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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의 지대넓얕 9 : 세계의 탄생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ㅣ 생각을 넓혀 주는 어린이 교양 도서
채사장.마케마케 지음, 정용환 그림 / 돌핀북 / 2024년 3월
평점 :
<채사장의 지대넓얕 9 : 세계의 탄생> 채사장, 마케마케 / 돌핀북 (2024)
[My Review MMLXIV / 돌핀북 9번째 리뷰] 우리는 얼마나 '우주'를 이해하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 누구도 '우주란 이런 것이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주는 광활하고 넓은 공간이다. 그런데 그렇게 넓은 공간조차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약 400억 광년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 너머에 '또 다른 우주'가 있을지, 아니면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공간이 펼쳐진 곳'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최근에 내린 결론은 우리가 사는 우주가 유일하다는 '유니버스(하나의 우주)'의 개념을 버리고, '멀티버스(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여러 우주)'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를 '다중우주'라고 부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우주가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고 있으며, 그 모든 우주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더구나 '양자물리학(쉽게 말해 '양자역학')'이 점점 발달하면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우주의 개념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이를 수학적으로 검증해보니 얼마든지 '가능성'이 열려 있기에 아주 색다른 우주가 우리에게 펼쳐진 셈이다. 그래서 수많은 영화, 드라마, 그리고 소설 등에서 이런 '다중우주의 모습'을 구현하곤 하는데, 너무 난해한(?) 우주를 눈앞에 구현하기 힘든 까닭에 그 수많은 다중우주 가운데 한 가지인 '평행우주'가 가장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도 좋다. '평행우주'란 쉽게 말해 '내가 살고 있는 지구' 이외에 수많은 '또 다른 나'가 살고 있는 '또 다른 지구'가 있는 우주가 존재하고, 그 우주를 '어떠한 방법(수단)'을 이용해서 이동할 수 있다는 세계관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세계관을 만들고서 나름의 스토리를 구현하면 재밌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멀티버스'가 구현되기 이전에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SF소설이나 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시간여행은 '단 하나의 우주(유니버스)'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동일한 시공간(지구)'에서 벌어지는 즐겁고 신 나는 모험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멀티버스(다중우주)'의 세계관 속에선 단순하게 '단 하나의 시간선'을 따라서만 여행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갈래'로 벌어지는 복잡한 시간선(?)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다. 물론 너무 복잡하면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해가능한 시간선'으로 타협(?)을 하다보니 단순한(?) '평행우주만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다중우주를 꼭 이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주가 아무리 광활한 시공간이 펼쳐지는 곳이고, 우주 너머에 또 다른 우주가 수없이 펼쳐진다고 해도 '인간'은 지구밖 우주에 겨우 우주선을 보내는 첫발을 뗐을 뿐이고, 그나마 가장 멀리 간 우주인이 지구의 위성인 '달'에 도착했을 뿐이다. 현재까지 가장 멀리 보낸 '탐사선'도 보이저 호로 이제 막 태양계의 행성 궤도를 넘어 '오르트구름' 속을 항해하고 있을 뿐이다. 그 오르트구름조차 '태양계의 품속'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인간은 '태양계 밖'을 나서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수많은 과학자들은 그 시작을 '빅뱅'으로 생각했다. 왜냐면 현재에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주가 팽창을 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큰 폭발과 같은 '에너지원'이 있었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그렇게 광활한 우주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다 보니 우주의 시작은 아주 작은 점에서 출발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초창기의 '빅뱅 이론'은 터무니없다고 비웃음을 받았다. 당시의 과학기술로는 '우주의 팽창'을 관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우주는 원래부터 '커다란 공간'이라고 막연하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빅뱅 이론'을 내놓은 풋내기(?) 과학자를 비웃으려는 의도로 "뭐라고? 우주가 '커다란 폭발'에 의해서 탄생했을 거라고? 엄청난 폭발, 다시 말해 '큰 꽝(Big Bang)'이로구만. 내 말이 틀림없지? 하하하"라고 놀림을 받던 것이 그대로 명칭으로 굳어진 셈이다. 훗날 '허블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했더니 우주 공간 어디를 비춰봐도 온통 '적색편이'만이 관측되자 과학자들은 '빅뱅 이론'을 다시 보게 되었다. 다시 말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기 때문이다. 만약 우주가 팽창하지 않고 수축하는 곳이 있었다면 '청색편이'가 관측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청색편이'는 관측되지 않았다. 그렇게 '빅뱅'을 시작으로 우리 우주는 현재 138억 년 동안 팽창하고 있다. 모든 것이 '한 점'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구는 빅뱅 이후 92억 년에 만들어졌다. 태양계가 형성된 지 46억 년이라고 말하는 근거다. 그럼 지구에 생명은 언제부터 살게 되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 '지질 시대'라는 명칭에 익숙해져야 한다. 지구 탄생 이후 약 38억 년 전까지는 '명왕누대'라고 부른다. 원시태양이 빛을 내기 시작하면서 그 주위를 도는 수많은 소행성들이 합쳐지면서 '행성'으로서 점점 크기를 키워가던 시대이기도 하는데, 초기 지구의 공전궤도를 향해 날아온 '미행성 테이아'와 충돌을 하면서 현재의 지구 크기만 해졌고, 달도 이 때에 지구 주위를 돌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당시의 지구는 화산활동이 활발하여 아주 뜨거웠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아직 '액체 상태의 물'도 없어서 메마른 땅 위에 용암이 들끓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다 뜨거웠던 지구가 '물'을 품고 있는 혜성과 수없이 충돌하면서 차츰 식어갔는데, 아마도 이때 '첫 생명체'가 탄생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원시바다'가 이제 막 형성된 지구는 매우 척박하고 혹독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아주 단순하고 미세한 '원시생명체'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명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하다. 그래서 '숨을 은(隱)'를 써서 '은생누대'라고 명명했다. 38억 년 전부터 약 5억 7천만 년전까지를 말한다.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현생누대'라고 부르는데 이 현생누대의 지층에서 대량의 화석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생명체가 대폭발을 이루었다고 보고, 최초의 생명체를 '루카(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 LUCA)'라고 부른단다. 수소, 물, 암모늄, 메테인 따위의 '무기물'에서 '아미노산'이 합성되면서 점점 복잡한 유기물(단백질, 또는 핵산)이 만들어지면서, 드디어 '원시 세포'를 형성하게 되면서 비로소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는 단계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명체가 형성되기 위해선 '살기 좋은 환경'에서 얌전하게 짠하고 탄생한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초기의 지구'는 아주 척박하고 혹독하며 생명체가 살기에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런데 그런 환경은 '생명체'가 살기에 너무나 위험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혹독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최초의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에너지원이 발생할 수도 없었기에 '생명의 신비'는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현재의 과학계에서도 도대체 어떻게 '생명이 탄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답을 뾰족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 지구에서 생명은 탄생했고, 오랜 세월을 지내는 동안 '진화'를 거쳐서 오늘날 다양한 생태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세포 수준의 조악한 생명체가 현재와 같은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한 것을 보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처럼 생명의 신비를 통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아직까지도 너무도 많고, 모르는 것은 더 많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생명의 신비를 현재까지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는 이론이 바로 '진화론'이다. 그러니 진화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나 중요한 진화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어류-양서류-파충류-포유류-인간]이라는 식으로 '단선적'으로 진화를 이해하려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곤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간조차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하빌리스-호모에렉투스-네안데르탈시스-호모사피엔스] 이런 식으로 일렬로 죽 늘어 놓고서는 구부정한 '원숭이'가 완벽한 '현대인'까지 진화했다고 오해하기 딱 좋게 보여주곤 한다. 하지만 '진화'란 이런 것이 절대 아니다. 현재의 원숭이가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흐른다고 하더라도 결코 '인간'으로 진화(?)할 수는 없다. 원숭이는 그저 원숭이일 뿐이다. 굳이 거슬러올라간다면 원숭이와 인간의 '공통 조상'이 있었고, 그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서' 영장류인 고릴라와 침팬지 등으로 진화했으며, 또 영장류의 한 갈래가 유인원으로 갈라져서 오늘날의 '현생인류'의 조상이 되었고, 수많은 '호모속 인간들' 가운데 생존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호모사피엔스'가 오늘날의 현생인류의 조상이 된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것이 진화의 전부는 아니다. 진화는 '열등한 생명체'에서 '고등한 생명체'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연찮게 살게 된 환경에 '적응'을 해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아 '유전자'를 후손에게 남겨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의 환경'이 갑작스럽게 달라진다면 '그 환경'에 살아남기에 유리한 형질이 '유전자'를 남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진화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또는 우연찮게 '돌연변이 유전자'를 품고 있어서 애초에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와는 '다른 유전자'를 갖게 되었는데, 마침맞게 바뀐 '환경'에 살아남기에 유리하다면, 그 '돌연변이 유전자'가 자손을 남길 확률이 높아지니 세대를 거듭할수록 '부모의 형질'과는 다른 '형질'을 갖게 되어서 외형이 점점 바뀌어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진화에 걸리는 시간은 수십 만 년에서 수백 만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진화의 방향이 꼭 '환경 적응에 유리한 쪽'으로 향하는 것도 아니다. 환경에 적응하기 힘든 쪽으로 진화를 하면 '후손을 남길 확률'이 적어져서 결국엔 '자연도태'되고 멸종의 길을 걷게 되니 말이다. 그러니 진화가 꼭 좋은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이런 진화의 증거는 굉장히 많기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하며 수많은 이론을 내놓으며 '진화론'을 더욱더 갈고 닦는 것이다.
그러나 진화론이 '잘못된 연구'와 만나게 되면 '우생학'과 같은 무시무시한 인종청소와 차별을 낳기도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애초에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주장할 때에는 '자연선택'을 통해서 지구에 다양하고 아름다운 생명체가 넘쳐나게 되었다고 얘기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은 <진화론>을 엉뚱하게(?) 이해하며 특정 인종이 더 우수하다는 잘못된 신념을 주장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들은 "당신의 조상이 원숭이였겠구려"라면서 진화론을 믿는 사람들을 조롱하기도 했고, 사회정치적 의도를 내세운 사람들은 '백인우월주의'를 만들어내어 흑인들을 차별하고 더 나아가 유색인종들 모두를 '인종쓰레기'로 치부하는 범죄를 자행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이렇게 인간이 부린 오만으로 인해 지구는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이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인간들이 벌인 활동으로 인해 수많은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지구생명체에게 엄청난 치명타를 가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 결과 인류도 멸종될 수 있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겪으면서 그 '경고'가 결코 허풍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설령 '대멸종'까지 도달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맞이할 엄청난 재앙은 '기후위기' 뿐만이 아니다. 막대하게 소모하고 있는 지구자원이 결국 그 끝을 보이며 '고갈'된 자원으로 회복 불능이 되어 버린 '경제성장'이 곤두박질 치게 된다면 인류는 더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없게 되고 말 것이다. 향후 인간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 몹시 궁금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