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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의 배신 - 중독의 모든 것: 술, 도박, 스마트폰, 음식, 마약
강웅구.박선영.안유석 지음 / 포르체 / 2025년 3월
평점 :
<도파민의 배신 : 중독의 모든 것 - 술, 도박, 스마트폰, 음식, 마약> 강웅구, 박선영, 안유석 / 포르체 (2025)
[My Review MMC / 포르체 1번째 리뷰] 행복한 느낌을 오래도록 만끽하고 싶은 욕구는 온 인류가 갈망하는 것이지만, 과거의 인류에 비해 현대인들은 그 행복감을 오래 유지하는데 많이 힘겨워하고 있다. 이는 인류진화적인 차원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뇌'를 발달시키며 고도의 행복을 느끼지 않고서는 건강하게 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대인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뇌'를 풀가동시키며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뇌'로 만들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고 현대인들에게 마냥 '쉼'을 권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말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는 현실인데 말이다. 그래서 '뇌과학'의 발달과 함께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효능이 속속 밝혀지면서 그 연구성과에 각광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도파민'은 인간이 느끼는 행복감이 뇌에서 비롯된 것이며, '도파민'이 분비되고 있는 상황이 곧 행복한 순간이라는 공식을 끌어낼 수 있었다. 급기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도파민'을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르고 말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파민이 충만한 상태가 '행복'인줄 아는 것은 뇌를 속이는 행위라는 사실을 연구 결과 밝혀냈다. 물론 도파민이 분비되면 뇌는 행복한 느낌을 느끼도록 작용한다는 사실까지 거짓이란 얘기가 아니다. 이 연구 결과는 '중독의 매커니즘'을 밝혀낸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습관에 빠져서 헤어나질 못하는 현상을 '중독'이라고 한다면, 그 습관이 일종의 '강렬한 유혹'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시 말해, 도파민이 분비되어 행복감을 만끽하게 하는 습관이 생긴다면, 뇌는 그 습관을 '계속' 하도록 유혹하고, 결국 중독에 빠뜨리고,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게 의존적인 삶을 살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고,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중독을 '의지의 문제'로 일축하는 사회적 경향을 어렵지 않게 경험한다. 이를 테면, 술 중독, 도박 중독, 게임 중독, 그리고 담배 중독 같은 일상적인 나쁜 습관이 생겼다면 각오를 단단히 해서 딱! 끊고 새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의지 박약'한 관계로 그걸 못하고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서 중독 현상을 '나약한 사람들의 일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중독'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끊으려 노력하는 대도 그게 '마음(의지)' 먹은 대로 잘 안 되더라는 하소연을 늘어놓는 것이다.
여기에 단단히 한 몫하고 있는 것이 '끊을 수 없는 환경'에 둘러 싸여 살고 있어 '중독'은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일과를 보내다가,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보다가 겨우 잠든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눈을 뜨면 또 똑같은 일상을 보낸다. 이런 일상을 살면서 '중독'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만, 아무리 스마트폰과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더라도 '적절히 절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중독'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이는 술, 담배, 게임, 그리고 마약까지 마찬가지다. 술도 적당히 즐기는 수준이라면 매일 마셔도 중독이라 부르지 않는다. 담배나 게임, 도박도 그렇다. 물론 마약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단 한 번이라도 한다면 '범법 행위'로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법적인 제재에서 벗어나 '불법'이 아닌 마약류가 버젓이 유통(?)되는 상황에서 살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마약'인줄 모르고 과자나 음료처럼 무의식중에 접하게 되는 경우도 흔하게 되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마약 중독'에 빠져서 혼자만의 힘, 다시 말해, '의지의 문제'만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마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독에 빠지고 마는 슬픈 이야기도 종종 들리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중독이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중독은 '뇌'가 우리를 작동시키는 것이기에 결국 '뇌를 다루는 방법'을 깨달아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깨우쳐야 한다. 다시 말해서, 중독된 습관이 우리의 뇌를 '도파민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작동법을 근원적으로 차단하지 않으면 중독을 치유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중독자는 나약한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들에게 찍은 낙인과 강력한 처벌만으로는 중독자를 양산하는 사회를 막을 수 없음도 각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뇌 속임 방법'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건 '보상 체계'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술 중독자에게 술을 마셔야만 '도파민 분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지 않았기에 주위에서 칭찬과 격려가 끊이지 않는다면, 그렇게 '다른 원인'으로 생성된 도파민 덕분에 점차 술을 멀리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원리다. 그렇게 도박 중독, 게임 중독, 스마트폰 중독 등을 치유 단계까지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중독자가 이런 방식으로만 중독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담배나 마약 중독의 경우에는 그 자체로 '너무 강력한 유혹'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니코틴 성분 같은 것들은 우리 몸속에서 어느 정도 이하의 수치로 떨어지면 '강렬한 유혹(이를 테면, 금단 증상)'으로 다시 니코틴 성분을 어느 수치 이상으로 되돌리려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금단 현상'은 결코 의지만으로 이겨내거나 건강한 상태로 회복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단순히 '뇌를 속이는 방법'만으로도 금단 증상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니코틴의 양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다 완전히 끊게 만드는 방법이나, 니코틴을 대신할 '대체제'로 조절하면서 체계적으로 치유해나가는 방법을 써야만 한다. 그러나 이 방법에도 문제는 있다. 사람의 몸이 저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성공적인 방법'이 또 다른 사람에게도 '성공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누가 이런 방법으로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단순 모방'의 방식으로 모든 중독을 치유할 수는 없고, 반드시 의학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전문적인 치유 방법을 처방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마약류의 중독처럼 조금이라도 '투약의 양'이 달라지면 너무 적어서 효과가 없거나, 반대로 너무 많아서 중독 증세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중독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중독자가 저지르는 범죄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중독'에 쉽게 빠지게 만들고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지 깊은 고찰로 문제를 짚어갈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중독자'에 대한 적합한 치유방법을 제시해서 스스로 중독을 조절할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는 인식이 필요하며, 나아가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과학적 해결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 책은 전하고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천편일률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독을 단순 도덕적인 판단으로 '죄악시'하고, '나쁘다'라고만 인식해서도 곤란하다. 현대인들은 쉽게 불안과 공허에 빠지고, 무엇보다 엄청난 강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 가운데 일부를 '중독자'로 만들고, '범죄'에 저지르도록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