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톡 9 삼국지톡 9
무적핑크 지음, 이리 그림, 와이랩(YLAB) 기획.제작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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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톡 9> 무적핑크 / 와이랩(YLAB) / 문학동네 (2024)

[My Review MMCCLXIV / 문학동네 45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아흔세 번째 리뷰는 영웅 중의 영웅인 여포의 최후를 그린 <삼국지톡 9>다. <삼국지톡>에서는 '초선'이 죽지 않는다. 사실 초선이 실존인물인지 가상인물인지 논란은 있지만, 이 책에서는 고위 관료들이 쓰는 관을 '초선'이라고 부르고, 그 관을 관리하는 궁녀를 '초선'이라 불렀는데, <삼국지연의>에서 등장하는 여포의 연인을 바로 그 궁녀 가운데 한 명으로 부르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동탁이 궁녀 가운데 절세 미인이었던 궁녀를 탐했는데, 그 궁녀가 동탁이 보는 가운데 여포를 유혹하는 바람에 여포와 동탁이 서로 반목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 것이다. 그래서 초선은 동탁이 죽은 뒤에도 늘 여포와 함께 했고 심지어 여포가 조조에게 죽임을 당한 뒤에도 딸(여금)과 함께 살아간다는 설정으로 마무리했다. 그럼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 속으로 풍덩 빠진 다음에 해보자.

<삼국지톡 9> 관점 포인트 : 이 책의 부제는 '관도대전 2부'다. 사실상 <삼국지연의>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큰 전투로 향하는 길목이라는 뜻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원소와 조조가 대결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결국 그 싸움으로 간다. 그러기 위해서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져야만 한다. 공손찬이 그렇고, 원술이 그렇고, 바로 여포가 그렇다. 그런데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은 공손찬이 허무하게 패배하는 것이다. 원소가 이렇다 할 공격도 하지 않았는데 공손찬이 지레 겁을 먹고 '자결'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물론 원소 세력이 공손찬에 비해서 압도적인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최후의 결전이라는 것도 해봄직한데 '최후의 보루'라고 여겨지는 '역경'에 틀어박혀서 '북방의 귀신'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무력하게 포위 당하다가 온가족을 몰살하고 자신도 허무하게 자결하고 만다. 그런데도 아이러니한 것은 공손찬을 따르던 부하장수들은 주군과는 다르게 원소와의 결전을 당당히 치루며 전장에서 스러져갔던 것이다. 대표적인 장수가 '전해'다. 이렇게 원소는 하북(황하의 이북) 지역을 전부를 석권하고 막강한 위용을 자랑하게 된다. 이로써 원소는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췄다. 그럼 조조는 어떤 상황이었을까?

조조는 아직 이렇다 할 대비를 못한 상태다. 아직 서주의 여포, 남양의 원술, 형주의 유표 등 조조를 둘러싼 적들이 사방에서 옥죄여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조는 사기충천했다. 천자를 볼모로 잡고 있었기 때문에 여차하면 '황명'을 앞세워서 역적을 토벌한다는 구실로 자신이 유리한 구도로 싸움판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었다. 바로 유비였다. 일찌감치 유비는 여포에게 서주를 내어주고 내쫓기던 상황이었는데 '언변'이 좋은 것인지, '운'이 따르는 것인지 당장 자기를 잡아 죽이려던 '조조의 품'으로 뛰어들어서 목숨줄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유비는 헌제를 알현할 기회를 잡게 되는데, 거기서 유비는 '동아줄' 하나를 잡게 된다. 바로 헌제가 유비를 '황숙'이라고 부른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바로 유비가 '전한' 경제의 자손인 중산정왕의 후손이었기에 '후한' 헌제와는 먼 친척관계였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유비는 조조의 위협을 그나마 막아줄 '동아줄'을 잡은 셈이다. 수많은 대소신료들 앞에서 당당히 '황실의 핏줄'임을 공인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헌제 스스로 '황숙'이라 불렀으니 이제 수많은 백성들은 유비를 '유황숙'이라 부르며 공경의 대상이 된 셈이다. 그런데 이런 방패막이가 조조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었을까? 황제조차 언제든 맘만 먹으면 죽이려 드는 조조인데, 황제의 숙부쯤 되는 사람이라고 별 수 있었겠느냔 말이다. 맞다. 유비는 '썩은 동아줄'을 잡은 것이다. 그런데 이는 헌제 입장에서는 살짝 다른 의미를 가진다. 바로 조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기 때문이다. 맞다. 조조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조조를 둘러싼 수많은 군웅들이 아니라 바로 조조가 볼모로 잡고 있는 '헌제, 그 자체'였다. 이제 헌제가 조조의 숨통을 조이고자 했던 것이다. 조조는 이것이 가장 신경 쓰였다.

하지만 당장 '황제'를 갈아치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 조조는 큰 세력을 이루지 못했고 늘 간당간당하게 살얼음판을 걷는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위의 적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려 든다. 그 첫 번째 대상이 바로 '서주의 여포'다. 허나 조조가 눈독을 들인 것이 '여포'인지, '서주'인지 살짝 헷갈린다. 솔직히 '둘 다'라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둘 중 어느 것 하나도 손쉬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포에게는 '진궁'이라는 유능한 책사가 도사리고 있다. 여포가 헛손질, 헛발질을 할 때마다 뒷수습을 해주고 철통같은 방어를 하는 것은 언제나 진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궁에게도 약점은 있다. 다름 아닌 '여포, 그 자체'가 진궁에게 최대 약점이었던 것이다.

사실 조조는 두 갈래로 공략을 해왔다. 군사력으로 나설 때에는 '여포'로 막고, 지략으로 공격해올 땐 '진궁'이 막는 수법으로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다. 그런데 조조는 '한 몸'이었지만, 여포와 진궁은 '한 몸'이 아니었던 관계로 조조의 발빠른 공략 전환에 여포와 진궁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서주성'이 든든하게 막아주었기에 사태를 질질 끌 수 있었고, 조조를 지치게 만들 수 있었는데, 서주성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진규, 진등 부자'다. 이들은 서주의 민심을 대변하는 인물들로 사실상 '유비측 사람'이었다. 그러나 조조와 여포가 서주를 유린하는 바람에 유비는 세력을 잃고 서주를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였고, 서주를 지키는 '여포'도, 서주를 차지하려는 '조조'도 미운 진규, 진등 부자는 당장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조조에게 협력하기로 약속한다. 왜 그랬을까? 서주대학살을 감행한 조조에게 사무친 원한이 아직 남아 있을텐데 말이다. 사실 여포라고 서주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푼 것이 절대 아니었다. 여포는 동탁의 군대이기도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약탈과 수탈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니 조조가 대학살을 자행한 장본인이지만, 여포도 그에 못지 않게 서주 백성들을 약탈하고 살인을 함부로 저지르는 나쁜 놈인 것은 당연했던 것이다. 그나마 조조는 자기 아버지에 대한 복수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여포는 서주성을 지키는 입장인데도 자기 백성들을 상대로 겁박을 하고 있었으니 '민심'이 돌아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책임은 고스란히 '책사 진궁'에게로 돌아간다. 무릇 책사란 무엇인가? 자기 '주군을 위해서' 지혜를 내놓고 보필해야 할 위치에 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할 때 '혼자'했을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덕수가 돕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불법을 저지르려고 했는데 막지는 못할망정 '협조'하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돕고 '불법'에 가담했으니 똑같이 처벌받아 마땅한 것이다. 여포와 진궁이 바로 그런 관계였다는 얘기다. 여포가 서주 백성들에게 가하는 불법적인 일들을 진궁이 눈 감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진궁은 여포를 몰락의 길로 인도하고 있던 셈이란 말이다. 그런데 진궁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여포가 '자기 말'을 따르지 않았기에 끝내 '패배'했노라고 말이다. 이는 '자신의 책임'을 망각한 무책임한 발언이다. 주군이 옳은 길로 가지 않고 있다면 책사는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막았어야 했다. 그런데 진궁은 여포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데도 막기는커녕 '이용'하려 들었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주군'을 죽음의 길로 내몰고 말았다. 마치 조조가 자신의 주군인 '헌제'를 볼모로 삼고 '자기 뜻대로' 이용해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나쁜 행보를 저지른 것이다. 조조와 진궁은 그런 의미에서 '같은 부류'다. 그래서 조조는 여포 따위보다 '진궁'에게 더 정성(?)을 쏟았고 마지막 처형대에서 '누가 이겼는지'나 따지는 촌극을 벌인다. 애초에 나쁜놈들이니 누가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누가 이기고 졌는지'만 따진 것이다.

그런데 진궁은 마지막 처형대 앞에서 '초연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조조에게 한 방 먹이게 된다. 너와 나, 누가 더 '나쁜지' 따지는 것이라면 '조조, 니가 더 나쁜놈'인 것은 분명하니, 이 승패에서 진 나를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행동했던 것이다. 조조는 결국 진궁에게 한 방 제대로 먹고 스스로 각성한다. 여기서 '착한놈' 행세를 한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조조는 진궁에게 결국 졌다. 여백사 사건이후부터 갈라섰던 두 사람은 결국 '누가 옳은지' 나름의 승부를 벌였으나, 결국 '같은 부류'였다는 것만 재확인했을 뿐이고, 둘 다 나쁜놈이라는 사실만 부각시켰던 것이다. 오직 힘으로만 세상을 지배하려 드는 '패왕의 길'에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했던 것이다. 그런 패왕에게 준엄한 꾸지람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온전하게 선한 힘'으로 굴복시킬 수 있는 위엄을 가진 도덕군자만이 가능할 것이다. 과연 '유비'에게 그런 위엄이 깃들 수 있을 것인가?

나가는 글 : 이제 여포의 최후를 보자. 여포는 조조의 꾀에 속아 서주성을 버리고 하비성에 틀어박힌다. 하지만 하비성은 난공불락의 성이 아니었다. 하비성을 휘감아 돌고 있는 두 개의 강줄기로 인해 성벽이 허물어지고 성안의 백성들이 큰 피해를 본 뒤에 결국 함락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1~2년동안 계속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여포라는 인물의 영웅적인 위력 덕분이었다. 한마디로 여포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장에 나섰을 때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여포의 괴력 앞에서 내노라하는 조조군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여포가 항복하지 않는 이상 전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여포의 부하'들이 오랜 전쟁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배신'을 하였기에 여포는 산 채로 질질 끌려와 조조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적들에게는 '무적'이었는데, 적이 아닌 이들에게까지 '무적'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게 조조 앞에 끌려나온 여포는 궁색하게 목숨을 구걸한다. 아니 살려달라 애원을 하는 것이지만 아주 '달콤한 유혹'이었던 셈이다. 바로 '여포, 자기 자신'을 조조에게 바치겠다는 유혹 말이다. 조조로서는 솔직히 솔깃했을 것이다. 전장에 풀어놓으면 그야말로 '무적의 용사'가 되는 장수를 내 부하로 쓸 수 있다는데 어찌 솔깃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여포에게 '신의'따윈 없다. '배신'을 밥 먹듯 하고, '아비'를 수시로 바꾸는 불의한 자식에게 어찌 의리를 기댈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여포의 처우를 은근슬쩍 유비에게 되묻는다. 이는 유비라는 또 다른 적을 떠보기 위함이다. 만약 유비가 여포를 살리라고 한다면 이는 조조에게 '폭탄'을 떠안기는 셈이니, 유비의 속셈이 자신을 해코지 하려는 명백한 것임을 알 수 있고, 여포를 죽이라고 한다면 이 역시 조조에게 '여포'라는 신무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니, 유비의 속셈은 자신에게 해를 가하자는 것이 명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도 저래도 조조는 '유비'조차 여포에 셋트로 묶어서 처리할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유비는 짐짓 그런 속마음을 감추고, '여포의 의리 없음'을 강조하며 조조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득이 무엇인지 깨우쳐준다. 대단히 현명한 대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조조에게 '유비는 조조편입니다요'라고 대놓고 아부를 하는 꼴이었고 말이다. 여포를 죽이든 살리든 조조의 마음이고 선택이니, 유비는 그저 따를 뿐입니다. 허나 여포는 의리가 없는 놈이니 조심하셔야 합니다..라고 철저히 자기 몸을 낮추는 겸손이었던 것이다. 이에 조조는 흡족해 했다. 여포도 죽이고, 유비의 아부도 받고 꿩 먹고 알 먹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여포는 그렇게 죽었다. '인중여포'라는 네 글자를 받으며 영웅 중의 영웅으로 살았지만, '신의'라는 두 글자를 얻지 못해서 결국 개죽음을 당하고 만 셈이다. 흔히 여포는 무력만 넘쳐나고 지혜가 없다고 평을 하지만, 전장에 나서서 용감무쌍하게 승리하는 것을 봤을 때 지혜가 없었다면 불가한 일이었다. 그러니 '전장의 신'으로 활약하는 것으로 짐작컨대 지혜가 아주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멍청하면 어떻게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느냔 말이다. 오히려 여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신의'였다. 스스로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에 자기 부하조차 믿지 못했고, 늘 의심했다. 그러니 부하라고 하더라도 믿고 쓸 수 없었고 '배신'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으니, 그저 '힘'으로 찍어 누르는 방법만 써왔던 것이다. 그런데 여포는 그게 가능했다. 너무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힘'으로 해결해왔던 것이다. 바로 영웅 중의 영웅이라 불리는 까닭이다.

만약 여포에게 조금 힘이 부족했더라면 '신의'라는 두 글자를 조금이나마 곁눈질이라도 했을까? 조금만 힘이 부족했더라면 '진궁의 조언'에 조금은 귀를 기울였을지 모른다. 허나 영웅 중의 영웅이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배울 틈이 없었던 것이 여포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 세상에 이런 영웅이 또 나타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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