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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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 이소담 / 이봄 (2017) [원제 : 今日の人生 (2017년)]

[My Review MMLVII / 이봄 15번째 리뷰] 마스다 미리가 '오사카 사람'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막상 '그 책'을 읽으니 도통 알 수 없는 내용으로만 담겨 있어서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그 책을 읽고 나니 마스다 미리가 말하고 싶었던 '오사카 사람만의 특징'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뭐, 지금도 '오사카 사투리'랑 '표준 일본어'의 차이점을 알 수는 없지만, 도쿄 사람들은 '절대' 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마스다 미리는 그녀의 책속에서 주야장천, 그야말로 줄기차게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오사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혼잣말처럼' 은근슬쩍 찔러(넛지) 넣는다는 것이다.

이걸 우리 식으로 굳이 바꿔서 이해를 돕는다면, 판소리에서 '소리꾼과 고수' 사이에 오고 가는 말과 행동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소리꾼이 소리를 하는 도중에 청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니리'와 '발림(너름새)'을 하면 고수는 이에 흥을 돋우기 위해서 적절한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이다. 이걸 오사카 사람들은 '보케(웃기는 쪽)와 쓰코미(헛점을 찌르는 쪽)'를 한다고 마스다 미리는 말했다. 그래서 마스다 미리가 오사카 사람처럼 '순발력' 있게 보케와 쓰코미를 능숙하게 날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오사카 사람이라면 '그런 정도'는 어느 정도 흉내 낼 수 있고, 적당한 상황이 오면 흥이 많고 정도 많은 오사카 사람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그런 재미'를 즐기곤 한다는 식으로 그녀의 모든 책 속에서 은근슬쩍 '본심(혼네)'을 드러냈던 것이다. 뭐, 굳이 그걸 이해했든, 이해하지 못했든, 상관은 없지만, 그걸 이해하는 순간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들을 즐기는 폭이 무한해지게 된다는 것을 이 책 <오늘의 인생>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의 부제로 '나의 하루가 반짝하고 빛난다'는 문구를 달고 있다.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포착하여서 만화의 컷을 구성하였기에 '마스다 미리의 일기'를 몰래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비밀 내용이 담겨 있거나 하지도 않는다. 다만, 마스다 미리만의 반짝반짝하는 눈빛으로 우리 주변 풍경을 바라보다가 '바로 이거다!' 싶은 것이 있으면 '만화컷'으로 쓱쓱 그려 내듯 술술 풀어내었기 때문에 '읽는 맛'이 상당히 훌륭한 책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심오한(?) 문제의식'은 다루지 않는다. 그저 누구나 경험할 법한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크지 않은 행복을 캐치 하고 있고, '독신여성'이기에 느끼는 쓸쓸함과 그에 적당한 위로까지 '스스로' 챙기는 그녀의 배려심(?)에 적지 않은 위로를 얻기도 한다. 그렇게 쓸쓸한 존재인데도 얼마든지 사랑 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넌지시 던져주고 있긴 한데, 아쉬운 점은 개인적인 문제점에서 발단한 외로움과 서러움은 스스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만,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에서 비롯된 '사회문제'까지 왜 여성 혼자, 아니 늙어서 서러운데 '주변에 도와줄 남자 하나' 없는 존재이니 그런 거라고 매몰차게 질타당하는 것까지 마스다 미리는 홀로 극복하려 애를 쓰느냔 말이다. 그런 문제라면 '사회공론화'해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서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은가?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공론화'를 하려는 시도가 없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기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탓에 '사회불만'은 점점 치솟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그런 불만이 쌓여서 사회문제가 극단화 되는 경향을 보이다가 끝내는 '극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전세계적으로 '음모론'에 빠져 극우적인 정치세력에 몰표를 던지는 젊은이들이 증가 추세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사회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해 답답해 하다가 결국엔 '극우화'가 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 사회현상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니 혼자서 속앓이를 하지 말아야 한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을 때면 늘 어둡다. 그 어둠 속에서 마스다 미리 홀로 반짝반짝 하고 있긴 하지만, 얼마나 외롭게 보이는지 아는가? 왜 혼자서만 그 짐을 다 지려고 하느냔 말이다. 당신의 책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코 '희망'이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왜냐면 목소리를 냈으면 '외향적인 뿜뿜'이 있어야 하는데, 늘 '내향적으로' 삭히고 말기 때문이다. 30, 40대 독신여성이라도 당당히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지겠느냔 말이다. 외쳐야 한다.

내가 이런 문제점을 느꼈어요! 우리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지 않겠어요!! 그러면 우리의 삶이 더 행복하고 희망 찰 것 같아서요!!! 나도 그렇지만, 당신도 사랑 받기에 딱 좋은 오늘의 인생을 살고 있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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