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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일반지능AGI,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ㅣ 스켑틱 SKEPTIC 38
스켑틱 협회 편집부 지음 / 바다출판사 / 2024년 6월
평점 :
<한국 스켑틱 38호 : 인공일반지능AGI,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스켑틱 협회 편집부 / 바다출판사 (2024)
[My Review MMLXXXVIII / 바다출판사 25번째 리뷰] 잡지를 읽는 재미는 솔솔하다. 하지만 '가격'과 '부피'는 감당하기 힘들다. 주간잡지는 말할 것도 없고, 월간잡지만 해도 연간 12권의 부피를 감당해야 한다. 월간잡지 3년만 구독해도 웬만한 책꽂이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다. 그렇다고 철 지났다는 이유로 버리기에도 아까운 것이 바로 잡지다. 잡지란 특성이 아무 때나 심심풀이로 꺼내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해묵은 잡지라고 해도 꺼내 읽은 맛이 색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잡지의 가격이 점점 오르는 추세라서 권당 10000원이 훌쩍 넘으면 '연간 구독료'만 해도 (할인을 받았다해도) 10만 원이 훌쩍 넘게 된다. 이걸 감당할 수 있으면 '정기 구독'을 해도 상관이 없겠지만, 이게 또 은근히 부담이 되는 가벼운(?) 지갑이라서 고민이 되곤 한다. 그래서 적당히 절충한 것이 계절마다 출간하는 '계간 잡지'를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다 눈에 띈 잡지가 바로 <스켑틱>이란 잡지였다. 물론 아직 '정기 구독'까지는 감당하지 못해서 '단행본'으로 띄엄띄엄 구매해서 보고 있다. 이번엔 38호, '인공지능'에 관한 주제를 테마로 삼은 내용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기로 2030년이면 인공지능AI가 일상생활에서도 '범용'으로 사용될 정도로 흔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이 '스마트폰'처럼 사람마다 한 대씩 소유할 수 있게 되고, 기업에서는 인공지능을 사람을 대신해서 '고용'해서 인건비는 절감하고, 생산력은 극대화해서 고성능의 제품을 값싸게 출하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심지어 기후변화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서 '최적의 에너지'만을 사용하여 산업을 돌릴 수 있게 되고, 온실가스나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공해물질을 '최소한으로 배출'하도록 조절할 수 있게 되어서, 인간은 힘든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쾌적한 지구환경 속에서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유토피아 같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물론, 이와는 정반대로 인간보다 똑똑해진 인공지능이 인간을 '노예'처럼 다루거나, 최적의 지구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도리어 지구환경에 해악을 끼치는 인류를 절멸시키게 될 거라는 암울하고 끔찍한 미래를 점치는 이들도 있다. 과연 어떤 미래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일까?
2030년이라고 해봐야 겨우 5년 뒤의 미래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여지껏 '설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인공지능'에 대한 논란이 심해지는 것일까? 그건 바로 '인공지능'을 인간과 꼭 닮은 형태로 만들려고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인간처럼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형태의 인공지능을 만들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AI보다 발전된 형태인 '인공일반지능AGI'을 말한다. 물론 인간의 능력보다 훨씬 더 뛰어난 '초인공지능ASI'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인간과 대화도 가능하고, 감정도 교감하며, 정서를 나눌 수 있는 비슷한 능력의 '인공일반지능'을 선호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아직까지의 기술력으로는 '인공지능AI'도 제대로 구현하기 힘든 수준이다. 거기에 인간과 같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르치고, '범죄에 악용되지 않을' 수 있는 판단력까지 갖춘 좋은 친구 같은 '인공일반지능'을 완성하기까지 아직은 멀고 먼 단계를 넘어서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갈림길'에 놓였다. 현재 인공지능의 수준이 꽤나 '인간지능'에까지 접근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도덕성을 갖추고, 폭력성은 띠지 않는 성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간처럼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도, '인공지능'은 수열의 확률에 근거해서 '근사값'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게 뭔소리냐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똑똑하게 보이는 분야는 '정보처리'에서만이라는 점이다. 수많은 정보를 정말 짧은 시간 안에 '검색'하고,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아서 '결과값'을 보여주는 것에는 인간이 결코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공지능에게 인간처럼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하다보면 어느 정도 '인간의 대화'를 흉내(?)내는 것 같긴 하지만, 그 대화는 '확률에 근거해서 나온 답변'일 뿐이란 말이다. 이를 테면, A라는 인간은 활동적이고 색다른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라고 하면, 인공지능은 그런 A의 성향을 파악해서, A가 좋아할 만한 취미나 상품, 음식 같은 것을 '추천'하면서, A의 선택취향을 '알고리즘화'하여 추후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계속 추천을 하며 A를 만족시키고, 호감을 얻어서 '친밀감'도 높이고, '신용도'를 높일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 A에게는 '인공지능이라는 절친'이 생긴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점점 '은밀한 사생활'까지 정보공유를 하게 되면, A는 결국 인공지능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왜냐면 인간 A는 점점 더 인공지능에게 의지하고, 의존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처럼 착각에 빠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봐도 인공지능을 굳이 '인간'처럼 만들려고 애쓸 필요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내놓은 대안이 인간에게 유용한 정도의 '수준 낮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선에서 개발을 멈추자는 주장이다. '특이점'이라고 불리는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인공지능'을 개발하지 말고,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정도로 유용한 선에서 개발은 제한하고,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가져올 폐해를 미연에 막아보자는 주장이다. 이 정도만 개발해도 '인간의 고된 노동'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고, 인간보다 뛰어난 면이 있으니 '훌륭한 개인 비서'로 활용하는 선에서 인간을 돕는 '보조역할'을 하는 것에 만족하자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제한'이 잘 지켜질 것인가? 낙관적인 전망만 하자면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지만, 인공지능개발이 개인간의 경쟁을 넘어 '국가간의 경쟁'으로 확장이 되는 순간, 첨단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뛰어들 나라들이 널리고 널렸기 때문에 우려스런 대목인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국제관계에서는 '힘의 논리'라는 단 한 가지 규칙만이 통용되고 있기에, 저들보다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무한 경쟁이 끝없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초월한 인공지능의 성능이 '범용 인공지능'으로 활용되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되면 '인공지능'으로 인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로 펼쳐지는 미래예측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인공지능 이전의 첨단기술'은 최종선택을 인간이 할 수 있었기에 최악의 상황까지는 진척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간 인류가 만든 핵무기의 수만해도 지구를 두 동강 내고도 남을 정도였지만, 여지껏 용케 쓰지 않을 수 있었다. 허나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똑똑해져서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도록' 맡겨 버렸을 때, 인공지능이 인류를 절멸시키는 가공할 '선택'을 하지 않고 평화와 번영을 보장할 수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과연 인류는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을 완성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인공지능은 인류와 '공존'을 선택할까? 아니면 인류를 '절멸'시켜버리는 일을 감행할 것인가? 또 하나의 난제는 공존을 선택한 인공지능이 선하고, 절멸을 선택한 인공지능은 악한 것일까? 행여나 그 반대는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