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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 해냄 (2010)
[My Review MMCV / 해냄 6번째 리뷰] 이우혁 작가를 <퇴마록>, <왜란종결자>, <치우천왕기>로만 기억하고 있을 때에는 잘 몰랐다. 그가 쓴 작품이 또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다. 그가 <퇴마록 : 말세편>을 마무리 한 뒤에 내놓은 <치우천왕기>가 종결되지 않고 자꾸 미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느슨하게 이어지던 출간이 돌연 뚝 끊기더니 2011년에 느닷없이 '출판사'를 바꾸어서 완결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작품이 출간되어서 기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책을 구매할 수도 없었다. 일종의 배신감 때문이었다. 아니 1권부터 9권까지 버젓이 내놓은 소설책이 있는데, 굳이 '출판사'를 바꿔서 6권짜리 완간을 내놓는 사정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 당시만해도 무척 심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와 출판사 간의 사정은 둘째치고, 팬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이우혁 작가는 잊고 지냈었다. 그래서 97년~98년에 스포츠신문에 연재했다던 <파이로 매니악>(미완결)은 그런 소식만 알고 있었고, '단행본' 출간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 <바이퍼케이션>(2010), 쾌자풍(2012)(미완결), 고타마(2012)의 출간도 모르고 있었다. 아니 2006년 이후로는 '관심'이 사라졌던 듯 싶다.
그러다 재작년부터 추억에 묻어 두었던 <퇴마록>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고, 다 읽었을 즈음에 '애니메이션' 개봉소식에 다시 들뜨기 시작했으며, 감회에 무르익었을 때 <퇴마록> 재출시 소식과 <외전 3권> 출간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니, 이우혁 작가의 '다른 소설'에 대한 언급이 있어 부득이 다시 '이우혁 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파이로 매니악>을 처음 접했고, <쾌자풍>도 읽었다. 그리고 이 책 <바이퍼케이션>을 읽으니...그간 이우혁 작가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했던 이들의 목소리가 이해되지 시작했다. 하나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작가라는 얘기였고, 또 하나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너무 심한 폭력성을 묘사하는 괴팍한 작가라는 얘기였다. 그의 대표작인 <퇴마록>만 놓고 보자면,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불과했다. 그는 <퇴마록> 완간을 지켰고, 다소 폭력적인 장면묘사가 있긴 하지만, 애초에 '악령퇴치'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그런데 <파이로 매니악>, <쾌자풍>, <바이퍼케이션>을 보니, 딱 맞는 소리였다. 그는 '미완결'로 약속을 지키지도 못했고, 범죄심리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묘사하다보니 과격을 넘어 파격적일만큼 잔혹한 장면묘사가 대량학살의 끔찍한 현장마냥 널려 있었고, 사건이 펼쳐질 때마다 피와 살점이 화려하게 흩날리고 흐드러지게 뿌려지는 참혹함이 어지럽게 묘사되었다.
내가 이우혁 작가를 좋아한 까닭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하더라도 주인공인 '퇴마사'들은 선악의 구분 없이 모두를 '안식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 '자기희생'조차 마다하지 않는 숭고한 행동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실행에 옮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퇴마사들에게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파이로 매니악>의 주인공들은 '선한 의도'가 엿보이긴 하지만 악당(?)들을 폭탄으로 터뜨려 가루로 만들어버렸고, <쾌자풍>에서는 장난질이 심한 주인공을 등장시켜서 '폭력'조차 장난으로 치부하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이 책 <바이퍼케이션>에서는 '범죄소설'임을 감안해도 구역질이 날만큼 끔찍한 '살인행각'을 일삼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런 극악한 범죄자를 쫓는 '선한 등장인물'조차 자신들이 경찰과 FBI가 된 목적이 '끔찍한 살인행각의 피해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면서 그 당시의 정황묘사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써내려갔다. 이건 뭐 '아수라장'이나 다를 바가 없다. 살육과 파괴의 현신인 '아수라'처럼 말이다. 이렇게 과격하게 써내려갈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처지해야 마땅한 괴물을 묘사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지도 모른다. 피해자, 그것도 연약한 여자만을 희생자로 삼아 내장을 갈갈이 찢어서 허공에 흩날리고, 피를 단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마셔버리는 극악무도한 짓을 벌이는 '인간 같지 않은 괴물'을 쳐죽이고 싶게 만들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런 살인자조차 법정에 세워서 '사형'이나 '종신형'을 받게 하는 것은 너무 곱다시한 방법이고, '괴물'은 괴물답게 더 끔찍하고 참혹하게 처단하는 것이 더 속시원하지 않겠는가? 허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독자들을 향해 '일방적'으로 강제동의(?)라도 받는 것처럼 무지막지하게 써내려갈 건 또 뭐란 말인가? 이 부분에서 심한 불쾌감이 들기도 했다. 아무리 '범죄소설'이라도 끔찍한 살육의 현장속으로 밀어넣은 채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그속에서 참담함을 느낀 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책을 던져버려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지 않겠느냔 말이다. 내가 알던 이우혁 작가는 이 책속에서 찾아볼 수는 없었기에 하는 말이다.
일단, 각설하고 책 소개를 해보자. 제목인 '바이퍼케이션'은 수학용어로 파라미터(변수) 변화에 따른 갑작스런 변화 시스템을 일컫는데, 근래에는 '카오스 이론'에서 불확실적인 결과를 뜻하는 용어로 더 많이 쓰인다고 한다. 그러나 더 일반적인 뜻으로는 '분기점'을 뜻하며, 이 소설에서는 인간의 '광기'와 '사이코패스'의 미묘한 차이점을 뜻하며, 거기에 '인간'과 '괴물'을 구분하는 새로운 시도(?)를 암시하는 뜻으로 사용한 듯 싶다. 결론적으로 '광기'든, '사이코'든, '괴물'이든 살인자들이 벌이는 파티는 매한가지다. 그런데 이를 뒤쫓는 경찰과 FBI 수사관은 '살인사건의 본질'을 파악해서 다시는 이따위 끔찍한 살인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보인다. 결론적으로 사람이 끔찍하게 살해 당하는 '결과'는 같다. 그러나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 '원인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런 끔찍한 살인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다. 왜냐면 모든 인간에겐 '자유의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권 보장을 저변에 깔아두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선한 인간'은 '악한 인간'이 저지르는 괴랄스런 범죄행각을 미연에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늘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에 '수습'하는 방법만이 최선인 듯 행동할 따름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또 하나의 '분기점(바이퍼케이션)'을 마련했다. 악한 인간이 저지른 범죄가 '하이드라'라는 괴물같은 존재에 의해서 벌어지게 되었고, 이 괴물의 힘을 억제하기 위해서 신화적 존재인 '헤라클레스'를 다시금 현신(아바타라)하게 만들었다. 1권의 내용만으로는 이를 정확히 판별할 수 없으니, 2권에서 좀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1권의 후반부에 나온 '헤라클레스의 변명(?)'을 듣자하니 대략 그런 의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이 부분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루하고 끔찍한 '범죄이야기'에 불과 했다. 다른 범죄소설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더 끔찍한 살인사건 묘사'를 택했고, '더 적나라한 범죄심리 묘사'를 해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우혁 작가의 '장광설'은 정말이지 일품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바이퍼케이션>도 대략 6~7권 정도 분량의 '대하소설'이 될 것만 같은데, 고작 3권까지라니, '완결'일지 '미완결'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