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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톡 13 ㅣ 삼국지톡 13
무적핑크 지음, 이리 그림, 와이랩(YLAB) 기획.제작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삼국지톡 13> 무적핑크(변지민) / YLAB 기획 / 문학동네 (2026)
[My Review MMCCCLXXXV / 문학동네 49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두온열네 번째 리뷰는 적벽대전의 서막이 펼쳐지며 삼고초려의 감동이 밀려오는 <삼국지톡 13>이다. '적벽대전'이 실제로 벌어진 사건인지, 실제 규모는 어느 정도였는지 논란이 많지만 <삼국지>에서 가장 장엄하고 감동과 전율이 짜릿하게 느껴지는 대목인 것만은 분명하다. 앞서 '관도대전'에서도 조조와 원소의 피말리는 공방전이 펼쳐졌는데, 이번 '적벽대전'에서는 어떤 서사가 펼쳐질지 기대가 크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삼국지톡 13> 관점 포인트 : 이번 책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삼고초려'일 것이다. 유비와 제갈량의 첫 만남에서 '천하삼분지계'가 세상에 나오게 되고 바야흐로 유비가 천하를 거머쥘 수 있는 근거지(익주)를 갖고 한중왕을 넘어 '촉한황제'에 등극하게 되는 그 시작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관중은 둘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수어지교'라는 고사성어가 잘 말해주듯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을 정도로 운명적인 인연으로 철썩같이 끈끈하게 맺어졌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문열은 둘의 관계를 다르게 평가했다. 제갈량 같은 뛰어난 인재가 유비처럼 별 볼 일 없는 영웅의 책사가 된 것은 결국 제갈량의 실력이 너무 펌핑된 탓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조조나 손권에게 '이력서(?)'를 제출하고 '오디션(?)'도 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을 만족할 만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탓에 '형주'에 눌러 앉아버렸고, 마침맞게 형주에서 유비가 책사를 모집한다기에 제갈량은 두 말 않고 달려가 '입사지원'을 했지만, 나관중의 손끝에서 감동적인 장면으로 연출된 것이라고 말이다. 하긴 실제로도 제갈량의 활약상은 너무 부풀려져 있는 것이 '정사'에도 남아 있다. 허나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감동을 바사삭 부숴버리는 '역사적 진실'이 아니라 '감동 한 숟갈'이 더 들어간 흥미진진한 스토리다. 그리고 유비가 제갈량을 만난 이후에 술술 잘 풀려서 '촉한황제'까지 등극하게 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니 말이다.
암튼 줄거리를 살펴보면, 유표에게 얹혀 살고 있는 유비는 유표의 부인 채씨에게 눈엣가시가 되어서 유표의 부하이자 채씨의 동생인 '채모'에 의해 암살 당할 위기까지 겪게 된다. 유비는 흉마로 불리던 '적로'의 도움으로 거친 강인 단계를 뛰어넘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러다 만남 사람이 바로 '수경선생 사마휘'다. 사마휘는 유비에게 말을 건낸다. 여포와 맞짱을 떠도 결코 뒤지지 않는 관우와 장비 같은 용장을 곁에 두고도 어찌하여 천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줄 아느냐고 말이다. 유비는 그걸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사마휘는 "그 뛰어난 장수들을 유용하게 부를 수 있는 '책사'가 당신 곁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와룡과 봉추 가운데 한 명만 데려올 수 있어도 천하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하고서 유비를 떠나보낸다.
유비는 수경선생의 말을 듣고서야 두 눈이 번쩍 뜨이는 걸 느꼈고, 조조나 손권처럼, 하다 못해 장수나 유표처럼 자신의 곁에 '뛰어난 책사'가 없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다 혜성처럼 등장한 이가 바로 '서서 원직'이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쳐들어온 조조군의 조인이 '팔문금쇄진'을 자랑하며 신야로 밀어닥쳤다. 이에 서서는 조자룡에게 진법을 흩뜨려 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빠른 속도'로 적진을 휘젓는 거라며 진법의 약점을 이용해서 대승을 거두게 한다. 유비에게는 짜릿한 대승이었다. 아니 압승이었다. 그리고 유비는 책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조조가 더 빠르게 대처했다. 유비에게 책사가 생겼다면 빼앗으면 그뿐이라면서, 서서의 어머니를 볼모로 삼아 서서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하필 서서의 고향이 조조측 지역인 '영천 출신'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서서는 하나 뿐인 어머니를 위해 유비 곁을 떠난다. 이때 유비측 신하인 손건이 청하길, 서서를 붙잡고 놓아주지 말라고 했단다. 그래서 서서의 어머니가 조조에게 죽임이라도 당한다면 서서는 조조를 원수로 여길 것이고, 유비 곁을 떠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허나 유비는 그런 방법은 조조나 써먹는 방법이라며 서서를 놓아준다. 그 마음을 읽은 서서는 유비에게 자신보다 더 뛰어난 책사를 곁에 둘 수 있도록 융중땅에 숨어 있는 '와룡의 주소지'를 유비에게 알려준다. 꼭 직접 찾아가서 모시고 나오는 방법뿐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유비는 서서와의 아쉬운 이별을 뒤로 하고, 서둘러 융중으로 향한다. 바로 '삼고초려'의 시작이다. 아시다시피 유비는 세 차례나 제갈량을 찾아갔다. 기존의 스토리는 유비가 찾아갔지만 두 번이나 허탕을 치고 세 번째에 첫 만남이 이루어지고 길고 긴 대화와 설득, 그리고 눈물로 제갈량을 책사로 모실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헌데 <삼국지톡 13>은 달랐다. 세 번 모두 제갈량이 방구석에 있었으나 두 번은 '의도적'으로 유비를 피했던 것이다. 왜냐면 제갈량은 '방구석 폐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왜 폐인이 되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그 가운데 핵심은 제갈량은 유비조차 '천하'를 얻으려는 욕심 많은 영웅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앞선 리뷰에서 어린 제갈량이 '서주대학살'을 피해 온가족이 탈출하는 장면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렇다. 제갈량은 '서주대학살'에서 숱한 영웅들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자타공인 세상을 구할 '영웅'으로 통칭되고 있지만 조조도, 손권도, 유표도, 그리고 유비조차 그렇고 그런 욕심 많은 영웅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제갈량은 깡시골 융중에 틀어박혀 숨어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천하를 좌지우지할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그걸' 쓰려는 책사의 주군이 될 영웅의 그릇이 겨우 그렇고 그런 정도일 뿐이니 세상에 나아가 '천하를 구하는 일'에 도모할 생각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매몰차게 유비를 거절하자 유비는 특유의 재능인 '눈물'로 호소하고 제갈량에게 자신을 도와달라 울먹이며 읍소를 한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인다. "선생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유비를 마음껏 써먹으시라"고 말이다.
나가는 글 : 책사들은 대부분 주군보다 실력이 월등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제 뜻을 펴기 위해서는 '주군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군은 여러 책사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그 가운데 하나를 골라 일을 진행시키곤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책사들끼리의 경쟁'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책사들은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고 늘 굽신거리기에 바쁘다. 그런데 제갈량처럼 실력이 더 뛰어난 책사라면 어떻겠는가? 하고픈 것은 '하늘'인데, 그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는 못난 주군이라면 말짱 꽝일 뿐이다. 한편 고집 쎄고 어리석은 주군이라면 '하늘'은커녕 어깃장 놓기 일쑤일 게다. 조조처럼 똑똑한 주군이라면 '똑같은 하늘'을 바라볼 수는 있겠지만, 그 하늘을 얻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달라 아픔을 겪을 것이다. 바로 '순유'처럼 말이다.
순유는 애초에 원소의 책사였다. 그러다 원소에게서 바랄 것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자, 그 당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던 애송이 조조에게 일가족을 데리고 '귀순(?)'을 한다. 조조라면 순유가 '바라는 하늘'을 함께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순유의 예상대로 조조는 '같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주군이었다. 허나 조조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하늘'이 되고자 했다. 이에 대해 순유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자 조조는 순유를 멀리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순유가 '적벽대전'에 참전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렇게 이번 <삼국지톡 13>에서 제갈량과 순유를 대치시키면서 '책사'라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준다. 자신이 선택한 주군을 물 위로 띄울 수도 있고, 물 아래로 가라앉힐 수도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주군에게 '버림'을 받는 순간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더라도 그 실력을 쓸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한편, 유표가 죽었다. 이제 '형주의 새주인'이 누구로 결정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결론은 아시다시피 '조조'다. 유표의 장남 유기와 차남 유종 가운데 한 명이 물려 받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유기에게는 '뒷배'가 없었고, 유종에게는 '채씨 부인'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에 유표의 뜻과는 아무 상관 없이 유종이 후계자로 지정이 되고 만 것이다. 나관중은 유표가 죽기 직전에 유비를 불러들였고, 형주의 앞날을 유비에게 넘겨주고자 했지만, 유비가 거듭 사양하는 바람에 결국 유종에게 넘겨주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믿을 수 없는 얘기다.
<삼국지>에 주석을 단 배송지는 이 대목에서 유표가 살아생전에 유비를 '경계'했는데, 죽기 직전에 망령이라도 들지 않았다면 어찌 순순히 유비에게 형주를 넘긴다는 유언을 남겼겠냐는 것이다. 옳은 판단이다. 오죽 했으면 '채씨 세력'이 유비를 암살하려 했겠냔 말이다. 행여라도 형주의 민심이 유비에게 돌아설 것을 대비한 처사였던 것이다. 단순히 유표의 유언이 '유비'를 지목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유표의 고민은 장남과 차남 가운데 누굴 선택하느냐였다. 허나 장남은 병약했고, 차남은 유약했다. 다시 말해 어느 쪽을 선택해도 '형주의 주인'이 될 재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관중은 그럴 바에야 유비에게 주는 것이 더 이득일 것이라고 가정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유비가 조금 더 야심을 부렸더라면 어땠을까? 제갈량이란 책사도 얻었겠다. 형주만 차지하고 있었다면 조조의 대군도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고, 여차하면 손권과 동맹을 맺고 조조의 뒤통수를 노리는 '양동작전'을 펼쳐서 조조가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비는 야심을 부리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다들 아는 이유는 '같은 황실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후계자가 뻔히 있는데, 먼 친척을 내세워 후계자의 지위를 빼앗는다면 '찬탈'이라고 손가락질 받기 딱 좋았을 것이다. 유비에게는 너무나 큰 치명상이 될 것이다. 그래서 유비는 그 방법만큼은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채씨 부인'이 제갈량의 아내인 황월영의 이모뻘이었다는데 있었다. 다시 말해, 채씨 부인은 제갈량과 먼 친인척 관계였던 것이다. 그래서 제갈량조차 형주를 실력으로 차지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위치에 놓인 사람이었다. 이렇게 주군인 유비와 책사인 제갈량 모두에게 '결격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형주를 얻기 위한 멀고도 험난한 모험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이렇게 풀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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