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강의 - 역사와 문학을 넘나들며 삼국지의 진실을 만난다!
이중텐 지음, 양휘웅 외 옮김 / 김영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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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강의> 이중톈(易中天) / 김성배, 양휘웅 / 김영사 (2007)

[My Review MMCCCXXX / 김영사 37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쉰아홉 번째 리뷰는 중국 국영방송의 교양인문학 강의를 통으로 씹어 먹은 이중톈 문학박사가 쓴 <삼국지 강의>다. 무려 20년 전에 했던 강의지만 지금 읽어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명강의다. 올해 <삼국지>를 본격적으로 다시 읽으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책이기에 여기 몇 자 적어 볼까 한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삼국지 강의> 관점 포인트 : 이중톈은 '문학' 박사지만 '역사 고전 해설가'로 더 많이 알려진 분이기도 하다. 이 분의 손을 거치면 '썩은 물'도 수백 미터 암반에서 뽑아올린 '청정수'가 된다고 할 정도로 '고전'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그런 까닭에 이중톈이 <삼국지연의>를 강의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슈가 되었고, 실제로 이중톈의 <삼국지 강의>가 방영된 이후에 기존의 '삼국지 해설'은 싹 씹어먹을 정도의 파급력을 보여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중톈의 <삼국지 강의>는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와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를 비교분석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한서>, <자치통감>을 비롯한 수많은 '역사서'를 비롯해서 <배송지본>, <모종강본> 등의 '삼국지연의'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밖에도 수많은 학자의 역사서와 해설서, 소설 등등 전방위적인 '1차, 2차 사료' 및 수많은 '이본(異本)'까지 들이밀며 자기 주장의 '객관성'을 선점하며 강의를 풀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귀에 쏙쏙 들어와 이해가 술술 되는 명강의를 보여줬다. 이 책 <삼국지 강의>는 바로 그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그래서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도 어렵지 않게 '고전'에 대한 교양을 쌓을 수 있으며 <삼국지>를 10번 이상 읽은 초고수 독자들의 '가려운 부분'까지 속시원히 긁어주는 훌륭한 책이다. 그런 관계로 <소설 삼국지>를 좀더 깊이 읽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필독서로 꼭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400쪽이 훌쩍 넘는 책이라 솔직히 부담이 되는 분량이긴 하다. 더구나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두꺼운 2권이 남아 있다. 그래서 거의 10권 분량의 소설책을 읽는 것 같은 부담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걱정하지 않고 읽기 시작하면 결코 멈추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깊은 몰입감과 깨알같은 재미를 보장하는 책이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삼국지>의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게 해준다. 다들 '정사'에서는 조조가 주인공이고, '소설'에서는 유비가 주인공인 것을 알지만, 그 둘 중 누가 진짜 주인공인지 속시원히 까닭을 밝히며 말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두 사람 다 천하통일을 이룩하지는 못했지만,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조조를 주인공으로 꼽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소설에서는 유비를 '주인공'으로 삼고 조조를 '악인(조연)'으로 만들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조조가 결국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유비가 주인공인 소설 속에서도 분량적인 면에서 '조조'가 압도적으로 많이 서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인공 유비가 나올 때에도 조조와 얽힌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으로 나올 정도다. 이쯤 되면 <삼국지>는 '조조'를 배놓고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그렇기에 조조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중톈이 이 책에서 "조조가 주인공이다"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조차 '조조의 분량'이 절반을 넘는다. 결국 조조가 주인공이라는 얘기를 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조조는 역사의 승자이며, 동시에 '기록'의 주체다. 그러므로 정사는 말할 것도 없고 소설조차 '조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진행하고 플롯을 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조가 동탁 암살을 하려고 '첫 등장'을 할 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며, 조조의 세력 확장 과정을 살펴야 <삼국지>의 줄거리가 착착 어긋남이 없이 진행되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도 <소설 삼국지>에서는 이를 무리하게 틀어버려 유비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이른바 '촉한정통론'이다. 그러다보니 조조를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취급하고, 심지어 '악인'으로 매도하기에 이르렀다. 이중톈은 이런 조조에 대한 '억울한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삼국지 강의> 첫 머리를 슬며시 열여재낀다. 그렇게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는 오명부터 풀어간다. 조조가 그토록 '간사한 영웅'이었는지 말이다. 겉으로 보았을 때 조조는 한나라 황실을 옥죄어 황제를 볼모로 삼고 스스로 '승상'이란 최고의 자리에 올라 전국의 제후들을 황제 대신 호령한 인물이다. 나중에 '위왕'에 책봉되고, 감히 '황제의 자리'까지 넘봤다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조조는 살아생전에 황위를 찬탈하지 않았다. 헌제에게 선양을 강요하고 끝내 폐위시킨 인물은 조조의 아들인 '조비'가 한 일이다. 자식이 한 죄를 아비에게 물어야 한다면 조조는 '역적'이 맞겠지만, 그조차 조조가 죽고 난 뒤의 일이다. 유언으로 조비에게 황위를 찬탈하라는 유언을 남기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간웅이란 말인가?

물론, 조조가 황제의 밀서(의대조 사건)로 '역적의 반열'에 오른 것이 이유로 충분할 수 있지만, 당시 헌제는 조조 한 명 암살에 성공한다고 '권력'을 온전히 되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력을 견고히 하지 못했다. 궁궐 전체의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조조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조조가 죽어도 '조씨 천국'에서 헌제를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유일한 방법은 조조에 대항할 수 있는 '또 다른 영웅'이 홀연히 헌제에게 찾아와 구출해주고 '조조의 압제'에서 유유히 빠져 나와 조조 세력을 짓누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헌제에게 온전히 바칠 수 있는 지고지순한 충신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대 그런 영웅이 '조조' 말고 또 있었을까? 또한, 조조를 압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헌제에게 충성을 다할 영웅이 있기는 했을까? 그런 점에서 조조는 헌제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셈이다. 다시 말해, 조조는 '헌제'를 보살펴주고 '한 황실'을 건재하게 보존했으며 '한나라'의 명맥을 잇는데 혼신의 힘을 다한 '영웅'이었다. 이는 진수가 쓴 <삼국지>를 비롯해서 <후한서>, <자치통감> 등 여러 역사서에도 비슷한 논조로 적혀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사실임에 틀림 없다.

그런데도 나관중은 <삼국지연의>를 서술하면서 조조를 철저하게 '악인'으로 묘사했다. 왜냐면 역사서에서는 조조를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백성들에게는 조조가 큰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 정책이란 게 그렇다. 좋은 정책을 펼치고 국가를 강건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백성들에게 가혹한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난세가 아닌가.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으려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피치 못할 일이 많이 생긴다. 그렇다보니 세상이 어지러울 때에는 '나랏님'을 향해 욕하기 마련이다. 헌데 당시 황제였던 '헌제'는 힘 없는 존재였다. 모든 '실권'은 조조가 틀어쥐고 있다. 그리고 조조를 둘러싼 군웅들은 호시탐탐 조조를 노린다. 여포가 그랬고, 원소가 그랬고, 유비가 그랬고, 유표가 그랬고, 손권이 그랬고, 마등이 그랬고, 마초가 그랬다. 조조는 늘 전쟁을 치뤄야 했다. 아무리 '둔전제'를 시행하고 전쟁의 효율성을 높였다고는 하나, 전쟁은 아주 극단적인 '국력 소모'를 전제하기 마련이다. 승리를 해도 잘 해야 본전치기인데, 패전을 하게 되면 손실은 눈덩이가 된다. 이런 시기를 겪었던 백성들은 조조가 살아있을 때도 욕했지만, 조조가 죽은 뒤에도 욕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민간에서조차 조조는 인기가 없었던 군주였다. 그런데 나관중이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삼국지연의>는 큰 인기를 끌었고, 역사가 아닌 소설인데도 수많은 사람들은 '소설의 이미지'를 역사에 투영하며 의식을 굳혀 갔다. 그래서 조조는 억울하다. 실제로는 천하통일의 기틀을 마련하고 백성들에게 살기 좋은 정책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민간에서 널리 인식하기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 <삼국지 강의>는 조조에게 얽힌 '진실과 거짓'을 낱낱히 밝히며 역사와 소설의 차이점을 분명히 밝혀준다. 오늘날의 독자들은 이런 점에서 속시원한 면모를 느끼게 될 것이다. 비단 조조 뿐만 아니라 손권과 유비를 비롯해서 수많은 군웅들의 면모를 일일이 '사료''소설'을 번갈아 보여주며 속사정을 까발린다.

나가는 글 : 그렇게 까발린 속사정 가운데 '삼고초려''적벽대전'을 이야기해보자. 과연 유비는 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간 것이 사실일까? 그러기엔 당시 유비는 이미 '영웅'이었고 공명은 '무명'이었다는 점에서 사실일 가능성인 매우 적다고 밝혔다. 지금으로치면 대기업 회장직에서 밀려난 총수가 어느 촌구석에 숨어 있다는 현자를 직접 찾아가서 '세상물정'을 물어본 뒤에 그를 '대기업 비서실장 겸 CEO'로 발탁한 것과 맞먹는 일이다.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실제 역사서에서도 유비가 '삼고초려'했다는 기록은 전무하다. 하지만 유비가 공명이 머물고 있는 '융중'을 찾아가 '천하삼분지계'를 조언 받은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단다. 세 번이나 직접 찾아간 것이 아니라 한 번 정도는 찾아갔을 것이고, 만남이 이루어진 그 자리에서 '천하삼분지계'를 이야기 나누고, 공명을 책사로 받아들인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있긴 하단다.

한편, '적벽대전'의 진실도 조조가 남하해서 유종에게 항복을 받고 형주를 차지한 것은 맞지만, 100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한 까닭이 애초부터 '손권'을 쳐서 정벌하겠다는 야욕을 벌이다 '제갈량이 손권 진영을 입방아'로 휘몰고, '주유와 제갈량이 지략대결'을 벌이고, '지푸라기배로 화살 10만 개'를 낚아채고, '동남풍을 빌리는' 따위의 이야기는 소설에서나 나오는 허풍에 가깝다고 말한다. 왜냐면 조조는 애초에 손권이 목적이 아니라 유비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조군이 적벽에서 패전한 까닭은 첫째, 전염병에 돌았기 때문이고, 둘째, 100만 대군이 아니라 20만 정도였으며, 셋째, 그마저도 수전에는 취약한 보병과 서둘러 남하하느라 지쳐버린 기병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남풍이 부는 계절에 화공을 당해서 조조 진영이 배는 물론 육지까지 화염에 휩싸이는 '불운'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종 결론은 적벽대전의 진실은 조조의 '작전 실패'였던 것이다. 애초부터 자랑이던 기병과 보병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남하를 했더라면 유비는 물론이고 손권까지 다 잡을 수도 있었을 것을, 어찌하여 무리하게 '강행'을 서두르고, '수전'을 고집해서 자신의 장점을 하나도 살리지 못했는지가 미스테리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적벽대전의 승리를 '조조의 불운'으로만 정리할 수는 없다. 분명 제갈량과 주유, 그리고 노숙의 공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아, 방통의 연환계는 아예 기록에 없는 내용이다. 먼저 제갈량의 공은 형주가 조조에게 홀랑 넘어간 뒤에 강하에 남아 있던 '유기의 1만 군사''관우가 이끌던 1만 수군'을 밑천 삼아서 손권을 전쟁에 끌어들이고 '주유가 데리고 온 3만 군사'와 합해서 조조의 20만 대군과 맞서 싸우게 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20만 vs 5만의 대결이다. 결코 쉽지 않은 대결인데, 자신이 모시는 유비를 위해서 '조조 vs 유비'의 전쟁을 '조조 vs 유비, 손권'의 전쟁으로 만든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주유의 공은 단연 '수적 열세'에 놓인 전투를 앞에 두고 '황개의 화공작전'을 받아들여 조조의 약점인 수군을 옴짝달싹하지도 못하게 만든 점이다. 말이 20만 vs 5만이지 무려 4배의 차이가 나는 전쟁이었다. 자신이 2미터의 장신이라 하더라도 상대가 4배나 큰 8미터의 거인과 맞서 싸우는 셈이었다. 그런데도 용감히 맞서 싸웠다는 점에서 주유는 대단한 장수였던 셈이다. 한편 노숙은 제갈량 못지 않은 책사인데, 소설에서 너무 무능하게 묘사되어 안타까울 지경이다. 제갈량이 유비를 위해서 '천하삼분지계'를 꺼냈다면, 노숙은 주유와 함께 손권을 위해서 '천하이분지계'를 내놓은 지략가였다. 더구나 적벽대전에서 유비, 손권의 승리를 거두는데 노숙의 지략도 톡톡히 해냈다. 적벽대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에 유비 세력을 형주에 묶어두고 손권에게 이득이 돌아가도록 판을 짠 것도 모두 노숙의 공로다. 헌데 소설에서는 능글맞은 유비와 제갈량에게 손쉽게 속아넘어가는 바보로 만들었으니 노숙이 <삼국지연의>를 직접 읽었다면 분통을 터뜨렸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중톈의 <삼국지 강의>는 '정사'와 '소설'을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내는 맛으로 읽어도 존맛이다. 거기에 <삼국지>에 담긴 지혜와 정수를 만끽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고 말이다. 특히 <삼국지연의>를 두번, 세번 탐독한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소설만 읽어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 책을 통해서 얻게 되어 한층 안목이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2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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