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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결혼식에 초대받다 ㅣ 이사도라 문 시리즈 12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1년 7월
평점 :
<이사도라 문, 결혼식에 초대받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1) [원제 : Isadora Moon Goes to A Wedding]
[My Review MMCXIII / 을파소 13번째 리뷰] 남자 어린이에게 결혼식은 전혀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여자 어린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결혼식장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이 황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이라고 성대한 결혼식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들만큼 설레이거나 오금이 저려 주저앉을 정도의 짜릿함은 절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책 가운데 '결혼식'을 소재로 한 책이 많다. 이 책 <이사도라 문, 결혼식에 초대받다>는 이사도라의 이모, 즉 이사도라의 엄마인 코델리아 문의 여동생 크리스탈의 결혼식에 이사도라가 '들러리'로 초대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글감으로 삼았다. 아무래도 어른들의 잔치에 어린이들은 살짝 '지루함'을 느끼고 '장난질'을 치기 일쑤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장난질이 결혼식 순서에서 가장 빛나는 '웨딩케익'과 관련된 것이라면 일이 절대로 가볍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사도라 문은 '웨딩케익'을 어떻게 한 것일까?
이사도라의 엄마는 '여름 요정' 출신이다. 그러니 이번 결혼식은 '요정들의 결혼식'으로 거행 될 것이다. 크리스탈의 배우자는 '렌'이라는 여름 요정이란다. 크리스탈은 '겨울 요정'이니 둘의 결혼식은 눈송이와 꽃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하지만 '뱀파이어' 출신인 이사도라의 아빠 바톨로뮤 백작은 결혼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두꺼운 외투'부터 챙기고 있다. 박쥐들이 어두운 밤에 활동하긴 하지만 겨울엔 깊숙한 동굴속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는 것과 같은 이유다. 한마디로 추운 건 질색한다는 이야기다. 요정들의 결혼식인만큼 '드레스 코드의 색깔'은 분홍색이 될 것이다. 온통 분홍색으로 장식된 결혼식장을 상상해보라. 물론 개인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요정답게 결혼식장으로 갈 수단은 '요정 마차 썰매'다. 그리고 썰매가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출발 직전에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야 결혼식장 근처에서는 '눈송이'가 날릴 것이 아닌가. 그렇게 '눈꽃 모양'을 한 썰매가 하늘을 스치듯 날아올랐고, 드레스에는 반짝이를 뿌렸고, 머리에는 화관으로 장식하고 온가족이 결혼식장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녀와 요정의 혼혈'인 미라벨을 만났다. 지난 번에도 엄청 짓꿎은 장난질을 했던 바로 그 '마녀요정' 맞다. 그리고 드디어 마주한 결혼식의 주인공 '크리스탈 이모'를 만나게 된다. 아름답고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순백의 신부를 말이다. 그리고 시작된 결혼식은 수많은 하객들의 축하와 환호 속에 성대하게 치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들러리들은 길고 복잡한 식순 덕분에 배가 고파지려 했다. 그래서 결혼식장을 나와 '피로연장'에 도착한 어린 들러리들은 준비된 음식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금방이고 '디저트'를 빨리 먹고 싶었지만, 어른들은 피로연장에서도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결국 지쳐버린 어린 들러리, 이사도라와 미라벨은 꼬마 허니블로섬과 함께 '로비'로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웨딩케익'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황홀할 정도로 먹음직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식의 주인공이 커팅을 하고 나누어주기 전에 먼저 실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그림의 떡'마냥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미라벨이 먼저 말을 꺼냈다. 지난 번 '인형의 집'에서 놀 때처럼 아주아주 작아져서 웨딩케익의 맛을 보면 얼마 먹지 않을 테니 크게 티가 나지 않을 거라면서 말이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동안 '마녀 마법'의 실력도 좋아졌을 테니 절대 실패하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이사도라는 직감적으로 큰 일이 날 것 같은 예감을 했다. 티가 나든 안 나든 크리스탈 이모의 결혼식 하이라이트인 '웨딩케익'을 망가뜨리는 일이 될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장난질은 분명하게 거절을 했다. 그런데 미라벨은 자기 혼자서라도 작게 변신을 하려고 했고, 허니블로섬이 호기심에 미라벨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이사도라는 뒤늦게나마 허니블로섬을 가지 못하게 막으려는 순간, 셋은 모두 작은 인형만하게 작아지고 말았다.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갈 방법도 알고는 있었지만, 엄청나게 커다랗게 보이는 '웨딩케익' 때문에 셋은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이모의 웨딩케익을 망칠 수 없다는 일념으로 버티던 이사도라도 손끝에 살짝 찍어서 맛을 본 '분홍크림의 맛'이 너무 달콤해서, 조금만, 조금만 더, 한 입만, 한 입만 더 먹다보니 어느새 웨딩케익 여기저기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말았다. 순간 제정신을 차리고 웨딩케익을 바라보니 이미 엉망진창으로 케익은 망가져 있었다. 그 순간에도 미라벨과 허니블로섬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겁지겁 웨딩케익을 먹어치우고 있었던 것이다. 자, 과연 이번에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어린시절에 누구나 '참을성'을 갖추지 못해 일을 크게 벌여 호되게 혼난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어떻게 저지른 일을 해결했었나요? 대부분은 엉엉 울면서 '뒷감당'을 하지 못한다는 내색을 보였고, 그 덕분에 어른들은 호되게 혼꾸녕을 낸 다음에 일사천리로 '벌어진 일'을 순식간에 처리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눈에는 그 모습이 어른들을 '슈퍼히어로'처럼 여기게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참을성'을 기를 수 있기는 한 걸까?
예전에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자기계발서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마시멜로를 주면서 "30분 동안 먹지 않고 참는다면 하나를 더 준다"는 실험을 했던 것으로 전세계에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애초에 약속한 대로 30분 동안 잘 버틴 아이에게는 '마시멜로 한 개'를 더 주었지만, 상당수의 아이들은 '나중의 보상'은 나몰라라 한 채, 30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홀랑 먹어버린 아이들이 대다수였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보고서의 결과는 이후 20년 뒤, 아이들의 성공적인 삶을 보장하는 미래에 '한 번 더' 통계 결과를 선보였다. 마시멜로를 한 개 더 받은 어린이들 가운데 '성공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부를 쌓거나 사업에 성공하거나 사회적 지휘가 높은 직업을 구하는 비율이 획기적으로 높았다는 결과 내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로써 어릴 적에 '참을성'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어린이가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야 이런 '실험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반박하는 연구보고서가 나왔고, '마시멜로 효과'라고 하는 것은 그저 수없이 많은 성공담 가운데 '일부분'일 따름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참을성'을 길러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들만큼 솔깃한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참을성'을 기르는 훈련 프로그램과 코칭을 받게 하는 학부모들도 있긴 하지만, 솔직히 '사교육 전문가'로서 조언을 드리자면 말짱 헛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참을성이 많으면 그런 특기를 살려 '직업'을 구하면 그뿐, 참을성이 없어도 나름의 특기를 살려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흔해 빠졌으니, 참을성 하나 기르자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뭔가를 할 필요까진 없다는 말이다. 그보다는 어린이의 개성을 눈여겨 보고 '적성'에 딱 맞는 비젼을 선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장난질이 심한 어린이라고해서 막무가내로 혼꾸녕만 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미래에는 '장난질'을 잘 치는 사람이 더 각광을 받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사람보다 훨씬 더 똑똑한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돈을 벌어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뭘 하고 살까?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 같은 사람들은 '더 잘 노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그런 세상이 진정한 '유토피아'를 제공할 것 같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여유를 즐기는 삶을 살게 될 거란 말이다. 그러니 어릴 적부터 '장난질'을 잘 치는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 '더 잘 노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더 높고, 그런 삶을 충실히(?) 살아가야 남들보다 훨씬 더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며 행복해 할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혼꾸녕을 내야 할 때는 따끔하게 내어서 '해서는 안 될 장난'은 구별할 수 있도록 훈육해야 하는 건 '어른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