 가서 '책 좀 읽었다'고 자랑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동안 내가 읽은 책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카운팅'하기에 바빴고, 그렇게 손가락 발꼬락 바쁘게 놀리며 '카운팅'하는 것을 자랑하며 뿌듯해하는 내가 얼마나 초라한 짓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럼 그런 쪽팔림을 뒤로 하고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련다.

<읽는 감각> 관점 포인트 : 요즘 대한민국 '평균 독서율'은 다시 곤두박질 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종이책 판매'는 점점 늘고 있고, '동네서점'은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저자 정도성은 이를 두고, '독서인구'가 늘고 있고 '독서모임'도 덩달아서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민국 성인 한 명이 '일 년 동안' 읽은 책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건 '통계 숫자'에 불과한 것이고, 오히려 '독서인구'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진단을 내린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동네서점'이 늘어나고, 그 서점을 거점으로 '독서모임'도 횟수가 늘고 참가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에 비례해서 '온라인 서점' 도서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고, '폐업'하는 서점의 숫자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말 '독서인구'는 늘고 있다는 것이 맞는 얘기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동네서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단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하고 책을 받아서 읽는 감각과는 확연히 다른 '감성'을 동네서점에서는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서점'에서도 좀처럼 느껴보기 힘든 감성이라고 한다. 요즘 대형서점에서도 책과 함께 '커피'도 팔고 있으며, 심지어 음료를 마시면서 책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한 대형서점이 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반면에 그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오로지 책만 판매하는 서점들은 독서인들에게 철저히 무시를 당하고 폐업수순을 밟은 슬픈 풍경도 연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요즘 사람들은 책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감각하려 들기 때문이란다.

이는 단순히 책 속에 담긴 '지식 습득'이나 '완독의 문제'가 아닌 '문화적 경험'으로 바라보려는 트랜드가 확연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고 서점을 차려보려고 준비중이라 하더라도 이런 트랜드를 최대한 살리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단다. 그러니 서점을 창업하려는 꿈이 있다면 이런 트랜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감성의 소유자'가 제격이라는 말도 살포시 얹었다. 이런 변화된 독서 경험을 저자는 네 가지로 분류했고, 각각 '물성, 성장, 의미, 언어'라고 설명했지만, 창업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필요한 정보일테니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내가 중점적으로 읽은 내용은 '왜 책을 많이 읽었느냐?'에 대한 물음이었다. 저자는 책을 많이 읽든, 적게 읽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꼈고, 책 속의 문장을 어떻게 음미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고, 그런 독서 경험을 통해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나름대로 정리하는 습관이 백 배, 천 배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저자가 굳이 꼬집어 강조하지 않아도 책 좀 읽은 독서인이라면 알게 모르게 그런 '경지'까지는 어렵지 않게 다다를 수 있다. 헌데 나는 '몇 권' 읽었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엔 '단 한 권의 책'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그 책이 <성경>(바이블)이기 때문에 다른 책은 필요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그럼에도 10권, 100권, 1000권, 10000권을 읽었다고 자랑하는 일도 꽤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건 단순한 '숫자'를 넘어 어떤 경지에 다다르고 넘어섰다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가는 글 : 인생을 살다보면 10살, 20살, 30살... 등과 같이 어느 '숫자'를 넘지 않았느냐, 넘었느냐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경우가 있다. 19살과 20살은 고작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숫자'만으로 그리 큰 변화를 느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관습적으로, 또는 법적으로 '미성년자''성인'으로 구분을 하며 큰 의미를 두고 완전 다르게 대우한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책을 100권 읽은 사람과 200권 읽은 사람의 차이는 별로 두지 않는다. 하지만 1000권쯤 읽은 사람은 분명 다르게 대우한다. 왜 그럴까? 그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분명 1년에 100권을 읽었는지, 300권을 읽었는지 따지고, 그걸 갖고 뻐기는 행동은 우스운 행동이 분명하다. 내가 그러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우스운 행동인지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경험했다. 처음 100권을 넘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성'과 처음 1000권을 돌파했을 때의 '독서경험'이 주는 어떤 경지는 그걸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이다. 그렇다고 그걸 하나하나 카운팅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그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나가 옛추억을 더듬으며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느꼈던 감성'을 떠올리는 경험만으로 뿌듯해지고 한층 '성장'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 '기록'을 남기지 않고 그저 책 읽는 것이 좋아서 '읽기만'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철없던 그 시절의 풋풋함을 느낌과 동시에 그 당시에 '독서기록'을 남겨두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도 되기 때문에 지금 더 철저히 '기록'을 남기고 '카운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읽더라도 '깊이'가 없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던 경험이 너무 많아서 '독서모임'도 자주 찾지 않았던 것을 살짝 후회한다. 사실 어릴 적에 책읽기를 좋아하다가 먹고 사는 문제에 봉착하니 책읽기를 멈췄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도 우연히 참석하게 된 '독서모임'이었는데, 그 모임 이후에 '다른 모임'에서는 그때의 좋았던 감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이 홀로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였다. 그러다 독서논술지도사 자격까지 따고서 20여 년간 독서지도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했던 것도 '책 읽는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정작 선생인 내가 고집스럽게 혼자서만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려 들지 않는 것은 꽤 비겁했던 것으로 느꼈다.

이 책을 읽을 것을 계기로 삼아 '독서모임'이라도 찾아보려 서점을 돌아다녀 볼까 생각중이다. 너무 늙어서 받아줄 모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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