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그런 사랑
이레 지음 / 웨잇포잇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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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쯤은, 그런 사랑> 이레 / 웨잇포잇 (2026)

[My Review MMCCXVI / 웨잇포잇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마흔다섯 번째 리뷰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인스타그래머 이레의 수필책 <한 번 쯤은, 그런 사랑>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는 일이 바로 '자기가 쓴 글을 책으로 출간하는 일'일 것이다. 나도 그런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살짝 전형을 해서 온라인 월간 잡지를 편찬하는 것으로 그 꿈을 대신하고 있지만, 죽기 전까지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내가 쓰고, 내 이름 석자를 박아 넣은 '종이책'을 출간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책이 가득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는 이레 작가를 응원하고 싶다. 내가 쓰고 있는 <책이 있는 구석방>이란 이름의 뜻과도 일맥상통하니 말이다. 그럼 <한 번 쯤은, 그런 사랑>에 풍덩 빠져보자.

<한 번 쯤은, 그런 사랑> 관점 포인트 : 에세이가 대부분 그렇지만 상당 부분 '개인적인 경험'이 담겨 있다. 특히나 '사랑'이란 주제라면 그렇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물론 짐작이지만 이 책의 상당 부분도 '작가의 경험'에서 나왔으리라. 그것도 찐한 사랑을 말이다. 그런데 사랑이란 것이 찐하면 찐할수록 아름다울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에 사랑만큼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사랑 한 번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정말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은 현실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것은 동화속이나 영화, 드라마 속에서 '한정된 등장인물' 사이에서나 가능할 법하지, 현실에서는 그런 '운명적이고 격정적인 사랑'은 있을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제목처럼 <한 번 쯤은...> 누구나 '그런 사랑'을 해봤을 거라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읽다 보면 '다 식은 사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이미 지나고 끝나버린 '옛 추억'속에서나 머릿속에 떠오를 듯한 그런 다 지나버린 과거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격정적이고 앗! 뜨거운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그럼 그런 다 식은 사랑이야기를 뭔 재미로 읽을까? 그런데 그런 얘기에 솔깃해하는 게 사람의 심리다. 여고생들이 '첫 사랑 이야기'에 솔깃해하는 까닭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정작 당사자는 '진행형'인 사랑을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진행형인 사랑에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에 한창 빠졌을 때에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눈에 뵈는 것도 없을 텐데 이야기할 꺼리도 찾지 못할 것이고,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 콩닥콩닥 뛸 텐데 어떻게 차분하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결국 세상 모든 사랑이야기는 다 '지나버린 옛 추억'일 수밖에 없다. 그게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말이다.

사실 우리는 '해피엔딩'을 바란다. 가슴 절절했고 뜨거웠던 '그 순간'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 결실로 이루어진 사랑이 여기 지금 존재하고 있는 '연인'이길 누가 바라마지 않겠는가. 그런데 사랑노래가 히트를 하려면 '실패한 사랑'이어야 한다는 공식처럼 세상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대박을 치려면 결국 '다 이뤄진 사랑이야기'는 안 된다. 세상이 다 무너지고, 다 부수고 싶고, 다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여야 귀에 솔깃해질 것이다.

그런데 이 책 <한 번 쯤은, 그런 사랑>에는 그런 실패한 '사랑공식'조차 없어 보인다. 가슴 절절한 이별도 아닌 그저 그런 평범한 이별 이야기만 담담히 이어질 뿐이다. 웬만큼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 쯤 겪어보았을 그런 아픔 말이다. 한편으론 쿨하지 못한 사랑에 미안해지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쿨한 사랑'은 또 뭐란 말인가? 매순간 솔직하고 투명한 사랑이 '순수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사랑에 대해 잘 모를 때 '순수하다'고 말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순수한 사랑'을 할 때에 상대의 마음을 가장 많이 후벼파고 아프게 만든다. 그러다 사랑에 '능숙해졌을 즈음'에는 이미 사랑이 저 멀리 떠나가고 식었음을 느끼곤 한다. 그렇게 '익숙한 사랑'에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사랑'에 가슴 설레는 게 일상적이다. 사랑은 언제나 그렇게 잘 들어맞지 않는다.

나가는 글 : 사랑은 어렵다. 그렇기에 완벽한 사랑은 있을 수 없다. 지지고 볶고 쓰라리고 시린 감정의 연속이고 지속이기도 하다.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와 온갖 풍파를 다 견디고 나서야 찐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말이다. 이 책 <한 번 쯤은, 그런 사랑>은 그 수많은 엔딩들 사이에 어디쯤에 있는 '그런 이야기'다. 누군가는 세련된 이야기가 아니라서 실망할 수도 있고, 취향에 맞지 않아서 별로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이 책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너무 평범하고 그저 그런 느낌이 날 수도 있지만, 때론 그 평범함 속에서 찐 사랑을, 때론 아픔을 맛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드라마틱한 러브스토리에 익숙해져서 가슴 웅장한 그런 사랑이야기에 목말라 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사랑은 많이 다르다. 때론 쪽팔리고, 때론 찌질한 사랑에 낯뜨거워지는 순간도 있다. 아니면 너무나도 평범해서 너무 밋밋하다 못해 밍밍한 사랑에 허탈해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다 사랑이었음을 다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그게 내가 해봤던 사랑이었음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너도?", "나도!"를 속삭일 수 있는 그런 에세이다. 과거에는 정말 보고 싶던 사랑이었지만, 그런 사랑일수록 절대 뜯어 보면 안 되는 '판도라 상자'속에 감금된 옛 추억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가슴 설레며 활짝 열지는 말자.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만 몰래 슬쩍 열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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