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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파자마 파티를 하다 ㅣ 이사도라 문 시리즈 9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0년 6월
평점 :
<이사도라 문, 파자마 파티를 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0) [원제 : Isadora Moon Has a Sleepover (2019)]
[My Review MMLXXXII / 을파소 10번째 리뷰] 오랜만에 '이사도라 문 시리즈'를 다시 읽었다. 이 책으로 논술수업을 하던 여자아이가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니 말이다. 딱히 독서논술 수업을 하기에 좋은 책은 아니었으나, 요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 '나다운 것을 감추지 말고 당당히 드러내라!'이기에 퍼뜩 떠오른 어린이책이 바로 '이사도라 문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사도라 문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었다. 바로 '뱀파이어 요정'이라는 사실이다. 아빠가 뱀파이어, 엄마가 요정으로 이사도라 문은 아빠와 엄마의 반반이 섞인 혼혈이다. 그래서 뱀파이어처럼 재빠르고 정확하지도 못하고, 요정처럼 아름답고 우아하지도 못해서,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외톨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장점은 있는 법! 뱀파이어 요정이기 때문에 뱀파이어들과 달리 '마법지팡이'를 쓸 줄 알고, 요정과 달리 '남다른 감각'을 뛰어나게 쓸 줄 안다. 그래서 이쪽 저쪽에서도 반쪽이 취급을 당하던 이사도라 문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줄 아는 인간들'이 다니는 학교를 선택해서 쭉 다니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인간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고 말이다. 왜냐면 평범한 인간들에 비하면 '이사도라 문'은 할 줄 아는 것이 너무 많은 다재다능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능이 많은 이사도라 문은 수많은 시리즈에서 다양한 사고를 터뜨리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번 <이사도라 문, 파자마 파티를 하다>에서는 학교에서 '케이크 만들기 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최고의 '반짝반짝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 힘을 모으게 되는데, 이사도라 문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게 된 '조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기 위해서 조이네 집에 초대를 받게 되는데, 조이가 '파자마 파티'도 겸해서 하자고 제안을 하게 된다. 뱀파이어 요정이기에 인간들이 하는 '파자마 파티'를 해본 적이 없는 이사도라는 정말 해보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게 신 나게 파자마 파티를 하면서 조이네 엄마의 도움을 받아 '반짝반짝 케이크'도 완성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만든 케이크였지만, '최고의 케이크'로 뽑히면 <반짝반짝 케이크> TV쇼 방청권을 부상으로 준다는 이야기에 욕심을 부리게 된다. 인간들에겐 금지된 '마법'을 살짝 부려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이사도라와 조이의 반짝반짝 케이크는 이름 그대로 '반짝반짝' 마법 케이크로 변신하게 된다. 마치 불꽃놀이가 케이크 위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하고, 보고만 있어도 감탄을 하게 되는 케이크였다. 이 케이크를 내놓기만 하면 <반짝반짝 케이크> TV쇼 방청권은 따논당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사도라는 양심에 찔렸다. 분명 다른 친구들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케이크를 만들어서 가지고 나올텐데, 자신은 '마법'을 부린 케이크로 상을 타는 것은 마치 '가로채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이에게 이 '마법 케이크'말고, 우리끼리 열심히 해서 만든 '평범한 케이크'를 내놓자고 제안을 한다. 그리고 조이도 찬성을 하는데...과연, '반짝반짝 케이크 만들기 대회'에 출품된 케이크 가운데 1등을 차지할 케이크는 어떤 케이크일까?
세상에는 욕심나는 것들이 참 많다. 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욕망을 충족하고자 하는 바람이 너무 커서 '반칙'을 하거나, '편법'을 사용하는 등등 '공정하지 못한 방법'을 써서 1등이 차지해야 할 상을 가로채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렇게 차지한 '1등'이 과연 영광스러울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또한, 겉으로는 기쁘고 즐겁겠지만 마음속까지 진정으로 기뻐하고 즐길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차지한 것이 기쁘고 즐겁고 영광스럽기까지 하다면 '악당'과 다를 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남다른 재능'도 자신의 것인 것은 사실이다. 허나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선 '똑같은 기준/잣대'을 들이대고 '동일한 방법'으로 재능 경쟁을 해야만 한다. 이를 테면, 인간은 마법을 쓸 수 없는데, 뱀파이어 요정은 마법을 써서 1등을 차지한다면, 불공정한 경쟁을 한 것이다. 그래선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친구 사이에서는 더욱더 그래선 안 된다. 특별한 재능으로 친구와 불공정한 시합을 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그럼 이사도라와 조이가 만든 '반짝반짝 마법 케이크'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 <이사도라 문 시리즈>는 상당히 소녀소녀한 동화책이기 때문에 씩씩한 남자아이들이 읽기엔 다소 어색한(?) 책이기도 하다. 책의 표지부터 안쪽 삽화까지 온통 분홍분홍하기 때문이다. 내용도 소녀들이 겪을 법한 사건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여자어린이들에게 권하는 바다. 요즘 <케데헌> 같은 경우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은 아무래도 소년들은 읽기 힘든 면이 다분하다. 그래도 소녀감성의 견문을 넓히고 싶은 남자아이들이라면 도전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