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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삼국지 7 - 강동의 파란
요코야마 미쓰테루 지음,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전략 삼국지 7 : 강동의 파란> 요코야마 미츠테루 / 박영 / 대현출판사 (2002)
[My Review MMCCCLXVI / 대현출판사 7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아흔다섯 번째 리뷰는 강동의 호랑이 손견이 일어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만 <전략 삼국지 7>이다. 지은이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1934년 생으로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단다. 고베는 일본 교토에서 남서쪽, 오사카에서 서쪽에 위치한 개항지로 유명한 곳이다. 한창 어린 시절인 10대에 일본이 패전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보았을 것이고, 그뒤로 청년기에는 일본이 고도로 발전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지켜봤을 것이다. 그러다 불혹의 나이에 <전략 삼국지>를 연재하기 시작했으니, 그는 '일본인의 자긍심'을 뼛속 깊이 새기며 일본의 중흥을 꿈꾸며 만화를 그려왔으리라 짐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그린 만화 가운데 상당수가 '고증'이 필요한 역사만화였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고전 <삼국지>, <수호지>, <항우와 유방>, <사기>, <석가모니>, <칭기스칸> 등과 야마오카 소하치 원작의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국내제목 '대망'), <도요토미 히데요시>, <오다 노부나가> 등도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극화하는 등 꽤나 다작을 펴낸 화려한 경력을 보아도 그렇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읽어보면 그 시절에 그린 '일본의 품격'(?)은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못해 적나라한 성적 묘사와 잔혹한 장면 묘사에 치중한 경향이 엿보여 난처함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절대 산책을 하면서 읽지는 못하겠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전략 삼국지 7> 관점 포인트 : 줄거리는 빠르게 진행된다. 손책이 반동탁연합군에 참전해서 활약한 덕분에(?) 얻게 된 '전국옥새'를 손에 쥐고 강동으로 돌아가 '제왕의 꿈'을 키우려던 때에 원소의 지령을 받은 유표의 예상 못한 공격에 손견은 크게 낭패를 보고 그만 죽고 만다. 이로써 손견이 꾸던 꿈은 맏아들 손책이 이어받게 되는데, 손책은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잠시 묻어둘 수밖에 없게 된다.
한편, 동탁은 천자를 볼모로 삼아 장안 천도에 성공한 뒤 자신이 황제라도 된 듯 세상을 호령하며 군림하였다. 이런 동탁의 만행을 두고 보면서 한나라에 충성을 바칠 충직한 신하들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동탁 곁에는 늘 여포가 있었기에 감히 반항이나 저항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도 왕윤이 딸처럼 키운 '가기 초선'에게 엎드려 부탁을 한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네 한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 있겠냐고 말이다. 초선은 자신을 귀하게 대접한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바치겠다는 다짐을 하자, 왕윤은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시킬 무시무시한 '연환계'를 실행하려 든다.
왕윤의 그런 계책이 착착 들어맞을 찰나 동탁의 모사 이유의 눈에 동탁과 여포 사이에 벌어진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다름 아닌 동탁이 새로 들인 계집 '초선' 때문이란 것을 간파하자, 이유는 동탁에게 '절영지회'의 고사를 들려준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춘추오패 가운데 하나인 초 장왕과 신하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화로 '갓끈을 끊고 연회를 즐기다'라는 뜻이다. 장왕이 신하들과 함께 연회를 즐기던 와중에 밤이 깊어 등불을 환히 켜놨는데, 느닷없이 강풍이 불어 연회장의 등불이 모두 꺼지는 사고가 일어났던 것이다. 그 혼란한 틈을 타서 장왕이 총애하던 여인의 입술을 훔친 남자가 있었고, 그 여인은 자신의 절개를 꺾지 않겠다는 의지로 어둠속에서 그 남자의 '갓끈'을 끊어 버렸다. 그리고 장왕에게 "저를 희롱한 남자가 있으니 벌해 주소서. 그 남자의 갓끈을 끊어 놓았습니다"라고 일러바쳤다. 그 말을 들은 장왕은 등불을 밝히기에 앞서 연회장에 참석한 이들에게 말하기를, "불을 켜기 전에 모두 갓끈을 풀어라. 오늘 술을 마시느라 모두 취했다는 걸 잘 안다. 그리고 '실수'로 내가 총애하는 여인의 입술을 훔친 자가 있다고 한다. 허나 작은 실수로 충직한 신하들을 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내가 총애하는 여인이 정절을 잃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 또한 죄인이 누군지 밝히려 드는 '큰 실수'를 저지를 게 분명하다. 그리니 오늘 일로 우리 모두가 실수를 저지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일테다." 그렇게 사건은 유야뮤야 처리가 되었고, 범인이 누군지 알지도 못하고 처벌하는 일도 없었다. 몇 년 후, 진나라와 벌인 전투에서 초 장왕이 위기에 빠졌을 때 죽음을 무릅쓰고 장왕을 구한 장수가 있었다. 초 장왕은 그 장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자. 그 장수가 자백을 하며, "예전에 저의 실수를 감싸 주어 죽을 목숨을 구해주셨기에, 저는 그때부터 목숨을 바쳐 은혜에 보답하려 했을 뿐입니다"라는 말을 하고 죽었다.
이유는 동탁에게 이 고사의 이야기를 전해주며, 부하의 사소한 실수를 포용한 지도자에게 부하는 감복하여 충직으로 보답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그러니 '초선'을 여포에게 주고 주공은 '천하'를 얻으시라 권하자 동탁은 그제서야 마지 못해 그러겠다고 대답한다.
나가는 글 : 여기까지의 줄거리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수미쌍관' 구조를 보이며 아주 멋드러진 이야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손견과 동탁이 둘 다 '천하'를 꿈꿨지만 끝내 허탕을 치고 죽게 된다는 사실은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적나라한 전투 장면과 아름다운 여인을 두고 음흉한 시선을 던지는 장면 등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묘사하고 어린이 독자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내용만 강조하고 넘어가도 충분할 텐데, 피가 철철 흘러넘치고, 끈적끈적한 시선을 노골적으로 집중조명한 까닭을 묻고 싶은 것이다. 그동안 숱한 '만화 삼국지'를 보았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한국 작품'과 '중국 작품'을 본 적은 없었다. 오직 '일본 작품'에서만 이런 묘사가 극화될 뿐이다. 그 가운데 요코야마의 <전략 삼국지>는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 물론 '성인 만화'라는 딱지를 붙였다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어린이 청소년용'이라고 소개하고 광고하면서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일본은 '사무라이(무사) 정신'을 동양 문화의 정수이자 일본의 자긍심으로 삼는 모양인데, 그러면서도 철저히 자신들이 저지른 '침략 역사'에는 눈을 감고 오로지 '상품성'만을 강조하며 '사무라이 정신'을 판매할 뿐이다. 최근에야 이런 문제점을 깨우친 서양인들이 '사무라이'와 맞서 싸운 전쟁에서 전승 무패를 자랑한 '이순신 장군'을 접하고서 열광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참혹한 전쟁을 치루면서도 "이 전쟁은 무엇을 위한 전쟁입니까?"라는 왜장의 물음에 "의와 불의의 싸움이지"라고 대답하는 영화속 대사를 보면서, '전쟁의 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표하곤 한단다.
그러면서 서양인들이 한동안 열광했던 '사무라이'가 사실은 그저 '살상 기계'와 다를 바 없고, 그저 오락용으로 베고 또 베는 장면만 보면서 희열(카타르시스)을 만끽하는 것으로 소비하고 있던 자신들의 잘못된 생각을 '이순신 장군의 한마디'로 경종을 울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새삼 자신들이 '사무라이 정신'으로 녹여낸 영화 <7인의 사무라이>, <스타워즈>, <킬 빌> 등과 같은 영화를 소비하는 행태에 대한 반성도 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2026년의 관점에서 <전략 삼국지>의 폭력성과 참혹한 장면 묘사는 살짝 거르고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