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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휴가를 즐기다 ㅣ 이사도라 문 시리즈 11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1년 1월
평점 :
<이사도라 문, 휴가를 즐기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1) [원제 : Isadora Moon Goes on Holiday]
[My Review MMXCV / 을파소 12번째 리뷰] 어린이책을 읽으며 논술수업을 준비하다 보면 늘 두 가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기 마련이다. 첫째는 '재미'다. 물론 어른을 위한 수업도 재미가 없으면 수업의 효과는 반감이 되고 만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재미가 전부다'. 모든 수업은 '재미'가 없으면 시작도 할 수 없고, 아무리 좋은 수업 목표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말짱 꽝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재미난 책을 고르고 또 고르지만, 문제는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책의 주제가 어린이들에게 딱 들어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린이도 깊이 공감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바로 잡기 위한 의지를 불태울 수 있게 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래서 둘째는 다름 아닌 '교훈'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교훈이라도 '교장선생님 훈화'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를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어린이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담긴 어린이책을 골라야 비로소 논술수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재미와 교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책이 무엇일까? 다름 아닌, <이사도라 문, 휴가를 즐기다>다. 이 책의 재미는 벌써 11번째 시리즈라는 점만 보아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한 번도 안 읽은 어린이는 있어도, 딱 한 권만 읽은 어린이는 없다"는 책이 바로 '이사도라 문' 시리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이사도라의 가족 모두가 즐거운 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그것도 온 가족이 공짜로 비행기를 타고 해변을 낀 호텔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름, 바닷가, 그리고 아름다운 호텔! 이 정도면 최고의 여름 휴가 아니겠는가? 나는 모솔이라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쿨럭쿨럭
자, 그럼 이렇게 완벽한 낭만이 가득한 '휴양지'에서 이사도라 문이 마주하고, 어린이들에게 심어줄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 그걸 밝히기에 앞서 이사도라 문은 바닷속에서 이미 만났던 '인어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둘은 마법 소라의 도움을 받아 바닷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된 이사도라와 마음껏 수영을 즐기며 신 나는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그때 도움이 필요한 바다거북을 만나게 된다. 온 몸에 그물을 휘감고서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가엾은 바다거북을 발견한 것이다. 이사도라와 인어 친구는 서둘러 그물을 끊어버리고 바다거북을 살려내지만, 조금만 늦었다면 어떤 광경을 보게 되었을까? 상상하기도 싫은 장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어린이들이 마주할 '교훈'이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는가? 바로 바다에 함부로 버려진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로 이 책의 주제다. 지금도 태평양 한가운데 커다란 섬처럼 이리저리 떠다니는 '쓰레기섬'에 관한 뉴스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물론, 이 책에는 그런 '정보'가 담겨 있지는 않다. 그러나 논술수업을 준비할 때는 그런 '최신뉴스'도 함께 곁들여서 배경지식으로 쌓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바다에 버리는 쓰레기 양이 얼마나 많으면 그 광활한 태평양 한가운데 '쓰레기섬'이 만들어졌겠느냔 말이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고 한다. 지금까지 보고된 것만 해도 3개나 된다고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커지고 갯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쓰레기섬은 왜 생겨난 것일까? 그건 인간이 쓰레기를 엄청나게 버린다는 사실로 결론 내릴 일이 아니다. 왜냐면 '썩지 않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결과가 이런 재앙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바로 '플라스틱' 말이다.
그럼 '쓰레기섬'을 발견했으니 치우고 없애버리면 될 일 아니겠는가? 어차피 '쓰레기'로 만들어졌으니 불태워버리면 깔끔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플라스틱을 함부로 태우면 어떤 결과를 낳겠는가? 바로 '유독 가스(다이옥신)'가 대기에 그대로 방출될 것이며, 거대한 섬 크기를 불태운다면 그 유독 가스의 양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리고 그 유독 가스를 아무런 조치도 없이 흡입한 '생태계의 생물들'은 아주 적은 양만으로도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럼 불태우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수거'해서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 단점이다. 그리고 그 막대한 비용을 어느 나라가 치뤄야 할까? 한두 국가가 해결하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라 감당할 수 없을테고, 전세계가 모두 합심해서 그 비용을 대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전세계가 얼마씩 걷어야 할지 논의하는데만 수 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쓰레기섬을 수거해서 치우려는 의지도 없어서 결국엔 토론만 하다가 아무런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방치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 썩지 않고 바다에 그대로 방치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운명은 결국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모든 생태계 생물의 몸속으로 돌고 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까지도 미세 플라스틱을 품고 있다고 한다. 왜냐면 엄마가 섭취한 음식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이 태아에게까지 전달된 것이라는데, 그게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면 좋겠지만, 크기가 작은 태아일수록 상대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조차 미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말 운이 좋아야 한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엄마가 '해양의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안전할까? 안타깝지만 바닷속 플랑크톤까지 이미 미세 플라스틱이 점령했고, 그 플라크톤을 섭취한 물고기를 바닷새가 먹고, 바닷새가 싼 똥이 육지를 오염시켰고, 육지에서 자란 풀에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되어 있으며, 그 풀을 뜯어 먹은 초식동물과, 그 초식동물을 잡아 먹은 육식동물에 이르기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을 정도다. 맞다. 이미 '대기중'에도 미세 플라스틱은 가득 찼다. 그래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쓰레기섬'에 이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을 정도란다. 그 섬에 쥐떼도 살고 있으며, 그 플라스틱 섬은 둥지 삼아 온갖 작은 해양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그 쓰레기섬을 주변으로 수많은 생물종들이 살아가고 있단다. 더 최악인 것은 그 '쓰레기섬'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어서 자연스럽게 파괴되고, 분해되어 '미세 플라스틱'이 점점 늘어나고, 그 안의 생태계를 통해서 점점 더 짙게, 점점 더 광활하게 오염되고 있단다. 이쯤 되면 벌써 재앙 수준으로까지 위험수위가 올라간 상태다. 이런 상태인데도 세계 각국은 아무런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 지금도 어업활동을 통해서 버려지는 '해양 쓰레기'는 바닷속과 저 깊은 해저까지 차곡차곡 쌓이고 있으며, 태풍과 홍수로 인해서 육지에 방치되었던 '쓰레기'들이 한꺼번에 바다로 밀려와서 그대로 환경오염을 시키고 있다.
그런데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이사도라 문, 휴가를 즐기다>에서도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고사리손 같은 어린이들이 직접 나서서 말이다. 바로 이사도라 문 가족과 인어 친구의 가족들이 힘을 합쳐서 '해변 호텔 앞'에다 바닷속 쓰레기를 건져다 쌓아 놓은 것이다. 이렇게 쌓아 놓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산을 보면서 무엇을 깨달으면 좋을까? 우리 어린이 친구들은 이미 그 해답을 알고 있다. 문제는 어른들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우리 어린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 어린이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분명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