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거울 - 파국의 14세기, 흑사병, 백년전쟁, 그리고 움트는 혁명
바바라 터크먼 지음, 박중서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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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박스에서 가제본을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먼 거울 : 파국의 14세기, 흑사병, 백년전쟁, 그리고 움트는 혁명> 바바라 터크먼 / 박중서 / 원더박스 (2026) [원제 : A Distant Mirror(1978)]

[My Review MMCCCV / 원더박스 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서른네 번째 리뷰는 20세기 독보적인 역사서술가 '바바라 터크먼'이 쓴 <먼 거울>이다. 그녀를 독보적인 역사서술가로 지칭하는 까닭은 그녀가 평생 쓴 저서의 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우리 나라에 뒤쳐진 책(번역본)만 다섯 권으로 이 책 <먼 거울>은 그 다섯 번째 책이다. 또한 62년과 71년에 걸쳐 두 차례나 '퓰리쳐 상'을 수상했고, 그 가운데 우리에게 소개된 책이 1차 세계대전 연구서인 <8월의 포성>(The Guns of August)다. 이렇듯 그녀가 집필한 책들은 '역사적 사건'에 포커스를 맞추거나 '특별한 인물'을 집중 조명한 책들이 많다. 이 책 <먼 거울>도 유럽의 중세 1000년의 역사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쿠시 가문'을 집중적으로 쫓아가며 연대기 형식으로 서술하였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먼 거울> 관점 포인트 : 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 나면 깜짝 놀랄 것이다. 물론 1000쪽이 훌쩍 넘는 '벽돌책'에 놀라는 것은 너무 식상할 것이다. 정말 놀랄만한 것은 다름 아닌 '책 내용'이다. 읽어도 읽어도 도대체 뭔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는데 있다. 세계사 책 좀 읽어봤다는 분들도 이 책의 진면목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망원경'과 '현미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게 진짜 힘든 대목이다. 1000쪽이 넘는 책 내용을 '망원경'으로 멀리 내다보고, 또다시 1000쪽이 넘는 책 내용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작업을 번갈아가며 해내야 하는 일이 말이다. 그 요즘 내용이 이 책의 서문에 잘 적혀 있는데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꼭 읽어야할 요점 정리'이므로 반드시 읽은 뒤에 본격적인 독서를 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책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기 딱 좋으니까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중세 1000년의 역사를 관통한 '한 가문'에 대한 연대기다. 바로 '쿠시 가문' 말이다. 서양인도 아닌 우리에게 너무 생소한 인물이라 몰라도 상관 없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인물'이 아니라 그 인물이 살던 '시대'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에 살던 '한 가문이 남긴 기록'이었다. 우리 나라로 치면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기록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터크먼이 굳이 '쿠시 가문의 기록'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까닭은 그 당시를 묘사하고 적어놓은 기록은 많지만, 한 가문에 전해져내려오는 기록물이라면 뭔가 '일관성'과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객관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시대의 여러 기록물을 통해 '다각도'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렇게 되면 각각의 기록이 갖는 '주관적인 판단' 때문에 자칫 너무 혼란스럽고 산만하고 난삽한 역사서술이 될 우려가 있어서 '한 가지로 통일된 시각'이 담긴 기록이 터크만은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선별기준을 잡으니 딱 한 가문이 눈에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바로 '쿠시 가문' 말이다. 이제 그 방대한 기록을 읽을 차례다.

그럼에도 읽다보면 너무 세세하고 개별적인 내용들이 나열되어 있어 '집중'하기 힘든 점이 많았다. 더구나 유럽의 중세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더욱더 그럴 것이다. 솔직히 나도 그런 편이었다. 그럼에도 읽어야 할 이유(!)가 있었기에 꾹 참고 읽어나갔지만 정말 힘들었다. 그렇게 꾹 참고 읽은 책 내용은 앞서 책 제목 옆에 나열된 '부제'의 내용으로 귀결된다. 14세기 중세 유럽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전염병이 대유행했으며, 그로 인해 사회는 매우 혼란했고, 철썩 같이 믿고 있던 종교관(가치관)은 무너져 내렸다. 그 결과는 숙명적으로 엄청난 피를 부르는 혁명이었다. 아니 파멸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내용으로 점철 되어 있다.

그럼 이걸 왜 수많은 사람들이 읽었던 것일까? 다시 제목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먼 거울>. 600여년 전이라는 머나먼 곳에 '지금, 바로 여기,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이 미국에서 첫 출간을 한 해가 1978년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을 위시한 전세계가 냉전이 한창이었고, 20년 간 질질 끌던 베트남전쟁이 막 끝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미국은 이 전쟁에 참전했다가 승리를 하지 못한 비참한 결과를 맞았고 말이다. 미국은 맘대로 끝내지도 못할 전쟁에 참전해서 허우적거렸고, 그로 인해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희생을 당하거나 살아돌아와도 전쟁의 상처와 마약에 중독되어 비참한 생을 살아야했고, 파병을 거부하고 투쟁을 했던 젊은이들도 전쟁의 끔찍한 참상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사회는 매우 혼란했고, 그로 인해 '가치관'은 무너져내렸다. 미국이 전쟁에 참전하면 승승장구하던 시절은 다 지나고 잔인하고 참혹한 전쟁을 겪고 나니 도대체 어떤 가치관으로 삶을 살아가야할지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그때 미국 사회에 이 책 <먼 거울>이 출간되었다. 머나먼 옛날이야기 속에서 뭔가 발견을 한 것이다. 그 당시 중세인들도 참으로 끔찍한 경험을 하며 살고 있었구나.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먼 거울>을 보면서 미국 사회는 성찰할 수 있는 뭔가를 느낀 것이다. 비단 미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전쟁의 광기'로 물들었던 20세기 서구사회를 '거울'을 들여다보는 효과를 톡톡히 봤던 것이다. 그리고 그 비참하고 열악함 속에서도 '중세인'들은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엿봤던 것이다.

나가는 글 : 개인적으로는 끔찍한 경험을 극복하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 '인간의 의지'가 대단하다고 느끼기 이전에 이 책을 '완독'한 독자들이 그토록 많다는 것에 훨씬 더 대단하다고 느꼈다. 현대인에게는 너무 낯선 '중세인들의 삶'을 핀셋으로 집어낼 수 있을 정도로 낱낱이 서술하고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더구나 동양인 독자에게는 '서양 중세인의 일상'은 말로 설명한다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날것'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였다. 21세기 현대인이 읽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인 내용이기도 했고, 지금과 비교하면 '비윤리적인 내용'도 많아서 읽기에 거슬리는 내용도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중반 넘어서 다루는 '끔찍한 전쟁의 공포와 사선을 넘나드는 죽음(전염병)의 공포'와 맞닥뜨릴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는 '빌드 업'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왜 이 책 <먼 거울>을 읽어야 할까? 단순히 인문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다른 책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지혜'를 배울 수 있어야 할텐데, 그건 바로 '비관주의에서 극복하는 힘'이다. 현대인들은 '끈기'가 부족하다. 이 책을 읽어라. 완독을 목표하라. '끈기'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톡톡히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현대인들은 '체념'이 빠르다. 비관주의 때문에 체념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현실에서 얻을 이익이 눈앞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빠르게 체념하고 만다. 그런데 그렇게 비관하고 체념하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다. 책 속에서 중세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들여다보면 현대인은 감히 살아남을 자신을 잃어버릴 것이다. 더구나 중세인이 유일하게 버틸 수 있었던 생존희망은 '믿음'이었다. 그런데 전쟁과 전염병 앞에 '믿음'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중세인들이 어떤 절망감을 느꼈겠냔 말이다. 비관하고 체념했을 것이다.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불굴의 의지'로 홀로서기를 하며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그 지혜를 엿봐야 한다.

100년이 훌쩍 넘도록 지긋지긋하게 싸운 '백년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 유럽 전역 인구의 3/4을 죽음으로 내몬 '흑사병'에서도 생존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초강대국 미군이 참전한 '베트남 전쟁'에서 살아돌아와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이들의 공통점을 무엇으로 봐야하는가? 이 책 <먼 거울>에서는 '인간의 의지'를 꼽았다. 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에게도 '같은 결론'인가? 청년들의 실업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국가가 먹여 살려주는 것은 '공산주의'라서 싫다고 한다. 청년들은 기성세대들처럼 부지런히 성실하게 살면 먹고 살 수 있는 부를 얻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허나 세상은 AI 인공지능로봇을 내놓으려 한다. 인간을 '대신'해서 힘든 일을 해주니 좋은 일이 많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에 청년들이 비관주의에 빠지고 체념을 빨리 습득한다. 과연 이 책 <먼 거울>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지혜가 있을까? 우리 청년들에게 놓인 현실은 전쟁과 전염병의 주는 공포가 아니다.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뺏겨버려 뼛속까지 추운 겨울, 아주 기나긴 겨울의 맹추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을 거라는 비관주의가 팽배하다. 이를 이겨낼 지혜를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을까? AI 인공지능로봇은 '넘사벽'이라서 '인간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피할 수 없는 공포라면 즐길 줄 아는 용기를 내서 위기를 극복해보는 것으로 말이다. 중세인들도 전쟁의 공포와 죽음의 공포를 피할 수 없으니 곁에다 '킵'해두고 살아남을 때까지 받아들였다. 청년실업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현실문제이기도 하다. AI 인공지능로봇이 다 빼앗아갈 것 같다고해서 개발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AI 인공지능을 이길 생각이 아닌 '이용'해서 '유용'하게 써먹을 발상의 전환도 필요할 것이다. AI와 싸우지 말고 AI와 협업해서 더 잘하는 재능을 살려보는 것은 어떤가? 이 책이 출간된 지 꽤 오래 되었기 때문에 '책 속의 내용'에 감동하는 것만으로 이 책의 '쓸모'를 찾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딴에는 너무 먼 거울이라 비춰진 모습도 너무 작게 보여 '쓸모'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땐 현미경이 아닌 망원경이 필요할 것이다. 저멀리 먼 거울에 비췬 내 모습을 보려는 게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비전(지혜)'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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