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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 이야기 - 생명의 잉태와 탄생에 이르는 81가지 신비로움
안나 블릭스 지음, 황덕령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3월
평점 :
<40주 이야기 : 생명의 잉태와 탄생에 이르는 81가지 신비로운> 안나 블릭스 / 황덕령 / 미래의창 (2026) [원제 : 40 Weeks]
[My Review MMCCXXXVI / 미래의창 4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예순다섯 번째 리뷰는 생명의 신비를 파헤치는 생물학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40주 이야기>다. 46억 지구 역사에서 '생명의 탄생'은 너무나도 신기한 일이다. 광활한 우주에 '지구를 닮은 행성'은 분명히 있겠지만, 아직까지 지구밖에서 생명의 신호를 알려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단 한 곳 '지구'에서만 생명이 탄생을 하고 이제껏 진화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생명 경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토록 소중한 생명인데, 그 생명의 하나뿐인 목숨을 앗아가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멸종'을 입에 올리면서도 경각심을 갖지 못하고, '전쟁'을 일삼으며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각박한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일까? 나는 이 책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40주 이야기>에는 '생명의 잉태와 탄생에 이르는'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걸 읽고 생명의 소중함을 모른다면...각자가 알아서 판단하길 바란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40주 이야기> 관점 포인트 : 처음에 '40주'는 생소했다. 일주일이 7일이니 40주를 곱하면 280일이 된다. 그래도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한 달이 4주니까 40주에 4로 나누니 '10달'. 맞다. 인간의 임신 기간이 바로 '40주'였던 것이다. 이걸 이렇게 어렵게 계산을 하고 난 뒤에야 깨달은 까닭은 이 글을 쓰는 내가 '독신남'이기 때문이다. 전문용어로 '모태솔로'라고 부른다('')외로워요~ 그래서 <40주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 임신한 여성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한 여성이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기까지의 긴 여정을 이야기한 것은 맞는데, 각 주마다 '그 주기'에 맞는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복잡하고 다채로운 심경 변화까지 자세하게 설명함과 동시에 '그 주에' 일어날 수 있는 지구 생명체들의 '생물학적 서사'가 소개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마디로 '생물학' 책이었던 것이다. 온갖 생명들의 소중하고 아름답고 신비한 이야기가 이 책 한 권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각 쳅터를 읽을 때마다 정말 신기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성행위'를 한다는 쾌락적 결과론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무릇 모든 생물의 '성행위'에는 한 생명이 잉태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는 단순한 행위에 불과할 뿐이고, 진짜로 중요한 것은 '성행위, 그 후에 벌어질 막중한 책임감'에 대해 과학적 다큐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 특히 여성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변화 뿐만 아니라 한낱 미물에 불과한 미생물과 박테리아까지도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고, '종족 번식'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기도 하며, 종족의 번영을 위해서 '개체수'를 늘릴 방안을 각각의 종족마다 얼마나 다양하게 보여주는지 새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덮는 순간 경이로운 경험을 했다. 모든 생명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얼마 전에 여동생이 아기를 낳았다. 몇 번의 유산을 겪고 임신을 하기 위해 온갖 아픔을 겪고 정성을 들인 것을 지켜봤기에 더욱 짠했던 것 같다. 여자라면 당연히 임신을 하고, 자연히 출산으로 하고, 저절로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는 줄로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정말이지 각성하길 바란다. 내 여동생은 난임 판정을 받았음에도 수 차례 '인공수정'을 시도했고, 그때마다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서 갖은 고생을 다했다. 수백에서 수천 만원이 드는 고액의 비용도 아끼지 않고 시도를 한 끝에 임신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도 잠시였다. 한 달이 조금 지나서부터 시작한 '입덧'으로 출산을 한 지금까지 '먹토'를 반복하고 있다. 임산부가 먹지를 못하면 뱃속의 아기가 위험할 수 있다는 의사의 얘기에 먹히지도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었지만, 먹는 족족 토를 하는 일을 9달 동안이나 계속했던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다. 산모가 입덧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내 여동생의 경험을 직접 보니 그건 다 뻥이었다. 물론 입덧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산모도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소중한 생명을 뱃속에 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히 경이로운 일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정말 실감했다.
그럼 다른 동물들도 다 이럴까? 각각의 생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종족번식'을 하고 있으니 느낌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대부분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를 해서 한 생명이 잉태되곤 하지만, '자웅동체'라서 별도의 짝짓기를 하지 않는 종도 있었고, '자가분열'을 하는 방식으로, '알'을 낳고 '정액'을 뿌리는 방식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미성체' 상태로 어미 뱃속에서 나와서 어미가 혀로 닦고 고른 길을 이동해서 어미의 젖꼭지에 안착해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방식 등 정말 다채로웠다. 하지만 방식의 차이를 있을지언정 '한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은 정말이지 신비, 그 자체였다.
다시 인간 여성의 임신을 살펴보면, 여성의 몸의 변화는 '생리'라고 부르는 현상으로 인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여성은 생리를 통해서 '난소'에서 하나의 난자가 배출되어 '난관'을 통해 '자궁내벽'에 착상할 즈음에 '질벽'을 지나 '자궁'안으로 헤엄쳐온 정자를 만나지 못하면 '착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궁내벽이 허물어지며 질을 통해 배출하게 되는데, 이를 '생리혈'이라고 한다. 여성은 매달 이런 생리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때 여성의 몸과 마음의 상태는 천차만별이지만 '임신'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공통된 것이다. 이것이 임신을 원치 않는 여성에게는 다행한 일이지만, 임신을 엄청 하고 싶은 여성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과 아픔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생리는 '임신이 아닌 경우'를 뜻하지만, 종종 '유산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자궁내 착상'에 성공하지 못한 난자는 정자와 만나 수정이 되었더라도 '자궁내막'이 임신에 실패한 것으로 간주하고 자궁내막을 부풀어서 허물어지게 만드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자연유산'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신을 하는 일이 그리 만만하거나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란 얘기다.
한편, 임신에 성공해서 제대로 자궁내막에 '착상'을 했더라도 문제는 발생한다. 여성의 뱃속에 잉태한 엄청 숭고하고 경이로운 일대 사건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한 여성의 몸속에 '전혀 다른 생명체'가 여성의 몸속에 '기생'을 하고, 여성의 몸속에서 '생명의 원천'을 갉아먹기 시작한다는 불편한 진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놀라운 것은 이제 막 잉태한 작은 생명은 살기 위해서 '모든 것을 빼앗을 기세'로 덤비고 있고, 작은 생명을 품게 된 여성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기꺼이 모든 것을 내어줄 자세'로 자기 몸을 혹사시키고 있는 것, 이것이 '임신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이 작디 작은 생명체는 '여성의 유전자'를 일부 받았긴 했지만, 엄연히 '다른 생명체'다. 우리 몸은 '면역체계'라는 것이 있어서 자신과 다른 유전자를 가진 이질적인 생명체가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작디 작은 생명체라도 가차없이 박멸해버리는 '방어기제'를 갖고 있지만, 여성은 이런 '방어기제'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억제를 하며 자신의 몸을 오히려 약화시켜버린 상태를 계속 유지시키려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여성을 또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바로 '엄마'라고 말이다.
나가는 글 : 모든 생물들은 이런 신비한 과정을 겪으며 새끼를 낳고 기르며 종족을 번식시키며 살아간다. 인간도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 모든 생명이 소중하고 아름답고 때론 기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이런 신비롭고 경이로운 생명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일까? 지금도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은 인간들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불타고 있다. 그 빽빽한 밀림속에서 살고 있는 생명들이 얼마나 터전을 잃고 절멸해 갔을 것이냔 말이다. 몇 년 전에 호주에 대형산불이 일어났을 때에도 코알라와 캥거루 등이 화마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불타 죽는 것을 봤다. 기후위기가 불러온 재앙이었고, 그 기후위기를 불러온 것이 바로 인간의 욕심 때문 아니었냐는 말이다. 하물며 특정한 생물은 숙주로 삼고 살아가던 '바이러스'가 그 생물이 속절없이 사라져가고 있는 열악한 환경에 처하자 끝내 '인간의 몸'까지 숙주로 삼고자 침투했다가 지구상의 인간을 한순간에 대멸종시킬 뻔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어땠는가 말이다. 야생동물이 살아갈 터전마저 남겨두질 않고, 굳이 잡아먹지 않아도 될 야생동물까지 먹어버리는 만행이 결국 '인수공통감염'이라는 죽음의 고리를 연결시켜버렸고, 그로 인해 전세계가 한동안 공포속에서 살아갔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생명을 경시하고 있기에 벌어진 일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은 하찮게 보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울좋은 미명은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 만약 인류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습속을 버리지 못한다면 결국 '여섯 번째 대멸종'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생명 탄생의 신비와 경이로운 잉태의 과정을 지켜본다면 이런 나쁜 습속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인류의 번성을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는 '여성'과 '임신, 출산, 육아'라는 카테고리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생명을 품고 '엄마'로 변해가는 여성이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살만한 사회로 변해갈 것이다. '여성도 살기 좋은 사회', '여성까지 살기 좋은 사회', '여성도 살기 좋은 사회'가 진정 살기 좋은 사회이며,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여성과 남성이 노력과 서로를 향한 배려가 넘친다면 분명히 '우리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여성이 절멸한 사회', '여성이 외면한 사회'는 결코 살아남지 못한다는 너무 뻔한 진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이 모든 '만병통치약' 같은 일이 이 책 <40주 이야기> 한 권에서 시작할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즈음에는 그 믿음이 생길 것이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게 될 것이다. 왜냐면 '생명의 가치'가 다르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 느낌이 그렇다. 모든 생명은 다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신도 분명히 그럴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