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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7 : 인간은 타고난 거짓말쟁이다 -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 ㅣ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정재승 기획, 정재은.이고은 글, 김현민 그림 / 아울북 / 2021년 9월
평점 :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7 : 인간은 타고난 거짓말쟁이다> 정재승 / 정재은, 이고은 / 아울북 (2021)
[My Review MMLXXXVII / 아울북 32번째 리뷰] '뇌과학'이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철학과 과학의 난제가 갑자기 풀리기 시작했다.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던 심리학자들이 '뇌과학의 발달'과 함께 정신분석학을 진정 과학답게 풀어내어 '인간의 심리'도 뇌의 영역에서 풀어내기 시작했고, 인공지능로봇을 개발하던 과학자들도 '인간의 뇌'가 신체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혀내면서 '인공지능(AI)의 실현'을 해내면서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이렇게 뇌과학은 오늘날의 여러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고,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과학의 신비'를 간접적이나마 체험해주려는 목적에서 이 책이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뇌과학'을 들여다보면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알게 모르게 '뇌과학'의 최신 소식을 접하며 일상에서 낯설지 않게 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서 일상생활에서 인간이 보이는 '행동 패턴'마저 뇌과학적 접근으로 해설을 덧붙이는 이야기를 늘상 접했기 때문에 크게 낯선 내용도 없는 편이다. 이번 7권의 주제도 '인간의 거짓말'에 관한 내용인데, 인간이 거짓말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면서 '거짓말을 잘 하는 인간 집단'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인간 집단'보다 훨씬 더 생존률이 높다는 결과치만 보더라도 거짓말을 잘 하도록 인간이 발달하게 된 까닭을 알 수 있다는 정보를 쉽게 접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뇌과학'이 얼마나 깊숙이 우리 일상에 적용되고 있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된다. 그러니 '뇌과학'이라는 이름만 듣고서 겁을 먹고 어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한편,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는 '아우레'라는 외계 행성에 살고 있는 아우린(아우레 사람)이 황폐해진 행성을 대신해서 살기 좋은 행성을 찾다가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 행성에 정착해서 살기 위해 찾아왔다가 '인간 탐구'를 시작했다는 줄거리를 선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인간 탐구의 객관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 외계인의 존재 여부를 증명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단지, 어린이 독자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를 삽입한 거라고 보면 좋겠다. 딴에는 '뇌과학'에 대한 정보에 더해서 칼 세이건이 주창했던 'SETI프로젝트'를 다룬 '천문과학' 정보를 다루고 있다고 보면 좋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이질적인 요소'로 다가와서 몰입을 방해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억지로 이해하자고 한다면 '지적인 외계인'이 지구에 찾아와 '인간 탐구 보고서'를 작성하여 인간 탐구에 관한 객관성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겠지만, 외계인의 존재가 확인된 바가 없는 현실에서 '인간 탐구의 객관성'을 다루어봤자,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성'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닥 신빙성을 얻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계 종족이 자신들이 지구를 차지하기 위해서 심심하면 '인간 제거'를 운운하고 있는 내용이 하릴없는 '외계인 공포심'만 부추기는 것 같아 우려스러웠기 때문이다.
암튼, 인간은 거짓말을 능숙하게 잘 하는 것으로 상당한 이득을 얻는 생물이라는 것이 이번 책의 주제다. 다른 생물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데 반해, 인간은 왜 거짓말을 잘 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일까? 물론, '언어체계'가 발달한 생물도 지구상에 '인간'이 유일한 탓에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따로 없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도 남을 속이는 것(거짓)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그 나쁜 행동을 능숙하게 잘 하는 인간 집단만 고도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곤 한다. 과연 왜 그럴까?
물론, '나쁜 의도'로 하는 거짓말을 잘 한다면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득해서 잘 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도 함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좋은 의도'로 거짓말을 능숙하게 잘 한다면 이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예쁜' 아내가 '맛있는' 아침을 해줘서 '기분 좋게' 하루 일과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선의의 거짓'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안다. 한 침대에서 일어난 아내의 몰골(!)이 예쁠 리도 없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대충 차린 아침밥이 일류 요리 뺨치게 맛있을 리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도 헝클어진 머리에 눈곱도 떼지 않고 손도 대충 닦은 채 가족을 위해 아침밥을 준비한 '아내의 노력'이 가상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도 매일매일 차려줬다면 '위대한 아내'라고 추켜세워도 모자를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 그렇게 노력하고 애쓴 아내가 예쁘지 않고, 그런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이 맛 없을 리도 없는 셈이다. 그렇기에 '선의의 거짓말'은 좋은 의도로 한 거짓말이고, 비록 '거짓말'이길 하지만 절대로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우리 인간은 이런 고도의 언어체계를 갈고 닦은 생물로 진화했다. 그리고 지능적으로도 '선의의 거짓말'을 기본 장착한 인간 집단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그 반대의 인간 집단이 있었더라도, 그 집단은 곧 '멸종'되고 말았을 것이다. 예쁘지도 않은 아내가 맛 없는 아침밥을 차려줄 리도 없으니 쫄쫄 굶거나,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인간 집단은 굶주림을 면치 못하고, 일의 성과도 형편 없어서 '절멸의 수순'을 밟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짓말' 하나에도 뇌과학적 이야기꺼리가 충만하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이 책에는 그런 알찬 정보들이 가득하다. 어린이책이지만 부모가 먼저 읽고 자녀에게 권해줘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