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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삼국지 17 - 관우의 고민
요코야마 미쓰테루 지음,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전략 삼국지 17 : 관우의 고민> 요코야마 미츠테루 / 박영 / 대현출판사 (2002)
[My Review MMCCCXC / 대현출판사 17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두온열아홉 번째 리뷰는 유비는 조조의 서주 공략에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고 관도대전의 서막이 오르는 <전략 삼국지 17>이다. 혼자서 다수의 적과 싸울 때 효과적인 방법은 '지형지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넓은 공터에서 홀로 수십 명을 상대하며 싸우면 아무리 힘이 쎈 장사라도 다구리에 당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씩 얻어맞을 각오로 손과 발, 허리를 잡고 놔주지 않는다면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밖에 없는 좁은 골목으로 유인해서 싸우게 되면 아무리 많은 적과 상대하더라도 항상 '일대일 싸움'을 유지할 수 있다. <삼국지>에서 이걸 가장 잘했던 영웅이 바로 '조조'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도 그 적들이 연합할 틈을 주지 않고 연이어 전쟁을 벌이면서도 늘 '일대일 전쟁'을 하면서 '속전속결'로 상대를 제압하고 나머지 적들은 뒤를 치기도 전에 다시 원래상태로 빠르게 회복한 뒤에 당당히 맞서 싸우면서도 언제나 승리를 거두는 전쟁을 치뤘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전략 삼국지 17> 관점 포인트 : 먼저 줄거리를 살펴보면, 길평의 '조조 독살 시도'가 사전에 들통이 나면서 동승을 비롯한 조조 암살을 계획했던 이들은 죄다 처형되고 만다. 다행히 서량의 마등과 서주의 유비는 살아남았는데, '헌제의 혈서'까지 발견되었기 때문에 조조는 복황후도 처형하는 등 끔찍한 숙청을 철저히 감행한다. 그렇게 반란의 시도를 발본색원한 조조는 드디어 유비를 토벌하기 위해서 '서주 공략'에 나선다. 앞서 장수의 항복을 받아내고, 유표까지 위협하려 하려다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유표는 형주로 만족하고 조조의 빈틈을 노릴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릇이 작았던 듯 싶다. 이제 조조가 신경 쓸 사람은 원소 하나 남았다. 하지만 조조는 원소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다.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내면서 원소의 '우유부단한 성품'을 일찍이 알아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조는 유비를 토벌하러 군대를 출병했다.
조조의 출병 소식을 전해들은 유비는 약조한대로 원소에게 원병을 요청하지만, 원소는 단칼에 거절을 한다. 왜냐면 막내 아들이 감기에 걸려서 출병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며 꾸물거렸기 때문이다. 만약 원소가 조조의 빈틈을 노려 허도를 단숨에 밀고 들어갔다면 조조는 그야말로 대패를 했을 터였다. 하지만 천운은 조조에게 있었다. 원소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유비는 먼 길을 달려온 조조의 군대가 지친 틈을 타서 '기습작전'을 펼쳤지만 이를 먼저 간파한 조조는 '매복작전'으로 유비의 군대를 초전박살내면서 소패와 서주가 단숨에 함락되고 만다. 장비는 산속으로 숨어 들어가버렸고, 유비는 홀로 말을 달려 원소에게 의지하러 먼길을 떠났다. 이제 남은 것은 관우와 유비의 가족이 머물고 있는 '하비성'만 남았다.
조조는 하비를 단숨에 공격하지 않고 관우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유인작전'을 펴며 끝내 관우의 항복을 받아낸다. 여기서 그 유명한 관우의 항복 조건이 나온다. 첫째, 조조에게 항복하는 것이 아니라 한 황실에 항복하는 것, 둘째, 유황숙의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것, 셋째는 유비 형님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바로 떠나겠다는 것이다. 조조는 첫째와 둘째는 별문제가 없지만 셋째 조건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자 장료가 말하길, 현시점에서 유비의 생사는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승상께서 유비보다 더 큰 은혜를 베풀면 관우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조조는 결심을 굳혔다. 인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자신을 믿었던 것이다.
그 뒤에 조조는 관우에게 온갖 선물로 관우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한다. 딱 한가지 선물인 '적토마'를 받았을 때에만 조조에게 연신 고맙다며 큰절을 했을 뿐이다. 조조가 그 연유를 묻자 관우는 이렇게 대답한다. "적토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하니 형님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하루만에 달려갈 수 있지 않겠냐"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던 것이다. 조조는 그 말을 듣고 나서 후회를 했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라서 도로 빼앗지도 못하고 좌불안석이 된다. 그러자 다른 책사가 꾀를 낸다. 관우는 의리가 두터운 사람이니 유비에게 떠날 땐 떠나더라도 승상께서 베푸신 은혜를 모른체 할 리가 없다. 그러나 관우가 승상에게 입은 은혜를 갚지 못하게 하면 관우는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 말을 듣고서야 조조는 한시름을 놓았다.
이제 '관도대전'이 시작되었다. 원소는 70만 대군을 이끌고 '백마벌'로 향했고, 조조는 고작 7만의 군대를 이끌고 맞서 싸울 뿐이었다. 더구나 초전부터 조조에게 불리한 상황이 펼쳐졌다. 원소의 장수인 '안량'에 의해 조조군의 장수들이 상대도 하지 못하고 줄줄이 죽어 나간 것이다. 이에 조조측은 관우를 불러야 한다고 했지만, 조조는 망설인다. 이렇게 관우가 공을 세우게 하면 관우는 은혜를 갚았다면서 훌쩍 떠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허나 더 큰 피해를 본다면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더욱 힘들어질테니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관우는 출정 허락을 받았고, 단 일격으로 안량을 죽여서 조조군의 사기를 크게 올렸다.
안량이 쓰러지자 원소는 당황했다. 그리고 안량을 쓰러뜨린 장수가 '유비의 동생, 관우'라는 소식을 듣자 유비를 조조와 내통했다면서 죽이려 들었다. 유비는 항변을 하며 조조에게 쫓겨서 죽지 않고 겨우 살아서 온 마당에 조조와 내통했다는 의심은 가당치도 않다면서, 안량을 죽인 장수가 진찌 관우인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 유비를 죽인다면 조조가 바라는대로 되는 것이라며 원소를 설득했다. 원소는 그것도 맞는 말이라며 유비에게 사과를 한다. 그 뒤에 죽은 안량을 대신해서 문추가 선봉에 선다고 하니 원소는 든든하다며 친히 출정을 허락한다. 다음에 계속.
나가는 글 : 이제 '삼국지 3대 대전'이라 불리는 '관도대전'의 서막이 올랐다. 관도대전의 승자가 천하통일의 기틀을 잡는 셈이었기 때문에 조조도, 원소도, 이 싸움은 결전을 다짐하는 각오로 싸웠다. 초반은 원소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수적 우세'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동원 가능한 병사의 수만 해도, 70만 vs 7만이었다. 열 배 차이가 난다. 아무리 조조의 장수들이 '일당백의 실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승부였다. 우연히 초반에 '안량과 문추'를 죽이는 기염을 토했지만 그건 '관우의 공'일 뿐이었다. 더구나 이 대결 이후 관우는 조조의 곁을 떠나버리고 만다. 유비도 원소의 품(?)에서 벗어나 '여남'을 향했고, 그곳에서 3형제가 다시 모이게 된다.
허나 이번에도 여전히 '폭력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길평의 독살 시도가 들통나지 조조는 대대적인 숙청을 실시한다. 자신을 암살하려는 계획이었으니 얼마나 분노가 치밀어 올랐는지 알고도 남는다. 허나 그렇다고해서 숙청 장면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그 불필요한 일을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해낸다. 또한 '전쟁씬'이 연이어 보이자 서로 죽고 죽이는 장면을 더욱 적나라하게 강조했다. 실력이 안 되고, 패배하여 도망가는 적들을 하나하나 죽이는 장면을 그렇게 자세히 보여줄 것은 뭐란 말인가?
이 대목을 중국의 만화가 천웨이동의 <중국정통 만화 삼국지>에서는 장수 vs 장수의 '명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체했다.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같은 불필요한 표현은 보여주지 않아도 전쟁의 승패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고, 유명 장수의 활약상을 돋보이게 하는 '클로즈업' 표현법으로 수염 하나하나 휘날리는 장면까지 보여주며 드라마틱한 상상력을 자극해서 애써 '보여주지 않고 생략한 장면'을 머릿속에서 상상하게끔 만들었다. 똑같은 장면인데 더욱 세련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더구나 힘 없는 병사나 장수들의 목이 잘리고 허리나 팔이 베여 죽는 장면을 볼작시면 '강자가 약자를 유린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치 힘 쎈 강자는 마음대로 해도 되고, 힘 약한 약자는 자신의 힘이 약한 것을 더욱 한탄하라는 메시지로 읽히기도 한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대사'에서도 자주 나오는 내용이라 내가 아주 혐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강자라면 뭐든 맘대로 해도 된단 말인가?
물론 애니메이션 속에서도 '그런 강자의 삐뚫어진 마음'을 비판하고 잘못 되었다 준엄하게 꾸짖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강자랍시고 그런 못된 행동을 일삼으면 '못난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준엄하게 꾸짖는 정의의 용사가 등장하곤 한다. 그러면서 정의의 용사조차 그런 악당을 용서치 않고 잔인하게 죽여버리는 것으로 엔딩을 맺기 일쑤다. 그러면서 힘겨운 승리를 거둔 정의의 용사에게 수고했다는 위로를 하며 다음 싸움을 대비해서 더욱 강해지라는 멘트로 엔딩을 맺는 장면이 너무 많이 자행된다. 그건 정말 정의로운 일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면 끝맛이 씁쓸하다 못해 역겨울 때도 많다. 이 책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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