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타마 1 - 이스트랜드의 위기
이우혁 지음 / 비룡소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고타마 1 : 이스트랜의 위기>  이우혁 / 비룡소 (2012)

[My Review MMCLXVI / 비룡소 7번째 리뷰] 이우혁 작가의 소설을 어린이책 전문출판사인 '비룡소'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물론 비룡소에서도 '세계문학전집' 같은 것을 선보였고, 어린 독자들만 읽기 좋은 '축약본'이 아닌 전체 내용을 다 실은 '완역본'을 출간하는 출판사이기에 '한국형 판타지 소설'을 써낸 이우혁 작가와 아주 어울리지 않는 출판사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비룡소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성장 소설'을 주로 펴낸 출판사이기에 <퇴마록>으로 유명한 이우혁 작가가 '성장 소설'을 쓴 것을 솔직히 믿기 힘들었다. 이런 의아함을 갖고 책을 펼쳐 들었는데 나름 '성장 소설의 기본 골격'을 갖춘 판타지 소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 <고타마>를 '어린이책'으로 분류하지 못했다. 분명 '성장'하는 주인공이 등장하긴 하는데,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책의 주인공 '듀란 왕자'는 이미 완성형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비록 '듀란 왕자'는 초기에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능력'도 성장하고, '자기정체성'도 갖춰나가며, 무엇보다 자기만의 가치관을 형성하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사명'에 눈을 떠서 온 세상을 폭력과 혼돈으로부터 구해내는 막중한 임무를 달성하지만, 가장 중요한 '난이도 조절'에서 실패를 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어린이, 청소년 독자들이 읽고 꿈과 희망을 키우기에는 너무 고난도의 지식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수준 높은 지혜를 발휘해야만 '고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고타마]라는 존재의 역할이 상당히 부담스럽게 다가온 탓이 가장 크다. 그리고 심지어 제목조차 <고타마>인데, '고타마'라는 존재가 등장하기까지 서론이 너무 길다. 1권의 중반을 넘어서야 겨우 등장을 하고, 또 '고타마'를 설명하는데 나머지 절반의 분량을 몽땅 할애하고 있다. 물론 2권이 있다지만, 이런 식이라면 2권에 넘어가서도 재미와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고타마의 제한된 능력'을 풀어낼 고난이도의 지식같은 수수께끼부터 풀어야 할 판이다.

과연 그 수수께끼같은 '제한 조건'이 무엇인가? 첫째,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힘만 원할 수 있다. 둘째, (첫째 조건에 위반되지 않는 한) 스스로가 확실히 깨닫고 아는 힘만 원할 수 있다. 셋째, (첫째와 둘째 조건에 위반되지 않은 한) 이전에 사용했던 힘보다 더욱 강한 힘만 원할 수 있다. 이렇게 3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 횟수나 능력에 아무런 제한이 없이 쓸 수 있는 능력이다. 요술 램프의 정령이 들어주는 '소원'을 비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3가지 소원'만 들어준다고 제한을 했는데, 원래의 <아라비안 나이트> 원작 속에선 '횟수 제한'은 없었다. 다만, 살인을 하거나 '로크'라고 불리는 커다란 새(램프의 정령 지니의 천적)와 관련된 소원은 들어줄 수 없다는 제약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제약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타마의 능력'은 사실 너무 쓰기 힘들고 어렵다. 뭐, 1번째 소원(?)은 사실상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이전에 사용했던 힘보다 더 센 힘을 원할 수 있다는 조건에 위배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구체적으로 알고 확실히 이해한 힘'만 원한다면 어떤 힘이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우혁 판타지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악당으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너무 쎄다는 것이 문제다. <고타마>에서는 '크롬 대륙'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설정되어 있는데, 이 대륙에 존재하는 5개의 왕국이 있다. 동쪽의 '이스트랜드', 서쪽의 '엘란 왕국', 중앙의 '나이엔 왕국', 남쪽의 '우스갈타 왕국' 그리고 북쪽의 '콜드스틸 왕국' 말이다. 그런데 '크롬웰'이라는 악당이 등장해서 삽시간에 '콜드스틸 왕국'을 점령하더니, 이 왕국에서 엄청난 괴물과 마물을 앞세워서 '나이엔 왕국'을 멸망시켜버리고, 곧이어 콜드스틸의 괴물 군대를 토벌하고 엘란 왕국을 위기에서 구원하기 위해서 '이스트랜드 왕국'의 울프블러드 왕족의 왕과 왕비, 그리고 제1 왕자까지 총동원해서 출정했는데, 전투다운 전투도 해보지 못하고 몽땅 포로로 잡혀버리고, 엘란 왕국과 우스갈타 왕국을 파멸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괴물 군대가 '이스트랜드 왕국'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력 군대가 모조리 궤멸된 상태에서 거의 무방비에 가까운 '왕궁 수비'를 해낼 수가 있었을까? 이런 일촉즉발, 풍전등화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발휘된 '고타마의 첫 번째 능력'이 무엇이었을까? 두 말 할 것도 없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자, 첫 번째 '힘'을 괴물 같은 적의 군대를 한순간에 섬멸 시켜버리는 능력으로 써버렸다. 그럼 두 번째 '힘'을 쓰기 위해서 어떤 제약 조건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일단 '엄청난 힘'보다 더욱 강력한 '더 엄청난 힘'을 상상해내야 한다. 그런데 두 번째 조건 때문에 무턱대고 '알지도 못하는 상상'을 발휘해서는 고타마의 힘을 발동시킬 수가 없다. 분명히 깨닫고 이해한 힘만 상상해야 한다. 더구나 세 번째 조건 때문에 처음에 '물리적인 힘'을 썼다면 앞으론 '물리적인 타격'을 하는 능력은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이를 테면, '닿기만 해도 부숴버리는 검이면서 스스로 알아서 싸울 수 있는 검'이란 능력을 처음에 발휘했다면, 다음에는 '물리적이면서 자율적으로 발휘되는 힘'은 두 번 다시 쓸 수 없게 된다. 더구나 처음에 단단한 바위 같은 골렘을 단숨에 가루로 만드는 힘을 발휘했으니, 다음엔 '이보다 더 강한 힘'을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려야 하는 것이다. 과연 이런 제약을 초월하는 힘을 '몇 번'이나 발휘할 수 있을까?

이런 '고타마의 힘'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말았다. 그래서 중점적인 이야기 전개는 '악당의 등장'으로 인한 크롬대륙 왕국의 존폐 위기가 발생했고, 이를 막기 위해 출정한 최정예 군대가 단 한 번의 전투로 궤멸되고 포로로 잡혀 괴물들의 노예로 전락한 처지가 되었다. 그리고 이 괴물 군대가 우리의 주인공 '이스트랜드의 울프블러드 왕족의 제2왕자, 듀란'이 머물고 있는 왕국으로 삽시간에 쳐들어오게 된다. 수많은 골렘 군대에 속수무책으로 파괴되는 이스트랜드의 왕궁. 그리고 아무런 능력도 없어서 도망가는 '듀란 왕자'. 그런데 우연한 만남(?)으로 듀란 왕자는 '고타마의 힘'을 발휘하는 존재와 마주하게 되고, '고타마의 힘'으로 골렘 군대를 물리치게 된다. 여기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지만, 역시나 '고타마의 힘(?)'을 발휘해서 해결하고, 이런 괴물들을 군대로 써먹는 원흉인 '크롬웰'을 물리치기 위해 '콜드스틸'로 원정을 나서게 되는 것으로 1권의 내용이 마무리 된다.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공격 당하고 반격하는 것으로 줄거리가 끝났다. 그리고 나머지 분량은 '고타마의 힘'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고민하는 내용으로 꽉 채웠다. 이런 식이라면 2권에서도 그리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어떤 괴물 같은 적과 마주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적들이 결코 많이 등장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고타마의 힘'이 발휘되기 위한 조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타마의 힘'이 몇 번 발휘되지 않을 것이며, 그리고 그 힘이 발휘되기까지의 부연설명이 뒤따를 것이 분명하다. 내가 이우혁 스타일 너무 잘 알지 않은가. 이 작가님은 그야말로 TMI(too much information)다. 뭐, 그 '디테일'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과연 2권에서 '그 매력'이 더욱 빛을 발휘할 수 있을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을 작정이다. 기대가 크면 뒤따를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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