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명작 41
노마 요타로 그림, 최철웅 옮김, 요코야마 요우코 감수, 나관중 원작, 시바타 카츠모 편역 / 은하수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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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명작 41> 나관중 / 최철웅 / 은하수미디어 (2023)

[My Review MMCCCVIII / 은하수미디어 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서른일곱 번째 리뷰는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명작' 시리즈의 마흔한 번째 책인 <삼국지>다. '어린이책'답게 간단한 줄거리를 기본으로 삼고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과 고전명작의 배경지식이 친절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꽤 공을 들인 어린이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방대한 원작 <삼국지>는 줄거리를 간추리는 것만으로도 수백 쪽이 넘는 책들이 수두룩한데, 그조차 어린이 독자들이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처럼 '딱 한 권 분량(대략 150쪽 내외)'으로 줄거리를 요약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이를 위한 세계 명작 시리즈를 출간한 다른 출판사의 책들도 많이 있지만, 이 책처럼 한 권이 아니라 2~3권으로 요약한 책이 대부분이라 <삼국지>를 처음 읽는 어린이 독자라면 이 책을 권한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삼국지> 관점 포인트 : 세계 명작을 자녀에게 읽히려는 부모님의 마음은 굴뚝이겠지만, 솔직히 아이들에게 세계 명작을 읽히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하게 한 책이 바로 '은하수미디어'에서 출간한 이 시리즈일 것이다. 어린이들이 쉽게 접하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100% 만화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고 글로 된 이야기 중간중간에 '삽화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어린이 독자들이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고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좋은 어린이책일수록 '삽화의 중요성'은 두 말 하면 입이 아프다. 왜냐면 '훌륭한 삽화'는 삽화만 읽어도 이야기의 장면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내용과 주제까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어린이책을 골라줄 때에는 '책속에 삽화'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그려져 있는지 파악해보면 십중팔구 후회 없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삼국지>의 줄거리를 160쪽 분량으로 축약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책은 그걸 해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 독자'들이 읽고 <원작 삼국지>의 줄거리를 빈틈 없이 이해할 수 있게 축약했다는 사실만으로 정말 대단한 책이다. 여기에 하나 더, <삼국지>를 읽다가 힘들어 하는 점이 바로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 어려움을 또 핵심인물만 추려서 큰 줄기를 놓치지 않게 했다. 그것도 15명으로 말이다. 거기다 '도원결의', '황건적토벌', '반동탁연합', '관도대전', '삼고초려', '적벽대전', '촉 건국' 이렇게 굵직한 사건들만으로 전체 줄거리와 <삼국지>의 주제를 오롯이 담아 놓았다. 물론 <삼국지> 찐팬이라면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인물과 더 중요한 사건을 나열하면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세계 명작 가운데 <삼국지>를 처음 읽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손색이 없지 않다 여기지 않은가?

여기에 '은하수미디어' 세계 명작만의 특징도 담아 놓았다. 바로 어린이 독자들이라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독후 활동' 말이다. 책을 읽기만 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아무리 책을 많이 읽었어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게 된다. 특히 입학경쟁이 높은 중고교 입시나 명문대 입시에 빠지지 않고 요구되는 '포트폴리오'에 꼭 첨부되는 것이 다름 아닌 '독서기록장'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대기업 면접에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인상 깊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라는 질문은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여기서 좋은 점수를 획득하고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초등시절부터 꾸준히 작성해온 '독서기록장'을 유용하게 써서 합격했다는 체험담은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AI 시대에 걸맞게 독서기록을 '쇼츠''릴스'로 만들어서 너튜브나 틱톡에 꾸준히 올리고 채널을 운영해본 경험을 보여주는 것도 최신 트랜드이긴 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손글씨'로 직접 작성한 독서기록장에 담긴 십 수년의 기록이 효과 만점이다. 은하수미디어의 세계 명작 시리즈에는 '책 말미'에 이런 독서기록장 작성하는 요령과 책 읽고 난 뒤에 뒷이야기 '상상하기', 그리고 책속의 주인공에게나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소개하고 싶은 친구에게 '편지쓰기' 같은 독후 활동도 제시하였다.

나가는 글 :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어린이들에게 세계 명작은 꼭 읽혀야 하나? 물론 오래된 옛날 책이기 때문에 요즘 트랜드에는 맞지 않는 '고전'을 굳이 읽지 않아도 괜찮다는 주장도 많다. 요즘 읽을 책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더구나 유용하고 재밌는 영상매체도 정말 많다. 그걸 다 볼 시간도 모자른데 언제 시간을 내서 고리타분한 옛날 책을 읽겠느냔 말이다. 그런데 세계 명작고전이 꾸준히 읽히는 까닭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단지 인류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에 그 두꺼운 책을, 심지어 읽어도 뭔 내용인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은 명작고전을 읽어야만 한다면, 그 '지혜'만 쏙쏙 빼내어서 딱 한 권 분량으로 압축한 책을 읽어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지혜'만 뽑아내기 위해서 읽어야 할 까닭은 없다. 그럼 무엇 때문일까? 바로 '감동'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천 년, 수백 년, 수십 년 전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감동을 찐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세계 고전명작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찐한 감동은 '숏츠''릴스' 같은 짤막한 동영상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다. 유익한 '지식'을 얻을 순 있지만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감동과 그 감동을 길게 느낄 수 있는 여운은 오직 '고전명작'을 읽을 때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세계 명작을 읽고 또 읽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어린이뿐 아니라 앞으로도 인류가 살아있고, 살아간다면 먼 미래일지라도 '고전명작'을 여전히 읽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관중이 쓴 <삼국지>는 왜 읽어야 하는가? 요즘에는 <삼국지>를 어린이들에게 읽히면 안 되는 '나쁜 책'으로 소개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된 이유는 <삼국지>는 수많은 영웅호걸이 등장하지만, 이 영웅들이 주로 하는 말과 행동이 대부분 '남을 속여서' 이익을 취하거나 목숨을 빼앗는 비열한(?) 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영웅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까닭에 차라리 <삼국지>를 읽히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낫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많다. 더구나 <삼국지>에는 남자 영웅만 등장할 뿐, 여자나 어린이는 그저 남자 영웅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조연 역할'뿐이라서 이 책을 섣불리 읽고 '잘못된 선입관'을 갖게 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나관중은 역사의 승자인 '조조'를 주인공으로 삼지 않았고, '유비'를 주인공을 삼았다. 이를 '촉한정통론'이라고 부르는데, 유비가 한 황실을 바로 세우고 천하를 통일하려고 한다는 내용을 더욱 돋보이게 써내려갔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그래서 이렇게 '촉한정통론'에 입각한 <삼국지> 소설은 대부분 '조조'를 악인으로 내세우고, '유비'를 선량한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백성들에게 평화롭게 안정된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도록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 책도 '촉한정통론'에 입각해서 어린이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물론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어린이 독자들에게 가슴 뜨거운 감동을 느끼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세계 고전명작을 직접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줄 '마중물'에 해당하는 책일 뿐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까닭은 없다. 마중물은 비록 버리는 물이긴 하지만 그 한 바가지의 마중물 덕분에 우물속 깊은 곳에 감춰져 있는 '천연암반수'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면 결코 아쉽지 않을 것이다. 이 시리즈를 읽고 또 읽은 어린이가 '원작'을 만났을 때 느끼는 감동의 여운은 더욱 길고도 깊을 것이다. 왜냐면 난생 처음 읽은 책이 아니라 어릴 적에 접해봤던 '낯익고 잘 아는 책'이기 때문이다. 마치 추억속에 간직하고 있던 오랜 친구를 만났을 때의 기쁨과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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