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2
고우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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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2> 고우영 / 문학동네 (2021)

[My Review MMCCIX / 문학동네 28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서른여덟 번째 리뷰는 기상천외한 해석을 보여준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2>다. 앞서 1권 리뷰에서 애초에 '정본'이 없는 <삼국지>에서 '신선한 해석'보다 즐거움을 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2권에서도 그러한 신선함은 여전히 돋보이며 이런 '해석'을 70년대'에 이미 해노았다는 기발함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정말이지 고우영 화백은 천재가 분명하다. 그 엄혹한 군사독재시절에도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비평을 담아낼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진정 용감한 분이기도 했다. 그럼 2권 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2> 관점 포인트 : 먼저 차례를 살펴보면, 4장 '늑대 여포와 돼지 동탁', 5장 '미녀 초선과 트라이앵글', 그리고 6장 '파란만장한 간웅 조조'다. <삼국지>를 좀 읽어보신 독자라면, 이쯤해서 주된 줄거리는 '조조'가 동탁 암살에 실패하고 낙향하며 '여백사 살인 사건'을 일으킨 사건으로 시작해서 사도 왕윤이 자신이 아끼던 '초선'을 앞세워서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 시키는 '연환계(일명 '미인계')'를 써서 동탁 암살에 성공한 사건까지 이어지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여기서는 아쉽게도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인 '장비'의 서민적인 영웅담을 엿볼 수 없었다. 6장에서 조조의 아비가 서주 도겸을 만난 뒤에 황건적의 잔당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그로 인해 조조가 도겸을 토벌하려는 과정에서 '유관장 삼형제'가 잠시 등장하는 것뿐이기에 그렇다.

암튼, 2권에서는 주된 줄거리가 2가지인데, 하나는 '여백사 일가족'을 몰살시킨 조조가 거병에 성공하여 진류땅에 정착하지만, '여백사의 저주(?)'로 인해서 조조의 아비도 허무하게 도륙 당한다는 업보(카르마)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또 하나는 초선이 제 한 목숨을 내놓고서 벌이는 '연환계(이간질)'로 인해 동탁이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너무 평범한 스토리라인일 뿐인데, 그럼 뭐가 '천재적 발상'이고 '날카로운 비평'이란 말인가?

그건 다름 아닌 '조조'를 진정한 악인으로 만들어놓은 '여백사 일가족 살해' 사건을 조조의 아비가 '황건적 잔당에 의한 도륙'으로 연결하는 스토리라인을 짰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권선징악적 결말'에 해당하는 우리식 도덕윤리의 결정판을 <삼국지> 속에도 오롯이 담아 놓은 것이다. 즉, 선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귀결을 고전 중의 고전인 <삼국지>에도 담아 놓았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 고전속에서는 '권선징악'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모략'이라고 해서 서로 속고 속이는 거짓과 날조만이 난무할 따름이다. 그속에서 우리가 건질 교훈 따위는 '사람 쉽게 믿지 마라'는 것뿐이다. 이는 오직 '힘의 논리'만을 강조할 뿐이다. 힘쎈 이는 남을 속일 필요도 없고 '정정당당(?)'하게 밀어붙이면 저절로 얻게 되지만, 힘이 약하면 '지혜'를 써서, 다시 말해, 상대를 속여서 이익을 얻어내면 그뿐이라는 '경제적인 동물적 본성'만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에 착하게 살아야 한다. 도덕적인 행동만 일삼아야 한다는 교훈 따위는 일절 없는 셈이다. 그런데 대표적인 중국 고전 <삼국지>에 권선징악이라는 코드를 심어두었다. 조조의 아비가 속절없이 도륙을 당한 것은 '조조'가 악행을 일삼았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말이다. 여느 <삼국지>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교훈인 셈이다.

한편, 사도 왕윤과 초선이 꾸민 연환계에 걸려든 동탁과 여포는 속설없이 계략에 당하고 만다. 하지만 연환계의 핵심은 '알고도 당한다'는 것인데, 도대체 동탁과 여포는 어찌하여 계략인 걸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는가? 그건 다름 아닌 '초선의 미모'가 너무도 예뻤기 때문이다. 사실 '초선'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나관중이 살던 시기 이전부터 널리 퍼진 이야기속 미녀인 '초선'을 <삼국지연의> 속에 슬쩍 끼어넣은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명대 이후에는 <삼국지> 속의 미녀는 으레 '초선'으로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그럼 고우영은 초선을 어떻게 <삼국지> 속에 살려냈을까? 사실 한 여자를 두 남자에게 던져주고 서로 질투와 시기를 벌이게 만드는 '삼각관계'는 너무 흔한 스토리일 것이다. 그렇게나 식상한 이야기인데도 늘상 이런 이야기에 솔깃한 까닭은 바로 '여자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예뻤길래 알고도 속았느냐는 것이다. 그걸 고우영 화백이 '에로티시즘'으로 아주 그냥 녹진녹진 녹여버린 셈이다. 사실 여포가 아무리 바보라도 '(양)아들의 혼례를 주선하기 위해서 며느리 될 여자를 데려다가 한 달이 넘도록 감춰두고 있다'는 사실 앞에 속아넘어갈 순딩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포는 동탁 앞에서 '호위무사' 행세를 하며 '초선'을 바라보기만 할 수 있었을까? 차라리 그쯤 되면 여포도 '여자 한 명'을 포기하고 권세를 누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고우영 화백은 그럴 때마다 '초선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여포의 마음에 불꽃을 활활 태우게 만든다. 한마디로 "너무나도 원통해요. 나 초선은 여포의 여자인데, 돼지같은 동탁에게 몸을 망치고 이제 죽는 일만 남았다"는 메시지를 얼굴 표정, 손짓 한 번으로 여포에게 전한 것이다.

사나이 중의 사나이 여포가 이런 초선을 두고서 포기할 수 있었겠는가? 그냥 한 달음에 방천화극을 꼬나쥐고 동탁을 죽이고도 남았으리라. 이걸 곁에서 눈치챈 동탁의 사위 '이유'가 큰일 나겠다싶어서 동탁에게 옛 고사를 일러주면서까지 코칭을 하며 동탁에게 '여자 한 명 vs 온 천하'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조언하게 된다. 동탁도 멍청이가 아닌지라 '초선'을 여포에게 주고 자신은 '천하'를 취할 것이라 다짐을 하지만, 초선은 그 사실을 알고나자 '열녀 행세'를 하며 동탁 앞에서 자결을 하는 쇼를 펼친다. 늙은 남자는 자신이 젊은 육체를 만족(?)시켜 줄 수 없음을 서글퍼하며 놓아주려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젊은 육체가 늙은 자신이 아니면 앙댄다고 앙탈을 부리며 달겨들면 늙은 남자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젊은 육체' 하나만을 빼앗기지 않으려 드는 것이 '필연적'이다. 동탁이 딱 그짝이었던 것이다. 이걸 고우영 화백이 너무나 잘 그렸다. 속된 말로 '심금'을 울린 셈인데, 정말이지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화끈하고 가슴 방망이가 두근세근 뛰면서 "나 아직 안 죽었어요"라는 빵빠레를 울릴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천재적인 발상'은 초선이란 여인이 행한 애국적인 공로가 어떻게 가능했냐는 궁극적인 물음에 해답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제 막 열여섯 살 먹은 어린 여자가 '나라사랑'이 무엇이며, 국가 공직의 자리에 올랐던 적도 없는데 '한 황실'에 충성을 다 바쳐 역적 처단에 앞장 서겠냐는 것이다. 아무리 아버지 같은 '왕윤의 부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자기 인생'이 망가지는 것인데, 그게 쉽게 될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우영 화백은 이 원천적인 힘을 '초선의 첫사랑'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즉, 사랑하는 사람의 부탁이니 쉽게 거절할 수도 없었고 아무리 큰 고통이 따른다해도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사랑의 힘이다. 그렇지만 '왕윤과 초선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어떤 이는 초선이 '왕윤의 친딸'이라고도 하고, '왕윤의 수양딸'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초선은 왕윤에게 '딸 같은 존재'였기에 둘 사이의 애뜻한 마음은 있을지언정 '현실적인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런데 사도 왕윤은 나라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고, 열여섯 살 초선은 연인의 고충에 자기 마음도 심란해졌다. 그런데 연인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바로 '미인계'를 써서 동탁을 암살하는데 성공하면 왕윤의 큰 고심이 해결될 수 있단다. 이걸 어찌 안 할 수 있었겠느냔 말이다. 그리고 왕윤과 초선의 사랑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동탁 암살 이후 '왕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사실 동탁이 제거되더라도 '정국 안정'을 위해서 천자를 안정적으로 옹립하고, 세력을 길러 주위를 태평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데 왕윤은 동탁 암살 이후 '급발진'을 하면서 동탁의 잔당을 척결하는데 앞장선다. 바로 '이각과 곽사' 등을 포섭하지 않고 처단하는데 열을 올린 것이다. 물론 충성심에 그럴 수는 있겠지만, 당장 '군사적 힘'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슨 수로 역적 토벌에 나선단 말인가? 그 결과 이각과 곽사가 천자를 손쉽게 탈취(?)했고, 왕윤은 그 자리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자살'을 하고 만다. 그 똑똑하던 왕윤의 마지막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말이다. 왕윤이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실책을 한 까닭을 다름 아닌 '사랑하는 여인, 초선의 죽음'에서 찾으면 답이 되지 않을까?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이게 너무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다. 정말이지 기발한 발상이다.

나가는 글 : 오늘날의 독자들이 보기에는 '이미 알고 있는 뻔한 스토리'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원작'은 고우영 화백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지만, <고우영 삼국지>는 1978년 작이다. 대한민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던 <이문열 평역 삼국지>도 고우영 화백의 스토리에서 영감을 받았고, 영향을 받아 탄생한 셈이다. 그렇기에 <고우영 삼국지>도 필독서의 반열에 올라야 마땅하다.

다만,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들에게 권장하기가 민망하다. 에로틱한 대목이 많이 연출되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그림체'가 직설적으로 야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그런데 이게 더 야하다. 사실 '야함'이라는 것이 대놓고 벗기고 드러내는 것보다 '보일 듯이 안 보이는 것'이 훨씬 더 에로틱하기 때문이다. 이걸 전문용어로 '감칠맛(!)'이라고 하는데, 미각 중에서도 단맛, 쓴맛, 신맛, 짠맛보다 훨씬 입안에서 황홀한 느낌을 주는 맛이 '감칠맛'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조차 '다섯 번째 맛'으로 감칠맛을 정식 등록해야 한다고..쿨럭쿨럭. 3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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