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핫초코는 달콤하다 ㅣ 초등 읽기대장
박현숙 지음, 하니 그림 / 한솔수북 / 2026년 9월
평점 :
한솔수북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핫초코는 달콤하다> 박현숙 / 한솔수북 (2026)
[My Review MMCCCLXIII / 한솔수북 26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아흔두 번째 리뷰는 '수상한 시리즈' 이야기로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시킨 박현숙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 <핫초코는 달콤하다>다. 어른들은 말한다. 폭력에 굴하지 말고 용감하게 맞서라고 말이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폭력 앞에 비굴하게 굽신거리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게 어른들도 하지 못하는 걸 어린이들에게 '강요'하듯 말하는 것은 진정한 조언이 아닌 셈이다. 그럼 용감한 어른은 어떤 어른이고, 그런 어른으로 자랄 용감한 어린이는 어때야 하는 걸까? 책속으로 풍덩 바져 보자.
<핫초코는 달콤하다> 관점 포인트 : 이 책의 기본 줄거리는 '학원 폭력'을 당하는 태윤이와 '가정 폭력'을 당하는 미로가 우연한 계기로 아파트 위층과 아랫층에 살게 되면서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사실 '폭력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서로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폭력이 벌어지게 된 양상'이 천차만별이고, 그 때문에 '폭력문제 해결방법'도 천편일률적으로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폭력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지 결코 남이 대신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애초에 폭력 상황이 벌어진 것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스스로 해결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인데, 남의 도움을 받아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법은 단 한 가지다. 스스로 '용기를 내는 것'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한 사람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은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폭력 문제의 해결 주체는 언제나 '자기 자신뿐'이다. 주위에서 도와주려 아무리 애를 써도 자기 자신이 해결하려는 의지도, 행동도, 전혀 없다면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태윤이가 당한 '학원 폭력'은 전문 용어로 '삥을 뜯긴 것'이다. 학원에 다니는 또래 친구와 잘못 엮여서 학원에서 만나는 날마다 '편의점 핫초코'를 태윤이 용돈으로 사줘야만 하는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날마다 사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친구의 기분까지 달래줘야 하며 뒤통수와 엉덩이, 종아리 등 그 친구의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맞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태윤이도 처음부터 맞고 다닌 것은 아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친구는 '지우개'도 빌려주는 좋은 친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지우개를 빌려준 것을 빌미로 태윤이에게 자꾸 '부탁'을 하게 되었고, 처음엔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기에 친구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태윤이는 늘 들어주는 편이었는데, 그렇게 엮이다보니 어느새 태윤이는 날마다 그 친구에게 '편의점 핫초코'를 사줘야만 했고, 집 방향도 서로 다른데 그 친구네 집으로 바래다주어야만 했으며, 가는 내내 그 친구의 못된 손찌검과 발찌검을 당해야만 했다. 순전히 그 친구가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말이다.
태윤이는 그 친구에게 당하는 '폭력'이 너무 싫어서 엄마에게 학원을 바꿔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 학원이 얼마나 좋은 학원이고, 얼마나 어렵게 다니게 되었는데, 다른 학원 다닌다고 하는 거냐며, 그 이유를 물었지만, 태윤이는 엄마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엄마가 걱정을 하실 것이 두려웠으며, 사실을 안 엄마가 학원으로 달려가 원장과 그 친구와 그 친구 부모님에게 당장 사과하고 보상하라며 노발대발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태윤이는 자기 문제로 일이 그렇게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학원을 바꿔서 그 친구와 만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뿐이었다.
한편, 미로는 어느 날 태윤이네 윗층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 '같은 학교 같은 반'으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미로는 그날부터 태윤이를 가까이 대할 수가 없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녀야 했다. 왜냐면 밤마다 엄청 시끄러운 '층간소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윤이 엄마는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당장 윗층으로 올라가 따져물을 거라며 화를 냈지만, 윗층에 사는 미로가 태윤이와 한 반 친구라는 것을 알고서 태윤이를 윗층으로 보내 밤마다 '층간소음' 문제를 일으키 말아달라고 확실하게 말하고 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태윤이는 내키지 않았지만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미로네 집 초인종을 누르려는 찰나, 무시무시한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실을 알게 된다. 미로가 후드티를 머리 위로 뒤집어 쓰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까닭을 말이다. 그 아저씨가 미로의 아빠였고 밤마다 시끄러운 소음의 정체는 '부부싸움'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사를 온 까닭도 '아빠 몰래' 왔던 것인데 어떻게 찾았는지는 모르지만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찾아왔던 것이라면서 말이다.
두 사람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서로의 고민과 '폭력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하며 '공감과 연대' 의식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각자의 문제에 맞는 가장 좋은 해결방법을 찾아낸다. 미로는 태윤이에게 "너랑 그 친구랑 싸우면 태윤이 네가 이길 것 같던데? 그렇다고 맞서서 싸우라는 얘기가 아니라 너에게 함부로 대하면 그러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해. 뭣 하면 내가 도와줄테니까 말이다.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라며 어른스럽게 조언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친구가 태윤이를 또 괴롭히자 태윤이와 미로는 그 친구의 팔을 하나씩 잡아 비틀며 다시는 태윤이 괴롭히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받아낸다.
그럼 미로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실 어른들의 문제이고, '가정 내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린이가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결국 미로의 엄마는 다시 한 번 아빠 몰래 이사를 가기로 결심하면서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 그렇게 미로와 태윤이는 이별하게 된다. 마지막 날 둘은 서로 만나서 응원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것이다. '가정 폭력'은 정말 힘든 문제다.
나가는 글 : 그럼 이렇게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끝일까? 문제를 '진단'하고 '원인 분석'하는 것이 끝이 될 수는 없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진정한 해결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원 폭력'과 '가정 폭력'은 너무 다른 양상이라 '똑같은 대안'을 내세울 수는 없다. 하지만 딱 한 가지 '공통된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다. 바로 '용기'를 내는 것이다. 나도 학창시절에 '깡패학교'로 유명한 중학교를 다녔고,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에 숱한 '부부싸움'을 겪어야 했고 두드려 맞기도 엄청 맞았다. 그런 경험 때문이 이 책의 내용이 나에게 '책속의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았다.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현숙 작가로 '에필로그'에 폭력을 당한 친구를 목격한 경험담을 이야기 올려놓았는데, 그처럼 우리 주변에는 차마 말 못할 폭력을 온몸으로 겪으며 고통받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나도 경험자 가운데 한 명이니 말이다.
그런 경험을 간직하고 있으니 '해결법'도 잘 알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어릴 적 나를 도와준 어른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극적인 주인공이었던 것은 아니다. 나름 해결법을 찾아 활로를 모색했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태윤이가 썼던 '문제회피'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전학을 간 것은 아니고 폭력을 쓰는 친구들 무리와 '거리'를 두는 방법이었다. 천성이 착했던 나는 학급에서 모난 짓을 한 적도 없고, 나름 성적도 우수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학창시절에는 늘 '선생님'과 가까운 포지션에서 놀았다. 그 시절에는 적어도 폭력 학생이라하더라도 선생님은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선생님이 예뻐하는 법이라 그런 친구들이 나를 함부로 건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다 다행히 중2부터 살집이 붙고 힘 깨나 쓸 수 있는 '건장한 청소년'의 겉모습을 갖추자 더는 나를 건드리는 친구들이 없게 되었다.
한편, 가정폭력 문제는 답이 없었다. 그저 아버지의 기분이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대학생이 된 나에게 손찌검하는 일이 점점 줄고, 아버지 나이가 환갑이 넘으시고 '기력'이 떨어지니 부부싸움도 덜 하게 되었다. 이런 걸 두고 '해결방법'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기력한 나였지만, 그래도 몇 번은 '용기'를 내어 폭력에 저항한 적이 있다. 물론 그렇게 저항하고 난 뒤에 무지하게 얻어 터지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 뒤에는 나에게 찝쩍대는 친구들도 확실히 줄었고, 아버지의 폭력도 횟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완벽한 해결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하지 말라!"고 저항을 하니 상황이 달라진 것이었다. 그 경험이 이 책에서 비슷하게 전개되어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다시 확인할 수도 있었고 말이다.
끝으로, '폭력 문제'에 완벽한 해결법은 없다. 그리고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방법은 별로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깡패와 싸우는 나, 아버지와 맞서 싸우는 나, 그 방법을 써보기도 했지만 어린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방법이었고, 그 결과가 별로 좋은 방법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옳은 일이 아니야!"라고 외치며 부당한 일에 용기를 내니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분명히 친구가 친구를 때리는 일도 옳은 일일 수 없어며,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일도 절대 옳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폭력'이 멈춰지고 지속적인 '평화'를 안착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난 경험했다. 옳지 못한 일 앞에서 "부당하다"고 외치는 용기만이 부당함을 잦아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왜냐면 사람들은 '옳지 못한 일'이 무엇인지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쁜 짓을 하고 있으면 스스로 나쁜 짓인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나쁜 짓을 하는 까닭은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고, 아무도 '나쁜 짓'이라고 지적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다. 그런데 나쁜 짓을 할 때 콕 집어서 "나쁜 짓을 하면 안 돼!"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함께' 외쳐주기 마련이다. 바로 이 첫 번째 목소리를 낸 사람이 바로 '용감한 사람'인 것이다. 첫 번째 사람이 '용기'를 내어준 덕분에 다음 사람들도 함께 '용기'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용기'를 낼 수 있게 북돋아주길 바란다. 특히 '폭력 문제'는 남이 해결해줄 수 없고 오직 자기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면서 용기를 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법이라고 말이다. 박현숙 작가의 '용기' 덕분에 나도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쓸 수 있었다.
#리뷰 #에세이 #핫초코는달콤하다 #박현숙작가 #하니그림작가 #동화 #학교폭력 #가정폭력 #용기 #친구 #우정 #한솔수북 #책이있는구석방 #추천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