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의 법칙 - 충돌하는 국제사회, 재편되는 힘의 질서 서가명강 시리즈 36
이재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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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 36] <지배의 법칙 : 충돌하는 국제사회 , 재편되는 힘의 질서>  이재민 / 21세기북스 (2024)

[My Review MMXLV / 21세기북스 38번째 리뷰] 바야흐로 '신(新)냉전 시대'가 도래했다. 과거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을 양극의 축으로 삼아 극강의 대립을 선보였던 '1차 냉전시대'에 이어 '미국과 중국'의 대립 양상으로 시작된 '2차 냉전시대'는 양분되어서 벌이는 대립양상을 보이는 것을 넘어 '다극 체제', 또는 '무극 체제'로 사분오열된 전세계적인 대혼란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차 냉전시대'에는 무엇을 중심으로 놓고 갈등을 벌이는 것일까? 1차 때에는 '이념(이데올로기) 갈등'이었다.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공산주의 경제체제'가 서로 자신들이 옳다고 우기는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끝내는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듯이 극한의 대결을 선보였다. 그러다 1990년대 소련이 해체되면서 '공산주의'는 패배를 선언하고, 전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새로 정립되었다.

그렇다면 '2차 냉전시대'에는 무엇이 갈등을 야기한 것일까? 그건 다름 아닌 '패권주의'다. 지금도 미국은 전세계를 주름잡는 '초강대국'으로 다들 인정한다. 하지만 과거처럼 '미국의 입김'이 그리 쎄지 않아 보인다. 여기저기에서 미국을 물로 보고, '미국의 중재'로 못할 것이 없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리 되지 않고 있다. 일단 중국과 벌이는 '무역전쟁'에서 미국은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력이 그만큼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고, 중국의 입김도 나름 쎄지기는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미국의 위력을 좀처럼 엿볼 수가 없다. 러시아의 군사력을 둘째 치고, 미국의 군사력이 러시아를 상대로 압도하고 있다면 우크라이나에 병력지원을 해서 단숨에 전황을 역전시킬 수 있어야 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또 어떤가? 미국이 아무리 이스라엘 편을 들어준다고 하더라도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민간인 대학살에까지 이렇다 할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미국의 태도를 보면서 전세계는 미국의 위상이 참 많이 추락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초강대국이고, 전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막강한 실력행사를 할 수 있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전세계 경제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나라는 오직 미국 하나만 남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여전히 미국이 '경제계의 큰 손'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에 미국을 상대로 무역을 하는 나라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치한 변덕(?)을 부려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라는 트럼프의 호언을 장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세계 여러 국가들은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서라도 당장 '자국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면 냅두고 있는 형국이다. 도저히 못봐줄 정도의 미치광이 짓거리지만, 그걸 빌미로 훗날 미국에게 족쇄를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심리도 작용하는 듯 싶다.

암튼, 이런 '신 냉전시대'를 맞이해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국제질서'를 이해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무엇인지 간파하는 것이다. 그 기준이 될 것으로 '국제법'과 '국제규범'이라는 도구가 있음을 우리가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세상이 엿 같이 돌아가서 배알에 꼴리더라도, 그 문제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바로 '국제법'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분열하는 혼란스런 세계라면 더욱더 '국제법'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니 우리는 이를 적극 활용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며, 동시에 이익을 최대로 삼을 수 있게 도모하려면 '국제법'에 능통해야 함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물론, '국제법'이 실제로 발휘된 적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국제법'이 강대국의 무기는 되었을지언정 약소국들의 억울한 사정을 봐준 경우도 극히 드물다는 사실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렇게 '힘의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정의롭지 못한 국제법에 목을 매야 하는 게 옳은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한다. 왜일까? 그건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법을 잘 지키면 손해를 보는 것보다 이익을 얻는 것이 더 크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단다. 분명 대한민국은 약소국일 때 '국제법'이 족쇄처럼 작용하는 경우도 많았고, '국제법'을 지키면 지킬수록 억압과 손해를 더 많이 보는 불의한 조약을 체결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인정 받고, 세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대국'으로 그 실력을 증명했다. 그런 까닭에 전세계는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고, 큰 갈등이 있을 때 '대한민국'이 해결방안을 제시해주길 바라는 경우도 과거에 비해서 엄청 많아졌다.

그런 예들은 너무 많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대한민국'이 누구를 편들까에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지경이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군수방위업체가 호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기 위해 여러 나라들이 러브콜을 보냈고, 심지어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한국에게 '대량살상무기'를 지원해달라고 끝없는 요청을 보내고 있다. 허나 그런 식으로 전쟁에 참전(?)하게 되면 멍청이다. 왜냐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대한민국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침략국인 러시아 편을 드는 것은 말도 안 되고, 피해국인 우크라이나를 도와주는 것은 도의적으로 해줄 법도 싶지만, 우크라이나가 딱히 대한민국이 반드시 도와줘야 할 '우방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굳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줄 까닭도 없다. 더구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러시아는 대한민국의 '최대교역국'이었다. 러시아는 대한민국을 좋아했고, 대한민국의 물건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와 하루 아침에 교역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오로지 '미국 탓'이었다. 미국이 러시아와 적대시하고 있으니 러시아에게 침략 당한 우크라이나를 도와줘야 한다면서 미국이 한국을 끌여들였고, 이를 본 러시아는 대한민국에게 우크라이나를 돕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우리는 현명하게 양쪽 모두를 돕지 않겠다며 '대량살상무기'를 수출하거나 지원하는 일은 하지 않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피해국에게 의료지원을 해주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여기서 '선'을 넘지 않고 균형을 잡고 있으면 대한민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에 양쪽 모두에게서 엄청난 이득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왜냐면 러시아 편을 들었던 나라들은 '우크라이나 재건복구사업'에 뛰어들지 못할 것이고, 우크라이나 편을 들었던 나라들은 '러시아 경제회복사업'에 동참하기를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쪽 모두에게 원한 살 일을 하지 않고, 양쪽과 관계도 소원해지지 않았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 확실히 믿고 사업을 맡길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건설, 반도체, 전자제품 등등 첨단사업부터 근면성실한 일꾼까지 전세계 탑티어 1등 국가 가운데 '대한민국'만이 그걸 감당할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그 역량을 발휘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때 우리가 해야 할 것 가운데 우선적인 것이 바로 '국제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이 약소국일 때에는 주변 강대국들에게 휘둘려서 '불평등조약(?)'까지 맺는 설움을 당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제 전 세계를 상대로 대한민국에게 유리한 '조약'과 '규범'을 제시하고, 이를 관철 시킬 수 있는 국제적 위상까지 갖추었으니 말이다. 물론 '국제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무용론도 있다. 바로 트럼프처럼 막강한 힘을 과시하는 '패권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횡포를 부린다면 이를 저지하며 '실력행사' 할 수 있는 능력이 과연 대한민국에게 있느냐고 묻는다면 단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국제법'이 무용지물이라고도 할 수 없다. 아무리 국제법이 '힘의 논리'에 의해서 유명무실한 경우로 전락하는 일이 있더라도, 전세계가 '국제법'을 어긴 국가를 가만 두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과거 냉전시대에도 여러 번 보여주었던 방식이다. 미소간의 갈등속에 피해만 보던 '제3세계' 여러 나라들이 힘을 합쳐서 '약소국의 단결력'을 보여주었고, 결국 강대국인 미소 양국도 '다자주의'를 인정하며, 저들에게만 유리했던 국제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낸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국의 힘만 믿고 '국제법'을 무시하는 등의 행동을 일삼게 되면, 결국 '후폭풍'이 불기 마련이고, '뒷감당'을 해낼 각오가 없다면 아무리 유명무실한 국제법이라도 쉽사리 어길 생각은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십분 활용해야 할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럼 향후 미래에 대한민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을까? 이 책 <지배의 법칙>에서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 대한민국의 앞선 기술력으로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 수 있고, '우주 경쟁'이 펼쳐지면 나로호와 다누리호도 자력으로 발사할 능력을 갖췄기에 금세 따라잡을 수 있으며, '극지 쟁탈'이 심해질 때,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인 유리함으로 북극항로와 남극대륙, 모두를 대한민국의 '이익선'으로 포함할 수 있을 역량이 충분한 나라라고 조목조목 근거를 나열하였다. 그리고 끝으로 대한민국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데 아주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나라이기에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진정한 힘을 전세계에 보여줄 때라고 역설하였다. 그러면서 국제법은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승자의 무기'라면서 우리의 관심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는 말로 마무리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공감을 많이 했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괴롭히던 불평등하고 부당한 조약이나 규범 들이 얼마나 많이 들먹였던가?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우리가 눈 뜨고 코 베인 격으로 맺은 강대국들과의 조약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걸림돌이었느냔 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강대국이 되었으니 상황은 역전되었다. 우리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던 '국제법'들은 이제 대한민국에게 유리한 쪽으로 맺을 수도 있는 유용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우리를 괴롭히던 기억을 떠올려서 복수심을 불태우고, 손해를 본 만큼 본전을 되찾겠다면서 '악용'할 작정이라면, 그동안 우리가 실컷 욕을 하던 '제국주의'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가 되어선 안 된다. 진정한 패권 국가라면 서로의 이익과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공정한 국제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후폭풍이 불지 않게 된다. 당장의 이익을 도모하다 나중에 큰 손실을 보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때가 되면 '나쁜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손실을 만회하고 이익을 최대를 늘리기 위해서 약소국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국제법을 다시 만들어서 강요하곤 했지만, 대한민국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런 설움을 받았지만, 극복하고 당당히 우뚝 선 유일한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패권 국가들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쟁을 일삼으며 힘을 과시했지만, 대한민국은 '문화선진국'으로 우뚝 서서 전세계를 감명시키고 뛰어난 '첨단기술력'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강대국이지 않은가 말이다. 이런 대한민국이 만든 '국제법'은 뭔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걸 우리가 보여주면 된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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