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
고우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 고우영 / 문학동네 (2021)

[My Review MMCCVII / 문학동네 27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전문리뷰지 <책이 있는 구석방> 서른여섯 번째 리뷰는 대한민국 '만화 삼국지' 가운데 최고봉을 자랑하는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이다. 나는 고우영 화백이 2005년에 별세하셨을 때, 화백의 유작들을 탐독했었는데, 벌써 20년이 훌쩍 흘렀다. 그런 의미로 해마다 연초가 되면 늘상 읽던 <삼국지>였기에 올해는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부터 다시 읽어볼 작정이다. 새삼 다시 읽으니 예전에 읽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롭게 다가왔다. 1978년에 신문에 연재를 시작했다지만 당시에 유년 시절을 보내던 내가 읽었더라도 뭔 내용인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다 90년대에 들어서 '단행본'이 나왔기에 틈틈이 보다가 새천년이 넘어서 결국 화백께서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읽기 시작했었다. 당시엔 만화책 사볼 돈도 궁하던 시절이었고, 한창 먹고 사는데 바쁘다보니 책을 들여다볼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5년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을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던 즈음에 화백의 별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고우영 화백의 만화책은 좀 유별나게 다가온다.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 관점 포인트 : 80년대, 90년대까지만 해도 '올컬러 만화'는 참 드물었다. 거의 대부분 '흑백 만화'였고, <소년 챔프>나 <아이큐 점프> 같은 '주간 만화잡지'의 표지나 일러스트 정도가 컬러로 나오던 시절이었다. 참 대한민국 최초의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을 잊을 뻔 했다. 한 권에 500원이나 하던 ㅎㅎ. 암튼 <고우영 삼국지>도 처음엔 흑백으로 먼저 접했다. 그런데 역시 만화는 '컬러판'으로 봐야 한다. 그래야 한 눈에 싹 들어오고 '손글씨'가 아닌 '서체'로 프린팅이 되어 '가독성'도 대단히 높아졌다. 특히나 고우영 화백의 손글씨는 깨알같기로 유명해서 읽을 때 애를 먹기 일쑤였다. 암튼 흑백판이 아닌 '문학동네'에서 새로 출간한 올컬러판이 훨씬 좋다는 점을 밝힌다.

암튼 <삼국지>는 '정본'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늘날에는 나관중이 직접 쓴 판본이 전해지지도 않으며, 굳이 '원본'이니, '정사'니, '완역본'이니 따지며 읽을 필요도 없다. 왜냐면 아무 것이나 읽고 즐기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으려면 '10권의 분량'이라는 압박감에 수많은 <삼국지> 가운데 하나만 골라서 읽어보려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팁을 줄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색이 '보수 성향'이라면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권하고, '진보 성향'이라면 <황석영 정역 삼국지>를 권한다. 또한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라면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원전 완역판>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신판이자 완성도를 추구한다면 <박상률 완역 삼국지>를 추천한다. 이 넷 중에 하나만 골라 읽어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삼국지>의 원전격은 다름 아닌 <고우영 삼국지>가 되겠다. 실제로 읽어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고우영 삼국지>를 읽다보면 '이문열'을 읽는 느낌도 나고, '황석영'을 읽는 느낌도 나며, '요시카와 에이지'를 읽는 듯 하면서도, '박상률'의 신작을 읽는 느낌도 나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슨 까닭이냐면 <삼국지>를 읽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이 '해석'이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는 '요시카와 에이지'가 쓴 <삼국지>가 가장 먼저 출간했지만, 이조차 '중국 판본의 삼국지'를 일본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소설이다. 그걸 참고 삼아 한국의 고우영 화백이 '한국 독자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을 가미했고, 그걸 바탕으로 '이문열 평역', '황석영 정역', '박상률 완역'의 순서로 펴냈다. 물론 각각 '저본'으로 삼은 책들은 다르지만 역시나 <삼국지>는 '해석'이 묘미인 셈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반 독자라면 '재미'를 추구하기 마련이고, <삼국지>의 재미는 색다른 해석이 가미되어야 읽을 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색다른 해석의 재미를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판본은 역시나 <고우영 삼국지>를 꼽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고 고우영 화백이 얼마나 촌철살인의 해석을 가미했던지, 연재 당시에 군부독재정부의 '검열'에 원본이 누더기가 될 정도였다. 검열 기준은 첫째, 야하면 안 되고, 둘째, 사회비판은 허용 안 되며, 셋째, 욕설이나 비속어도 불허했다. 이를 달리 말하면 <고우영 삼국지>는 80년대 기준으로 충분히 에로틱 했고, 독재정부 비판의식이 가득했으며, 사회적으로 억압된 불만욕구의 분출을 하기 위해 속시원한 욕설과 비속어 등을 마구 사용했다는 점이다. 물론 오늘날의 시선으로 본다면 전혀 에로틱하지도 않고, 군부독재를 겨냥한 비난이 맞나 싶고, 욕설이라기보다는 어느 지역의 구수한 사투리를 적어놓은 듯 싶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서 언뜻 눈에 띄지 않지만, 당시를 살아본 독자라면 그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수위조절 실패'였기 때문에 검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엄혹한 시절이었음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현재는 '무삭제판'으로 그 모든 풍자와 해학을 다 엿볼 수 있다. 이런 풍자와 해학에 대한 내용은 후속편에서 좀더 심층적으로 다뤄보겠다.

나가는 글 :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 1>의 차례는 1장 '황건당 (Yellow Club)', 2장 '도원결의', 3장 '십상시의 난과 네로 동탁'이다. 흔한 <삼국지> 스토리라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만의 특색은 없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다른 <삼국지>에서는 이 대목에서 주인공으로 다름 아닌 '유비 현덕'을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어지러운 난세에 영웅이 탄생했는데, 그 이름이 유비이고, 그는 중산정왕의 후예로 무너져가는 한 황실을 다시 일으켜 세울 불세출의 영웅이 납시니 모두가 주목하시라...라면서 일장 연설조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가는데 반해서,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단연 '연인 장비'가 주인공이다. 황건당이 등장하기 이전에 '장비'가 돼지고기를 팔며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도원결의를 맺기 위해 '장비'가 유비를 찾아나서며 질질 끌고가다시피 한다. 십상시의 난으로 어지러운 형국에서 탁현 누상촌에서 모병을 한 뒤에 거병을 주도한 것도 '장비'가 되겠다.

그럼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왜 유비가 아니라 '장비'를 주역으로 내세운 것일까? 그건 다름 아니라 '삼국지'를 서민 중심적인 관점에서 재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황건당이 왜 일어나게 되었단 말인가? 백성들이 먹고 살 길이 막막하자 도적떼가 되어 난리가 난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대부분의 <삼국지>는 그런 백성들의 고충을 이야기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엉뚱하게도 '온갖 영웅들'을 등장시켜 영웅들의 활극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렇지만 <고우영 삼국지>는 그렇지 않다. 시종일관 못 먹고 못 살겠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가난한 백성들의 이야기'를 연이어 풀어낸다. 그리고 이런 빈곤한 백성들의 고충을 제대로 들어주는 이를 '진정한 영웅'으로 추켜세우고, 그렇지 못한 영웅들은 '난세의 간웅'으로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이런 구도로 읽으면 <삼국지>에서 왜 유비가 진정한 영웅이고, 조조가 난세의 간웅인지 여실히 증명이 되지 않느냔 말이다. 이게 정말 '신의 한 수'다. <고우영 삼국지>를 읽는 맛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식이기에 '고달픈 백성들'을 위한 행보를 걷지 않은 여러 군웅들은 뛰어난 능력을 갖췄어도 한낱 필부이거나 악당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다. 황건당의 장각이 그렇고, 치세의 능신으로 평가받는 조조도 그렇고, 4대에 걸쳐 재상을 누렸던 원소도 그렇고, 혼세에 대담한 능력을 발휘한 손견도, 이리 같은 야욕만 가득한 동탁도, 의리도 없이 배신만 일삼는 여포도,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데도 권력과 금은보화에만 관심이 쏟던 십상시와 하진 남매, 수많은 고관대작들, 심지어 영제, 소제, 헌제까지 죄다 무능한 필부이거나 악질적인 악당에 불과한 것이다. 오직 딱 하나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만이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저 몸을 일으켰으니 대단한 영웅일 수밖에 없다는 아주 명약관화하고 이해하기 쉬운 플롯 전개가 아니겠는가.

이는 다른 <삼국지>에서는 제대로 맛볼 수 없는 참맛이다. 그 덕분에 여타의 <삼국지>에서는 이놈도 영웅 같고, 저놈도 영웅 같고,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으로 읽히고 만다. 앞서 말한 악당과 영웅의 경계가 분명해야 <삼국지>를 읽는 진정한 맛이 날텐데 여타의 <삼국지> 등은 이런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난세의 영웅들의 모험담'에만 치중한 셈이라 읽다보면 어느새 '도탄에 빠진 백성들'이 독자의 시선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런 까닭으로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가난한 서민들의 말과 행동을 '대변'하는 인물로 장비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다. 이 책에서 '장비의 말과 행동'은 다름 아닌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목소리이고 사회비판을 하는 핵심 포인트다. 이걸 놓치지 않는다면 <고우영 삼국지>를 제대로 읽은 것이 될 것이다. 2권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