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 동화를 꿀꺽해버린 꿀잼 심리학
류혜인 지음 / 스몰빅인사이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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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 동화를 꿀꺽해버린 꿀잼 심리학>  류혜인 / 스몰빅인사이트 (2021)

[My Review MMCXXIV / 스몰빅인사이트 1번째 리뷰] 심리학은 과학일까? 책 내용과는 상관없는 뜬금없는 이야기 같지만, 이는 꽤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면 우리 나라에서 '심리학'이라고 하면 마음(心)을 이치(理)를 연구(學)한다고 쉽게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후 심리학은 '철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과학적 관점'의 영역으로 본격화하였다. 그래서 프로이트를 '정신분석의 대가'라고 부르는 것이다. '정신(생각)'을 '분석(검증)'한다는 '정신분석학'은 분명 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심리학'이라는 명칭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과 생각을 탐구하는 '정신분석학'을 별개로 여기고, 전혀 다른 학문이라고 여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은 정말 별개의 학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철학적인 성향이 강한 '심리학'이란 명칭이 과학적 데이터를 모아서 검증을 하는 방식으로 연구하는 '정신분석학'으로 더 명징하게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은 오늘날에는 같은 뿌리에서 이어진 같은 학문으로 보는 것이 더 맞다. 즉 '심리학'은 과학적 관점으로 좀 더 객관화하며 읽고, '정신분석학'은 철학적 관점으로 더욱 넓게 바라보면서 읽는 것이 조금 더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이 책 <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를 읽어보니 '심리학'이 좀 더 명징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우리에게 낯익은 동화의 내용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이를 '심리학적 관점'이라는 낯선 '이론'으로 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이를 쉽게 말하면, '동화의 재해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말하면 이 책이 '심리학' 책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재해석'이 아닌 '과학자(심리학자)의 관점으로 바라본 동화'라고 표현해야 이해하기 쉽겠지만, 이런 제목이라면 누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겠는가? 어린이나 읽을 법한 '동화책'을 우수한 지능을 가진 '과학자의 눈높이'로 바라봤다는 것에 메리트를 느낄 독자는 정말 극소수일 것이다. 그래서 절충한 제목이 바로 <동화를 꿀꺽해버린 심리학>이다. 정말 읽고 싶어지는 제목이다.

책의 서문에서도 저자가 밝히고 있다. 많은 분들이 '심리학'에 관심을 갖지만, 정작 쉽게 풀어 쓴 '심리학책'은 많지 않다고 말이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수많은 '심리학 이론'이 꽤나 복잡한 연구과정으로 나열하고 있기에 쉽사리 이해가 되지도 않고, 툭하면 '누구의 연구결과'를 인용하고, 또 재인용하는 등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심리학 상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품고 있는 '마음의 깊이'에 호기심을 갖고서 <심리학책>에 접근하려고 하면 너무 어려운 내용을 접하고 화들짝 놀라서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덮기 일쑤다. 거기다 참고해야 하는 '과학 이론'은 뭐 그리도 많은지..거기다 자신의 이론을 '검증'하려는 심리학자들의 변명(?)도 웬만한 '대학논문'을 섭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접근조차 하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이트'와 '칼 융'의 정신분석학 이론만 이해하려해도 얼마나 방대하고 산만하냔 말이다. 그들은 자신조차 설명하기 힘든 부분을 만나면 '무의식의 세계'로 도망가버리고 만다. 그리고서는 '그것'이야말로 자기 학문의 연구성과라고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저 황망하기만 하다. 그나마 '재미있는', '하기 쉬운', '콘서트' 등등 이런 제목을 달고 나온 '심리학 도서'들은 읽기에는 편하다. 이런 책들이 어려운 과학을 쉽게 풀어 썼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고 접하면 충분할 것이다. 물론 이를 계기로 더 깊은 '심리학', '정신분석학'의 세계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심리학 관점의 해설'보다는 '동화의 재해석'이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말해 '뒷이야기'를 상상하는 재미에 빠진 것이다. 동화 <신데렐라>에서 "그래서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지만, 그 '뒷이야기'를 상상하는 재미가 더 쏠쏠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이 '부분'에 심리학적 풀이를 세세하게 써내는 정성을 쏟았지만, 그건 그거고! 동화를 그런 식으로 '재해석'하는 부분이 훨씬 더 인상 깊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다 덮고 난 지금도 '심리학자들의 연구 이론'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 이론을 바탕으로 풀어낸 '동화의 뒷이야기'는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게 되었다. 물론 그 오래 전해지는 여운의 실체는 분명 '위대한 심리학'이 맞다. 그렇게 철저하고 적확한 '검증'을 했기에 더욱 합리적이고 인상적인 '뒷이야기'가 탄생한 배경인 것은 분명하지만, 역시나 '그건 그거고!'. 더 인상 깊은 것은 동화의 뒷이야기인 것이다.

이게 일반적인 독자들 반응일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결국 '실패'인 것인가? 그렇게 볼 순 없다. 만약 이 책에 이어진 '뒷이야기'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상상력'만의 결과였다면, 이렇게까지 깊고 오래가는 여운을 남기지는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심리학의 재미'는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심리학 공부가 결코 쉽진 않겠지만, 심리학에 익숙해지면 비교적 '단순한 동화'조차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눌 수 있을 정도의 격한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괴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정말 매력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은 최고의 '심리학 입문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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