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수북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제대로 알고 부르는 가족 호칭> 이윤진 / 한솔수북 (2026)
[My Review MMCCCXXXII / 한솔수북 24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예순한 번째 리뷰는 가족 간에 가장 기본이지만 요즘엔 정말 부르기 힘든 '가족 호칭'을 알려주는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다. 이 책은 한솔수북에서 나온 '우리말 표현력 사전' 시리즈 가운데 여덟 번째 책으로 고모와 이모처럼 '가족끼리 부르는 호칭'에 대해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과거에는 우리 민족의 가족 형태가 '대가족'이었기 때문에 가족을 부르는 호칭을 꼭 알아야 했고 제대로 불러야 했다. 하지만 우리 나라가 산업사회가 되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게 되자 가족의 형태도 '핵가족'이 되었다. 핵가족이란 아빠와 엄마, 그리고 두 명의 자녀가 있는 4인 기준의 소규모 가족 형태를 말한다. 하지만 핵가족 형태가 되었어도 명절이 되면 '민족 대이동'을 하며 부모님(할머니, 할아버지)이 살고 있는 고향으로 떠나는 '귀경길'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기 때문에 여전히 '가족 호칭'은 꼭 알아야 하고 제대로 불러야 했다. 그럼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관점 포인트 : 요즘에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졌다. 외국인과 결혼을 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다문화가정'이 많아졌고, 이혼이나 맞벌이 등과 같은 다양한 사정으로 '한 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도 점점 증가 추세다. 그러다보니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 '가족 호칭'을 부를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저출생'과 '결혼 기피 현상'과 같은 사회문제가 두각되면서 '가족 호칭'을 아예 불러볼 기회조차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인구수가 점점 줄어드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관계로 '가족 호칭'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일은 단순히 '가정 교육'이나 '공교육'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민족의 멸종(?)을 걱정하고 고민해야 하는 중대한 사회문제로 인식할 수도 있다.
시작부터 엄청 무거운 주제로 시작했는데 어쩔 수가 없다. 최근에는 늦은 결혼으로 인한 '불임', '난임'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자녀를 하나만 두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고, 아예 결혼을 포기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는 '1인 가정'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걱정스럽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할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족 호칭' 따위는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닐까? 절대 그럴 수는 없다. 왜냐면 '가족 호칭'에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 표현력 사전' 시리즈를 계속 출간하는 궁극적인 목적도 바로 소중한 우리네 전통문화를 지키고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다. 1권 '나이와 시간'을 나타내는 말, 2권 '비슷한 말, 높임말', 3권 '관용 표현', 4권 '맞춤법', 5권 '의성어, 의태어', 6권 '이것 저것 세고 재는 말', 7권 '우리 속담' 등.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빼거나 없애버릴 것이 있느냔 말이다.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서 '가족 호칭'은 제대로 알고 불러줘야 한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제대로 부를 줄 알고 있어도 '부를 일'이 없는 것이 문제다. 한 자녀 가정에게는 형제/자매가 없으니 훗날 그 자녀가 결혼을 해서 자녀를 둘셋 낳아도 '삼촌'이 없다. '촌수'로 삼촌에 해당하는 호칭은 친족으로는 '삼촌', '고모'가 없는 셈이고, 외족으로는 '외삼촌', '이모'가 없다. 삼촌이 없으니 당연히 '사촌'도 없다. 오촌 당숙(아저씨)이란 호칭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 뿐만 아니라 '동서'가 사라지기 때문에 '형수/제수', '매형/매제', '처형/처제' 같은 호칭도 자연스럽게 없는 셈 쳐야 한다. 그러니 '가족 호칭'을 부를 일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와 동시에 한민족의 멸종(!)까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그렇다고 그런 심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조건 결혼을 강요하고,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족 호칭'을 자주 불러 주는 방법이 있다. 아니 '없는 사람(존재)'을 불러..부를.. 그럴 수 있을까?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서 귀띔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비록 나의 '친삼촌'은 아닐지라도 삼촌이 있는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친근하게 부르는 방법이 있다. 친족 관계는 아니어도 좋다. 이미 우리는 '식당 이모'라고 부르지 않은가. 이렇게 삼촌과 이모라는 호칭은 우리 사회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 '호칭'이 되는 것이다.
나가는 글 : '가족 호칭'을 살려내면 앞서 말했듯이 한민족의 멸종을 막을 수 있다. 그만큼 위대한 일이란 말이다. 과거 왕조시대에는 중대한 죄를 지은 죄인에게 무거운 형벌을 내렸는데, 이때 '삼족을 멸하라'는 형벌이었다. 여기서 '삼족'은 할아버지, 아버지, 나를 이르는 말이 아니다. 이는 '삼대'라고 부른다. 그럼 '삼족'은 무엇일까? 바로 나의 아버지 가족을 통틀어 이르는 '친족', 나의 어머니 가족을 통틀어 이르는 '외족', 그리고 나의 아내쪽 가족을 통틀어 이르는 '처족'을 모조리 처형하는 형벌이었다. 그야말로 온가족이 풍비박산 나고 '사돈'에 '팔촌'까지 쑥대밭이 되는 끔찍한 형벌이었다. 요즘에는 팔촌까지 갈 것도 없이 사촌간에도 데면데면해서 왕래가 없는 집안도 많은 형편이다. 가뜩이나 자주 불러줘야 할 '가족 호칭'인데 말이다.
이 책에는 '친족'과 '외족'은 물론 '처족'에 대한 호칭까지 자세히 나와 있다. 하지만 딱 '사촌 사이'까지만 나와 있다. 오촌, 그 이상의 촌수에 대한 호칭은 벌써 오래전부터 '부를 일'도 없고, '가르칠 일'도 없는 셈이 되었다. 그렇다고 사촌 이내마저 '그럴 일'은 없어야겠다. 누차 강조하지만 누구라도 불러주기만 하면 '꽃'이 되는 법이다. 나도 누구에게라도 기꺼이 '꽃'이 되어 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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