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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0 - 완결
고우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평점 :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0> 고우영 / 문학동네 (2026)
[My Review MMCCLIII / 문학동네 4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여든두 번째 리뷰는 대한민국 만화삼국지의 원조 <고우영 삼국지 10>다. 해마다 읽고 있는 <삼국지>인데 올해는 '만화 삼국지'로 골랐고 가장 먼저 '고우영 화백의 작품'을 골랐다. 현재 '이희재 <만화삼국지>'와 '무적핑크 <삼국지톡>'도 함께 읽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어린이/청소년 만화삼국지'도 읽어볼 참이다. 이런저런 삼국지를 검색하다보니 정말 다양하고 여러 작가의 <삼국지>가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작년에는 '한중일 삼국지'를 비교했는데, 중국과 일본은 나름의 '정통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재미를 추구한 것에 비해서 한국은 <삼국지>에 진심인 것이 큰 특색이었다. 다시 말해, 한국은 <삼국지연의>를 '소설'로 읽는 것이 아니라 '역사책'으로 대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정사 삼국지>와 비교분석한 내용이 첨부된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었다. 이는 '만화 삼국지'에서도 비슷했다. 하지만 <고우영 삼국지>는 군사독재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 탓인지 풍자와 해학이 담뿍 들어 있는 것이 특색이었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고우영 삼국지 10> 관점 포인트 : 마지막 10권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보통의 <삼국지>가 제갈량이 죽은 '오장원'을 대서사의 마지막으로 삼지만, 진정한 '삼국지의 대단원'은 사마염의 진(晉) 통일(280)로 보기 때문에 제갈량 사후(234)에도 무려 40여 년이나 더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그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는 우리는 거의 알지 못한다. 나오는 등장인물도 매우 생소해서 분명 <삼국지>인데, '삼국지'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그나마 최후까지 남은 촉의 장수 '강유'가 위나라에 거짓항복을 했다가 반기를 드는 장면을 읽으며 추억을 더듬을 정도다. 그만큼 <삼국지>에서 초반에 등장하는 유관장 삼형제, 조조, 제갈량 등의 인물들의 비중이 큰 탓이다.
그래서일까. 10권의 시작은 이미 지난 편에서 죽은 관우와 장비의 혼령이 '이릉대전'에서 참패를 한 유비에게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새로운 주인공인 '제갈량'에게 한 황실의 회복이란 숙제를 남겨주며 세상을 등지고 만다. 이렇게 10권은 온통 '제갈량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렇게 이야기가 편중되어 흐르는 것이 민망했는지 조비가 헌제를 겁박해서 황제자리를 찬탈하고, 황제에 오르자 친형제마저 죽이는 비정한 모습을 강조하며 '위나라'에 정통성 따위는 없다고 강변하며, 다시 한 황실을 재건하는데 온힘을 다하는 제갈량의 충의로운 모습에 집중 재조명 한다. 헌데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빠르다. 제갈량이 출사표를 낸 것이 5번(6번이란 주장도 있다)인데, 그렇게 오랜 북벌의 과정을 거의 한 번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마초는 아예 등장조차 하지 못했고, 위연조차 마지막 장면에서 겨우 한 컷을 장식할 따름이다. 만약 지면을 조금 더 할애 받고, 연재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껏 그려냈다면 더욱 뜻깊은 수작이 탄생했을 것이나 그건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만화'를 천대하는 사회분위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열악한 제작 환경을 극복하기 힘든 면이 있다. 그나마 'K-웹툰'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 만화의 명맥을 새롭게 일구어 가고 있는 형편이지만, 여전히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 부분에서는 뒤쳐져 있다. 세계적인 흥행을 끌고 있는 <K-POP 데몬 헌터스>와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이 우리 나라에서 제작되지 못하고 있는지만 봐도 단적으로 알 수 있지 않은가. 암튼, <고우영 삼국지>는 10권으로 완간이 되었다. 이렇게 '완간'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고, '올컬러 완전판'으로 다시 재탄생하게 된 것도 엄청난 일인 셈이다.
한편, 앞서 2부의 주인공으로 '제갈량'을 꼽았다. 그렇다면 제갈량의 숙적 사마의는 어떨까? 아쉽게도 이 부분도 너무 빠른 전개로 인해 제대로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숙명의 라이벌로 그려내어 제갈량과 사마의가 무려 5차례나 공방전을 벌이는 장면을 보여주어도 좋고, 오나라의 육손까지 합류해서 서로 치고 받는 지략대결이 정말 볼만 했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그걸 휘뚜루마뚜루 단 한 권 분량으로 스쳐지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유비의 유언을 받들어 끝까지 충의를 다하는 제갈량의 참모습을 잘 그래내었기에 제갈량이 마지막으로 '오장원'에서 죽는 장면은 참으로 클라이막스다웠다. 온 힘을 다해 죽는 그 순간까지 한 나라에 충성을 바치는 모습이 아름다운 까닭은, 그것이 '올바른 일'이었기에 그럴 것이다. 힘의 균형이 위나라로 기울어졌으나, 위나라는 그 힘을 올바른 일에 쓰기는커녕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썼을 뿐, 도덕적명분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 밑에 있던 신하들도 충성을 바치되 '제 잇속'을 챙길 수 있을 때만 충성했을 뿐, 더 큰 잇속을 챙길 기회를 포착하자 서슴없이 '조씨 왕조'를 끝장내고 '사마씨 왕조'를 새로 개창한 것이다. 어찌 혼란한 세상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반면에 '촉나라'는 비록 힘은 없지만 도덕적 명분을 쌓고 '대의'를 빛내면서 권토중래를 꿈꾼 인물들로 가득하다. 유비가 그랬고, 관우가 그랬고, 제갈량도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삼국지>를 읽으며 유관장 삼형제의 고난을 '감정이입'하며 보고 또 보는 까닭이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그렇지 않았는가 말이다. 약소국의 비애로 얼룩진 '지난 100여 년의 역사'는 그야말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고난의 역사였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결코 약소국으로 머물러 있지 않으려 했다.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이라는 세계 초강대국 틈바구니에서도 기죽지 않고, 언젠간 하늘 높이 비상하는 꿈을 꾸며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던 것이다. 거기에 군사독재와 민주주의 탄압이라는 시련까지 더했던 시절을 추억하면서 <고우영 삼국지>를 읽으니 지금 '선진국'이자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면서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나가는 글 : 우리도 한때는 '실리'를 따지며 조조의 편에 서고자 했던 적도 있다. 비록 부도덕하기 이를 데 없고, 자기 한 몸 살리기 위해서라면 '자기 사람'마저 죽이거나 짓밟고 올라서려 했던 그야말로 '패왕'이었다. 오직 힘으로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내세울 뿐이었고, 그 힘을 넘보는 자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잔혹한 짓을 일삼았던 조조다. 그래서 오직 '힘의 원리'만으로 움직이던 국제관계에서 늘 약소국의 설움을 받던 대한민국도 '조조'처럼 힘 있는 위치에 서고 싶어 동경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조조처럼 행동하기에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조조처럼 '실리'를 추구하던 박정희, 전두환 같은 인물들이 '내부의 폭군'으로 군림하는데에만 성공하고, 대외적으로 힘을 발휘하지도 못한채 한껏 위축된 모습만 보여주지 않았던가 말이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에 급급해서 '내부의 반대자'를 척결하는데에는 그토록 패왕처럼 군림했던 이들이었건만 다른 강대국들 앞에서는 힘도 써보지 못하고 쪼다처럼 행동했을 뿐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에서 조조는 인기가 없고, 실리도 챙기지 못하는 캐릭터로 남았을 뿐이다. 반면에 유비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퍼줬다. 비록 이리 치이고 저리 밟히는 '힘 없는 지도자'에 불과했지만, 더 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도덕적 명분'을 쌓고 또 쌓는 소신 정치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대한민국은 자원 빈국이지만 인재를 양성해서 '기술강국'으로 거듭났고, 다른 나라를 함부로 침략한 역사가 없어서 '도덕적 명분'까지 함께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대한민국에서 만든 무기체계는 전세계 어디에 내다 팔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한 위력을 갖췄으면서도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대외적으로 표방해도 전세계는 전적으로 신뢰를 보낼 정도가 되었다. 역사상 이렇게 '도덕적으로 강한 힘을 과시한 나라'가 있었느냔 말이다. 19세기 서구열강은 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저들의 힘을 과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힘으로 전세계 약소국들을 식민지로 삼아 억압과 수탈을 그치지 않았는데, 오늘날 대한민국은 과거의 그 약탈제국들을 압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힘'을 함부로 써서 상대를 굴복시키려 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약소국들에게 '함께 잘 살자'고 손을 내미는 나라가 어디 있었더란 말인가. 단언컨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것이 '유비가 꿈꾸던 나라' 아니었을까? 그리고 제갈량이 그 꿈을 이루려 그리 노력했던 것 아닐까? <고우영 삼국지>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 어릴 적부터 유독 '유비'에게 친근감을 느꼈던 까닭도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