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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7
고우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평점 :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7> 고우영 / 문학동네 (2021)
[My Review MMCCXLV / 문학동네 38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흔네 번째 리뷰는 읽어도 읽어도 재미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 <고우영 삼국지 7>이다. <삼국지> 초반에는 용맹한 장수들이 등장해서 신나게 한 판 승부를 벌이지만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날고 기는 용맹한 장수들 위에 '지략'을 뽐내는 책사들의 한 판 승부가 펼쳐지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게 된다. 특히 제갈량이 등장하면서부터는 그야말로 귀신 같은 솜씨로 적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장면이 펼쳐지면서 <삼국지>를 읽는 재미를 더하게 된다. 적벽대전에서 '제갈량 vs 주유'가 그런 재미를 주었다면, 적벽대전 이후 바야흐로 '천하삼분지계'가 완성되기 직전에 방통이 대활약하는 장면이 펼쳐지게 된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고우영 삼국지 7> 관점 포인트 : 적벽대전에서 제갈량과 주유가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면, 그 준비에 걸맞게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게 해준 결정적 조력자를 꼽으라면 단연 '방통의 연환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제아무리 황개가 용맹하게 화공작전을 펼치고, 제갈량이 동남풍을 불어재꼈다고 하더라도, 조조의 대선단이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꽁꽁 묶어두는 계략을 성공시키지 못했다면 결코 대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방통의 활약이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을 손쉽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방통이 일찌감치 조조의 책사가 되길 거부했고, 손권의 책사도 거절했다. 그리고 남은 한 세력, 유비와 손을 잡고자 한다. 일찍이 유비가 유표의 품에서 '책사'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낮출 시기에 양양 일대의 현자 사마휘가 일러준 말이 있다. "복룡과 봉추 가운데 하나만 얻을 수 있어도 천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복룡은 공명 제갈량을 이르는 말이었고, 봉추는 사원 방통을 이르는 말이었다. 엎드린 용을 '복룡'이라 부르고 어린 새끼 봉(수컷이 봉, 암컷이 황, 합쳐서 봉황)을 '봉추'라 불렀던 것이다. 책사들 가운데에도 젊은 축에 들었기에 그런 별명이 붙었으나 아직 정식 '출사'를 하지 않은 인재이기에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그런 용과 봉이 한꺼번에 유비세려게 합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유비는 천하를 얻게 되는 것일까?
초기에는 순탄하게 진행이 된다. 유기 공자의 사후에도 유비는 계속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형주 땅'에 머물러 있었고, 유비만의 영지를 마련하면 기꺼이 형주 땅을 손권에게 건내주겠다는 약조까지 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유비는 제갈량의 권유대로 '형주의 남쪽 지역'을 차지하러 원정을 떠난다. 궁극적으로 익주를 다스리는 유장에게서 파촉 땅을 얻어야 비로소 '천하삼분'이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 밑천으로 삼기 위해 형주의 나머지 지역을 공략에 나서게 되는데, 유비는 이곳에서 황충과 위연, 마량과 공지 등 여러 인재를 얻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서촉을 향해 진출을 노린다.
여기서 유비는 빈약한 세력이나마 둘로 나누게 된다. 제갈량과 관우, 장비가 형주에 남고, 방통과 조운, 황충 등이 서촉으로 원정을 떠나게 된다. 유비는 새로 얻은 인재들을 이끌고 '자기만의 영지'를 얻으러 떠난 것이다. 하지만 일이 순탄지 못했다. 출정 직전에 손권은 유비에게서 손상향을 데리고 옴과 동시에 유비의 하나 뿐인 아들인 '아두(훗날 유선)'를 꾀어내 납치하여 형주 땅을 뺏으려 들었고, 빈약한 원정대를 이끌던 부군사 방통은 위업을 서두르려다 그만 '낙봉파'에서 죽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비는 '천하삼분'의 한 축으로 홀로서기를 하려 했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다.
나가는 글 : 그럼 방통은 왜 조조나 손권이 아닌 유비를 택했던 것일까? 능력면에서 본다면 '제갈량'보다 못하지 않은 실력자였으니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실력을 뽐내며 출세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연의'에서 그 이유를 찾자면 방통이 엄청난 '추남'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못 생겨서 실력을 뽐내기도 전에 퇴자를 맞았던 것이다. 영화 <관상>을 봐도 얼굴 생김새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였던 듯 싶다. 간추리면 '잘 생겨야' 출세에도 유리했고, '잘 생겨야' 실력을 뽐낼 기회를 주었던 모양이다. 오늘날에도 그런 면이 강하게 작용하는데 옛날에는 오죽했을까?
더구나 조조는 못난 유장을 대신해서 서촉을 갖다 바치려 찾아간 '장송'을 방자한 행동거지 탓을 하며 쫓아내지만, 결국엔 '못 생겨서' 푸대접을 하였다. 그러나 추남이었던 방통도 일찌감치 그런 푸대접을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손권도 적벽대전에서 큰 공을 세운 방통에게 후한 대접을 해줘도 모자랄 판이었지만, 왠일인지 손권은 방통을 마뜩찮아 했다고 한다. '겉모습'만 보고서 정나미가 떨어진다는 핑계를 댔다는데, 암튼 방통은 이래저래 추한 외모 때문에 서러움을 당한다. 그렇다고 유비도 방통을 제대로 대접한 것은 아니었다. 손권에게 퇴자를 맞았을 때 노숙이 이를 안타까워하며 방통에게 유비에게 가보라며 '소개장'을 써주었고, 제갈량도 적벽대전 이후 순시를 떠나기 전에 방통을 만나 '추천서'를 건내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방통이 첫 대면에서 유비에게 그것들을 보여주었다면 서운한 대접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방통은 그것을 내놓지 않고서 유비를 시험에 들게 했다.
유비는 방통을 아주 내치지는 않았지만 아주 작은 고을(계양군 뇌양현)의 현령으로 삼았다. 방통도 서운했을 법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현령으로 부임을 했다. 왜 그랬을까? 자신의 친구(?)인 제갈량에 못지 않은 실력을 뽐내고 싶었던 것 같다. 명성이야 이미 날릴 정도였고, 적벽대전에서는 이미 그 실력을 보여줬지만, 유비와는 첫 대면이었기 때문에 유비도 내심 '외모' 때문에 놀란 듯 싶다. 그래서 마뜩찮지만 명성이 높으니 '실력 검증'에 나선 것일테다. 방통은 실망을 감추고 유비에게 본때를 보여주게 된다. 작은 고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능력치가 한정되었겠지만, 아주 깜짝 놀라게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유비는 그런 방통의 실력을 보고 제갈량과 '동급 대우'를 약속하며 서촉 정벌에 함께 나선 것이다.
헌데 삼고초려까지 하면서 모셔온 제갈량과 실력 검증을 마치고 발탁한 방통은 '유비가 지닌 신뢰도' 면에서 차원을 달리하게 되었다. 유비와 방통이 사사건건 의견이 맞지 않은 것이다. 유비가 서촉에 도착해서 곧바로 유장을 밀어내고 서촉을 차지하는 '가장 쉬운 길'을 택하지 않은 것에 방통은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유비는 서주를 얻을 때도, 형주를 얻을 때도, 도덕을 따지고 명분을 내세우며 극구 사양하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다. 제갈량은 이런 유비를 답답하게 여겼지만 그런 주군의 방식에 따라서 '그에 걸맞는 계책'을 내어 유비와 타협하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방통은 제갈량보다 불같은 성격이었던 모양이다. 달리 말하자면 화끈한 성격이었다. 목적이 분명하면 달성을 위한 지름길을 찾아내고도 질주를 하는 급한 성격처럼 말이다. 그 때문에 못난 유장의 곁을 맴돌면서 느긋하게 '서촉을 공략하는 유비'를 답답하게 여긴다.
딴에는 제갈량과 '동급 대우'를 해준 주군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성과를 서둘렀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조조에게도, 손권에게도 내쳐지고 출세길이 꽉 막힌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만 보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고마움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공을 세우길 서둘렀던 것이다. 그 탓에 '완벽한 계책'을 내어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방법이 아니라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더 큰 이익'을 내어 손실을 만회하는 모험적인 방법을 즐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런 작은 욕심이 방통의 명을 재촉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만일, 서촉 공략에서 유비가 방통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제갈량은 형주에서 손권을 상대하고, 방통은 한중에서 조조를 상대하며 '양동작전'도 써가면서 천하통일을 노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방통이 제 명을 다하지 못하는 불운 때문에 형주를 지키던 관우를 어이없게 잃어버리고, 곧이어 장비도 따라가고, 유비마저 명을 재촉하는 불운이 잇따른 탓에 '천하삼분지계'는 실속 없는 빈 강정마냥 스러지고 말았다. 천하를 도모하기에는 인재와 물자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삼국지>를 매번 읽을 때마다 안타까운 까닭이 바로 이 대목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