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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백설 공주 ㅣ The 그림책 1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김시아 옮김 / 한솔수북 / 2024년 2월
평점 :
<아듀, 백설공주>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 김시아 / 한솔수북 (2024)
[My Review MMCCCXXXI / 한솔수북 23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예순 번째 리뷰는 그림형제의 원작동화를 넘어 그 속내까지 파헤친 <아듀, 백설공주>다. 이 책을 처음 접하면 책등이 없는 '누드 사철'과 상상 이상의 '크기'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인 놀람은 아름답기 그지 없는 '백설공주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고 그림부터 기괴하고 등장인물들의 속내는 추악한 동화를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백설처럼 희고 하얀 아리따운 공주가 등장하지 않는 그림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아듀, 백설공주> 관점 포인트 :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은 예술을 감상하는데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 이는 '기존의 예술'을 뛰어 넘어 '새로운 예술'로 다가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방법이라도 기존에 '아름답게' 보던 것을 굳이 '추하게'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하기에 아주 좋은 그림책이 바로 <아듀, 백설공주>다.
우리는 <백설공주> 이야기를 통해서 아름다움에 대한 꿈과 환상을 키워 왔다. 어릴 적에 누구나 읽어보거나 들어본 이야기에서 백설공주는 눈처럼 하얗고 고운 피부를 가진 여자아이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처럼 아리따운 공주에게 시련이 찾아왔으니 친엄마의 사랑을 받지도 못한 채 '못된 계모'에게 시기와 질투, 미움을 받으며 수차례 '죽음의 위기'를 넘기지만 끝내 계모의 차갑고 어두운 손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가, 우연히 지나가는 이웃나라 왕자에게 '키스'를 받고 되살아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다.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그냥 들으면 '예쁜 여자아이가 고생 끝에 행복을 찾았다'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일 뿐이다. 그런데 곰곰이 이야기를 따져보면 정말 무시무시한 속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계모가 의붓딸을 살해하는 이야기이고, 늙은 여자가 어린 여자의 미모를 샘내는 이야기며, 예쁜 여자는 착하지만 멍청하거나 더 예쁜 여자를 시기하고 질투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린아이가 읽는 '동화책'인데 말이다.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부도덕한 이야기를 우리의 사랑스런 어린이들에게 읽혀줘도 괜찮은 것일까?
오늘날 '올바른 여성상'을 따져가며 <백설공주>를 읽으면 더욱 기괴하다. 훌륭한 여성상이 되려면 '모성애'가 가득해야 하고, 더 나아가 만물을 '사랑'하며, '아름다운 미모'로 세상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전달하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먼저 돕고 나서서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기꺼이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텐데,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계모는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젤 예쁘니?"라고 묻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거울이 답하기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은 왕비님이십니다"라고 답하면 온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감을 만끽하는 낙으로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왕도 죽고 백설공주만 남게 되자 왕국을 차지한 새왕비는 왕국을 잘 다스린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고, 여전히 거울에게 묻고 '정해진 답'을 듣는 낙으로만 살아간다. 그러다 백설공주가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게 되자 새왕비에게는 둘도 없는 '경쟁자'가 되고 만다. 그리고 새왕비가 '경쟁'에서 패배를 선언받자 무시무시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자신의 미모를 뛰어넘은 '경쟁자'를 제거하려 든 것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다. 처음엔 사냥꾼, 다음엔 허리띠, 머리빗, 그리고 마지막에는 '독사과'를 사용해서 죽여버린다.
예쁜 공주가 받게 되는 '살해 시도'는 일곱난쟁이들과 이웃나라 왕자에 의해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백설공주는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아름다운 결말로 끝을 맺지만, 이게 정말 '해피엔딩'이 맞을까? 여기에 불편한 진실이 또 하나 감춰져 있다. 백설공주는 예쁘기만 할 뿐, 정말 '멍청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아름다운 여자는 똑똑하면 안 된다'는 사회통념이 팽배했었다. '백치미'라는 말이 예쁜 여자에게 듣기 좋은 말로 꼽힐 정도였단 말이다. 반대로 예쁜 여자가 '박사 학위'를 따고,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출세'하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을 정도였다.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끼리도 그런 편견을 갖고 있을 정도였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정말이지 '백설공주'는 여러 공주들 가운데서도 가장 멍청한 공주였다. 이런 문제의식이 가득한 '백설공주'인데도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백설공주처럼 아름답다"는 말은 욕이 아니라 칭찬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었다. 정말 괜찮을까?
나가는 글 : 이 책의 저자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는 괜찮지 않다고 말한다. 정말이지 <백설공주> 이야기는 끔찍한 동화책이라고 문제의식을 최고조로 까발렸다. 그런 의미로 작가는 <아듀, 백설공주>를 그렸다. 읽어보면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이 책 속에서 아름다운 '새왕비'도 찾아볼 수 없고, 아리따운 '백설공주'도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추악한 속내'가 그대로 외모에 투영된 새왕비가 등장하고, 자신을 쫓아다니는 '문제의식'을 전혀 깨닫지 못한 백설공주 또한 곱게 그려내지 않았다. 그리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백설공주>를 읽고 '잘못된 꿈'과 '왜곡된 환상'을 애초부터 갖지 못하게 작가의 의도를 고스란히 담아 놓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비록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로 읽히지만, 작가의 의도는 전혀 그렇지 않음을 어렵지 않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여기에 아름다운 여성을 더는 '멍청하고', '수동적'이며, '순종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에게 영원한 작별을 고하는 바다. 더불어서 아름답지만 '자기 욕망'에만 충실하고 '능동적'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주지 못한 새왕비에게도 끔찍한 형벌을 내렸다. 그리고 그 끔찍한 처형식을 백설공주에게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여성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이 무엇이고, 반대로 '해야만 할 행동'이 무엇인지 깨닫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런 의도가 작품 속에 담겨 있기 때문에 비록 기괴하고 어둡고 추한 그림으로 가득한 그림책이지만,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이렇게 좋은 의도를 굳이 '그로테스크(기괴한) 기법'으로 전해야만 했을까? 정말 아름답고 화려한 이미지로 가득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추악한 속내'가 밝혀진 새왕비를 참혹한 형벌로 처형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도 같은 의도를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른바 '충격 요법'이라면 시종일관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보다는 처음엔 아름답다가 끝에는 참혹한 장면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극적 효과'를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마치 뒤통수를 한 대 씨~게 맞은 것처럼 말이다. 물론 백설공주도 아름다움 속에 '멍청하게 휘둘리기만 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아놓으면 더욱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물론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완성도'는 걸작 수준이다. 예술성에서도 '수준급'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메시지를 '몇 살의 여자아이'에게 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독서교육이 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을 쉽게 내리지 못하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19금 딱지'를 붙여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폭력성'이 너무 강렬하다. 절대 10대 이하의 여자어린이에게 보여주면 안 될 그림책 같기도 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소녀에게도 조금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물론 독서교육 필독서로 사용할 경우라면 '능력 있는 독서지도사'의 교수법을 거쳐서 '성숙한 양성평등 의식을 갖자' 등등의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아무 생각 없는 '사춘기 소년'을 대상으로 충격 요법에 가까운 '성평등 수업'을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고 말이다. 여러 모로 '초등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해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들이 '바라는 여성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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