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략 삼국지 14 - 여포의 말로
요코야마 미쓰테루 지음,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전략 삼국지 14 : 여포의 말로> 요코야마 미츠테루 / 박영 / 대현출판사 (2002)
[My Review MMCCCLXXXIII / 대현출판사 14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두온열두 번째 리뷰는 여포의 딸이 원술에게 시집을 가는 <전략 삼국지 14>다. <삼국지> 좀 아시는 분들은 '여포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소설이나 만화에도 등장하지만 게임에도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포의 딸의 이름은 '여령기'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테지만, 실제 '정사'나 '연의'에는 '여포의 딸(呂布之女)'이라고만 나올 뿐 정확한 이름을 고증할 수는 없다고 한다. 다만 일본에서 각색된 '삼국지' 판본에서는 여령기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고, 이를 근거로 여러 게임이나 만화에서 '차용'을 한 것으로 밝혀질 뿐이다. 그리고 정확한 나이도 전해지지 않는다. 단지 조조와 여포가 서로 으르렁대던 시기를 '서기 197년'으로 보고 있고, 이때쯤에 원술과 혼담이 오고 갔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여포의 딸은 대략 10대 중후반일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이렇게 짐작할 수 있는 근거로는 원술의 적자이자 후계자였던 '원요'의 나이도 그쯤으로 짐작하기 때문이다. 왜냐면 원요의 '출생연도'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록'을 뒤지고 있다보면 '역사'를 배경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직업은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전략 삼국지 14> 관점 포인트 : 조조는 대군을 이끌고 여포를 사지로 몰아부쳤다. 여포는 조조의 대군과 맞서 싸우려 했지만 '유비'도 배신을 하고, '진규와 진등'도 배신을 하고, '원술'도 배신을 하고, 결정적으로 '후성, 위속, 송헌'까지 배신을 하면서 끝내 조조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그나마 여포가 끝까지 미련을 못 버리고 믿고 의지하고 싶었던 세력은 '원술'이었다. 이는 원술도 마찬가지였다. 가짜 황제 행세를 하고나니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이고 말았기 때문이다. 여포도 같은 처지였다. 하도 배신을 하다보니 이젠 거꾸로 자신이 배신을 당하고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버린 셈이다. 그렇게 원술과 여포는 서로의 마음이 일치함을 잘 알았고, 더구나 서로 힘을 합친다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과거 동탁세력이 여포가 합류하자마자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던 것처럼 말이다.
만일 원술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여포를 구하기 위한 '구원병'을 앞장 세워 조조와 맞서 싸웠더라면, 조조도 쉽게 맞서 싸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장기전'으로 본다면 결국 조조의 최종 승리를 점칠 수 있겠지만, 조조에게 가장 위태롭고 무서운 적은 '시간'이었다. 조조의 근거지인 '허도'를 오래 비우면 비울수록 조조를 둘러싼 사방의 적들이 조조의 숨통을 조여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장수는 한 차례 큰 타격을 받고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고, 원소는 공손찬과의 싸움이 더 급했으며, 유표는 현재에 만족하는 소심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조조가 여포 공략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시간이 더 지체되고 여포가 원술과 손을 잡아 반격에 나서거나 수성을 하며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전쟁은 3~4년을 훌쩍 넘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거꾸로 조조가 위태로운 처지에 빠져 곤욕을 치룰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조는 '속전속결'로 밀어 붙인다. 그런데 여포가 하비성에 들어가 코빼기도 내밀지를 않으니 전쟁은 해를 넘겨 1년이 넘는 포위가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조는 비윤리적인 전략까지 꺼내들어 시행한다. 바로 하비성을 애둘러 지나는 두 개의 강에 둑을 쌓았다 터뜨리면서 하비성을 물에 잠기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허나 이 방법으로도 여포는 꼼짝을 안 한다. 여포는 성꼭대기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범람에 의한 피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하비성에 살고 있는 백성들은 한겨울 추위와 함께 물난리까지 겪으면서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생계조차 어려워지고 말았다. 이럴 때 지도자가 무능하면 반드시 일어나는 것이 있다. 바로 '반란'이다.
나가는 글 : 반란의 시작은 여포가 '금주'를 시작하면서부터다. 하비성을 포위한 조조 때문에 나서서 공격도 못하고, 딸을 업고 원술의 아들에게 직접 시집을 보내려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성안에 틀어박히게 된다. 그리고 날마다 술잔치를 벌였다. 그 바람에 여포는 자신의 몸뚱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금주'를 결심하는데, 저 혼자만 안 마시면 되지 애꿎은 부하장수들에게까지 강요를 하니 사달이 나고 만 것이다. 이렇게 기강이 해이해지고 패배가 짙어지니 여포군의 부하들은 매일밤 탈영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조조에게 항복을 하러 갔는데 '빈손'으로 가기 뭐하니 '말'이라도 훔쳐서 도망갔던 것이다. 그래서 여포 진영에 말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고 마침 말을 훔쳐 탈영하려는 자를 잡는 공을 세웠는데, 이를 감독하던 '후성'이 애쓴 부하들을 위해서 포상을 하기 위해 술과 고기를 내렸던 것이다. 그러자 부하들이 여포공께서 금주를 명령하셨으니 불가하다고 말하자 후성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말을 하겠다면서, 이건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니 분명 여포공도 흔쾌히 승낙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나섰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후성'이다. 여포의 휘하 장수 가운데 큰 공을 세우고 함께 오래 지냈던 충복 중에 충복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불호령이었다. 그리고 후성의 목을 베겠다며 길길이 날뛰었다고 한다. 여러 장수들이 후성이 세운 공을 봐서라도 용서해달라 간청했지만, 여포는 애먼 분풀이를 하겠다며 후성에게 곤장 100대를 때리라고 명한다. 후성은 매를 맞다 기절까지 한다. 여포는 기절한 후성에게 계속 매질하라고 명한다. 나중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후성은 '배신'을 결심한다. 여포에게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여포는 처자식만 중요하고 부하장수들을 아낄 줄 모른다며 조조에게 항복할 결심을 위속과 송헌에게 고한다. 그러자 두 사람도 함께 동조하고, 후성은 적토마를, 위속과 송헌은 잠든 여포를 사로 잡아 조조에게 투항을 하기에 이른다. 다음에 계속.
여기까지가 여포의 말로다. 불세출의 영웅 여포는 최고의 무장으로 손꼽히며 실제로도 무용을 자랑하지만, 인의와 도덕을 중히 여길 줄 모르고 '배신'을 밥 먹듯 쉬이 하다가 끝내 부하들에게 배신을 당해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다. 만약 여포가 '의리'를 잘 지켰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유비와 합류하면서 뒤늦게나마 철이 들어서 유비와 힘을 합쳐 싸웠다면 천하의 조조라 하더라도 쉽게 정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서주의 백성은 온전히 '유비의 편'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서주의 백성들은 스스로 지킬 힘이 부족했고, 절대적으로 힘을 키우기까지 '시간'이 부족했다. 오래도록 도겸의 치세 아래 나약해져갔고, 휘하 장수들도 모두 떠나고 문관을 위주로 한 '마을 유지'만 남아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조가 아비의 복수를 하겠다며 '서주대학살'을 감행했을 때 막아내지 못했고, 부랴부랴 영웅들의 도움을 청했다가 유비의 호응으로 겨우 살아날 구멍을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조조의 서주공략을 유비가 막은 것은 아니었다. 때마침 여포가 뛰어들어 '빈집털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비가 서주를 도겸에게서 이어받아 다스리게 되었을 때 결사적으로 여포의 힘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다. 여포만 뜻대로 부릴 수 있다면 천하의 조조라도 막아낼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포는 순순히 말을 잘 듣는 '도구'가 아니었다. 애초부터 손잡이를 거꾸로 쥔 날카로운 검이었던 셈이다. 여포는 유비가 원술 공략에 나선 빈틈을 노리고 서주성을 탈취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에 상심한 유비는 서둘러 돌아왔지만 그대로 서주성을 여포에게 내어주고 소패로 돌아서고 만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여포의 힘'을 이용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포를 가진 자는 천하를 쥘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원술이 탐을 냈던 것이다. 뜬금 없는 여포와 원술의 '정략혼담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리뷰 #에세이 #만화삼국지 #전략삼국지 #여포와원술 #정략결혼 #여포의딸 #책이있는구석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